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판결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26. 5. 28. 선고 2025가합556 판결

직권정지 및 대기발령 무효 확인 등

주문

1.

피고가 2024. 12. 23. 원고에 대하여 한 직권정지 및 대기발령 처분은 2025. 3. 27. 이후로 무효임을 확인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16,306,012원 및 그 중 11,306,012원에 대하여 2025. 6. 23.부터 2026. 5. 28.까지는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나머지 5,000,000원에 대하여 2025. 6. 23.부터 2026. 5. 28.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의 1/2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한다.

4.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원예업을 경영하는 조합원에게 필요한 기술, 자금, 자재 및 정보 등을 제공하고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의 판로확대 및 유통원활화를 도모하여 조합원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킴을 목적으로 하는 조합이고, 여수시 내 각 학교 및 어린이집 등에 피고의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공급하는 사업을 담당하는 C센터(이하 '이 사건 센터'라 한다)를 두고 있다. 원고는 피고의 4급 과장으로 2024. 1. 1.부터 이 사건 센터 소속으로 근무하였다.

나.

한편, 이 사건 센터 소속 주임 D는 2020. 5. 4.부터 이 사건 센터에서 급식 매입매출 및 대금정산 업무를 담당하였는데, E중앙회는 D의 횡령 관련 제보에 따라 2024.12. 16.부터 2024. 12. 19.까지 감사를 진행하였고, 피고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의 '감사결과 조치요구사항'을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감사결과'라 한다. 이 사건 감사결과에 기재된 D의 횡령행위 등과 관련된 사건을 이하에서는 'D의 횡령사건'이라 통칭한다). D는 2024. 12. 3. 이 사건 센터에서 퇴사하였다.

다.

이 사건 센터의 단시간근로자로 채용되어 2024. 10. 21.부터 2024. 11. 15.까지 배송업무를 담당하였던 J은 2024. 12. 3.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여수지청에 근로계약서 미작성, 임금명세서 미교부, 주휴수당 미지급 등의 내용으로 진정하였다(이하 'J의 노동청 진정사건'이라 한다).

라.

피고는 2024. 12. 23. 원고에게 직권정지 및 본점 대기를 명하는 인사발령을 하였다(이하 위 직권정지 및 대기발령을 통칭할 경우에는 '이 사건 각 처분'이라 한다).

마.

피고는 인사규정 제92조에 따라 원고에 대한 이 사건 각 처분에 관하여 이를 피고의 인사위원회에 부의하였고, 2024. 12. 26. 개최된 피고의 인사위원회(이하 '이 사건 인사위원회'라 한다)에서는 원고에 대한 대기발령 6개월의 안건을 가결하였다.

바.

원고는 2024. 1. 6. 피고의 조합장 I에게, 이 사건 각 처분의 각 사유와 인사위원회의 결과를 알려줄 것을 요청하는 취지의 내용증명 우편을 발송하였다. 이에 피고는 2024. 1. 9. 원고에게, 대기발령은 피고의 인사규정 제62조 제1항 제3호, 직권정지는 피고의 인사규정 제90조 제1호에 각 근거한 것이며, 인사위원회 결과를 서면으로 통지할 의무는 없고 구두상 대기발령 6개월임을 안내한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보냈다.

사.

원고는 이 법원에 피고의 이 사건 각 처분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였으나, 이 법원은 2025. 5. 23. 위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였다(이 법원 2025카합1044).

아.

이후 E중앙회 감사위원회는 2025. 3. 27. 피고에게 원고에 대한 감봉 1월의 징계를 의결하고 2개월 이내에 그 결과를 알려줄 것을 요구하는 취지로 '징계(변상)심의회 징계(변상)요구 의결사항'을 통보하였고, 피고는 2025. 5. 26. 위 조합감사위원 사무처 징계(안)대로 원고에 대하여 감봉 1월의 징계를 의결하였다.

자.

피고는 2025. 6. 23. 이 사건 각 처분을 해제하였다.

차.

피고의 인사규정, 직원급여규정, 징계변상규정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을 발췌하면 아래와 같다.

: .,,,__,.[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 12, 16, 17호증, 을 제1 내지 3, 5 내지 8,1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청구원인 요지

가.

이 사건 각 처분은 다음과 같은 사유로 인하여 효력이 없다.

1)

피고는 이 사건 인사위원회에서 원고에게 소명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고, 원고에게 이 사건 인사위원회 결과와 이 사건 각 처분의 근거도 고지하지 않았으며, 이 사건 인사위원회에 횡령사건을 일으킨 D의 친부인 이사 K이 의결에 참석하여 이 사건 각 처분에는 절차적 하자가 있다.

2)

D의 횡령사건과 J의 노동청 진정사건은 직권정지의 사유로서 인사규정 제90조 제1호에 규정된 중대한 부정이나 불상사고에 해당하지 않고, 원고는 위 사건들에 대하여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며, 위 사건들의 확대를 방지하고 수습하기 위하여 원고의 직권정지가 필요하지 않다.

3)

직권정지에 따른 대기발령 기간 6개월이 지나치게 장기간이고 원고의 생활상 불이익이 커 부당하다.

나.

위와 같이 이 사건 각 처분은 효력이 없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각 처분에 의한 대기발령 기간의 미지급 임금(급여, 퇴직금, 복리후생비)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

이 사건 각 처분은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여야 한다.

3.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각 처분의 효력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직권정지라 함은 근로계약을 존속시키면서 근로자의 근로제공을 일정기간 금지 또는 면제하는 인사처분으로서 그 성질상 직위해제와 같은 것이라 할 것이고, 직위해제는 일반적으로 근로자가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근무성적 또는 근무태도 등이 심히 불량한 경우, 근로자에 대한 징계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 근로자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등에 있어서 당해 근로자가 장래에 있어서 계속 직무를 담당하게 될 경우 예상되는 업무상의 장애 등을 예방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당해 근로자로부터 직무권한을 박탈하거나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함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조치로서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며, 근로자의 과거의 비위행위에 대하여 기업질서유지를 목적으로 행하여지는 징벌적 제재로서의 징계와는 그 성질이 다르므로, 근로자에 대한 직권정지나 직위해제의 정당성은 근로자에게 당해 직권정지 등의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나 그에 관한 절차규정을 위반한 것이 당해 처분을 무효로 할 만한 것이냐에 의하여 판단할 것이다(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3두8210 판결 등 참조).

인사규정은 보직을 해임하고 대기발령을 할 수 있는 사유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고, 대기발령의 형식 및 절차에 관하여는 인사규정은 물론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도 아무런 정함이 없으며, 대기발령은 인사권자의 인사권에 속하는 사항이므로 그 사유를 명시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 자체로 대기발령이 무효로 된다고는 할 수 없다. 또한 기업이 그 활동을 계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하여는 노동력을 재배치하거나 그 수급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불가결하므로, 대기발령을 포함한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인사명령에 대하여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며, 이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대기발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는 대기발령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그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과의 비교교량, 근로자와의 협의 등 대기발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의 여부 등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며,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의 여부는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는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대기발령이 권리남용에 해당되어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는 볼 수 없다(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0두8011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각 처분의 절차적 하자 여부에 대한 판단

갑 3 내지 5, 7호증, 을 제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직권명령 및 대기발령은 인사권자의 인사권에 속하는 사항으로 이에 대하여는 인사권자에게 상당한 재량이 부여되어 있는바, 피고가 이 사건 각 처분 당시 원고에게 소명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거나 그 결과와 근거를 고지하지 않은 것만으로는 이 사건 각 처분을 무효로 할 정도의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가)

직권정지는 업무상 장애 등의 예방을 위하여 일시적으로 당해 근로자의 직무권한과 직위를 부여하지 않는 잠정조치에 불과하고, 과거의 비위행위에 대한 징벌적 성격의 징계와는 성격이 다르다. 대기발령 역시 인사권자의 고유한 권한에 속하는 인사명령으로서 인사권자에게 상당한 재량이 부여되어 있다. 따라서 인사권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직권정지 및 대기발령 처분을 함에 있어 근로자에게 사유를 명시하지 않았다거나 근로자 본인과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정도로는 절차적 하자라고 보기는 어렵다. 나) 피고의 징계변상규정은 징계의 종류를 '징계해직, 정직, 감봉, 견책'의 4종류로 정하고 있을 뿐, 직권정지 및 대기발령을 징계의 유형으로 정하고 있지 않다. 직권정지및 대기발령으로 인하여 업무 내용, 급여 등에서 원고에게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이 사건 각 처분이 곧바로 징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근로자에 대한 징계와 관련된 피고 인사규정상 각종 절차적 규정이 직권정지 및 대기발령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

다)

피고의 인사규정, 직원급여규정, 징계변상규정에는 직권정지의 요건과 직권정지및 대기발령시 급여 규정에 대하여는 정함이 있으나, 직권정지 및 대기발령의 절차에 대하여는 별도의 규정이 없다.

라)

나아가 피고가 이 사건 각 처분 당시 근거규정으로 '인사규정 제4장 제2절 제62조 제1항 제3호, 제11장'을 기재하여 이 사건 각 처분의 근거를 명시하였고, D의 횡령 사건에 관한 E중앙회의 이 사건 감사결과에 의하면, 원고가 포함되어 있어 원고로서는 E중앙회의 자신에 대한 징계요구 등의 절차가 예정되어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각 처분을 통지하면서 결과나 근거를 명확히 고지하지 않았다고 하여 원고의 방어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3)

이 사건 각 처분의 업무상 필요성 및 정당성 인정 여부에 대한 판단

앞서 든 증거 및 갑 제16 내지 23호, 을 제2 내지 6, 9 내지 1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각 처분은 업무상 필요성 및 정당성이 인정된다.

가)

피고는 인사규정에서 '4급 이상의 직원에게 중대한 부정, 불상사고가 발생하여 사건의 확대를 방지하고 수습하기 위하여 행위자 또는 관련자의 직권정지가 필요한 때 직권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제90조 제1호), 직원에게 '직권정지를 명하였을 때 및 징계사유에 해당되어 인사위원회에 부의될 때 대기발령할 수 있다(제62조 제3호 및 제4호)'고 정하고 있다.

피고의 이 사건 각 처분에 관한 인사위원회 회의록에 의하면, D의 횡령사건과 J의 노동청 진정사건 등 중대한 부정 및 불상사고의 발생으로 인한 사건의 확대 방지와 수습을 위하여 이 사건 센터의 기획 및 총무 업무의 책임자이자 자금 및 학교급식의 관리책임자이자 자점감사자인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각 처분을 한 것이 확인된다.

나)

원고는 D의 횡령사건과 관련하여 자신이 직접적인 비위행위자가 아니므로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는 D의 횡령사건에 대하여 이 사건 센터의 업무에 대한 관리책임자이자 자점감시자로서 소속 직원의 상품의 허위 매입으로 인한 대금 정산과 재고의 적정 여부를 점검한 후 결재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횡령 사고의 발생을 방지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인정된다.

(1)

피고의 「경제사업규정」 및 「C센터운영준칙」 에 의하면, 보관물자는 분기 1회 이상 조합장이 따로 정하는 직원이 재고조사를 실시하여 장부상 수량과 대조 확인하고 재고조사표를 작성하여야 하고, 물자의 보관·판매 등 경제사업 수행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곧 사고조사서를 작성하여 그 책임한계를 명백히 하도록 되어 있고,「자점감사업무방법」 에 의하면, 자점감사자는 매월 미결산계정처리의 적정 여부 및 경제사업 대금정산의 적정 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2)

원고는 이 사건 센터의 자점감사자로서 매월 미결산계정과 대금정산의 적정성, 재고 부족 여부를 확인할 의무가 있었다.

(3)

D의 횡령사건은 주임 D가 이 사건 센터의 학교급식으로 납품할 상품의 거래업체로 하여금 상품을 허위로 외상매입 등록하게 하고 그 결제대금을 거래업체로부터 되돌 려 받는 방법으로 횡령한 사건으로, 원고가 이 사건 센터의 과장으로 근무한 2024년 7월부터 9월 사이에 발생하였다. 원고가 자점감사자로서 매월 결산과 대금정산, 재고의과부족을 적정하게 점검하여 관리할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더라면 상품의 허위매입및 자금 결제를 이용한 횡령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나, 원고는 업무상 주어진 권한과 의무를 적절히 행사하지 아니하여 D의 횡령사건을 방지하지 못한 데 대하여 책임이 있다.

다)

피고의 「자점감사업무방법」에 의하면, 감사자는 사고 등의 조기발견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중대한 과실로 이를 발견하지 못하였거나 고의로 묵인·은폐하였을 경우 그 책임을 부담하고(제5조 제3항), 위규 또는 사고사실을 발견한 경우 그 사실을 감사시스템에 등록하고 사무소장 또는 지역검사국장에게 보고한 경우 감사자의 책임을 다한 것으로 본다(제5조 제4항). 원고는 2024년 분기별 재고조사 과정에서 재고 부족을 확인하여 D의 횡령사건을 인지하였음에도, 센터장 G의 지시에 따라 사고 사실을 감사시스템에 등록하거나 지역검사국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주임 D로 하여금 피해금액을 자진 변상케 하는 방법으로 횡령 사고와 재고부족을 은폐하였다. 결국 D의 횡령사건은 원고와 이 사건 센터 구성원들에 의해 적극적으로 묵인·은폐되었으나, E중앙회에 접수된 제보를 통해 외부로 드러나게 되었고, 이후 전남검사국의 사고조사와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요구가 이어졌다.

라)

원고는 D의 횡령사건을 인식하였을 당시 센터장 G에게 사고 보고할 것을 건의하였으나 센터장의 지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묵인하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전남검사국이 작성한 사고조서 및 경위서에 의하면, 원고가 비위 사실을 인식한 초기에는 사고 보고 등 자점감사자로서 적절한 조치를 하고자 노력한 사실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원고는 결국 센터장의 지시에 따라 D로부터 횡령 금액을 전액 회수하는 것 으로 사건을 무마하였고, 별도로 사고보고, 감사시스템 등록 등 자점감사자로서 하여야 할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전남검사국의 질문서에서 원고는 '횡령 금액을 전액 회수하여 조합 손실이 없어 사고보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답변하여 D의 횡령사건을 적극적으로 묵인·은폐하였음을 스스로 인정하기도 하였다.

마)

E중앙회 전남검사국은 비위행위자인 주임 D를 비롯하여 센터장 G, 원고, 차장L, 기능계장보 직원 3명, 주임 직원 4명과 함께 조합장 I까지 총 12명을 사고관련자로 조사하였고, 주임 D 해직, 센터장 G 감봉 3월, 원고 및 차장 L 감봉 1월, 기능계장보와 주임 및 조합장에 대하여 주의촉구의 징계를 요구하였다. 이로써 원고는 D의 횡령 사건에 대한 책임에서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바)

한편, 원고는 J의 노동청 진정사건에 대하여 사용자인 피고의 조합장 I이 책임질 부분이고, 자신에게는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비록 원고가 J의 노동청 진정 사건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지지는 않더라도, 원고에게도 당시이 사건 센터의 기획 및 총무 업무 전반의 책임자로서 이 사건 센터에 채용된 근로자의 근로계약 체결, 근로조건 결정, 임금 지급 등 관련 절차가 관계법령에 따라 적법하고 적정하게 이행되도록 확인하고 감독할 의무는 있었다고 보인다. 원고는 이 사건 센터의 총무 책임자로서 이 사건 센터 소속 근로자인 J의 근로계약서 작성 및 교부, 임금 청산에 대한 관리 업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원고의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없다.

사)

원고는 D의 횡령사건과 J의 노동청 진정사건은 직권정지 사유를 규정한 인사규정 제90조 제1호의 '중대한 부정'이나 '불상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횡령이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대한 각종 의무 위반은 그 위반행위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한 범죄행위에 해당하고, 이러한 비위행위는 피고의 업무 수행의 적법성과 적정성에 대한 신뢰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횡령 금액의 많고 적음이나 근로기준법상 의무 위반의 정도와 관계없이 '중대한 부정' 및 '불상사고'로서 이러한 사고의 수습과 개선을 위하여 관련자의 직권을 정지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된다.

4)

이 사건 각 처분에 의한 대기발령 기간의 적정 여부에 대한 판단

가)

대기발령과 같은 잠정적인 인사명령이 명령 당시에는 정당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대기발령의 목적과 실제 기능, 유지의 합리성 여부 및 그로 인하여 근로자가 받게 될 신분상·경제상의 불이익 등 구체적인 사정을 모두 참작하여 그 기간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대기발령을 받은 근로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다거나 근로제공을 함이 매우 부적당한 경우가 아닌데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게 장기간 동안 잠정적 지위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다고 볼 만한 시점 이후부터의 대기발령은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4. 9. 12. 선고 2024다250873 판결 참조).

나)

위 법리에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살피건대, 이 사건 대기발령은 2025. 3. 27. E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에 의하여 원고에 대한 징계요구서가 의결됨으로써 그 필요성이 없어졌음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원고를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게 장기간 동안 잠정적 지위의 상태로 두는 것이 되어 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대기발령은 E중앙회로부터 원고에 대한 징계요구서가 의결된 2025. 3. 27. 이후부터는 무효로 보아야 한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1)

이 사건 대기발령은 2024. 12. 23. 개시되어 2025. 6. 22. 해제되었다.

(2)

피고의 인사규정상 대기발령은 직권정지를 명하였을 때와 징계사유에 해당되어 인사위원회에 부의될 때 가능하고(제62조 제3호 및 제3호), 직권정지는 중대한 부정, 불상사고가 발생하여 사건의 확대를 방지하고 수습하기 위하여 관련자의 직권의 정지가 필요한 때에 할 수 있는바(제90조 제1호), 직권정지 및 대기발령은 '사건의 확대를 방지하고 수습하기 위한' 목적과 기간으로 한정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3)

E중앙회 전남검사국은 D 횡령사건과 관련하여 원고를 비롯한 이 사건 센터의 관련자들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여 2024. 12. 19. 이 사건 감사결과를 통보하였고, E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는 2025. 3. 27. 원고를 포함한 12명에 대한 징계요구서를 의결하였다. 위와 같이 D의 횡령사건에 있어 사건의 확대 방지와 수습을 위하여 필요한 기간은E중앙회가 제보를 바탕으로 사고 경위와 행위자 및 관련자를 감사하여 책임 소재와 관련자 별 적정한 징계양정을 정한 시기로 한정된다.

(4)

피고는 그로부터 약 2개월 여 지난 2025. 5. 26. 원고에 대하여 위 E중앙회의 징계요구서대로 감봉 1월의 징계를 의결하고, 그로부터 약 1개월 여 지난 2025. 6. 22.에서야 이 사건 대기발령을 해제하였는데, E중앙회 감사위원회가 원고에 대한 징계요구서를 의결한 후부터 이 사건 대기발령이 해제되기까지의 기간 동안 피고가 D의 횡령 사건과 관련하여 사건의 확대 방지나 수습을 위한 목적으로 달리 어떠한 조치를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확인되지 않는다.

(5)

피고는 2024. 12. 4.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여수지청으로부터 J의 노동청 진정사건에 대한 자료제출을 요구받았고, 피고의 조합장 I은 2025. 5. 29. 이 법원에서 근로기준법위반죄로 벌금 1,000,000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 사건 각 처분 관련 인사위원회 회의록에 의하면, 피고는 J의 노동청 진정사건에 대하여 근로계약서 미작성, 임금명세서 미교부, 주휴수당 미지급 등 근로기준법상 의무 위반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경위와 관련자의 책임 소재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가 이 사건 각 처분 이후 원고에 대하여나, 이 사건 센터 또는 피고 차원에서 J의 노동청 진정사건에 대한 수습이나 유사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하여 달리 조치한 것이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은 확인되지 않는다.

(6)

E중앙회는 2025. 3. 27. 원고에 대한 징계요구 당시 D의 횡령사건 관련 행위자인 D에 대하여 징계해직, 센터장 G에 대하여 감봉 3월을 요구하였고, 원고와 차장 L에 대하여 감봉 1월, 나머지 직원들과 피고 조합장 I에 대하여 주의촉구를 요구하였다. 그런데 원고와 징계 양정이 같은 차장 L의 경우 원고와 마찬가지로 이 사건 센터의 학교급식 전반의 책임자로서 재고부족에 대한 결재 책임과 사고 은폐에 대한 책임이 인정되었고, 귀책금액은 41,781,000원으로 원고(8,969,000원)보다 많았음에도, 피고는 차장L에게는 원고와 달리 직권정지 및 대기발령 처분을 하지 않았다.

(7)

원고는 이 사건 각 처분 기간 동안 본점 신용계에서 모출납, 환업무, 금고실담당,365코너담당 등의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다른 직원들과 책상을 등지고 PC 등 기본적인 사무기기나 용품을 지급받지 못한 채 업무에서 배제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이 사건 센터에서 발생한 각 사고의 수습과 확대 방지에 필요한 기간을 초과하여 장기간 대기발령 처분을 받고 업무에서 배제되어 기본급의 100분의 90 해당액만 지급받고 각종 수당을 지급받지 못하였는바, 이러한 불이익한 처우는 결코 가벼운 생활상의 불이익이라고 할 수 없고, 원고를 부당하게 장기간 동안 잠정적 지위의 상태로 두는 것이 되어 부당하다.

나.

임금 청구에 대한 판단

1)

E중앙회가 2025. 3. 27. 피고에게 원고에 대하여 감봉 1월의 징계요구를 의결한 이후부터 이 사건 각 처분은 효력이 없으므로, 피고는 E중앙회의 징계요구 다음 날인 2025. 3. 28.부터 이 사건 각 처분의 만료일인 2025. 6. 22.까지 원고가 지급받지 못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이는 원고가 2025년 4월부터 6월까지의 지급받지 못한 임금에 해당한다.

2)

원고는 최초 소제기 당시 2025년 1월부터 3월까지의 미지급 임금(14,864,127원)을 청구하였다가, 2025년 1월부터 6월까지의 미지급 임금(26,170,139원)을 구하는 것으로 청구취지를 확장한 바 있다. 따라서 원고의 2025년 4월부터 6월까지의 미지급 임금은 2025년 1월부터 6월까지의 미지급 임금에서 2025년 1월부터 3월까지의 미지급 임금을 공제한 11,306,012원(= 26,170,139원 - 14,864,127원)으로 봄이 상당하다.

3)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각 처분이 무효인 기간 동안의 미지급 임금에 해당하는 2025년 4월부터 6월까지의 미지급 임금 11,306,012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각 처분이 해제된 다음 날인 2025. 6. 23.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를 항쟁함이 타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6. 5. 28.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이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

위자료 청구에 대한 판단

1)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고의 또는 적어도 과실로 원고에 대하여 사회통념상 이 사건 센터에서 발생한 사고의 수습과 확대 방지에 필요한 기간을 초과하여 장기간의 대기발령 처분을 함으로써 원고에게 불이익한 처우를 하였으므로, 이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2)

위자료의 범위

원고가 피고의 위 불법행위로 인하여 업무에서 배제되어 장기간 승급, 급여, 직위에 있어 불이익한 처우를 당하였고, 그 불법한 처분이 행하진 기간, 그 기간을 전후로 원고가 받았을 정신적 고통의 정도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위 자료는 5,000,000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

3)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일 다음 날인 2025. 3. 28.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6. 5. 28.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고 나머지는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태우(재판장) 백도연 김은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