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들은 피고 산하 D에서 근무하는 청원경찰들인데, 원고 A은 2014. 4. 9.경, 원고 B은 2015. 10. 22.경, 원고 C은 2016. 11. 14.경 각 임용되었다.
피고 산하 D을 상대방으로 하여, 원고 A은 2014. 4. 15. ㈜E 보안요원 경력에 대해, 원고 B은 2015. 10. 21. ㈜F 금융경비와 ㈜G 및 ㈜H 각 사원 경력에 대해, 원고 C은 2016. 10. 26. ㈜I 특수경비원과 ㈜J 사원 경력에 대해 각 경력증명서 등을 첨부하여 호봉획정을 위한 경력기간 합산신청을 하였고, D은 각 임용일은 기준일자로 하여 원고 A에 대하여는 2014. 4. 17. 3호봉으로, 원고 B에 대하여는 2015. 11. 17. 10호봉으로, 원고 C에 대하여는 2016. 11. 17. 6호봉으로 각 초임호봉을 획정하였다(이하 통틀어 '최초 호봉 획정'이라 한다).
한편, 원고들의 위 각 임용 당시는 물론 그 이후에도 D의 취업규칙상 청원경찰의 경력 산입에 관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았는데, 농촌진흥청은 2019. 9.경 국립축산과학원에 대한 감사과정에서 청원경찰의 경력 산입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하여 그 산하기관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였고, 그 결과 D은 2019. 11. 14. '청원경찰 초임호봉획정 시, 호봉 인정 비대상 경력(특수경비원, 보안경비 업무 등 민간업체 경력)을 유사경력으로 산정하였기에 이를 정정한다'는 사유로 청원경찰법 시행령 제11조 제1항 제3호 및 공무원 보수규정 제18조에 근거하여 원고들의 당초 호봉을 아래와 같이 정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호봉 정정행위'라 한다).
위와 같은 호봉정정에 따라 2019년 11월 기준으로, 원고 A의 호봉은 8호봉에서 6호봉으로, 원고 B의 호봉은 14호봉에서 7호봉으로, 원고 C의 호봉은 12호봉에서 5호봉으로 각 변경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4, 5호증, 을 제1 내지 8, 14, 15, 16호증(가지 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요지
청원경찰법 시행령 제11조 제1항은 청원경찰의 보수산정의 기준이 되는 경력의 최소한을 정하였을 뿐이고, 민간근무경력을 보수산정의 기준이 되는 경력으로 산입하기로 하는 내용이 관행으로 확립되어 근로조건에 내재된 경우까지도 민간근무경력의 호봉 반영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D에서는 민간근무경력을 청원경찰 보수산정을 위한 경력으로 인정하여 왔고, 이는 관행으로 확립되어 원고들과 D 사이의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근로조건화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는 청원경찰은 형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른 벌칙을 적용하는 경우와 청원경찰법과 같은 법 시행령에서 특별히 규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무원으로 보지 않는다. 따라서 D이 내재화된 근로조건을 무시하고 원고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호봉을 정정한 것은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2019년 11월부터 2021년 6월까지 기존의 호봉에 따라 지급받을 수 있었던 임금과 실제로 지급받은 임금의 차액과 반납금을 합한 청구취지 각 해당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의 본안전 항변 요지
청원경찰의 호봉은 법령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호봉 획정절차에 의해 정해지는 것으로서, 호봉의 획정은 그 임명권자가 개개 청원경찰의 호봉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행정행위에 해당하므로, 이를 정정한 이 사건 호봉 정정행위 또한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고들이 피고에게 최초 호봉에 따라 산정된 급여 및 반납금의 지급을 구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호봉 정정행위에 대해 항고소송을 제기하는 등으로 다투어 이를 취소시켜야 하고, 이를 다투지 않는 상태에서 곧바로 피고를 상대로 최초 호봉이 정당함을 전제로 미지급 임금 및 반납급의 지급을 구하는 것은 처분의 공정력에 반할 뿐만 아니라, 이미 제소기간이 도과하여 불가쟁력이 발생한 처분의 효력을 부인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국가기관에서 근무하는 청원경찰의 지위
청원경찰은 사용자이자 청원주인 국가와의 고용계약에 의한 근로자로서 원칙적으로 공무원 신분이 아니다(청원경찰법 제5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7조, 제18조). 다만 일정한 범위 안에서 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하는 등 그 업무수행에 공공성을 가지기 때문에, 시·도경찰청장의 사전승인을 받아 청원주가 임명하고(청원경찰법 제4조, 제5조, 동법 시행령 제2조, 제4조), 국가공무원법상의 임용결격자는 청원경찰로 임용될 수 없으며(청원경찰법 제5조 제2항), 일정한 신체조건 등 별도의 자격이 요구된다(청원경찰법 시행령 제3조 제2호, 같은 법 시행규칙 제4조). 청원경찰의 복무에 관하여는 국가공무원법상 복종 의무, 직장 이탈 금지 의무, 비밀 엄수 의무 및 경찰공무원법상 거짓 보고 등의 금지의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청원경찰법 제5조 제4항). 청원경찰의 신분은 형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른 벌칙의 적용과 청원경찰법 및 이 법 시행령에서 특히 규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무원으로 보지 않는다(청원경찰법 제10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18조). 국가기관에서 근무하는 청원경찰은 직무상 불법행위에 따른 배상책임에 있어 공무원으로 간주되나, 복무에 관하여는 국가공무원법 및 경찰공무원법이 준용되어 부과되는 의무를 제외하고는 당해 사업장의 취업규칙에 의한다(청원경찰법 시행령 제7조). 청원경찰은 형의 선고, 징계처분 또는 신체상·정신상의 이상으로 직무를 감당하지 못할 때를 제외하고는 그 의사에 반하여 면직되지 아니하고(청원경찰법 제10조의4 제1항), 나이가 60세가 되었을 때, 국가공무원법상의 임용결격사유에 해당될 때, 청원경찰이 배치된 시설의 폐쇄·축소로 인한 청원경찰의 배치가 폐지되었을 때 당연퇴직한다(청원경찰법 제10조의6).
이러한 청원경찰법 등 관련 법령의 내용을 고려할 때, 청원경찰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와의 고용계약에 의한 근로자로서 공무원 신분이 아니나, 그 업무의 공공성, 업무수행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사법상의 고용관계의 성격 및 공법상 근무관계의 성격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헌법재판소 2011. 10. 25. 선고 2011헌마85 결정 참조).
이 사건 호봉 정정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
행정청이 자신과 상대방 사이의 근로관계를 일방적인 의사표시로 종료시켰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그 의사표시가 행정청으로서 공권력을 행사하여 행하는 행정처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관계 법령이 상대방의 근무관계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에 따라 그 의사표시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것인지 아니면 공법상 계약관계의 일방 당사자로서 대등한 지위에서 행하는 의사표시인지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6. 5. 31. 선고 95누10617 판결, 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0두18963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공법상 근무관계에서 행정청이 일방적인 의사표시로 근로조건을 변경시키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앞서 거시한 증거들에다 갑 제10호증, 을 제11, 24 내지 2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호봉 정정행위는 행정청이 공권력을 행사하여 행하는 행정처분이 아니라 공법상 계약관계에서 계약 조건을 변경하는 의사표시로 봄이 상당하다.
청원경찰의 임용에 있어서 미리 지방경찰청장의 승인을 얻어야 하고 국가공무원법 제33조 각호의 어느 하나의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자는 청원경찰로 임용될 수 없으며, 청원경찰은 형법 기타 법령에 의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공무원으로 보고, 형의 선고·징계처분 또는 신체·정신상의 이상으로 직무를 감당하지 못할 때를 제외하고는 그 의사에 반하여 면직되지 않으므로, 공무원과 유사하게 일정한 신분보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국가기관에서 근무하는 청원경찰의 경우 그 청원주가 행정청일뿐만 아니라, 행정작용의 보호를 위한 경비업무를 수행하며, 그 보수 또한 경찰공무원의 보수를 감안하여 보장하도록 하고,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도 금지되므로 공법상 근무관계의 성격을 강하게 띤다 할 것이다. 그러나 청원경찰법 시행령이 1974. 5. 14. 대통령령 제7149호로 개정되면서 그 신분에 대해 제19조에서 '형법 기타 법령에 의한 벌칙의 적용과 법 및 이 영에서 특히 규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를 공무원으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이래 현재까지 공무원으로 규정된바 없고, 청원경찰법은 청원주가 행정청인지, 사인인지를 구분함 없이 그 직무와 임용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국가기관 소속 청원경찰의 근로관계를 공법상 계약관계에서 더 나아가 일반 공무원의 법률관계와 그대로 동일시하기는 어렵다.
청원경찰법령은 취업규칙의 존재를 여러 영역에서 인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청원경찰의 복무에 관하여는 국가공무원법상 복종의 의무, 직장이탈금지의무, 비밀엄수의무, 집단행위금지의무, 경찰공무원법상 허위보고금지의무 등을 준수해야 하는 점을 제외하고는 당해 사업장의 취업규칙에 따르고(청원경찰법 시행령 제7조),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보수 산정 시의 경력 인정에 관하여도 취업규칙에 따른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같은 시행령 제11조 제1항). 취업규칙은 사법상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대표적인 규율에 해당하므로, 기본적으로 복무규정과 같은 행정규칙에 따라 일방적으로 정해지는 공무원에 대한 근무관계 규율과는 차이가 있다. 청원경찰법 및 같은 법 시행령에서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상 소청제도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고 있지 않고, 달리의사에 반하는 인사상 불이익한 처분이 반드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됨을 전제로 행정소송 등 불복절차에 대해 정하고 있다고 볼만한 규정도 찾아볼 수 없다.
원고들의 근로관계는 '임용'의 형식으로 발생하였으나, 그 임용 주체는 국가가 아니라 '청원주'인 국가기관(D)인바, D의 채용시험공고에 원고들이 응시하고, 그에 대응하여 피고가 원고들을 선발함으로써 묵시적으로 계약관계가 성립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일방적인 의사결정에 기해 근로관계를 창설한다기 보다는 계약직 공무원의 경우와 유사하게 공법상 고용계약의 형태로 근로관계가 창설 및 존속된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최초 호봉 획정 과정을 보더라도, 원고들이 그 임용 전후로 경력증명서 등을 첨부하여 D에 호봉획정을 위한 경력기간 합산신청을 하였고, 담당 공무원이 서류를 검토한 이후 그 신청을 받아들여 초임호봉을 획정하였는바, 이는 피고가 공권력을 행사하여 일방적으로 호봉을 정한 행정처분이라기보다는 청원주인 D과 원고들 사이에 민간 유사 경비 경력을 보수 산정 시의 경력으로 인정하기로 하는 계약상의 합의에 더 가깝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청원경찰법 제6조 제2항, 청원경찰법 시행령 제11조는 청원경찰의 처우개선을 위해 경력 인정의 최소 기준을 설정한 것으로, 위 제11조 각 호의 경력 외에 다른 경력을 산입하는 것이 청원경찰법 등 관계법령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므로, 적어도 보수 산정을 위한 경력 인정 부분에 있어서는 고용계약의 당사자인 청원주와 청원경찰 사이에 상당한 계약형성의 자유가 부여되었다고 볼 수 있다.
비록 청원경찰법 제5조의2에서 청원경찰의 징계에 관한 사항을 직접 규정하고 있고, 대법원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는 청원경찰의 근무관계를 사법상의 고용계약관계로 보기는 어려우므로, 그에 대한 징계처분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한 바 있으나(대법원 1993. 7. 13. 선고 92다47564 판결 참조), 공법상 계약관계를 인정하더라도 그 안에서 이루어진 특정한 행정청의 행위가 처분에 해당하는지는 그 행위의 내용과 형식, 절차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는 것인데, ㉠ 징계의 경우 그 사유나 종류를 법률에서 직접 규정하고 있는 반면, 보수 산정이나 복무관계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취업규칙에서 규율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 징계는 그 신분을 박탈하거나 신분상 불이익을 초래하는 법률상 효과가 있는 것으로서, 복무 조건이나 보수 산정과 달리 기본적으로 협의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점, ㉢ 징계는 청원경찰이 법률에 의해 명시적으로 부담하는 복종의 의무, 직장이탈금지의무, 비밀엄수의무, 집단행위금지의무, 허위보고금지의무 등 직무상 의무 준수 여부에 대해 직접 규율하는 절차로서 청원주의 일방적인 감독권 행사와 결부되어 있어 기본적으로 청원주가 우월적 지위에서 그 절차를 진행하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국가기관 소속 청원경찰에 대한 징계처분이 처분에 해당한다고 하여 그 근로관계에서 이루어진 행정청의 행위를 모두 처분으로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행정청의 행위가 '처분'에 해당하는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그에 대한 불복방법 선택에 중대한 이해관계를 가지는 상대방의 인식가능성과 예측가능성을 중요하게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바(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두33537 판결 등 참조), ㉠ 청원경찰법 등 관계법령은 보수 산정 시 경력 인정 방법이나 호봉간 승급기간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을 뿐, 획정된 호봉을 정정하는 방법과 절차에 관하여 아무런 근거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점, ㉡ 원고가 이 사건 호봉 정정 행위 당시 근거규정으로 적시한 공무원보수규정 제18조 제1항이 공무원이 지위에 있지 아니한 청원경찰에 대해 직접 적용되지 아니하고, 피고도 이를 착각하여 잘못 제시하였음을 인정하고 있는 점, ㉢ 이 사건 호봉 정정행위에 대한 공문(갑 제1호증, 을 제8호증의 1)을 보더라도, 그 수신자가 '농촌진흥청장(운영지원과장)', '운영지원과장'으로 되어 있는 행정청 내부의 공문서로 보일 뿐, 그 수신처에서 원고들은 제외되어 있으므로 위 문서가 처분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형식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행정절차법 제24조 참조), ㉣ 호봉 정정과정에서 원고들에게 의견 제출의 기회 등이 부여되었다는 사정은 찾아볼 수 없고, 위 공문에도 불복방법에 대한 안내가 전혀 나와 있지 않으며 원고들에게 별도로 이의신청 등의 기회가 부여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원고들이 그에 대한 행정소송을 불복방법으로 쉽게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 청원경찰은 공무원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국가공무원법 및 관계 법령상 신분상 불이익 처분에 대한 소청제도나 행정소송 등의 불복절차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지 아니하고, 청원경찰법령 자체도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불복방법에 대한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점, ㉥ 더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청원경찰의 신분이나 법적 지위에 복합적인 측면이 있어 민사소송과 행정소송 중 불복방법을 적절히 선택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들이 이 사건 호봉 정정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이라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처럼 불복방법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항고소송의 대상으로 볼 경우 오히려 제소기간의 제한에 따른 불가쟁력의 발생 등으로 청원경찰의 권리구제를 곤란하게 할 수도 있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호봉 정정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임을 전제로 하는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본안에 관한 판단
이 사건 호봉 정정행위의 효력
살피건대, 앞서 거시한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호봉 정정행위는 법령 및 계약상 근거를 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에게 일방적으로 최초 호봉 획정을 취소할 권한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최초 호봉 획정과 관련하여 원고들과 청원주인 D 사이에 객관적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아야 하고, 담당 공무원이 단순한 법령 적용의 착오로 경력 산입을 잘못한 것이라 볼 수는 없다.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으로서, 제공하는 근로 내용에 특별한 제한이 없고 명시적 약정이 있어야만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묵시적 약정으로 성립할 수도 있다(대법원 2022. 4. 14. 선고 2019두55859 판결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은 그 임용 전후로 민간 경비 경력을 호봉획정을 위한 경력기간에 합산하여 줄 것을 신청하였는바, 이로써 청원주인 D에 대하여 위 민간경력을 산입한 호봉을 기초로 보수를 지급하여 달라는 의사표시를 하였고, 이에 대하여 D은 심사를 거쳐 원고들의 신청을 수용해 초임호봉을 획정하고 그에 따라 수년간 보수를 지급하였는바, 이로써 호봉 획정에 관하여 적어도 묵시적인 노사 합의가 이루어져 고용계약의 내용을 이루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원고들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사이에 약 1년 정도의 간격을 두고 차례로 임용되었는데, 그 사이에 호봉획정 업무 담당 공무원이 계속 교체되었음에도 일관되게 유사 민간 경력을 산입하여 초임 호봉을 획정하였다. 그리고 2019. 10.경 전수조사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수년간 위와 같이 획정된 초임 호봉에 따라 보수가 지급되고 호봉 승급도 이루어졌는바, 그 과정에서 이에 대해 피고 측이 어떠한 문제제기를 한바 없고, 전수조사 역시 타 기관에 대한 감사과정에서 나온 지적사항을 토대로 시행된 것이다. 여기에 원고들 외에 2018년에 임용된 D 소속 2명의 청원경찰 또한 민간 유사경력이 초임호봉 획정 시 산입되었다는 이유로 원고들과 함께 호봉이 정정된 것을 더하여 보면, D이 원고들이 임용될 당시부터 민간 유사경력을 호봉획정에 산입하지 않으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는 없고, 그 소속 청원경찰의 보수 산정 시 일률적으로 민간 유사경력을 산입하여 일관되게 업무처리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최초 호봉 획정 당시 심사 자료(을 제3호증)를 보더라도 민간 회사에 대한 전력 조회 공문이 시행되어 원고들이 제출한 경력증명서의 진위를 확인하였음이 확인되므로, 담당공무원들이 사실을 오인하여 초임호봉 획정을 잘못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④ 피고는 담당 공무원들이 청원경찰을 공무원으로 착오하여 공무원 보수규정이나 업무지침을 적용한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공무원보수 등의 업무지침(을 제13호증)에서 그 적용대상을 공무원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청원경찰법 시행령 제18조에서 청원경찰은 형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른 벌칙을 적용하는 등의 경우 외에는 공무원으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봉급 역시 청원경찰법 시행령 제9조 제1항에서 별도로 정하고 있어 공무원의 보수체계와 상이함에도 수년간 특별한 문제 제기 없이 일률적으로 민간 유사 경력을 산입해 업무처리를 해왔으므로, 담당 공무원 개인의 구체적 인식이나 의도와 관계없이, 객관적으로 볼 때 피고는 위와 같은 호봉 획정 방식을 원고들에 대하여 승인한 후 이를 그대로 시행하여 임금을 지급하여 온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이에 대한 노사관행이 성립된 것으로 평가할 여지도 충분하다.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최초 호봉 획정에 청원경찰법령을 위반한 하자가 있다거나 그 결과가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청원경찰의 보수에 관한 법령의 개정경과에 비추어 보면, 청원경찰법 제6조 및 청원경찰법 시행령 제11조 제1항은 청원경찰의 보수를 산정함에 있어,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는 청원경찰에 대하여는 청원경찰법 시행령 제11조 제1항 제1호부터 제4호까지의 경력을 '반드시' 산입하도록 하고,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는 청원경찰 외의 청원경찰의 경우에는 청원경찰법 시행령 제11조 제1항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경력을 '반드시' 산입하도록 함으로써 청원경찰의 처우를 보장하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리고 청원경찰법 시행령 제11조 제1항의 내용에다 국가기관 소속 청원경찰도 청원주인 국가기관과의 고용계약에 따라 임용되는 점을 더하여 보면, 국가기관의 취업규칙에서 청원경찰의 보수산정에 관하여 봉급 산정의 기준이 되는 경력으로 청원경찰법 시행령 제11조 제1항 각호의 각 경력 외에도 임용 전 민간업체에서 근무한 경력을 산입하도록 규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실제 국가인권위원회 등 다른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민간 경비원 근무경력을 산입하는 복무규정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갑 제6 내지 9호증 참조). 일반 공무원에 대해서는 공무원 보수규정이나 업무지침에 근거하여 민간 유사경력도 경력에 산입하고 있고, 실제 민간 유사경력을 대우하여 경력에 산입함으로서 청원경찰의 처우를 개선할 필요성도 인정되므로, 피고의 주장과 같이 경력 인정에 관한 청원경찰법 시행령 제11조가 예외적인 규정으로서 각 호에 열거된 외의 다른 근무경력의 추가 산입을 엄격히 금지하는 취지라고 볼 수 없다.
D이 원고들을 임용할 당시 청원경찰의 보수 산정에 관한 취업규칙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청원경찰법 시행령 제11조 제1항에서 필요적으로 산입하여야 하는 대상 경력을 열거하면서 그 예외로서 취업규칙을 들고 있을 뿐인 점, 청원경찰법 등 관계법령에서 그 밖의 경력 산입을 금지하는 규정을 찾아볼 수 없는 점, 고용계약 관계에서 경력 산입의 근거가 반드시 취업규칙으로 한정되어야 한다고 볼 수도 없는 점을 고려할 때, 고용계약 당사자인 청원주와 청원경찰 사이에 임용 전 민간업체 근무 경력을 산입하기로 합의하여 그 계약의 내용으로 삼는 것이 금지된다고 단정할 수 없고, 이에 대해 반드시 법령상 근거나 명시적 취업규칙이 요구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개별 합의에 의할 경우 하나의 사업장 내 청원경찰간 경력산입의 불평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나, 이 사건의 경우 D에서 그 소속 청원경찰에 대해 일률적으로 보수 산정에 있어 민간 경력을 산입하여 왔으므로,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아니한다.
D의 2014년 내지 2016년 청원경찰 채용시험 공고(을 제24, 25, 26호증)를 보더라도, 우대조건으로 '공공기관 등에서 방호·경비 분야 근무경력자'를 명시하고 경력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공고 내용을 신뢰하고 지원하였을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민간에서 유사 분야인 경비업에 근무한 경력을 대우하여 호봉 산정에 반영할 필요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실제 국민권익위원회에서 2022. 7. 25. 현행청원경찰법 시행령 제11조의 경력 산입기준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다른 곳에서 청원경찰과 비슷한 직무에 근무한 사람의 경력은 인정하지 않는 반면, 그 직무 관련성과 관계없는 공무원 경력은 모두 산입하도록 하고 있어 불공정하다는 등의 이유로 공공성이 있는 민간분야 유사 경력자도 청원경찰 보수산정 시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것을 의결하였고(갑 제13호증 참조), 그에 따라 D을 관할하는 전주덕진경찰서에서 관할 국가기관에게 타 기관에서 경비, 수위 등 청원경찰과 유사한 직무에 근무했던 경력이 인정될 수 있도록 사업장의 취업규칙 등에 반영해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갑 제12호증 참조)을 발송하기도 하였던 점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이러한 민간분야 유사 경력의 산입은 관련업 종사 근로자들 사이의 형평성을 도모하는 등 정책적으로도 바람직한 측면이 있는 반면, 그러한 경력의 산입을 부정하려는 해석은 기계적·형식적 법률 적용에 불과할 뿐 어떠한 공익상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청원경찰도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그 근무관계에도 청원경찰법 등 관계법령에 의해 배제되거나 그 근무관계의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 근로기준법 등 근로관계법이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근로기준법은 제5조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각자가 단체협약,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을 지키고 성실하게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임금채권의 보호를 위해 그 지급방법을 강제하고 우선변제권 등을 인정하고 있는바, 청원경찰법 및 그 시행령에서도 이미 지급된 보수를 반납받거나 이를 삭감할 수 있는 근거가 될 만한 규정은 없으므로, 청원경찰에 대해서도 고용계약상 특별한 약정이 없는 이상,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하지 아니하고는(설령 당사자 간 합의가 있더라도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 위반이 될 수 있다) 기 지급된 보수를 반납받거나 보수를 삭감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호봉 정정행위는 그 실질상 보수의 삭감에 해당하는데, D의 취업규칙(을 제11, 27, 28호증)이나 청원경찰 근무지침(갑 제10호증)을 살펴보더라도, 호봉 정정의 요건이나 절차에 관하여 아무런 내용이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D에게 원고들과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합의된 호봉을 정정할 권한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피고는 최초 호봉 획정에 하자가 있어 이를 직권 취소한 것이라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최초 호봉 획정에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가사 피고의 주장대로 이를 행정행위로 보아 직권 취소한다고 하더라도, 일정한 행정처분으로 국민이 일정한 이익과 권리를 취득하였을 경우에 종전 행정처분에 하자가 있음을 전제로 직권으로 이를 취소하는 행정처분은 이미 취득한 국민의 기존 이익과 권리를 박탈하는 별개의 행정처분으로, 취소될 행정처분에 하자가 있어야 하고, 나아가 행정처분에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취소해야 할 공익상 필요와 취소로 당사자가 입게 될 기득권과 신뢰보호 및 법률생활안정의 침해 등 불이익을 비교·교량한 후 공익상 필요가 당사자가 입을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한 경우에 한하여 취소할 수 있는 것이며, 하자나 취소해야 할 필요성에 관한 증명책임은 기존 이익과 권리를 침해하는 처분을 한 행정청에 있다 할 것인데(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두2337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호봉 정정행위로 인해 원고들은 상당한 보수를 삭감당하고 초과 수령액을 반납하는 등 상당한 불이익을 입게 되는 반면, 이러한 불이익을 정당화 할만한 뚜렷한 공익상 필요가 확인되지 아니하므로, 이러한 점에서도 이 사건 호봉 정정행위에 효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미지급 임금 지급의무 및 범위
이 사건 호봉 정정행위가 효력이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피고가 원고들의 당초 호봉을 정정한 후에 초과 수익금 명목으로 원고 A, B이 각 7,700,000원을, 원고 C이 16,147,660원을 각 피고에게 반납한 사실, 2019년 11월분부터 2021년 6월분까지 최초 호봉을 기준으로 한 기존 호봉에 따라 지급받을 수 있었던 임금보다도 원고 A에게 총 3,623,320원, 원고 B에게 총 13,229,740원, 원고 C에게 합계 10,910,085원을 각 덜 지급하였음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 각 해당 미지급 임금과 반납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 A에게 11,323,320원(= 미지급 임금 3,623,320원 + 반납금 7,700,000원), 원고 B에게 20,929,740원(= 미지급 임금 13,229,740원 + 반납금 7,700,000원), 원고 C에게 27,057,745원(= 미지급 임금 10,910,085원 + 반납금 16,147,66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인 2021. 7. 9.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한편 이 사건 소장 부본은 피고에게 2021. 7. 8. 송달되었으므로, 제1심판결에서 지연손해금의 기산일을 2021. 9. 25.로 본 것은 잘못이나, 원고들이 항소하지 않고 피고만 항소한 이 사건에서 제1심판결을 피고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할 수는 없으므로, 제1심판결과 같이 2021. 9. 25.부터의 지연손해금 지급의무만을 인정한다.
결론
그렇다면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백강진(재판장) 강지엽 박성수
각주1) 현행 청원경찰법 시행령 제18조에 해당한다.
각주2) 공중보건의사에 관한 대법원 1996. 5. 31. 선고 95누10617 판결, 국방홍보원장에 대한 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두5948판결 등 참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