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피고는 C대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이고, 원고는 위 대학교의 학사지원처 및 창업보육센터에서 일반직 직원으로 근무하였던 사람이다.
원고는 1992. 3. 12.부터 1994. 2. 28.까지 C대학교의 학사지원처에서 임시직 직원으로 근무한 후 1994. 3. 1. 일반직 직원으로 임용되었다.
원고는 'C대학교의 학사지원처 과장으로 근무하던 2009년 12월경부터 2010년 7월경까지 C대학교의 학사지원처 사이버 도우미로 근무한 국가 근로장학생에게 한국장학재단에서 지급한 장학금 중의 일부를 장학금이 잘못 지급되었거나 일괄하여 지급하겠다고 거짓말하여 편취하였다'는 범죄사실로 2011. 2. 22. 광주지방법원 2011고단245호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은 2011. 3. 3. 확정되었다.
원고는 위 범죄사실에 관하여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10. 9. 11. C대학교에서 퇴직하였고, 2010. 10. 1. 임시직 직원으로 신규 임용되어 위 대학교 창업보육센터에서 2015. 2. 28.까지 근무하였다가, 2015. 3. 1.부터는 일반직 직원으로 신규 임용(이하 '이 사건 일반직 임용'이라 한다)되어 위 창업보육센터에서 근무하였다.
피고는 2017. 12. 29. '원고에 대하여 계약 기간만료로 인한 재임용 불가 통보를 하겠다'는 승인을 얻는 내부결재 절차를 거쳐, 원고에게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 기간이 2018. 2. 28. 만료'될 예정임을 통지(이하 '이 사건 계약만료통지'라 한다)하였고, 원고는 위 통지를 2018. 1. 2. 수령하였다.
원고는 2018년 3월경 C대학교 상조회로부터 4,316,000원의 전별금을 수령하였고, 2018. 8. 16.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에 퇴직수당을 신청하여 같은 날 퇴직수당으로 836,620원을 수령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5호증, 을 제2, 8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를 포함, 이하 같다), 제1심 법원의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와 기간제 고용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며, 설령 원고가 피고 주장처럼 기간제 근로자였다 하더라도, 원고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 한다) 제4조에 따라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에 해당한다. 그런데 피고는 해고예고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 사건 계약만료통지를 통해 정당한 이유 없이 원고를 해고하였다. 따라서 피고의 원고에 대한 해고는 무효이므로 그 확인을 구한다. 그리고 피고의 원고에 대한 해고가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가 근무를 종료한 달의 다음 날인 2018. 3. 1.부터 2019. 6. 30.까지의 임금 64,000,000원(= 4,000,000원 × 16개월) 및 그 다음날인 2019. 7. 1.부터 원고를 복직시킬 때까지 매월 4,000,000원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 사건 소의 적법 여부에 관한 직권 판단
관련 법리
일반적으로 권리의 행사는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하고 권리는 남용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권리자가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그 권리행사의 기대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의무자인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된 다음에,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이른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권리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88. 4. 27. 선고 87누915 판결, 대법원 1991. 7. 26. 선고 90다15488 판결 등 참조).
특히 이 사건과 같이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고용관계에 관한 노동분쟁은, 그 당시의 경제적 정세에 대처하여 최선의 설비와 조직으로 기업 활동을 전개하여야 하는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물론, 근로자로서의 임금수입에 의하여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근로자의 입장에서도 신속히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므로, 위와 같은 실효의 원칙이 다른 법률관계에 있어서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1992. 1. 21. 선고 91다30118 판결 등 참조).
사용자로부터 해고된 근로자가 그 해고 이후에 퇴직금 등을 수령하면서 아무런 이의의 유보나 조건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해고처분의 효력을 인정하였다 할 것이고, 따라서 그로부터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그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소를 제기하는 것은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1992. 8. 14. 선고 91다29811 판결 등 참조)
그렇지만 근로자가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이를 다투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거나, 그 외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상황에서 퇴직금을 수령하는 등 반대의 사정이 있음이 엿보이는 때에는, 명시적인 이의를 유보함이 없이 퇴직금을 수령한 경우라고 하여도 일률적으로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대법원 1996. 3. 8. 선고 95다51847 판결,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4다210074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든 증거들에 갑 제1호증, 을 제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위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계약만료통지의 효력을 인정하고 상당한 기간 동안 그 효력에 대해 다투지 아니하여, 피고로서는 이 사건 소 제기 무렵에는 원고가 이 사건 계약만료통지의 효력을 인정하고 더 이상 다투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는 2018. 1. 2. 피고로부터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 기간이 2018. 2. 28. 만료될 예정이라는 내용의 이 사건 계약만료통지를 받았고, 위 계약기간만료 예정일이 지난 다음 달인 2018년 3월경 C대학교 상조회로부터 4,316,000원의 전별금을 지급받았으며, 2018. 8. 16.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에 퇴직수당을 신청하여 같은 날 퇴직수당으로 836,620원을 수령하였다.
이 사건 계약만료통지를 수령할 당시, 원고가 이에 대하여 이의 하였다거나, 위 전별금 또는 퇴직수당을 수령하면서 이의를 유보하거나 조건을 제시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전혀 없다.
원고는 피고의 이 사건 계약만료통지에 대하여 다투지 않고 2018. 3. 1.부터 더 이상 근무를 하지 않고 있다가, 피고의 이 사건 계약만료통지를 수령한 때로부터 약 17개월, 위 통지에 따라 더 이상 근무를 할 수 없게 된 2018. 3. 1.부터 약 15개월,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으로부터 퇴직수당을 수령한 때로부터 약 8개월 이상 경과한 2019. 6. 17. 에서야 피고에게 해고무효확인의 소 제기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사용증명서 등의 발급을 구하는 내용증명우편을 발송하였고, 그 후 2019. 7. 2.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원고가 피고에게 위 내용증명우편을 발송하기 전까지 이 사건 계약만료통지 의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이를 다투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거나, 그 외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상황에서 퇴직수당과 전별금을 수령하였다는 등의 반대 사정 등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도 없다.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일반직 임용 당시 근로계약기간을 3년으로 정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원고는 이를 부인하고 있고, 이에 부합하는 을 제1호증(직원임용계약서)은 진정성립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2018. 1. 2. 원고로부터 근로계약기간이 2018. 2. 28. 만료될 예정이라는 내용의 통지를 받고도 어떠한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일반직 임용 당시 근로계약기간을 3년으로 정하였다고 추인할 수 있다. 그런데 피고의 직원 인사관리 규정(을 제5호증)에는 일반직 직원의 근로계약기간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이 없는 대신 '정년에 달하였을 때' 당연 퇴직하는 규정(제17조 제4호)만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일반직 임용 당시 근로계약기간을 3년으로 정하였다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례적인 근로계약기간 설정에 관하여, 피고는 원고가 종전에 일반직 직원으로 근무함으로써 사학연금에 가입한 기간이 16년 남짓이므로 군복무기간을 포함하여 사학연금 수령을 위한 재직기간 20년을 채울 수 있게 3년간 일반직 직원으로 근무하게 해 달라는 원고의 요청에 따라 3년의 기간을 정하여 원고를 일반직 직원으로 임용하였다고 주장하는바, 이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을 제7호, 증의 기재가 있다. 그리고 이에 더하여 원고가 이 사건 일반직 임용 이전인 1994. 3. 1.부터 2010. 9. 11.까지 16년 6월 11일 동안 C대학교에서 일반직 직원으로 근무하였던 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원고의 사학연금 수령자격 취득을 위하여 원고를 일반직 직원으로 임용하는 대신, 원고가 일반직 직원으로 3년간 근무한 후 퇴직하기로 약정한 것으로 보여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일반직 임용 당시 근로계약기간을 3년으로 설정하게 된 경위를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그리고 원고가 위와 같이 이 사건 계약만료통지 당시부터 이 사건 소 제기 무렵까지 이 사건 계약만료 통지의 효력에 관하여 다투지 아니하였던 것도 이러한 약정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해고 무효 확인 및 위 해고의 무효를 전제로 원고가 피고에 계속 근무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소는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소는 소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여 각하하여야 한다[제1심 판결은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고, 이에 피고만이 불복하여 항소하였는데, 이 경우 원고 패소 부분은 원고가 항소하지 않았더라도 이 법원에 이심된다. 그런데 소의 이익 여부는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이고(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다28173 판결 등 참조), 제1심 판결의 변경은 불복신청의 한도에서 할 수 있다는 민사소송법 제415조의 규정은 처분권주의에 근거를 두고 있어 직권조사사항에 관해서는 그 적용이 없는 것이므로(대법원 1995. 7. 25. 선고 95다14817 판결 참조), 이 사건 소가 소의 이익이 없는 이상 이 사건 소 전체를 각하한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여 각하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헌종(재판장) 최항석 김승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