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에게 15,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2014. 2. 13.부터 2016. 2. 17.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80%는 원고가, 20%는 피고가 각각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전남 신안군 C에서 'D염전'(총면적 약 7,500평, 이하 이를 '이 사건 염전'이라 한다)을 운영하는 자이고, 원고는 이 사건 염전에서 노무를 제공한 지적장애 3급(지능 지수 55, 사회 지수 59, 실생활 연령 11세 9개월)의 장애인이다.
원고는 직업소개소의 소개로 이 사건 염전에서 1999. 5. 27.경부터 2007년 2월경까지 일하였다가, 다시 2008년 2월경부터 2014. 2. 13.까지 이 사건 염전에서 노무를 제공하였는데, 피고는 위 기간 동안 원고에게 거처를 마련하여 주는 등 숙식은 제공하였으나 원고가 노무를 제공한 기간 동안 원고에게 임금을 지급하지는 않았다.
피고와 관련한 사건을 수사한 광주지방검찰청 목포지청 검사는 2014. 12. 29.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2014고단2055호로 피고에 대하여 원고의 심신장애를 이용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염전에서 일을 하게 한 후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할 생각으로 원고를 고용하여 2008년 2월경부터 2014. 2. 13.까지 원고로부터 64,012,038원 상당의 노무를 제공받고 같은 금액 상당의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준사기죄와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죄 및 퇴직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로 공소를 제기하였다.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은 2015. 3. 19. 위 다.항 기재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피고에 대하여 징역 8년,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하였으며,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한편 피고는 위 형사재판 진행 중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 명목으로 합계 66,163,877원을 지급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8호증, 을 제1 내지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의 주장
부당이득반환청구 또는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주장
피고는 원고의 지적장애를 이용하여 2008. 2. 1.경부터 2014. 2. 13.까지 원고에게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채 노무를 제공하게 하여 위 기간 동안 농촌일용노임 상당의 이득을 얻었다. 따라서 피고는 부당이득 또는 불법행위(준사기)로 인한 손해배상으로서 원고에게 농촌일용노임을 기준으로 하여 계산한 144,801,425원에서 피고가 형사재판 진행 중 원고에게 지급한 66,163,877원을 공제한 나머지 78,637,548원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위자료에 관한 주장
피고는 원고로부터 장기간 노무를 제공받고도 임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은 채 원고를 착취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는 정신적 고통을 입었는바,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로 20,000,000원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유효한 근로계약이 체결되었으므로(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염전에서 일한 대가로 매년 5,000,000원을 지급하는 외에 숙식을 제공하기로 하였다) 근로계약이 무효임을 전제로 부당이득을 구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는 1년 중 3월부터 10월까지의 기간에만 이 사건 염전에서 일하였을 뿐이므로 그 외의 기간에 해당하는 노임 상당 부당이득·손해 주장이나 최저임금이 아닌 농촌일용노임을 기준으로 한 금원 청구는 부당하고, 2008년 3월경부터 2008년 8월경까지도 이 사건 염전에서 일한 사실이 없다.
피고는 이미 원고의 근로기간 전부에 대하여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한 임금을 초과하는 66,163,877원을 지급하였다.
또한 예비적으로,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염전에서 일한 기간 동안 원고에게 숙식, 용돈, 술, 담배, 간식, 옷 기타 생필품을 제공하였고, 원고가 2010년경부터 2014년경까지 겨울(매년 11월 말경부터 다음 해 2월 초경) 동안 목포에서 거주하는 데 소요된 숙박비와 용돈 합계 13,500,000원 상당(1년 약 2,700,000원 상당)을 지급하였다.따라서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노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생계비 혹은 13,500,000원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지는바, 위 부당이득반환청구권으로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또는 손해배상청구권)과 상계한다.
판단
노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에 관한 판단
근로계약 체결 여부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계약 등 원고의 노무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유효한 내용의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는 원고의 노무 제공에 따라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은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원·피고 사이에 과연 피고 주장과 같은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4, 6호증 및 을 제3, 4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그 밖에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피고가 원고의 지적장애를 이용하여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염전에서 일을 하도록 한 후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할 생각으로 원고를 사실상 고용한 범죄사실로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나아가, 설령 원·피고 사이에 피고 주장과 같은 내용으로 고용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계약체결의 경위 및 내용,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의 현저한 불균형, 최저임금에 현격히 미달하는 임금 지급의 약정, 원고의 지적장애 상태 및 이를 적극 이용한 피고의 의도 등에 비추어 이는 불공정한 법률행위(민법 제104조)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단되므로, 어느 모로 보나 원·피고 사이에 유효한 근로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근로 기간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2008. 2. 1.경부터 2014. 2. 13.까지의 기간 중 2010년경 이후부터 매년 11월 말경부터 2월 초순경까지의 기간을 제외한 기간 동안 피고에게 다양한 형태의 노무를 제공해왔던 것으로 판단함이 타당하다.
피고는 원고의 심신장애를 이용하여 2008. 2. 1.경부터 2014. 2. 13.까지의 전체 기간 동안 원고로부터 합계 64,012,038원 상당의 노무를 제공받고도 그 임금을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준사기죄로 유죄판결을 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피고가 판단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지적장애인인 원고를 종업원으로 고용한 다음 자신이 운영하는 염전 인근의 숙소에서 거주하도록 한 것은 염전 가동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여 공급받을 필요 또는 목적에서 연유한 것으로서, 염전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기간 외에도 원고가 피고 지정의 숙소에서 계속하여 기거하였던 것은 주로 피고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피고는 2010년경 이후 이 사건 염전의 작업이 종료되는 매년 11월 말경부터 2월 초순경까지 약 2개월 동안(매년 12월, 1월로 보인다) 원고를 목포에 있는 여관에서 지내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이득액 또는 손해액의 기준
피고는 2008. 2. 1.경부터 2014. 2. 13.까지 적어도 최저임금법에서 정한 최저임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고 원고에게 위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위 기간의 최저임금액 상당을 부당이득반환 혹은 손해배상으로서 지급할 의무가 있다. 위 금액은 별지 표 기재와 같이 64,012,038원인데, 원고가 피고로부터 위 금액을 초과하는 66,163,877원을 지급받았음을 자인하고 있으므로, 결국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부당이득액 내지 손해배상액의 기준은 위 기간 동안의 농촌일용노임 상당액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이 사건 염전에서 임금을 지급받지 않은 채 노무를 제공함으로 인하여 농촌일용노임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이로 인하여 피고가 농촌일용노임 상당의 이득을 얻었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부당이득반환의 범위는 상대방이 얻은 이익을 한도로 한다), 위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받아들이기 어렵다.
위자료 청구에 관한 판단
지적장애를 가진 원고 또한 독립된 인격주체로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대등한 경제주체로서 스스로의 성장과 발전을 통하여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마땅히 누려야 한다. 그런데 피고는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원고의 지적장애 상태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오랜 기간 동안 자신의 사실상 지배하에 두고 임금을 지급하지도 않은 채 염전에서 노무를 제공하도록 하였는바, 이는 지적장애를 가진 사회경제적 약자에 대한 착취행위에 다름 아니며, 이로 인하여 원고는 정신적으로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 살피건대, 원고의 나이, 지적능력, 원고가 피고의 염전에서 근무하게 된 경위, 원고가 장기간 피고로부터 임금을 받지 못한 채 노무를 제공해 온 내역, 피고가 형사재판 과정에서 원고에게 66,163,877원을 지급한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참작하면 원고에 대한 위자료를 15,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이 사건 불법행위는 모두 피고가 원고의 지적장애 상태를 이용하여 자신의 영향력 하에 둔 채 이 사건 염전에서 노무를 제공하게 한 일련의 행위 및 그와 같은 단일한 환경·기회에서 이루어진 행위이므로, 위 기간 동안의 불법행위를 모두 종합하여 위자료 액수를 정함이 타당하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로 15,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최종 불법행위일인 2014. 2. 13.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16. 2. 17.까지 민법에서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일부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임선지(재판장) 류봉근 이미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