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가 2019. 7. 9. 원고 A에게, 2019. 10. 30. 원고 B에게 한 각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농촌진흥법 제3조, 지방자치법 제126조, 제주특별자치도 행정기구 설치 및 정원 조례 제2조 제1항에 의하여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이하 ‘피고 기술원’이라 한다)을 설치․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이고, 원고들은 피고 기술원의 C과(현재 D과) 소속으로 채소 작물 신품종 개발 등 농업 연구사업과 관련하여 연구보조원으로 근무한 자들이다.
피고와 사이에 원고 A은 아래 표 1 순번 1 내지 12 기재와 같이, 원고 B은 순번 13 내지 23 기재와 같이 각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하였다. 각각의 근로계약서에는 아래 표 1 ‘연구사업’란 기재 각 사업, 연구 또는 업무 등에 관하여 원고들을 채용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이하 위 각 근로계약을 통틀어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이라 하고, 개별 계약을 지칭할 때에는 아래 표 1의 순번에 따라 ‘이 사건 순번 ○ 근로계약’이라 한다).<1>
원고 A은 아래 표 2 순번 1 내지 6 기재와 같이, 원고 B은 순번 7 내지 9 기재와 같이 이 사건 각 근로계약 사이의 공백기간 중에 다른 기관 또는 법인에 소속되어 있었다(이하 피고 기술원이 아닌 다른 기관 등에 소속되어 있던 기간을 ‘이 사건 타 기관 근무기간’이라 한다).
피고는 2013. 12. 23. ‘R 채용 공고’를 한 이래(위 표1 중 ’G 사업‘에 해당함), 공개채용절차를 통해 기간제근로자를 채용하였고, 2017. 12. 12.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가이드라인‘에 따라 정규직 전환 심의를 거쳐 정규직 전환 대상자를 발표하였는데, 원고들은 전환 대상에 포함되지 아니하였다.
피고는 2019. 7. 9. 원고 A에게 2019. 7. 31.부로, 2019. 10. 30. 원고 B에게 2019. 11. 30.부로 각 계약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근로계약이 해지된다고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각 해지 통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 32, 38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내지 3, 8, 10, 11호증의 각 기재, 제1심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문서제출명령 결과, 당심의 충남농업기술원 O연구소, Q대학교 산학협력단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 주장의 요지
원고들의 주장
주위적 청구
원고 A은 2003. 7.경부터, 원고 B은 2009. 9.경부터 피고와 기간제 근로계약을 계속 반복하여 체결하였는데, ① 전체 근로기간 동안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의 연구사업만을 수행한 것이 아니었고, 원고 A은 S와 T의 육종 사업을, 원고 B은 U과 V의 육종 사업을 주로 수행하여 왔는바, 피고는 형식적으로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하여 원고들을 고용한 것이고, ② 반복 체결된 근로계약 사이에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공백기간이 있으나, 그 기간이 전체 근로기간에 비하여 길지 않고 공백기간이 발생한 경위 등을 고려하면 근로관계의 계속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원고들은 계속 근로한 총 기간이 2년을 초과하였고,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 제1호의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되었고, 이 사건 각 해지 통보는 부당해고에 해당하여 위법․무효이다.
설령 원고들이 기간제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고들로서는 재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을 가지고 있는데 피고가 합리적 이유 없이 이 사건 각 해지 통보를 하여 갱신계약의 체결을 거절하였으므로, 이는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위법․무효이다.
예비적 청구
이 사건 각 해지 통보가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원고 A에게 계속근로기간 2003. 7. 15.부터 2019. 7. 31.까지에 대한 퇴직금 29,291,832원, 원고 B에게 계속근로기간 2009. 9. 1.부터 2019. 11. 30.까지에 대한 퇴직금 18,500,162원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주위적 청구에 관하여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은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로서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 제1호에 해당하고, 이 사건 각 근로계약 사이에 상당한 단절이 존재하는 등 근로관계의 계속성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원고들의 계속 근로한 총 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도 않으므로, 원고들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의제된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각 근로계약서에는 무기계약직 전환 제외 업무로서 사업이 종료됨과 동시에 근로관계가 종료된다는 점이 명시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원고들의 갱신기대권도 인정되지 않는다.
예비적 청구에 관하여
이 사건 각 근로계약 사이에 계속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각각의 계약기간을 합산하여 퇴직금을 구하는 원고들의 예비적 청구도 이유 없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각 근로계약마다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퇴직금을 지급하였으므로 미지급 퇴직금은 없다. 설령 미지급 퇴직금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판단
관련 법리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고 한다) 제4조는 제1항 본문에서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 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면서, 제1항 단서에서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예외를 규정하고 있고, 제2항에서 “사용자가 제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 제1호에 따라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란 건설공사, 특정 프로그램 개발 또는 프로젝트 완수를 위한 사업 등과 같이 객관적으로 일정 기간 후 종료될 것이 명백한 사업 또는 특정한 업무에 관하여 그 사업 또는 업무가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까지로 계약기간을 정한 경우를 말한다.
기간제법의 시행으로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2년의 기간 내에서만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고, 기간제근로자의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할 경우 기간제근로자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되는 점, 기간제법 제4조의 입법 취지가 기본적으로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려는 데에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사용자가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하여 형식적으로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반복․갱신하여 체결하였으나 각 근로관계의 계속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 제1호에 따라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이때 사용자가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하여 형식적으로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반복․갱신하여 체결하였으나 각 근로관계의 계속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는 각 근로계약이 반복․갱신하여 체결된 동기와 경위, 각 근로계약의 내용, 담당 업무의 유사성, 공백기간의 길이와 발생 이유, 공백기간 동안 그 근로자의 업무를 대체한 방식 등 관련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다255910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기간제법 규정의 형식과 내용,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반복하여 체결된 기간제 근로계약 사이에 근로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공백기간이 있는 경우에는, 공백기간의 길이와 공백기간을 전후한 총 사용기간 중 공백기간이 차지하는 비중, 공백기간이 발생한 경위, 공백기간을 전후한 업무 내용과 근로조건의 유사성, 사용자가 공백기간 동안 해당 기간제근로자의 업무를 대체한 방식과 기간제근로자에 대해 취한 조치, 공백기간에 대한 당사자의 의도나 인식, 다른 기간제근로자들에 대한 근로계약 반복․갱신 관행 등을 종합하여 공백기간 전후의 근로관계가 단절 없이 계속되었다고 평가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린 다음, 공백기간 전후의 근로기간을 합산하여 기간제법 제4조의 계속 근로한 총 기간을 산정할 수 있는지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10. 17. 선고 2016두63705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에서 든 증거, 갑 제9 내지 14, 16 내지 29, 33 내지 35, 37, 39, 40호증, 을 제4, 6, 9, 14, 15, 17 내지 23호증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W, X, 당심 증인 Y, Z의 각 일부 증언, 제1심의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각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하여 형식적으로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을 원고들과 반복․갱신하여 체결하였고, 비록 이 사건 각 근로계약 사이에 이 사건 타 기관 근무기간을 포함한 공백기간이 있지만 적어도 원고 A의 경우 이 사건 순번 3 근로계약부터(2010. 4. 1. 이후), 원고 B의 경우 이 사건 순번 15 근로계약부터(2011. 4. 4. 이후)는 공백기간 전후의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가 단절 없이 계속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사건 각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연구사업에 관하여
이 사건 각 근로계약에서 원고들의 업무가 특정 연구사업과 관련되어 있음을 명시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해당 연구사업은 모두 채소 작물의 신품종 개발 및 연구 등을 그 내용으로 하는바, 피고는 채소 작물의 신품종 연구 등에 대하여 그 과제 수행기간을 10년 내외의 장기로 하여 연구개발계획서를 작성하였고, 실제로 하나의 작물에 대해서 그 연구사업이 장기간 이루어졌다. 원고들과 피고는 하나의 연구사업에 관하여 근로계약을 반복하여 체결하기도 하였는데, 근로계약서상 원고들이 수행하는 업무는 동일하거나 약간의 차이만이 있었을 뿐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이 사건 각 근로계약상 연구사업이 객관적으로 일정 기간 후 종료될 것이 명백한 사업 또는 특정한 업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그 연구사업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까지로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의 계약기간을 정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이 사건 각 근로계약에 기재된 연구사업은 대부분 정부공동연구사업에 해당하는데, 해당 사업에 대한 승인 및 예산 배정이 보통 1년 단위의 기간을 정하여 진행되고, 지원되는 연간 예산 한도가 있음에 따라 피고가 그 범위 내에서 원고들을 고용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는 이를 근거로 이 사건 각 근로계약에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 제1호가 적용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뒤에서 보듯 원고들이 실제로 수행한 업무가 이 사건 각 근로계약상 연구사업에 한정되지 아니하였고, 원고들은 피고 기술원 소속 농업연구사들이 상시 수행하는 각종 사업 또는 연구를 보조하였던 점, 원고 A의 경우 이 사건 각 근로계약에 명시되지 않은 S 관련 작업을 더 많이 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각 근로계약에 기재된 각종 사업이 해를 거듭하여 단절 없이 계속되는 경우에도 피고는 원고들과 1년 미만으로만 근로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공백기간이 생기도록 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은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 제1호에서 정한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피고 기술원은 정부공동연구사업으로 채택될 경우 예산을 지원받아 연구보조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였는데, 결국 연구보조원들에게 지급할 급여를 피고의 재원이 아닌 정부공동연구사업을 통해 지원받는 예산으로 지급하기 위하여 정부공동연구사업에 원고들을 참여자로 기재하고 이에 부합하도록 이 사건 각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도 보인다.
원고들이 실제 수행한 업무의 내용에 관하여
원고들과 같은 연구보조원들은 특정 농업연구사에 사실상 전속된 것과 같이 특정 농업연구사가 연구보조원들의 복무내용, 근태 등을 관리하면서 연구보조원의 업무를 지휘․감독하였는데, 이 사건 각 근로계약 기간 전반에 걸쳐 주로 원고 A은 농업연구사 W의, 원고 B은 농업연구사 Y의 지휘․감독을 받았다. 그런데 피고 기술원의 농업연구사는 이 사건 각 근로계약상의 연구사업만을 수행한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연구사업을 동시에 수행하였고, 피고 측 증인인 AA, Y의 각 일부 증언에 의하여도, 원고들은 해당 근로기간에 근로계약상 연구사업 외에 담당 농업연구사가 수행하는 각종 연구사업을 전반적으로 보조하였다.
담당 농업연구사들은 원고들에게 집중적으로 관리할 작물을 지정하였는데(원고 A의 경우 S, 원고 B의 경우 U과 V), 해당 작물과 이 사건 각 근로계약상 연구사업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이 사건 각 근로계약상 연구사업이 달라지더라도 원고들의 담당 농업연구사, 담당 농업연구사의 연구 보조라는 원고들의 업무, 원고들이 주로 담당하는 작물의 종류 등은 변경되지 아니한 채 일정하였다. 즉,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이 수차례 반복하여 체결되었음에도 원고들이 수행하였던 업무가 실질적으로 달라지지는 않았고, 이는 뒤에서 보듯 이 사건 타 기관 근무기간에도 마찬가지였다.
원고들은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의 연구사업명과 관계없이 동일한 장소, 즉 제주시 애월읍 상귀남길 16길에 있는 피고 기술원의 AB(이하 ‘이 사건 AB’이라 한다)에서 계속해서 근무하였다.
관련하여, 원고 A이 작성한 영농일지(갑 제9, 10호증)는 원고 A이 2010. 3. 29.경부터 2019. 7. 29.경까지 일지 형식으로 근로내용을 기록한 것으로, 그 내용을 보면 원고 A이 수행한 작업은 주로 이 사건 각 근로계약상 연구사업과 무관한 S와 관련되어 있고,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의 연구사업에 해당하지 않는 각종 연구보조업무를 수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피고는, 영농일지의 내용이 허위라거나 다른 연구보조원들의 업무 내용까지 기재되어 있어 원고 A이 수행한 업무를 파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영농일지에 날짜 등 일부 사실과 다른 기재가 있더라도 단순 오기로 보일 뿐인 점(피고는 원고 A이 월차를 사용한 날에도 영농일지에 기재가 있다고 주장하나,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오히려 원고 A의 월차 사용 내역에 관한 피고의 증거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 사후에 꾸며냈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같이 작업을 한 다른 근로자들의 성명, 수행한 작업 내용 등이 매우 구체적이고 그 양이 방대한 점, 영농일지의 기재가 제1심 증인 W가 진술한 시기별 S 육성 과정, 다른 연구보조원인 Z가 작성한 작업일지의 내용 및 피고 기술원이 개최한 현장평가회의 일정 등과 부합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 내용을 믿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원고 A이 근무기간 동안 수행한 업무의 내용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원고들이 소속되어 있던 피고 기술원의 C과의 업무는 채소류 품종육성 및 지역적응성에 관한 연구 등으로 C과의 업무 자체가 채소류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는 것인 점, 연구개발국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41.6명의 연구직, 37.6명의 공무직이 82.5개의 과제를 수행하였는바, 원고들을 포함한 연구보조원들이 특정 사업에 참여자가 되지 아니한 상태로 피고 기술원에서 근무한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장시간이 소요되는 각종 연구 업무를 상시적으로 수행하고 동시 다발적으로 다수의 연구사업을 진행하는 피고 기술원의 입장에서는 이 사건 각 근로계약에 특정된 연구사업뿐만 아니라 다른 연구와 관련된 업무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원고들과의 근로계약을 계속 유지하여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근로계약 갱신 등에 관하여
원고 A은 기간제법 시행 이전을 포함하여 2003. 7. 15.부터 2019. 7. 31.까지 약 16년 동안, 원고 B은 2009. 9. 1.부터 2019. 11. 30.까지 약 10년 동안 피고 기술원에서 근무하였고, 원고 A은 12차례, 원고 B은 11차례 피고와 근로계약을 반복하여 체결하였는바, 총 근로기간 및 계약체결 횟수가 상당하다.
원고들은 비공개 채용되어 여러 차례 같은 조건으로 계약이 갱신되어 오다가, 2014년 이후 공개채용을 거쳐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공개채용의 우대조건으로 ‘농업관련 기관이나 기업체 근무 경력자’가 포함되어 있어 원고들에게 유리하였고, 실제로 원고들은 공개채용 과정에서 예외 없이 선발되었을 뿐만 아니라, 2019년까지 2018년도의 1건을 제외하고 전년도 근무자가 공개채용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없었다.
피고는 2007년경 원고들과 같은 연구보조원 중 일부를 기간제근로자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였는데, 전환된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업무와 원고들의 업무 사이에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피고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가이드라인‘에 따라 2017년 피고 기술원의 C과에서 근무하던 기간제근로자 중 2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였는데, 정규직 전환 여부에서 결정적인 기준이 된 것은 기간제근로자와 체결한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사업이 일정 기간 경과 후 종료될 것이 명확한지 여부였는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사업과 연구보조원들이 실제로 수행한 업무가 일치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기준이 합리적이었다고 볼 수도 없다.
사용자인 피고가 원고들과 기간제 근로계약을 반복 체결하였음에도 임금 등 근로조건과 업무 내용, 장소가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크게 변동되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근로관계가 형성되었다고 인정할 다른 사정을 찾아볼 수도 없다.
공백기간에 관하여
이 사건 각 근로계약 사이에는 원고들이 휴직하거나 다른 기관에 소속된 공백기간이 존재하고, 이를 정리하면 아래 각 표의 기재와 같다.
2017. 2. 1. ~ 2017. 12. 20. 피고
2017. 12. 21. ~ 2018. 3. 1. 근로이력 없음(약 2개월 9일)
2018. 3. 2. ~ 2018. 12. 31. 피고
2019. 1. 2. ~ 2019. 1. 31. P(약 30일)
2019. 2. 1. ~ 2019. 7. 31. 피고
우선, 원고 A이 충남농업기술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 원고 B이 Q대학교 산학협력단에 각각 소속된 기간에 대해서 본다.
원고 A이 2013. 4. 1.~2013. 12. 31. 충남농업기술원 소속의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로 등재된 사실, 충남농업기술원과 피고 기술원이 공동으로 수행하는 연구사업에 참여자였던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당심의 사실조회에 대해 충남농업기술원은 원고 A과 위 기간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고, 원고 A에게 근로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회신하였다. 오히려 해당 기간에도 원고 A은 이 사건 AB으로 출근하였고, 피고 기술원 소속 농업연구사가 원고 A의 출근 등 근태를 관리하였다. 나아가 원고 A은 위 기간 동안 해당 연구사업(U과 관련된 연구사업으로, 피고 기술원에서는 Y가 해당 연구사업에 책임연구자로 참여하였는데 Y가 해당 연구사업과 관련하여 원고 A에게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하였던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과 무관한 W가 진행하는 연구사업(S와 관련된 연구사업)에 관하여 W로부터 지시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였다.
원고 A이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 소속되었던 기간에 대해서 보건대, 원고 A은 위 기간 중에도 이 사건 AB에 출근하였고 피고 기술원 소속 농업연구사가 원고 A의 출근 등 근태를 관리하였으며,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측에서 원고 A에게 직접적인 지휘․감독, 업무 지시 등을 하지 않았다. 나아가 원고 A은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 소속되었음에도 피고 기술원에 소속되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W 등 피고 기술원 소속 농업연구사의 지시를 받아 해당 농업연구사들이 수행하는 연구사업을 보조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 A뿐만 아니라 피고 기술원에서 연구보조원으로 근무하였던 Z 역시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 소속되었던 기간에도 국립원예특작과학원으로부터 직접적인 업무 지시를 받지 아니하였고 이 사건 AB에 출근하여 W의 연구사업을 보조하였다. (3) 원고 B이 Q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소속되었던 기간에 대해서 보건대, 원고 B이 피고 기술원과 Q대학교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연구사업에 참여자가 되었는데 그 연구사업의 개발비를 Q대학교 산학협력단이 관리함에 따라 원고 B은 Q대학교 산학협력단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이다(해당 연구사업에 Y가 참여하였다). 원고 B은 위 기간 중에도 이 사건 AB에 출근하였으며, Y가 원고 B의 출근 등 근태를 관리하였고, Q대학교 산학협력단 측에서 원고 B에게 별다른 지휘․감독, 업무 지시 등을 하지 않았다. 나아가 원고 B은 위 기간 동안 해당 연구사업과 무관한 피고 기술원의 다른 연구사업을 보조하는 업무도 수행하였다. 원고 B과 마찬가지로 Q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소속되었음에도 Y의 지시를 받아 이 사건 AB에서 근무하면서 Y의 연구를 보조한 연구보조원들이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고, 연구보조원들의 소속이 피고 기술원인지 아니면 Q대학교 산학협력단인지에 따라 그 업무가 뚜렷하게 구분되지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 A의 경우 이 사건 순번 3 근로계약 시작일부터(2010. 4. 1. 이후) 이 사건 순번 12 근로계약의 만료일까지(2019. 7. 31.까지) 9년 이상의 기간 동안, 원고 B의 경우 이 사건 순번 15 근로계약 시작일부터(2011. 4. 4. 이후) 이 사건 순번 23 근로계약의 만료일까지(2019. 11. 30.까지) 8년 이상의 기간 동안 충남농업기술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또는 Q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소속된 기간을 제외하면 피고와의 근로관계가 단절된 기간이 대부분 매 1년 기준 3개월을 넘지 않는다. 원고 A의 경우 2012.
10. 1.부터 2013. 3. 31.까지 약 6개월 동안 단절된 기간이 있기는 하지만 원고 A의 위 기간 전후의 총 근로기간을 고려하면 위 기간을 단절기간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원고들의 공백기간은 이 사건 타 기관 근무기간을 제외하면 동절기에 집중되어 있다. 피고 기술원이 수행하는 연구사업이 채소 작물 개발 등에 관한 것으로,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의 내용 등을 고려하면 그 공백기간은 계절적 요인 등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의 성격에 기인한 것으로도 보인다. 나아가 피고 기술원이 원고들의 공백기간 동안 다른 연구보조원을 채용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고, 공백기간 후 예외 없이 원고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원고들은 동일한 근무장소인 이 사건 AB에서 유사한 업무를 계속해서 수행하였다는 점에서 원고들과 피고 모두 공백기간을 대기 기간 또는 재충전을 위한 휴식 기간으로 인식했다고 볼 여지도 상당하다.
특히나 이 사건 각 근로계약에 기재된 연구사업이 해를 거듭하여 단절 없이 계속되는 경우에도 피고는 원고들과 정부공동연구사업과 자체사업(도비)을 구분하지 않고 1년 미만으로만 근로기간을 정하는 한편, 최대 약 3개월의 간격을 두고 다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처럼 사업기간과 근로기간이 일치하지 아니하고, 1년 미만으로 근로기간을 설정한 특별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피고가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적용을 회피할 목적으로 원고들과 1년 미만의 계약기간을 설정하고 반복하여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볼 여지도 상당하고, 그 결과 공백기간이 발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백기간에도 원고들은 피고 기술원의 요청에 따라 피고 기술원에 출근하여 일시사역을 하기도 하였다.
소결
앞에서 판단한 바와 같이 적어도 원고 A의 경우 이 사건 순번 3 근로계약부터(2010. 4. 1. 이후), 원고 B의 경우 이 사건 순번 15 근로계약부터(2011. 4. 4. 이후)는 공백기간 전후의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가 단절 없이 계속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바, 그 근로기간을 합산하여 기간제법 제4조의 계속 근로한 총 기간을 산정하면, 이 사건 각 해지 통보 당시 원고들의 계속 근로 총 기간은 2년을 초과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들은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되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각 해지 통보는 원고들이 여전히 기간제근로자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한 것으로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어 근로기준법 소정의 부당해고에 해당하므로 무효이고, 피고가 그 효력을 다투고 있으므로 원고들로서는 그 무효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원고들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보고 이 사건 각 해지 통보를 무효라고 판단한 이상, 원고들이 기간제근로자임을 전제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 및 원고들의 예비적 청구에 대해서는 따로 판단하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모두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다. 따라서 원고들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각 해지 통보, 즉 해고가 무효임을 확인하고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재신(재판장) 류지원 강동훈
각주1) 원고 A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 이전인 2003. 7. 15.부터 2004. 12.경까지, 2005. 1. 4.경부터 2006. 2. 25.경까지, 2006. 12.경부터 2007. 1.경까지도 피고에게 각각 근로를 제공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