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의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부분 중 아래에서 각 지급을 명하는 돈에 해당하는 원고들 각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별지 3 목록 원고란 기재 원고들에게 각 해당 ‘총청구금액’란 기재 돈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21. 1. 21.부터 2022. 7. 20.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들의 나머지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생긴 소송총비용 중 60%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1항의 금전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들은 2000년 무렵까지 피고 소속 기능직 공무원으로서 피고 산하 상수도사업본부(제1심에서 공동피고가 된 소송상 당사자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피고 소속 행정기구로서 상수도사업본부를 말한다. 이하 같다)에서 지방 9급 또는 10급 조무원으로 검침업무에 종사하였다.
1998년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게 되자 정부는 중앙 및 지방공무원 조직에 대한 구조조정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피고는 1998. 9. 3. AC시 지방공무원 정원 조례(조례 제2818호), 위 조례 시행규칙(규칙 제2300호), AC시 지방공무원 정원 배정규정(훈령 제743호)을 각 개정하여, 상수도사업본부에서 검침업무를 수행하던 기능직 공무원(조무원) 직제를 폐지하였다.
위와 같이 원고들을 포함한 검침원들의 기능직 공무원 임용 근거가 되었던 직제와 정원이 모두 없어지자, 상수도사업본부는 과원이 된 검침원들의 구제를 위한 몇 가지 대안을 검토하였다. 그 결과 각 지역별로 기존 검침원들이 사원이 되는 유한회사를 설립하고 그 회사에 수도 검침업무를 위탁하는 방안을 선택하여 2001. 1. 1.부터 시행하기로 하였다. 원고들을 비롯하여 기능직 공무원 신분을 잃게 된 56명의 검침원들이 위 유한회사 설립 방식의 신분 전환에 응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들은 2000. 12. 31.자로 기능직 공무원에서 면직 처리되었고, 2001. 1. 1.부터는 상수도사업본부와 검침 업무 위탁계약을 맺은 유한회사(이하 ‘수탁회사’라 한다)의 소속 사원의 지위에서 검침 업무를 계속 수행하게 되었다.
위 검침원들이 대표이사, 이사, 사원을 이루고 있는 수탁회사는 일부 법인 변경과 통폐합 등을 거쳐 아래와 같이 상수도사업본부의 각 자치구별 지역사업소에 대응한 각 1개씩의 유한회사로 운영되어 왔고, 원고들은 아래와 같이 공무직으로 전환되기 전까지 그중 한 수탁회사에 소속되어 있었다.
피고가 추진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의 일환으로 각 수탁회사 소속 검침원들은 2018. 1. 1. 일제히 공무직 근로자(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서 상시적·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 아닌 사람)로 전환되었다. 원고들은 공무직 전환 당시 소속되었던 각 수탁회사에 대응하는 상수도사업본부의 각 지역사무소에서 현재까지 검침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위와 같은 공무직 전환에 관한 협상 과정에서 피고는 원고들의 이전 ‘공무원’ 경력은 호봉에 전부 반영하여 주기로 여러 차례 약속하였다. 협상 결과를 반영하여 작성한 협약서에는 원고들에 적용할 호봉제 임금체계와 관련하여 상수도사업본부에서 검침원 이외의 공무직으로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예에 따라 추후 협의하여 개선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이후 원고들이 속한 AE노동조합(이하 ‘AE 노조’라 한다)과 피고 사이에 2018. 11. 19. 체결된 단체협약(상수도사업본부 소속 공무직 근로자들에게 적용하기 위한 단체협약이다)에 따르면, 상수도사업본부 소속 공무직 근로자의 호봉책정시 피고 소속으로 일한 공무직 및 기간제근로자 근무경력은 100% 인정하고, 국가나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무기계약직(2007년 무렵 같은 지위의 근로자를 ‘공무직’으로 부르기로 하기 전까지 통용되던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맺은 공무원 아닌 근로자를 이르는 말) 및 기간제근로자로 3개월 이상 일한 경력은 50%를 인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제32조 제2항).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6, 7, 1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이를 모두 포함한다. 이하 같다), 을 제5, 8, 13, 15호증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AD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주위적 주장: 공무원과 동등한 수준의 임금 인상률 보장 약정에 따른 급여 차액 지급 청구
원고들에 대한 면직처분 당시 피고는 원고들과 약속하기를, 수탁회사 1년차의 검침 관련 보수를 7급 15호봉 기준 공무원 급여에 맞춰주고, 그 이후에는 지방공무원법상 정년 때까지 매년 공무원 급여 인상률에 맞춰 보수를 올려주기로 하였다. 위 약속은 원고들이 공무직으로 전환되었다고 하더라도 정년 때까지 유효한 것이다. 따라서 피고는 2018~2020년 동안 원고들에게 7급 31호봉(원고들의 수탁회사 근무연차를 호봉에 반영하면 7급 최고 호봉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기준 공무원 급여에 맞춘 임금(연간 81,905,270원)을 지급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실제 원고들이 지급받은 급여는 별지 1 목록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그 차액에 해당하는 별지 2 목록 각 ‘청구금액(원)’란 기재 돈 및 그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예비적 주장: 실질적인 공무직 경력을 반영한 급여 차액 지급 청구
원고들이 각 수탁회사 소속으로 검침업무를 하는 동안에도 원고들은 실질적으로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 공무직은 지방자치단체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를 말하므로, 원고들은 실질적으로 민간위탁 기간 17년 동안도 공무직으로 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AE 노조와 피고 사이의 단체협약에 따르면 피고 소속 공무직 경력을 100% 호봉에 반영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므로, 위 17년간의 수탁회사 근무기간을 공무직 경력에 산입하면 원고들은 2018~2020년 사이 별지 3 목록 ‘받아야 할 총액’란 기재 연간 임금을 받았어야 하는데, ‘실제 받은 총액’란 기재 돈 밖에 받지 못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그 차액에 해당하는 별지 3 목록 ‘총청구금액’란 기재 각 돈 및 그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판단
주위적 주장에 따른 청구에 대한 판단
살피건대, 이 부분 원고들의 청구는 직권면직 당시 피고가 ① 정부 차원의 공무원 급여 인상률에 따른 임금 인상과 ② 계속 근무연차 누적에 따라 정규 공무원의 호봉 승급분에 상응하는 임금 인상 모두를 보장해주겠다고 약속하였음을 전제로 하나,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원고들의 정년에 이르기까지 ①, ②에 해당하는 임금 인상 모두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갑 제3 내지 7, 10 내지 12, 1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해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매년 위탁 단가 인상을 통하여 위 ①에 해당하는 수준의 보수 인상이 이뤄지도록 사후적으로 배려한 것을 넘어, 그것을 직권면직 처분을 받아들이는 전제로 내세워 상호 합의가 이뤄졌다거나, 위 ②에 해당하는 호봉 승급분까지 반영하는 수준에서 매년 보수 책정을 해주겠다고 원고들에게 약속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피고가 원고들의 신분전환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검토한 자료에 따르면, 소규모법인(유한회사) 설립 방식으로 신분 전환을 할 경우 수전에 대한 단가로 실적급 보수가 산정되므로 장기 근속자의 실질 소득이 감소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제시되기도 하였다(근무연차에 따라 검침원 업무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므로, 수탁회사 방식을 취할 경우 마치 공무원처럼 정기적인 호봉 승급에 따른 보수 인상 효과를 주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매년 피고와 각 수탁회사 사이에 위탁업무 단가 계약을 체결한 내용을 보면, 물가상승률이나 공무원 급여 상승률 등을 반영한 보수 책정을 한 것은 사실이나, 이를 넘어 각 수탁회사 소속 검침원들의 연차까지 고려하여 호봉 승급분이 반영되도록 하는 내용으로 단가 계약을 체결한 적은 없다.
피고는 장기근속자가 많은 수탁회사에는 검침 업무에 따른 보수를 더 주는 내용으로 위탁 단가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단지 각 수탁회사별로 수령하게 되는 검침 업무 보수의 총액 중 일부를 ‘근속수당’ 등으로 떼어 내 장기근속자에게 더 지급하는 식의 장기근속자 우대조치를 취하는 수탁회사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취할 뿐이었다. 원고들도 위와 같은 피고의 수탁회사 운영방침 지도에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를 보면 적어도 피고가 원고들과의 사이에, 매년 공무원의 호봉 승급분에 해당하는 급여 인상까지 약속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와는 다른 전제에서 하는 원고들의 이 부분 청구는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
예비적 주장에 따른 청구에 대한 판단
쟁점의 정리
원고들은 수탁회사 소속으로 검침 업무를 수행한 17년 동안에도 형식상 수탁회사 소속으로 되어 있었을 뿐, 실질적으로는 피고로부터 직접 지휘·감독을 받으며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AE 노조와 피고 사이에 체결되어 원고들에게도 효력이 있는 단체협약에 따르면 공무직 근로자의 호봉 산정 시 과거 피고 소속 공무직 근로자로 일한 경력은 100% 반영되어야 함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기 위한 주요 쟁점은 피고와 각 수탁회사 사이의 검침 업무 위탁계약 및 원고들이 각 수탁회사의 대표이사, 이사, 사원이었던 관계에도 불구하고, ① 실질적인 관점에서 보면 피고와 원고들 사이에 근로기준법상 근로계약 관계, 즉 사용종속관계가 있었는지, ② 각 수탁회사는 사업주로서 독자성과 독립성이 없어 그 존재는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지 여부로 정리할 수 있다.
만약 위 두 가지 쟁점에 관하여 원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수탁회사 경력 17년 동안 원고들은 피고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에 있었다고 볼 수 있고, 위 단체협약에 따라 이는 원고들의 직전 ‘공무직 경력’으로 반영되어야 하므로, 별지 3 목록 기재와 같은 내용의 임금 차액 청구는 이유 있는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피고와 원고들 사이의 사용종속관계 인정 여부(= 긍정)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 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갑 제3, 6 내지 13, 17, 22, 23호증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AD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이 수탁회사의 대표이사, 이사, 사원 등의 지위에서 수탁회사를 통하여 피고(계약의 직접 상대방은 피고 산하 상수도사업본부 또는 그 산하 지역사업소이다)와 위·수탁계약을 맺는 형식을 취하기는 하였으나, 실질적으로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 소속 기관인 상수도사업본부에 검침업무 등의 근로를 제공하는 관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 산하 기관과 수탁회사 사이에 작성된 각 위·수탁계약서에는 “수탁업무를 처리하는 을(각 수탁회사를 뜻함)과 을의 사원의 자격기준 및 기간 등 필요사항은 ’업무처리 지침서‘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업무처리 지침은 피고가 별도로 정하는 것으로 하였다. 수탁회사의 내규 역시 피고가 일방적으로 작성하여 수탁회사와 그 사원들(검침원들)로 하여금 그대로 따르도록 했다. 원고들의 신분을 전환하면서 소규모 수탁회사를 설립하여 그 회사와 위·수탁계약을 맺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에 위와 같은 형식으로 작성되었을 뿐이지, 피고가 일방적으로 정하면 수탁회사 소속인 원고들은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점, 수탁회사의 사원이자 검침원이 될 수 있는 자격까지 피고가 정하고 있는 점, 검침원들의 업무의 내용, 처리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계약과 그에 따른 규정, 내규안 등은 실질적으로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근로계약관계를 규율하는 취업규칙, 복무규정과 다를 바가 없다.
피고 소속 기관인 상수도사업본부가 작성하여 각 수탁회사로 하여금 따르도록 한 ’민간위탁 업무처리지침서(앞서 본 위·수탁계약에 따르면 이 지침의 제정 권한은 피고에게 있다)‘의 주요 내용을 보면, ① 수탁회사의 사원(검침원) 근무일 및 근무시간은 지역사업소의 근무일 및 근무시간에 준하고, ② 수탁회사 사원(검침원) 1인당 관리수전은 2,600전을 초과할 수 없으며, ③ 상·하수도 검침 업무의 구체적인 내용(수도계량기 검침 원칙 및 요령, 해당 업무를 수행하여야 하는 기간, 고지서 송달 업무 등의 구체적인 업무 흐름, 민원인 응대 요령 등)은 각 지역사업소장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행하여야 하고, ④ 수탁회사 사원들은 모두 지역사업소장이 발급하는 검침원 신분증을 상시 패용하여야 하며, ⑤ 수탁회사 사원에게, 지역사업소장이 정한 해고 또는 징계사유가 있으면 수탁회사에 그에 따른 해고 또는 징계를 요구할 수 있는데 수탁회사는 이에 따라야 할 뿐만 아니라(갑 제7호증의4 위·수탁변경계약서 첨부 업무처리지침서 23쪽에는 사원 해고 및 징계기준이라고 하여 각 비위행위별 징계양정의 수준까지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⑥ 상수도사업본부장이나 지역사업소장의 교육소집이 있을 때 수탁회사의 사원은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등 피고가 사실상 원고들의 근무시간과 근무장소, 업무수행의 구체적인 방법, 징계사유 등을 모두 정하고 원고들은 여기에 구속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수도검침 업무의 공공성과 상수도사업본부- 수탁회사 사이의 특수한 관계를 충분히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은 그 업무의 공공성을 유지하는 데에 꼭 필요한 수준을 훨씬 초과하여 피고로부터 상당한 수준의 지휘·감독을 직접 받아왔다고 볼 수 있다.
피고는 아래와 같이(위 업무처리지침서 25쪽 내용 갈무리), 원고들에게 업무수행에 필요한 장비와 비품, 업무공간, 전기 및 수도 공과금을 무상으로 지원하였다. 따라서 원고들도 17년 간의 수탁회사 근무기간 동안 상수도사업본부의 각 지역사무소와 별도의 공간에서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적은 단 하루도 없다.
원고들이 수탁회사로부터 받은 보수 역시 사실상 피고가 정해 준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왜냐하면 피고는 원고들이 각자 담당하는 수전의 수를 정해주었고, 그에 상응하여 검침 업무, 고지서 배부 업무, 민원 응대 업무 등에 일정한 보수 요율도 정했다. 원고들이 실제로 지급받는 보수는 위와 같이 피고가 정한 계산방법에 의해 계산되어 지급되었을 뿐 수탁회사와 원고들 사이에 보수 배분에 관한 어떤 협상이나 내부 조정 등이 이뤄진 바 없다. 한편 피고의 권고에 따라 원고들이 위와 같이 단가로 계산된 보수의 일부씩을 떼어 내 근속수당의 형태로 재분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으나, 통상적인 근로계약에 따른 임금 지급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형태의 수당 체계를 갖는 것은 결코 낯설지 않다. 따라서 이를 근로계약과는 구별되는 별도의 수탁사업의 이득 분배 방식을 표상하는 징표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결국 원고들은 피고가 정해 주는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고, 피고가 계산방법을 정하여 수탁회사를 통해 지급하는 보수를 나눠받은 것이어서, 근로 그 자체의 대상적 성격의 돈이 지급되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검침원 1인당 배정받을 수 있는 수전의 수와 각 업무별 단가가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수탁회사의 사원 지위에 있던 원고들이라도 대략 한 달에 받을 수 있는 보수의 수준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으며, 이는 근로계약에서 통상 나타나는 기본급이나 고정급을 이름만 달리 붙인 형태의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각 수탁회사에 결원이 발생할 경우 수탁회사는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스스로 결정할 권한이 없었다. 피고와 맺은 위·수탁계약 및 업무처리지침서에 따라 일단 수탁회사 내에서 (담당 수전 조정 등으로) 해소하여야 하고, 그게 곤란하면 수탁회사 간 사원을 주고받는 것으로 조정하며, 그래도 안되면 수탁회사(유한회사)의 사원 지위를 갖지 않는 계약직 직원을 뽑을 수 있는데, 그마저도 지역사업소장과 사전협의를 하여야 한다. 계약직 채용 과정에서도 지역사업소장은 직무수행 능력, 금품수수여부 등을 확인하여 정당하게 직원 채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도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 이는 여러 사업장을 가지고 있는 사용자가 그 소속 근로자의 결원 시 일단은 업무조정에 의하고, 그래도 안 되면 전환배치, 대체인력 고용 순으로 업무처리를 하는 것과 유사하다. 수탁회사는 소속 사원들의 인사기록카드를 2부 작성하여 그중 1부는 지역사업소장에게 통보하도록 하기도 했다.
수탁회사의 존재는 명목상의 것에 불과한지(= 긍정)
지방자치단체와 수도검침원들 개인 사이에 직접 도급계약, 업무위탁계약 등이 맺어진 상태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지휘·감독 하에 검침업무 등을 수행하도록 한 사안에서 여러 하급심이 위 2)항에서 본 바와 같은 내용과 유사한 사정들을 들어 지방자치단체와 수도검침원 사이에 사용·종속 관계가 인정되어 각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는 판결을 선고한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창원지방법원 2020가합52262 판결 및 그 항소심인 부산고등법원(창원재판부) 2021나12073 판결,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2020가합11837 판결, 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 2021가합1076 판결,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2019가합51231 판결 등 다수].
다만 이 사건은 형식상 지방자치단체인 피고가 원고들 개인과 직접 도급 또는 위탁계약을 맺은 사례가 아니라, 수도검침원들로 하여금 수탁회사를 설립하도록 해서 그 수탁회사와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고 수도검침원들은 그 수탁회사의 사원들이 된 사례이다. 따라서 위 2)항에서 본 사용종속관계 이외에 중간에 끼어서 이른바 ’간접고용‘의 형태를 만들어 낸 수탁회사의 존재가 단지 명목상의 것에 불과한지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원고용주에게 고용되어 제3자의 사업장에서 제3자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제3자의 근로자라고 할 수 있으려면, 원고용주는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하여 제3자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할 수 있는 등 그 존재가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사실상 당해 피고용인은 제3자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으며,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자도 제3자이고, 또 근로제공의 상대방도 제3자이어서 당해 피고용인과 제3자 간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다고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2020. 4. 9. 선고 2019다267013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수탁회사의 존재는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원고들은 수탁회사의 사원 지위에서 수도검침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간접고용의 형태로 피고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
원고들의 소속 전환을 위해 2001년 무렵 검침원들을 구성원으로 설립한 각 수탁회사의 초기 자본금 1,000만 원을 검침원들이 나누어 부담한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회사 설립 절차와 그에 따른 비용(법인 설립 및 등기를 위한 법무사 위임 비용 등)은 모두 피고 측이 지원하였다. 수탁회사 소속으로 전환되는 시기를 전후하여 원고들의 근무장소와 지급 비품 등이 바뀐 것은 없었고, 신분이 위와 같이 전환되었다는 것을 제외하고 원고들의 다른 근무 환경은 달리지지 않았다(집기와 비품, 사무공간 등을 피고가 모두 무상으로 제공하였음은 앞서 2)항에서 자세히 본 바와 같다).
피고는 위와 같은 지원 이외에도 수탁회사에 매년 일정한 업무량을 보장하였고 각 업무별로 책정하는 단가를 물가상승률과 공무원 임금 인상률에 상응하여 매년 올려주었다. 수탁회사는 위와 같이 업무장소와 집기, 비품, 공과금 등을 모두 피고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므로 별도의 경상비 지출이 필요하지 않았다. 대표이사와 이사 등 경영진 역시 다른 사원들과 똑같이 검침업무를 수행하고 그에 따른 보수를 다른 사원들과 똑같은 조건으로 나눠 받아간 검침원들이었다. 대표이사나 이사라고 해서 별도로 관리업무에 대한 대가를 받아가지 않았다(다만 회계업무 담당자 한 명 정도를 두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탁회사는 아무런 사업상의 위험을 부담하는 것 없이 일정한 수입을 올렸다.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며 그에 상응하는 이윤을 창출하는 전형적인 기업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이를 종합하면 수탁회사는 단순히 검침원들이 각각 수행하는 업무의 대가를 피고로부터 수령함에 있어, 이를 회사 단위로 받아다가 다시 배분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형식상 마련한 일종의 ’도관‘과 유사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수탁회사가 피고로부터 받은 업무의 대가는 결국 그 회사의 사원인 개별검침원들이 피고에게 수도검침 업무 등 근로를 제공하고 받아야 할 대가의 총합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수탁회사가 위탁사에 어떤 집단적으로 조직된 노무를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등의 손실 위험을 감수하는 데 따른 대가로서 일정한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볼만한 요소는 발견하기 어렵다.
상하수도 사업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독점하고 있다. 그러므로 각 수탁회사가 AC시를 기반으로 검침 업무 등을 수행한다고 하였을 때 피고 이외에 달리 그 용역을 공급할 대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다른 지자체 역시 검침 업무를 전속 검침원들에게 도급계약 방식으로 수행하도록 하거나 공무직 근로자를 고용하여 자체적으로 처리하고 있을 뿐 해당 업무를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위탁하는 등의 사례는 찾기 어렵다. 따라서 수탁회사는 오로지 피고로부터 검침업무를 위탁받는 것이 유일한 사업의 방편이고, 만약 수탁회사 소속 사원들인 검침원들이 피고에 대한 종속적 관계에서 검침업무 등을 지속적으로 수행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존립의 근거가 없는 사업체이다.
앞서 본 위·수탁계약의 주요 내용, 업무처리 지침서, 피고가 정해 준 각 위탁회사 내규안 등을 고려하면 수탁회사가 그 회사 운영과 검침원들에 대한 노무 관리 등에서 자율성을 갖는 영역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이다. 수도검침업무가 갖는 공공성 등을 충분히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와 원고들 사이의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수탁회사의 존재를 들어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부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와의 근로계약관계가 인정된 다른 지자체 소속 수도검침원들과의 형평에도 어긋난다.
수탁회사 소속 기간 17년간 원고들의 지위(= 피고 소속 공무직 근로자)
위 2), 3)항의 판단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수탁회사의 대표이사, 이사, 사원의 각 지위에서 수도검침원으로 일한 17년 동안, 원고들은 피고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앞서 본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는 원고들이 수탁회사 소속 사원들로 근무하는 경우에도 지방공무원 정년까지는 수탁회사에 대한 위탁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고용을 보장하기로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와 원고들 사이의 위 묵시적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공무직 근로자가 지방자치단체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를 뜻하는 점을 더하여 보면, 원고들은 위 17년 동안 피고 소속 공무직(일부 기간은 같은 지위의 근로자에 대하여 ’무기계약직‘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인정된다.
단체협약의 적용(= 위 기간을 호봉 산정에 반영)
피고가 2018년 무렵 공무직 전환 시 원고들에 대하여 호봉제 임금체계를 적용하기로 한 사실, 원고들과 각 체결한 협약에서 그 호봉에 ’공무원‘ 경력을 포함하고, 추후 다른 공무직 근로자들의 예에 준하여 급여 등 처우를 개선하기로 약속한 사실, AE 노조와 피고가 2018년 단체협약으로 수도검침원인 원고들의 공무직 근로자로서의 호봉을 산정할 때 공무원 경력 뿐만 아니라, 피고 소속 공무직 근로자로 일한 경력이 있다면 이를 100% 반영하기로 정한 사실(위 단체협약은 2018. 11. 무렵 체결되었으나 앞서 피고가 한 약속들에 비추어 보면 2018년 호봉 산정에 소급 적용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원고들이 위 단체협약의 적용 대상인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들이 형식상 수탁회사 소속에서 명시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한 공무직 근로자 신분으로 전환될 때의 호봉 산정에는 위 17년 동안의 수탁회사 소속 근무 경력도 ’공무직 근로기간‘에 준하여 반영되어야 한다.
그 기간을 호봉에 반영하여 2018~2020년 사이의 원고들 급여를 재산정하면 별지 3 목록 ’받아야 할 총액‘란 기재 돈과 같이 계산되는 점에 관하여는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의 예비적 주장에 근거한 청구에 따라, 별지 3 목록 각 원고란 기재 원고들에게 각 과소지급 임금으로 같은 목록 ’총청구금액‘란 기재 각 돈 및 이에 대하여 각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2021. 1. 21.부터 이 판결 선고일(2022. 7. 20.)까지는 민법으로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에 대한 원고들의 청구는 위와 같이 이 법원에서 변경한 예비적 주장에 따른 청구의 범위 내에서 인용하여야 할 것이다.
제1심은 결과적으로 이와 일부 결론이 달라 부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의 원고들과 피고에 대한 부분 중 위 예비적 주장에 따른 청구 인용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 각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위 금원의 지급을 명하며, 원고들의 나머지 항소는 기각한다.
판사 최인규(재판장) 김진환 차기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