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판결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21. 7. 15. 선고 2020고단2281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여수시 B에서 주식회사 C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8. 7. 10.경 여수시 D 석산개발공사 현장에서 피해자 E 주식회사(이하 ‘피해자 회사’라 한다) 대표인 F에게 “G에 대해 자재를 납입하고 자재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부분에 대한 자재대금까지 포함하여 자재대금을 납입하겠다. 계속하여 자재를 공급하여 달라.”고 거짓말을 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당시 근로자들의 임금을 수시로 체불하여 근로기준법위반으로 수차례 처벌받았고, 채무가 다액 있었으므로 피해자로부터 보강토 옹벽블록을 공급받더라도 약속한 자재대금을 모두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18. 7. 10.부터 8. 10.까지 1,375만 원 상당의 보강토 옹벽블록 등의 공사자재를 교부받았다.

2.

관련 판례

⑴ 거래물품의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거래 당시를 기준으로 피고인에게 납품대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에게 납품대금을 변제할 것처럼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로부터 물품을 편취할 고의가 있었는지의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므로 납품 후 경제사정 등의 변화로 납품대금을 일시 변제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여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도5265 판결 참조). 또한 사업의 수행과정에서 이루어진 거래에 있어서 그 채무불이행이 예측된 결과라고 하여 그 기업경영자에 대한 사기죄의 성부가 문제된 경우, 그 거래시점에 그 사업체가 경영부진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사정에 따라 파산에 이를 수 있다고 예견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사기죄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발생한 결과에 따라 범죄의 성부를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설사 기업경영자가 파산에 의한 채무불이행의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태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고, 계약이행을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었을 때에는 사기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6도18432 판결 등 참조).

⑵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하는 것으로서, 기망, 착오,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한편 어떠한 행위가 타인을 착오에 빠지게 한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 및 그러한 기망행위와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거래의 상황, 상대방의 지식, 성격, 경험, 직업 등 행위 당시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일반적·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피해자의 재산적 처분행위나 이러한 재산적 처분행위를 유발한 피고인의 행위가 피고인이 도모하는 어떠한 사업의 성패 내지 성과와 밀접한 관련 아래 이루어진 경우에는, 단순히 피고인의 재력이나 신용상태 등을 토대로 기망행위나 인과관계 존부를 판단할 수는 없고,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당해 사업에 대한 피해자의 인식 및 관여 정도, 피해자가 당해 사업과 관련하여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게 된 구체적 경위, 당해 사업의 성공가능성, 피해자의 경험과 직업 등의 사정을 모두 종합하여 일반적·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도8829 판결 등 참조).

3.

판 단

가.

증인 H, I의 법정진술, 자재대금지급보증서, 거래내역서 등, 거래 내역 등을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⑴ 피고인이 대표이사인 주식회사 C(이하 ‘㈜C’이라 한다)은 2018. 5.경 주식회사 J(이하 ‘㈜J’라 한다)와 사이에, D 토목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에 관하여 1차, 2차 계약금액 합계 3억 1,000만 원 상당의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위 공사 중 보강토옹벽공사 부분을 G(K)에 하도급하였다. G이 피해자 회사로부터 공급받은 보강토 옹벽 블록 등의 자재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자 피해자 회사는 위 자재 공급을 중단하였다.

⑵ 이에 ㈜C은 위 보강토 옹벽공사를 직접 수행하며 피해자 회사에 위 자재 공급을 요청하면서, 2018. 7. 10.경 G의 E에 대한 위 미지급 자재대금 32,154,100원을 2018. 9. 10.까지 직접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지급보증서를 작성하여 주었다.

⑶ 피해자 회사가 ㈜C에 2018. 7. 10.부터 2018. 7. 31.까지 합계 12,404,700원, 2018. 8. 3.부터 2018. 8. 10.까지 합계 1,346,950원의 자재를 공급하였고, ㈜C은 2018. 9. 19. 이 사건 공사대금 중 2억 원을 지급받아 위 2018. 7.에 공급받은 자재대금 12,404,700원을 지급하였다.

⑷ ㈜C은 이 사건 공사대금으로 합계 196,436,100원(반환한 7,700만 원과 ㈜J가 2019. 3.경부터 대지급한 금원을 제외한 금액)을 지급받았고,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한 자재비, 레미콘 대금, 노무비 등으로 합계 216,190,000원을 지급하였다.(증거기록 73쪽, 78쪽)

⑸ ㈜C이 이 사건 공사를 완공하였으나(증인 I의 법정진술 녹취록 15쪽), ㈜J는 하자, 다른 공사현장 업체들에 대한 대위변제금 등을 이유로 위 공사대금 중 6,000만 원 정도를 지급하지 않았다(증거기록 112~113쪽).

나.

판 단

피고인이 대표인 ㈜C이 보증한 G의 미지급 자재대금과 ㈜C이 2018. 8.경 공급받은 자재대금 1,346,950원을 변제하지 아니한 사정은 인정된다.

그러나 ① ㈜C이 2018. 9. 19. 위 공사대금 2억 원을 송금받은 후 그 무렵 피해자 회사가 청구한 2018. 7.분 자재대금 12,404,700원을 곧바로 지급한 점, ② 미지급한 위 2018. 8.분 자재대금은 피고인이 지급한 위 2018. 7.분 자재대금 또는 이 사건 공사의 계약대금과 비교하여 상당히 소액인 점, ③ 피고인이 ㈜J로부터 이 사건 공사대금으로 지급받은 금원보다 더 많은 금원을 지출하여 이 사건 공사를 완공하는 등 지속적으로 기업활동을 하였고, 위 공사대금 중 6,000만 원 정도를 하자·대위변제 등을 이유로 지급하지 않은 사실은 ㈜J의 업무를 총괄한 I도 인정하는 점, ④ ㈜C이 2018. 9. 19.(지급보증서에 지급기한 2018. 9. 10. 이후이다) 및 그 이후에 ㈜J로부터 지급받은 금원으로 지급보증한 위 G의 채무와 2018. 8.분 자재대금을 변제하지 아니한 사정은 있으나, 이는 유동성 부족을 겪는 기업에서 흔히 있는 일이고,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에 이 사건 공사대금으로 위 지급보증채무 등을 우선하여 변제하기로 약정한 바도 없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위 회사에 대한 지급보증채무 등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⑤ L에 대한 채무 중 상당 부분이 변제되었고(증거기록 258쪽), 피고인이 자재공급을 요청한 2018. 7. 10.경은 순천지원 2020고약2570 약식명령의 근로자 M에 대한 임금 미지급사유(퇴직일이 2018. 8. 30.이고 체불임금도 2018. 8. 임금)가 발생하기 전이고 순천지원 2019고약3739 약식명령의 근로자들은 그 이후에 채용한 근로자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비록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로부터 자재를 공급받을 무렵 ㈜C의 재정상황이 악화되어 채무불이행의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그러한 사태를 피할 수 있다고 믿었고 피해자 회사를 비롯한 채권자들에 대한 계약이행을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검찰에서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로부터 자재를 공급받을 무렵부터 피고인에게 편취할 의사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또한 이 사건에서는 2018. 8.분 자재대금이 미지급된 사정이 있지만, 만약 피고인이 지급보증한 후에 공급받은 자재대금은 모두 지급하고 지급보증한 채무만 변제하지 아니하였을 경우, 이후에 공급한 자재대금이 모두 지급된 이상 이로 인하여 피해자 회사에 새로운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피해자 회사는 G이 미지급한 자재대금에 대하여 ㈜C이 보증하는 이익을 얻었는바, 피고인이 보증한 G의 채무를 변제하지 아니한 행위에 대하여 민사책임을 묻는 것을 넘어 사기죄의 기망행위로 평가하여 형사처벌하는 것은 과도해 보인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는 않는다.

판사 허정룡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