광주고등법원판결

광주고등법원 2015. 4. 10. 선고 2013나12074 판결

2013

주문

1.

제1심 판결의 본소에 대한 부분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을 초과하는 피고(반소원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반소피고)의 본소청구를 기각한다.

피고(반소원고)는 원고(반소피고)에게 741,532,880원 및 그 중 389,872,800원에 대하여는 2013. 3. 21.부터, 351,660,080원에 대하여는 2013. 6. 28.부터, 각 2015. 4. 10.까지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피고(반소원고)의 본소에 관한 나머지 항소와 반소에 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본소, 반소를 합하여 1/5은 원고(반소피고)가, 나머지는 피고(반소원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본소, 반소를 함께 본다.

1.

기초사실

가.

이 사건 계약의 체결 등

○

원고는 건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피고는 예인선 운수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며, B은 C회사이라는 상호로 해상크레인이 탑재된 부선 D(이하 '이 사건 부선'이라 한다)의 임대업을 하는 사업자이다.

○

원고는 2012. 3. 22. 피고와 사이에 전남 신안군 E에서 시행하고 있는 F 도로건설공사 중 교량설치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 현장에서 자체 동력이 없는 이 사건 부선을 이동시키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예인선인 G(이하 '이 사건 예인선'이라 하고, 이 사건 부선과 합하여 '이 사건 예인선 등'이라 한다)에 대하여 건설기계 임대차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원고는 2012. 3. 26.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B으로부터 B 소유의 이 사건 부선을 임차하였다.

나.

이 사건 사고의 발생

○

피고가 고용한 이 사건 예인선의 선장 H은 2012. 3. 27. 이 사건 예인선을 이용하여 인천 옹진군 영흥화력발전소 부두(이하 '인천항'이라 한다)에 정박하여 있는 이 사건 부선을 이 사건 공사 현장으로 예인(이하 '이 사건 예인 작업'이라 한다)하여 오기 위하여 이 사건 예인선을 운전하여 목포시 항동에 있는 목포항에서 출발하였다.

○

인천항에 도착한 H은 2012. 3. 30. 09:20경 이 사건 예인선을 이용하여 이 사건 부선을 예인하고 위 예인선을 운전하여 이 사건 공사 현장을 향하여 항해하던 중, 2012. 4. 2. 02:00경 기상예보를 통하여 풍랑주의보가 발효된다는 것을 확인하고 피항하기 위하여 2012. 4. 2. 04:00경 전북 부안군 위도와 식도 사이 북위 35도 37분 36초, 동경 126도 17분 48초 해상에 이 사건 예인선 등을 이동시키고 대기하다가 2012. 4. 2. 10:00경 이 사건 예인선 등을 전북 부안군 식도 앞 등대 옆 북위 35도 37분 06초, 동경 126도 17분 00초 해상(이하 '이 사건 2차 정박지'라 한다)으로 이동시키고 대기하였는데, 이 사건 2차 정박지를 포함한 서해남부 앞바다에는 2012. 4. 2. 15:00부로 풍랑주의보가, 2012. 4. 3. 04:00부로 풍랑경보가 각 발효되었다.

○

H은 2012. 4. 3. 06:30경 북서풍과 높은 파도로 인하여 이 사건 부선의 닻이 끌리는 소리를 듣고 이 사건 예인선을 운전하여 이 사건 부선을 끌어내려고 이 사건 예인선 등을 연결한 예인줄을 당기던 중 2012. 4. 3. 07:20경 위 예인줄이 절단되었고, 절단된 예인줄이 이 사건 예인선의 프로펠러에 감겨서 이 사건 예인선의 기관사용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

H은 북서풍과 높은 파도로 인하여 이 사건 예인선이 이 사건 부선 쪽으로 떠밀리자 이 사건 예인선을 이 사건 부선의 좌현에 계류줄을 연결하여 접현시켰는데, 이 사건 예인선 등은 서로 접현 상태로 해안으로 떠밀리다가 2012. 4. 3. 07:50경 전북 부안군 위도면 정금리 해안의 북위 35도 36분 54초, 동경 126도 17분 16초 해상에서 동시에 좌초되었다. 그로 인하여 이 사건 부선은 좌초된 우현 선저부가 크게 손상되었고, 좌초된 이 사건 예인선은 2012. 4. 3. 16:10경 높은 파도 등으로 인하여 이 사건 부선과 연결한 계류줄이 절단되면서 선체가 침몰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다.

관련 소송의 경과 등

○

이 사건 부선의 소유자인 B은 2012. 7. 17. 인천지방법원 2012가합12531호로 원고와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기)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가 2012. 11. 9. 피고에 대한 소를 취하하였는데, 원고는 위 소송 진행 중인 2012. 12. 27. B과 사이에 원고가 B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금으로 870,000,000원을 지급(2013. 1. 10. 300,000,000원, 2013. 2. 28. 570,000,000원 분할 지급)하고, B은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모든 권리를 양도하며, 위 소를 취하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으로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하였다.

○

이 사건 합의에 따라 B은 2012. 12. 28. 원고를 상대로 한 소를 취하하였고, 원고는 B에게 2013. 1. 10. 300,000,000원, 2013. 2. 28. 570,000,000원을 각 지급하였다.

○

한편 원고와 H은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2012. 8. 27.자 2012고약3358호 해양환경관리법위반 사건에서 사용인인 선장 H의 항행상 과실 등으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그로 인하여 이 사건 예인선 등에 있던 경유가 유출되어 해상에 기름을 배출하였다는 범죄사실로 벌금 3,000,000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았는데, 원고에 대하여 위 약식명령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H은 위 약식명령에 대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2013. 2. 20. 선고 2012고정585호 사건에서 같은 범죄사실로 벌금 3,000,000원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6, 9 내지 11, 18호증, 을 11 내지 13, 26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의 직원인 선장 H의 항행상의 과실에 의한 사고이므로, 피고는 이 사건 계약 제7조 제3항에 따라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책임질 뿐 아니라, 이 사건 계약은 그 실질이 정기용선계약이므로 이 사건 예인선의 소유자인 피고는 상법 제878조에 따라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진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 1,057,341,000원(= 인양으로 인한 원고의 손해 187,341,000원 + 원고가 이 사건 사고로 인한 B의 손해를 배상함으로써 피고에 대하여 취득한 구상금 870,000,000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

(2)

피고의 주장

이 사건 계약은 그 실질이 선박임대차계약이거나 아니면 그 문언과 같이 건설기계임대차계약이고, 이 사건 예인 작업은 이 사건 계약에 포함되지 않았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예인 작업 중 발생한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책임이 없다. 한편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책임은 선장 H을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한 원고가 부담하여야 하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피고가 입은 수리비 407,550,000원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이 사건 사고의 발생원인

(1)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사고가 피고의 직원인 선장 H의 항행상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사고가 H의 항행상의 과실이나 선박관리상의 과실로 인한 것이 아닌 기상악화 등으로 인한 불가항력에 의한 사고라고 주장한다.

(2)

판단

(가)

그러므로 보건대, 을 제12, 13호증의 각 기재와 당심의 목포해양대학교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당시 이 사건 2차 정박지 등에 풍랑경보 등이 발효되는 등 기상이 악화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사고가 기상악화로 인한 불가항력에 의한 사고라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이 사건 예인선의 선장 H이 기상정보의 확인을 소홀히 하고, 파주력이 부족한 상태로 닻을 내린 잘못 등으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①

2012. 4. 2. 04:10부로 서해남부 전 해상에 풍랑경보 예비특보가 발효된 후 H은 2012. 4. 2. 10:00경 이 사건 2차 정박지에 이 사건 예인선 등을 피항시켰는데, 2012. 4. 2. 15:00부로 풍랑주의보가, 2012. 4. 3. 04:00부로 풍랑경보가 각 발효되는 등으로 기상이 악화되었음에도 이 사건 부선의 좌현선미 닻줄을 추가로 신출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이 사건 예인선의 선수와 선미에 총 4개의 닻이 있음에도 추가 투묘를 하지 않았다.

②

이 사건 2차 정박지는 전남 부안군 위도와 식도 사이에 위치한 좁은 해역으로서 북서쪽은 바람막이가 없이 외해에 노출되어 있어 북서풍이 강하게 불면 위도 정금리 해안으로 닻이 끌릴 위험성이 높은 장소인데도, H은 이 사건 2차 정박지가 섬 사이에 위치하여 강풍이 불어도 견딜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하고 닻을 1개만 내린 상태에서 기상정보를 확인하지 아니한 채 2012. 4. 2. 21:00경 이 사건 예인선 조타실에서 수면을 취하였다.

③

2012. 4. 3. 04:00경 이 사건 2차 정박지를 포함하는 서해남부 전 해상에 풍랑경보가 발효되었고, 2012. 4. 3. 06:00경 이 사건 2차 정박지의 풍향이 북서풍으로 바뀌는 등 더욱 기상이 악화되었음에도 H은 2012. 4. 3. 06:30경에서야 잠에서 깨어나 이 사건 부선의 선체가 주묘(走錨, anchor dragging, 닻의 끌림, 닻이 제 역할을 못하고 선박이 바람이나 조류에 의해 끌리게 되어 안전한 위치가 변할 수 있는 것)되어 해안으로 접근하는 것을 뒤늦게 발견하였다.

④

인천지방해양안전심판원은 2012. 8. 23. H에 대한 이 사건 사고에 관한 재결사건(인해심 제2012-33호, 예인선 G·피예인부선 D 좌초사건)에서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예인선이 이 사건 부선을 예인하여 항해하던 중 기상악화가 예상되어 피항하였는데, H이 기상정보 확인을 소홀히 하여 강풍을 직접 받는 장소를 피항지로 선정한 후, 파주력(把駐力, holding power, 닻이 해저에 파고 들어가 떨어지지 않으려는 힘)이 부족한 상태로 닻을 정박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등의 이유로 H에게 견책처분을 하였다.

⑤

H은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2013. 2. 20. 선고 2012고정585 해양환경관리법위반 사건에서 위와 같은 과실이 있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그로 인하여 이 사건 예인선 등에 있던 경유가 유출되어 해상에 기름을 배출하였다는 범죄사실로 벌금 3,000,000원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이 그즈음 확정되었다.

(나)

피고는 또한, 원고가 27t에 불과한 이 사건 예인선으로는 574t에 이르는 이 사건 부선을 예인할 수 없음에도 이 사건 부선의 제원을 숨겼고, 원고가 준비해야 할 90mm 이상의 예인삭을 준비하지 않아 예인삭이 절단되었을 때 비상투묘를 하지 못하게 하였으며, 임시항해검사를 받지 아니한 채 선박안전법 제17조(선박검사증서 등이 없는 선박의 항해금지 등)에 위반하여 부선의 항해구역을 이탈하도록 불법항해를 지시하였으며, 선박안전법 제43조(예인선 항해검사)에 위반하여 불법 예인을 하도록 지시하였고, 공사일정을 이유로 무리한 항해를 독촉하여 H에게 혼자서 40시간 이상의 선원법, 근로기준법에 위반하는 근로를 하도록 지시함으로써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H은 이 사건 부선의 예인 작업에 착수함에 앞서 이 사건 부선을 보고 예인이 가능하다고 판단하여 인천항에서 이 사건 사고 지점까지 예인 작업을 하였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부선에 결함이 있고 그것이 이 사건 사고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 등에 관하여 을 제19 내지 28호증의 각 기재, 당심의 한국해운조합 회장, 선박안전기술공단 인천지부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한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는 또한 이 사건 예인선이 정박 피양 중의 선박에 해당하여 해사안전법 제2조 제22항에 의하여 항행 중의 선박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사고가 선박충돌이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도 한다. 살피건대, 해사안전법 제2조 제22호 가목이 '정박'을 '항행 중'의 개념에서 제외하고 있기는 하지만, 같은 호 나, 다목에서 항만의 안벽 등 계류시설에 매어 놓은 상태[계선부표나 정박하고 있는 선박에 매어 놓은 경우를 포함한다], 얹혀 있는 상태를 각 '항행 중'의 개념에서 제외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사고와 같이 피양을 위하여 해상에서 닻을 내리고 있는 상태가 정박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상법 제876조 제2항은 '이 절에서 "선박의 충돌"이란 2척 이상의 선박이 그 운용상 작위 또는 부작위로 선박 상호 간에 다른 선박 또는 선박 내에 있는 사람 또는 물건에 손해를 생기게 하는 것을 말하며, 직접적인 접촉의 유무를 묻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항행 중'의 요건을 명시하고 있지도 않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다.

이 사건 계약 내용이 이 사건 예인 작업에도 적용되는지 여부

(1)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는 피고와 이 사건 예인 작업을 포함하여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계약 체결 이후 이 사건 예인 작업에 관하여 이야기하였으므로, 이 사건 계약 내용에는 이 사건 예인 작업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다툰다.

(2)

판단

살피건대, 갑 제3, 4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계약서 제2조에서 이 사건 예인선의 사용장소를 이 사건 공사 현장으로 한정하고 있고, 원고가 B과 사이에 이 사건 부선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시기가 이 사건 계약 체결일 이후인 사실, 이 사건 계약 내용 중 이 사건 예인 작업에 관한 내용을 찾기 어려운 사실을 인정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 앞서 본 사실관계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계약 체결 이후 이 사건 예인 작업을 부탁함에 따라 이를 승낙하였다고 자인하고 있는 점, ②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예인 작업 중에 발생하는 문제 등을 원고가 책임지는 조건으로 이 사건 예인 작업을 승낙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으나,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예인 작업을 원고의 책임 하에 진행하기로 합의하였음을 인정할 어떠한 증거도 없는 점, ③ 피고는 이 사건 계약 체결 후 이 사건 예인 작업에 착수한 점, ④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예인 작업에 대하여 이 사건 계약 내용과 별도의 내용으로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점, ⑤ 이 사건 계약이 이 사건 예인 작업에 그 효력이 없다고 보는 경우, 이 사건 예인 작업에 관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의 법률관계를 규율할 약정이 없게 되거나, 아니면 이 사건 예인선의 계약서상 사용구간인 F 현장 작업과 이 사건 예인 작업을 규율하는 근거가 달라지게 되는데, 이는 거래관념이나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게 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예인 작업은 이 사건 계약 체결 이후 원·피고 사이에 이 사건 계약과 관련하여 합의된 사항이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예인 작업 또한 이 사건 계약 내용의 적용을 받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라.

피고의 책임 근거

(1)

이 사건 계약에 의한 책임

(가)

이 사건 계약 제7조 제3항

이 사건 계약 제7조 제3항에서 조종원의 과실 또는 장비결함 등 피고의 귀책으로 인한 제반 인적·물적 사고에 대한 모든 피해보상 및 민·형사상의 책임은 피고가 지되, 원고의 귀책으로 인한 경우에는 원고가 그에 따른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이에 의하면, 이 사건 계약에서는 조종원의 과실을 피고의 귀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 이 사건 사고가 조종원인 선장 H의 항행상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 제7조 제3항에 따라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나)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피고는 이 사건 예인 작업에 대하여는 이 사건 계약서 제7조 제3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예인 작업 또한 이 사건 계약의 내용이 적용됨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고는 이 사건 계약 제7조 제3항의 '조종원의 과실'은 조종원의 중과실 내지 조종원의 근무태만·불법적인 집단행동의 참여 등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이 사건 계약 제7조 제3항에서 '조종원의 과실'이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상, 이를 피고의 위 주장과 같이 해석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이 사건 계약의 법적 성질에 따른 책임

설령 피고가 이 사건 계약 제7조 제3항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계약의 성질에 따른 책임을 지는지에 관하여 나아가 살펴본다.

(가)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계약은 상법 제842조의 정기용선계약이므로, 이 사건 예인선의 소유자인 피고가 이 사건 사고에 대하여 상법 제878조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계약은 선박임대차이므로, 이 사건 예인선의 임차인인 원고가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주장한다.

(나)

이 사건 계약의 법적 성질

1)

선박의 운행 중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에 대하여 그 선박의 이용자가 손해배상을 부담하기 위하여는 그 이용자가 사고 선박의 선장·선원에 대한 실질적인 지휘·감독권이 있어야 하고, 그와 같은 권한이 있는지 여부는 그 선박의 이용계약이 선박임대차계약인지, 정기용선계약인지 아니면 이와 유사한 성격을 가진 제3의 특수한 계약인지 여부 및 그 계약의 취지·내용에 선박의 선장·선원에 대한 실질적인 지휘·감독권이 이용권자에게 부여되어 있는지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2. 5. 28. 선고 2001다12621 판결 등 참조).

한편 타인의 선박을 빌려쓰는 용선계약에는 기본적으로 선박임대차계약, 정기용선계약 및 항해용선계약이 있는데, 이 중 정기용선계약은 선박소유자 또는 임차인(이하 통칭하여 '선주'라 한다)이 용선자에게 선원이 승무하고 항해장비를 갖춘 선박을 일정한 기간 동안 항해에 사용하게 할 것을 약정하고, 용선자가 이에 대하여 기간으로 정한 용선료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으로서 용선자가 선주에 의해 선임된 선장 및 선원의 행위를 통하여 선주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는 것을 요소로 하는 것이고, 선박 자체의 이용이 계약의 목적이 되어 선주로부터 인도받은 선박에 자기의 선장 및 선원을 탑승시켜 마치 그 선박을 자기 소유의 선박과 마찬가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관리권을 가진 채 운항하는 선박임대차계약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으며, 정기용선계약에 있어서 선박의 점유, 선장 및 선원에 대한 임면권, 그리고 선박에 대한 전반적인 지배관리권은 모두 선주에게 있고, 특히 화물의 선적, 보관 및 양하 등에 관련된 상사적인 사항과 달리 선박의 항행 및 관리에 관련된 해기적인 사항에 관한 한 선장 및 선원들에 대한 객관적인 지휘·감독권은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오로지 선주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3. 8. 22. 선고 2001다65977 판결 참조).

2)

돌이켜 이 사건을 보건대, 위 인정사실과 제1심에서의 피고 대표자 J 본인신문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계약에서 선장 등 조종원의 인건비, 숙식 및 기타경비, 고장점검 및 수리비를 선주인 피고가 부담하도록 규정한 점(제5조), ② 이 사건 계약에서 선장 등 조종원의 과실을 선주인 피고의 과실로 보고, 이로 인한 사고에 대한 모든 피해보상 등을 피고가 부담하기로 한 점(제7조 제3항), ③ 이 사건 계약에서 '피고의 조종원'이라 규정하고 있는 점(제8조), ④ 조종원의 교체, 조종원과의 근로계약 체결, 조종원의 휴일 및 연장작업에 대한 동의 등에 대한 권한이 선주인 피고에게 있는 점(제8조), ⑤ 이 사건 계약에서 조종원의 과실에 의한 장비손상발생시 이에 대한 책임을 피고가 부담하고, 조종원의 근무태만 및 불법적인 집단행동 등으로 인하여 원고의 공사에 손해를 입힌 경우 피고가 즉시 조종원을 교체하고 원고의 손해에 대하여 보상하기로 한 점(제9조), ⑥ 이 사건 예인 작업 당시 이 사건 예인선 등에는 피고가 고용한 이 사건 예인선의 선장 H, 기관장 K, 이 사건 부선의 선두 L만이 승선하였던 점, ⑦ 이 사건 예인 작업은 선박의 항행 및 관리에 관련된 해기적인 사항인 점, ⑧ 이 사건 공사의 하청업체인 M건설의 N 소장이 이 사건 예인 작업 전에 H에게 '잘 다녀오라'라고 말하였고, 이 사건 예인 작업 중에도 H에게 수차례 연락하여 조속히 이 사건 예인 작업을 완료하라는 취지로 독촉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원고가 선장 H에 대하여 객관적인 지휘·감독권을 행사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계약은 그 명칭에도 불구하고 그 실질은 상법 제842조의 정기용선계약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정기용선계약에 있어서 선박충돌에 대한 책임

1)

정기용선된 선박의 선장이 항행상의 과실로 충돌사고를 일으켜 제3자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선박소유자가 상법 제878조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바, 여기에서의 선박의 충돌이란 2척 이상의 선박이 그 운용상 작위 또는 부작위로 선박 상호간에 다른 선박 또는 선박 내에 있는 사람 또는 물건에 손해를 생기게 하는 것으로 직접적인 접촉의 유무를 묻지 아니하며, 예인선과 자력항행이 불가능한 부선인 피예인선 상호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99754 판결 참조).

2)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예인선과 이 사건 부선이 그 운용상 작위로 선박 상호간에 다른 선박 또는 선박 내에 있는 물건에 손해를 생기게 한 것으로 상법 제876조의 선박충돌에 해당한다 할 것인바, 이 사건 계약의 성질이 정기용선계약이고, 이 사건 예인선의 선장인 H의 항행상의 과실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예인선의 소유자인 피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원고 등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마.

소결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책임은 피고가 부담한다(원고가 약식명령에 의하여 이 사건 사고로 인한 기름배출에 관하여 H의 사용자로서 양벌규정에 의한 벌금형을 부과받았으나, 위 약식명령의 확정과 원고, 피고 사이의 민사책임은 별개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원고의 손해 등을 배상할 의무가 있고,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피고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없다.

3.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하에서는 원고의 본소청구에 관련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대하여만 살펴본다.

가.

원고의 손해 부분

갑 15, 1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는 좌초된 이 사건 예인선 등의 인양 작업과 관련하여 위와 같이 인양비 등의 비용을 지급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입은 손해액은 187,341,000원이다.

나.

B의 손해 부분

(1)

B의 손해액

갑 13, 1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B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파손된 이 사건 부선을 수리하였고, 이 사건 부선 내 자재 등을 재구입하였는데, 아래와 같이 수리비용으로 713,680,000원, 자재 재구입비로 25,895,100원 등을 지급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B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입은 손해액은 총 739,575,100원(= 713,680,000원 + 25,895,100원)이다.

원고는 나아가, W/R 철심 28mm 등에 대하여 9,046,800원, PR 36mm 등에 대하여 2,354,000원의 자재 재구입비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나, 갑 14호증의 2, 3의 각 기재에 의하면 위 각 자재에 대한 청구일은 각 2012. 3. 20. 및 2012. 3. 31.인바, 이 사건 사고 전에 발생한 비용을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에 포함시킬 수는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수리비용]

[자재 재구입비]

(2)

원고의 구상권 행사

공동불법행위자들은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부진정연대책임을 지되, 공동불법행위자들 내부관계에서는 일정한 부담 부분이 있고, 이 부담 부분은 공동불법행위자의 과실의 정도에 따라 정하여지는 것으로서 공동불법행위자 중 1인이 자기의 부담부분 이상을 변제하여 공동의 면책을 얻게 하였을 때에는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에게 그 부담 부분의 비율에 따라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0다69712 판결 참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부선의 임차인으로서, 피고는 이 사건 예인선의 소유자 내지 위 예인선의 선장인 H의 사용자로서 B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로 인한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진다고 할 것인데, 원고가 B에게 이 사건 합의에 따라 손해배상금으로 870,000,000원을 지급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에 의하면, 공동불법행위자인 원고가 자기의 부담부분 이상을 피해자인 B에게 변제하여 원고와 피고 모두 면책을 얻게 하였다 할 것이므로, 원고는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인 피고에 대하여 그 부담부분의 비율에 따라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3)

구상권의 범위

원고는, 원고가 B에게 이 사건 합의에 따라 손해배상금으로 870,000,000원을 지급하였으므로 피고에게 위 손해배상금 전액을 구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피고에게 구상할 수 있는 범위는 B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입었다고 인정되는 손해액에 한정되는 것인데,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B이 입은 손해가 739,575,100원임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가 B에게 손해배상금 명목으로 870,000,000원을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B의 손해로 인정되는 739,575,100원을 초과하는 부분은 피고에 대하여 구상할 수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고, 나머지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책임제한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은 다음의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예인 작업이 이 사건 계약의 내용에 원래 포함되어 있지 않다가 이 사건 계약 체결 후 피고가 원고의 요청을 수락하여 이 사건 예인 작업에 나아가게 된 점, ② 이 사건 예인 작업은 당초의 F 현장에서 벗어난 인천에서 목포까지 장거리의 작업인 점, ③ 원고가 피고의 예인 작업을 독촉한 사정이 엿보이는 점 등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사고가 피고의 피용자 H의 항행상 과실에 의하여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를 피고에게 모두 부담지우는 것은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 제도의 취지에 반하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책임비율은 이를 8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라.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원고 및 B의 손해액 중 피고 부담분인 741,532,880원{= (187,341,000원 + 739,575,100원) × 0.8} 및 그 중 원고가 소제기시부터 구한 487,341,000원(= 원고가 2013. 1. 10. B에게 지급한 손해배상금 300,000,000원 +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원고의 손해액 187,341,000원) 중 80%인 389,872,800원에 대하여는 원고가 구하는 소장 송달일 다음날인 2013. 3. 21.부터, 나머지 351,660,080원(= 741,532,880원 - 389,872,800원)에 대하여는 원고가 구하는 제1심에서의 2013. 6. 25.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송달일 다음날인 2013. 6. 28.부터, 각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15. 4. 10.까지 민법에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본소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본소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며, 피고의 반소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 한 제1심 판결의 본소에 대한 부분 중 위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을 초과하는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피고의 본소에 관한 나머지 항소와 반소에 관한 항소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수환(재판장) 김호석 서영기

각주1)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에 기재된 청구취지 제1항의 '487,341,0090원'은 '487,341,000원'의 오기임이 명백하다.

각주2) 갑 4호증(예인선에 대한 임대차계약서)의 기재에 따른 것일 뿐, 위 건설기계 임대차 계약의 법적성질이 정기용선계약인지, 선박임대차계약인지 여부와는 상관없다.

각주3) 선박임대차는 구 상법(2007. 8. 3. 법률 제85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상의 용어로서 개정 상법에서는 선박임대차라는 용어 대신 선체용선계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피고가 선박임대차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이에 따르도록 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