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2009. 9. 1. 주식회사 C과 합작하여 주식회사 D(이하 ‘D’이라 한다)을 설립하였다.
원고는 피고의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2009. 9. 1. 피고의 다른 직원 7명과 함께 D로 파견되었다.
피고는 2009. 9. 1. D과 피고가 D에 파견하는 직원과 관련한 ‘파견직원 관리협약(이하 ’이 사건 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피고는 2011. 1. 1.자로 정년을 만56세에서 만58세로 연장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였고, 건강상 결격사유 등이 없는 한 희망직원에 대하여 2년까지 재채용하기로 노사 협의를 하였다.
원고는 2011. 4.경 D 인사부서에 ‘피고 계열사 전적자용 희망퇴직 신청서’를 제출하였고, 2011. 4. 15.자로 피고에서 퇴직 처리되었으며, 2011. 4. 16.자로 D로 전적하였다.
원고는 2014. 6. 30. D에서 만56세로 정년퇴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9, 12, 13, 15, 16호증, 을 제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원고 주장의 요지
D의 대표이사 E는 원고에게 피고에서 퇴직하고 D로 전적할 것을 지속적으로 강요하였다. 이에 원고는 어쩔 수 없이 D에게 ‘피고 계열사 전적자용 희망퇴직 신청서’를 제출하게 되었는데, 피고가 원고의 위 희망퇴직 신청서의 제출 경위 등에 대해서 어떠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위 희망퇴직 신청서를 근거로 원고를 퇴직처리 한 것은 이 사건 협약을 위반한 것으로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이하 ‘제1 불법행위’라 한다)에 해당한다.
피고가 D에 파견되어 있는 원고를 D로 전적시키기 위해서는 원고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의 동의를 얻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2011. 4. 15.자로 원고를 퇴직시킨 후 D로 전적하게 하였으므로, 이는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이하 ‘제2 불법행위’라 한다)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위 전적은 무효이다.
피고는 원고를 D로 전적시키기 위하여 일방적으로 원고에 대해 2011. 4. 15.자로 퇴직 처리하였기 때문에, 이는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 그런데 피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라 원고에게 해고시기와 해고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으므로, 이는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이하 ‘제3 불법행위’라 한다)에 해당하고, 원고에 대한 해고(퇴직 처분)는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제1 내지 3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피고의 원고에 대한 해고 및 원고의 전적은 모두 무효이므로 선택적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무효인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다른 민사사건 등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에 구속받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된다 할 것이므로 합리적인 이유 설시 없이 이를 배척할 수 없고, 특히 전후 두 개의 민사소송이 당사자가 같고 분쟁의 기초가 된 사실도 같으나 다만 소송물이 달라 기판력에 저촉되지 아니한 결과 새로운 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8다92312, 92329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본 기초사실과 인정근거, 갑 제14호증, 을 제2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의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제1 내지 3의 불법행위를 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피고의 원고에 대한 퇴직 처분과 원고의 전적도 무효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원고는 2017. 6. 21.경 피고를 상대로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는 민사소송(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17가합11668호, 이하 ‘선행 민사소송’이라 한다)을 제기하였고, 위 소송에서 원고는 “D의 대표이사 E는 원고에게 D로 전적할 것을 강요하여 원고로 하여금 피고를 사직한 후 D로 전적하도록 하였고, 또한 피고는 이 사건 협약에 따른 파견직원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파견 중 퇴직하게 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하였다”는 취지의 주장 등을 하였다. 그러나 선행 민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되었고, 위 판결은 이후 항소심(광주고등법원 2018나21486호)과 상고심(대법원 2018다294049호)을 거쳐 그대로 확정되었다.
선행 민사소송의 소송물과 이 사건 소송의 소송물이 달라 원고의 이 사건 청구가 확정된 선행 민사소송의 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양 소송의 당사자가 동일하고 분쟁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도 동일하다. 따라서 확정된 선행 민사소송의 판결에서 원고의 퇴직 및 전적에 관하여 인정된 사실은 이 사건에서도 매우 유력한 증거이다. 그리고 선행 민사소송에서는 원고가 D로 전적을 하는 과정에서 E가 원고에게 전적을 강요한 사실은 없고, 원고의 퇴직 역시 원고 본인의 의사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원고의 주장은 모두 원고의 퇴직 및 전적이 원고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 아니라 피고 내지 E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는 확정된 선행 민사소송에서 인정된 사실 등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서, 원고가 그 사실과 다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의 존재를 증명하지 못하는 한 그 사실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 그러나 원고는 이 사건에서 확정된 선행 민사소송에서 인정된 사실을 배척할 만한 어떠한 증거도 제출하지 못하였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의 신분전환자 보상(안) 등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에 복직할 경우와 D로 전적할 경우의 보직, 임금 및 정년 등의 이익과 불이익을 스스로 비교해 본 후, 원고 본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퇴직 및 전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원고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소송(대전지방법원 2015구합174호)에서, 원고와 함께 D로 전적하였던 피고 직원들 중의 일부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모두 “D로의 전적은 자신들이 자발적으로 결정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는데, E가 유독 원고에 대해서 전적을 일방적으로 강요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 점, ③ 이 사건 협약의 내용 및 규정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이 사건 협약에 따라 피고 직원이 D에 파견되어 있는 기간 동안 파견직원의 신분 등을 보장하는 데에 그치고, 파견직원의 의사에 기한 퇴직을 방지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며, 특히 파견직원이 본인의 의사에 기하여 퇴직하는 상황에서 퇴직 관련서류의 제출 경위까지 반드시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확정된 선행 민사소송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의 퇴직 및 전적은 원고의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나아가 피고가 이 사건 협약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임성철(재판장) 김준석 이유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