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전제사실]
피고인은 순천시 B 외 3필지 C 신축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의 시행사인 주식회사 D의 현장 책임자이고, 주식회사 D은 이 사건 공사에 대해 2015. 3. 9.경 E 주식회사와 공사금액 130억 원, 계약보증금 26억 1,000만 원으로 2016. 6. 30.까지 완공하기로 하는 공사계약을 체결하였고, 주식회사 F은 E 주식회사(2016. 3. 16. 주식회사 G로 상호변경)와 공동 수급인으로 이 사건 공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런데 E 주식회사와 주식회사 F(이하 '수급인 회사들')이 위 계약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하자 주식회사 D은 계약보증금을 지급받는 대신 계약보증금액에 해당하는 금원을 수급인 회사들에 빌려주었다는 내용의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공증받아 추후 계약이행이 되지 않을 경우 집행하기로 하고, 2016. 1. 14.경 주식회사 D으로부터 포괄적 위임을 받은 피고인이 금전소비대차계약의 채권자, 주식회사 F이 채무자, 주식회사 F의 대표이사 H이 연대보증인이 되는 내용의 26억 1,000만 원에 대한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여 공증인가 법무법인 I에서 공증 받고(증서 2016년제39호), 같은 날 같은 법인에서 계약이행이 되지 않을 경우에만 공정증서를 집행한다는 내용의 피고인 명의 각서를 공증 받았다(증서 2016년제79호).
이후 수급인 회사들은 현장 사무실을 신축하고 공사현장 부지에 있던 묘지 이장, 토지 반출 등 공사를 진행하였는데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오히려 주식회사 D의 사무실 운영비를 지원해주는 상황이 되자 향후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할 것을 우려하여 2016. 5. 2.경 공사포기각서를 제출하고 주식회사 D과 합의하여 2016. 5. 31.경 이 사건 공사계약이 해제되었다.
한편, 주식회사 F은 E 주식회사가 주식회사 D에 대해 가지는 공사대금 채권을 양도받고 2019. 5. 27.경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 주식회사 D을 상대로 공사대금 지급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2022. 1. 13. 주식회사 D이 주식회사 F에 375,013,687원 및 지연손해금 등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일부 승소판결을 받고 2022. 10. 26.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2024. 2.경 자신이 채권자로 작성된 위 공증인가 법무법인 I 작성 증서 2016년39호를 소지하고 있음을 기화로, 이를 이용해 법원을 기망하여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아 피해자 주식회사 F(이하 '피해 회사')으로부터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 신청액 상당을 편취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24. 2. 28.경 천안시 동남구 청수14로 77 소재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서 피해 회사를 상대로 위 법원 2024타채13537호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신청하면서 마치 자신이 피해 회사에 대한 정당한 금전 채권자인 것처럼 '청구채권액1,610,435,200원에 관하여 피해 회사의 제3채무자 주식회사 D에 대한 채권의 압류 및 전부명령'을 구하는 내용의 허위 주장을 하고 위 증서 2016년제39호를 증거로 제출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실제로 피해 회사에게 26억 1,000만 원을 대여하지 않았고 위 증서 2016년제39호는 이 사건 공사계약 이행을 보증하고자 피고인이 주식회사 D의 현장 책임자로서 채권자 명의를 빌려주어 작성된 것으로 2016. 5. 31.경 이 사건 공사계약이 합의해제되었기 때문에 위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 신청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와 같이 법원을 기망하여 이에 속은 법원으로 하여금 2024. 3. 8. 위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 신청을 인용하는 내용의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 결정을 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법원을 기망하여 피해 회사로부터 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 원리금 합계 530,232,399원에 해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피고인과 변호인 주장의 요지
법무법인 I 작성 증서 2016년제39호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이하 '이 사건 공정증서'라 한다)는 이 사건 공사계약의 이행을 보증하기 위하여 작성된 것으로서 유효하다. 피고인은 피해자 주식회사 F(이하 '피해 회사'라 한다) 및 E 주식회사(2016. 3. 16.'주식회사 G'로 상호가 변경되었고, 편의상 'E'이라 하되, 문건 내용의 인용 등 필요한 경우에는 변경 전후의 상호를 구분하여 표기한다)의 일방적 공사 포기에 따라 주식회사 D(이하 'D'이라 한다)에 발생한 손해를 보전받기 위하여 D의 대표이사 J의 지시 내지 허락을 받고 이 사건 공정증서에 의하여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신청한 것이므로, 피고인이 허위의 채권을 주장하는 등으로 법원을 기망하였다고 볼 수 없다.
판단
이 사건 공정증서 작성 경위
이 사건 공소사실은 이 사건 공정증서가 이 사건 공사계약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계약이행보증금을 갈음하여 작성된 것으로, D의 포괄적 위임과 피해 회사 측의 양해 아래 공사도급인인 D이 아닌 피고인 개인을 채권자로 하여 작성되었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피고인 역시 이 사건 공정증서가 D을 위하여 작성된 것이라는 점은 다투지 않는다.<1> 반면, 피해 회사 및 그 대표 H은 이 사건 공정증서는 D의 실질 소유주인 K의 위임 없이 작성된 것으로, 피고인이 피해 회사 대표 H을 기망하여 이 사건 공정증서 자체를 편취하였고, 이와 같이 편취한 허위의 공정증서를 근거로 이 사건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신청하였다는 취지로 피고인을 고소하였다는 점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피고인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및 사정들을 고려하면, D의 손해를 보전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피고인의 주장과 달리,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이 사건 공정증서의 채권자 명의가 피고인으로 되어 있는 것을 이용하여 피해 회사로부터 이 사건 공정증서 채권액의 일부를 편취할 의사로 법원을 기망하여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신청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드는 부분이 있다.
E은 2016. 5. 2. D 측에 『C 신축공사 계약해제 관련 건』 을 통해 '이 사건 공사를 포기한다는 내용의 공사포기각서를 제출하였다. 그런데 위 문건은 D 측의 2016.4. 20.자 계약 해제 통보에 따라 계약이 해지되었으므로 공사포기각서를 제출한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D은 그 후 E과 피해 회사 측에 시행일자가 2016. 5. 23.자로 된 『C계약서 관련 귀사 공사포기각서 승인件』 이라는 문건을 발송한 것으로 보이므로, E이 일방적으로 공사를 포기하였다는 취지의 피고인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E과 피해 회사는 2016. 6. 30.자 『C 신축공사 정산서 승인 요청 건』 이라는 문건을 통해 공사의 중도 포기에 따른 정산을 요청한 반면, 위 공사포기 및 이에 따른 공사계약의 해지를 전후하여 피고인이나 D이 E이나 피해 회사에 정식의 정산을 요청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피해 회사는 2018. 12. 7.경 E로부터 이 사건 공사비 청구채권 등을 양도받아 2019. 3. 12. D에 채권양도통지를 하였고, 2019. 5. 27.경 D을 피고로 하여 이 법원에 공사대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 법원은 2022. 1. 13. D으로 하여금 피해 회사에 375,013,687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선고하였다(이 법원 2019가합11051). D은 위 판결에 항소하지 않았고, 피해 회사가 항소하였으나 광주고등법원은 2022. 10. 5.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광주고등법원 2022나20640). 위 판결은 2022. 10. 26. 확정되었는데, 위와 같은 일련의 민사소송 과정에서 D이 피해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이나 계약보증금채권 등 이 사건 공정증서와 관련 있는 권리를 주장한 사실은 확인할 수 없다.
피고인은 2024. 2. 28.경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 이 사건 공정증서에 의하여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신청(이하 '이 사건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이라 한다)하였는데, 이는 E이 공사포기각서를 제출한 2016. 5.경으로부터 약 8년 가까이 지난 시점이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D으로부터 받아야 할 임금과 피고인의 지출 비용 등 피고인 개인이 입은 손해를 보전받기 위해서 이 사건 공정증서에 의하여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신청하였다고 진술한 사실이 있다. 피고인은 당시 조사 과정에서 '본 공정증서는 제 것입니다'라고 진술하기도 하였는데, D의 손해를 보전하기 위하여 이 사건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신청하였다는 피고인 주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피고인은 2021. 3. 2. 이 사건 공정증서상 채권금액 중 10억 원을 D(대표이사J)에 양도하였다. 이 사건 공정증서가 D을 위하여 작성된 것이고,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 역시 D의 손해를 보전하기 위한 것이라는 피고인의 주장과 달리, 피고인이 이 사건 공정증서를 피고인 개인의 이익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다.
이 사건에 관한 구체적 판단
그러나 소송사기는 법원을 기망하여 자기에게 유리한 판결을 얻음으로써 상대방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로서, 이를 처벌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누구든지 자기에게 유리한 주장을 하고 소송을 통하여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민사재판제도의 위축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그 범행을 인정한 경우 외에는 그 소송상의 주장이 사실과 다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거나 피고인이 그 소송상의 주장이 명백히 허위인 것을 인식하였거나 증거를 조작하려고 한 흔적이 있는 등의 경우 외에는 이를 쉽사리 유죄로 인정하여서는 안 된다. 그리고 소송사기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제소 당시에 그 주장과 같은 채권이 존재하지 아니하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주장의 채권이 존재하지 아니한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허위의 주장과 입증으로써 법원을 기망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어야만 하고, 단순히 사실을 잘못 인식하거나 법률적인 평가를 그르침으로 인하여 존재하지 않는 채권을 존재한다고 믿고 제소하는 행위는 사기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3도373 판결, 대법원 2018. 12. 28. 선고 2018도13305 판결, 대법원 2020. 9. 24. 선고 2017도619 판결 등 참조).
소송사기죄 적용의 엄격성에 관한 위와 같은 확립된 법리와 함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D과 피해 회사 사이에 이 사건 공사계약의 해제에 따라 이 사건 공정증서상의 권리가 소멸하는 등 당연히 그 효력을 잃게 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공정증서를 근거로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신청한 것을 두고 허구의 주장이나 증거의 조작 등을 통하여 법원을 기망하려고 시도한 것이라거나, 소송상의 주장과 신청이 사실과 다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법원을 기망한 소송사기를 구성한다고 평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 신청 당시 피고인에게 이 사건 공정증서에 따른 권리가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허위의 주장과 입증으로 법원을 기망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이는 피고인이 이 사건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 신청에 나아가게 된 배경에 피고인 개인의 이익 실현을 위한 동기가 작용하였다거나, 피해 회사의 D에 대한 확정판결에 의한 채권의 집행을 막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다르지 않다.
이 사건 공정증서는 이 사건 공사계약의 계약보증금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피고인과 피해 회사가 합의하여 작성한 것으로 피고인은 이 사건 공정증서에 의하여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신청하였다. 피고인이 그 과정에서 별도로 허위의 서류나 증거를 제출하였다는 사정은 기록상 찾아볼 수 없고, 이와 같은 소송상의 신청이나 주장이 추후 법률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사정만으로 소송사기죄를 인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공정증서의 효력이 있다고 믿고 이를 근거로 이 사건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신청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지가 소송사기죄 판단의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된다.
피해 회사의 대표자 H은 D과 수급인 회사들 사이에 이 사건 공사계약이 합의해제되었다고 주장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도 이 사건 공사계약이 합의해제되어 이 사건 공정증서의 효력이 소멸하는 등 권리 주장의 근거가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을 전제로, 이를 소송사기 기망행위의 중요한 부분으로 특정하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 사이에 계약을 종료시킬 의사가 일치되었더라도 계약이 일부 이행된 경우에는 이미 이행된 부분에 관한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 등에 관하여 아무런 약정 없이 계약을 종료시키는 합의만 하는 것은 경험칙에 비추어 이례에 속한다(대법원 2021. 2. 10. 선고 2020다271315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계약의 종료에 따른 정산이나 손해배상 등의 처리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인식이나 의사가 명확하지 않다면, 계약에 부수한 권리의무관계가 계약의 종료와 당연히 운명을 같이한다고 볼 수 없다.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사계약이 원만하게 이행되지 못하고 결국중단되어 해제에 이르게 된 경위, 공사포기각서의 제출 및 그 승인 전후 피고인이나 D이 피해 회사나 E 측에 보낸 문건의 내용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공사계약의 해제와 관련한 당사자 사이의 의사가 서로 객관적으로 일치한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계약 해제에 따라 이 사건 공정증서에 따른 권리 또한 당연히 그 법률적 근거를 상실하게 되었다거나 피고인이 이를 당연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피고인이 D의 사장 직위를 명시하여 피해 회사의 대표자 H과 E에게 보낸2015. 11. 17.자 『주)D C 신축공사에 관련 계약보증서 외 제출요청件』에 의하면, 민간공사 표준도급계약 일반조건 제4조에 정한 계약보증서가 제출되지 않아 공사가 지연된다며 피해 회사와 E로 하여금 계약보증서와 기타 공사 업무를 처리하고 관련 서류를 제출할 것을 통보한 사실이 확인된다. 2016. 1. 14.자 『C 신축공사 민원처리 및 공사 공정지연에 따른 책임요청件』 에는 공사 현장 내 토사 반출용 진입로 확장 작업에 따른 주민 민원 발생으로 작업이 중지된 부분에 대한 책임 있는 해결 방안 등을 요청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도급계약에 따른 책임을 요청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2016. 3. 23.자 『계약서 제29조 [건설공사의 하도급 등] 공사에 따른 부적당하도급사 교체 및 제31조["갑"의 계약해제 등]에 강력한 요청 건』 은 E의 계약내역서 등 변경 요구, 2016. 2. 15.자 기공식 공사 지연, 토공 분야 부적당 하도급사인 주식회사 L의 교체 필요성, 2016. 3. 21.자 하도급사의 소나무 이식 작업 방해로 인한 인건비, 장비비 등 변상 필요성을 이유로 민간건설공사계약서 제29조(건설공사의 하도급) 및 제31조(도급인의 계약해제 등)를 들어 D이 E 측에 상응하는 빠른 조치를 촉구하는 내용이다.
위 각 문건에 언급된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 일반조건 제31조<2>는 도급인의 계약 해제(또는 해지) 사유로서 수급인의 채무불이행으로 볼 수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고, 피고인 내지 D은 피해 회사 내지 E의 각종 채무불이행 등을 사유로 들어 이 사건 공사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등 공사계약 이행에 관한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D은 실제 2016. 4. 20.자 내용증명 『C 신축공사 계약서 제31조["갑"의 계약해제 등]통보(2차)件』 을 통해 2016. 3. 23.자 내용증명과 관련하여 수급인 측의 채무불이행을 주장하면서 위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 일반조건 제31조에 따라 이 사건 공사계약의 해제를 통보하였다.
E은 2016. 5. 2. 이 사건 공사에 대하여 공사포기각서를 제출하였다. 이에 D은 2016. 5. 23.자 『C 계약서 관련 귀사 공사포기각서 승인件』 을 통해 위 공사포기각서를 승인하였는데, 위 문건에는 '(이 사건 공사계약) 관련 조건부 없는 공사포기각서를 폐사는 2016년 6월 31일(시공사 관계자 변경)자 승인합니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E과 피해 회사는 2016. 6. 30.자 『C 신축공사 정산서 승인 요청 건』 이라는 문건을 통해 D 측에 공사의 중도 포기에 따른 정산을 요청하였다. 한편 D은 E과 피해 회사 측의 계약 위반 등을 주장하면서 이 사건 공사계약에 따른 해제 등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로 주장해 오던 중 결국 2016. 4. 20. 공사계약의 해제를 통보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위 2016. 5. 23.자 공사포기각서의 승인은 '조건 없는 공사포기를 승인한다'는 내용일 뿐, D이 그동안 주장한 계약 위반 내지 이에 따른 손해배상을 주장하는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위와 같은 전후 사정을 고려하여 당사자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하면, D 내지 피고인으로서는 E이나 피해 회사 측에 대한 별도의 정산은 고려하지 않은 것 으로 보이고, D이 그동안 문제 삼았던 계약 위반 등 사항에 관하여도 더 이상의 법적 권리 주장을 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으로 이 사건 공사계약의 해제를 통보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즉, D의 2016. 5. 23.자 '조건 없는 공사포기각서의 승인'은 E이나 피해 회사에 대하여 별도의 정산을 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D도 이 사건 공사계약의 이행 내지그 해제와 관련한 권리 주장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보이고, D이 이 사건 공사계약의 이행 내지 그 해제와 관련하여 E이나 피해 회사에 대한 모든 권리 주장을 포기한 것 으로는 보기 어렵다. 실제 권리관계의 존부나 이에 대한 법률적 평가의 합리성이나 정당성 등과는 별개로, 피고인의 주관적 인식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G(E)은 2018. 12. 7. 피해 회사에 D에 대한 이 사건 공사대금 및 대여금채권을 양도하였고, D은 2019. 3. 12. 위 채권양도 사실을 통지받았다. 이에 대하여 D의 대표이사 J은 2019. 3. 14. G 대표 M에게 'D은 G로부터 금원을 차용한 사실이 없다. 또한 공사비 관련해서 G이 책임을 다하지 못해 공사포기 이행 합의한 사실이 있으므로 합의사항을 잘 숙지하라'는 취지로 내용증명을 보내어, 이 사건 공사계약은 피해회사 내지 E 측의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하여 해제되었음을 명시한 사실이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신청하기 전까지, D이 E이나 피해 회사를 상대로 정식의 정산 또는 손해배상을 요구하거나, 관련 민사소송 과정에서 공정증서를 근거로 한 소송상의 주장을 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그러나 소송상 주장한 채권에 대하여 사실을 잘못 인식하였다거나 법률적 평가를 잘못하여 존재하지 않는 권리를 존재한다고 믿고 제소한 행위는 소송사기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 또는 D으로서는 이 사건 공사계약이 해제 통보, 공사포기각서의 제출과 그 승인으로 종료되었다는 점과는 별개로, 이 사건 공정증서가 여전히 효력이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정황들이 있다.
이 사건 공정증서 작성 당시 D의 실질적인 대표자였던 K은 근로기준법위반 피의자신문 당시 '2015. 11. 26.경 피고인을 대리인으로 하여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한 모든 업무의 일체의 권한을 위임하면서 피고인에게 사용인감을 발급받아 사용하도록 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하였다. D이 E과 피해 회사를 상대로 계약보증서 제출을 요구한 2015. 11. 17.자 공문, 하도급 계약내역서 제출과 민원 사항 해결을 요구하는 2015. 11. 30자 공문, 착공 지연을 지적하고 각종 민원 사항 해결을 요구하는 2015.12. 7.자 공문, 이 사건 공사계약 해제의 의사를 표시한 2016. 3. 23.자 공문은 모두 피고인이 D의 사장임을 명시하였다. 이 사건 공정증서 작성 당시 피고인은 D으로부터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포괄적인 권리를 위임받은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공소사실이전제하고 있는 것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피해 회사가 E로부터 이 사건 공사대금 및 대여금채권을 양수하고 2019.3. 21. D 측에 위 각 채권의 이행을 촉구하자, D의 대표 J은 2019. 4. 1.자 『귀사 최고장에 관한 답변서』 를 통해 채권 이행 요구에 응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 특히 위 답변서에는 '공사포기각서는 조건부 없는 모든 공사포기각서로 알고 있다', '민간건설공사 표준계약 일반조건 제33조에 따라 (D은) E을 상대로 이 사건 공사의 계약보증이행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이 사건 공정증서 및 법무법인 I 작성 2016년 제79호인증서에 따라 E이 이 사건 공사의 계약보증이행을 하지 않을 시 집행하는 각서 공증에 유념하라'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위 내용은 D 측에서는 이 사건 공사계약이 당사자 상호간 별도의 정산이나 손해배상 조건 없이 종료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이 사건 공사계약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작성된 이 사건 공정증서를 집행하는 등 D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비롯한 권리 보전 조치에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이는 피고인이 이 공판 과정에서 이 사건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 신청에 나아가게 된 경위를 설명하는 주장과 같은 맥락이기도 하다.
J은 2025. 9. 30.자 사실확인서를 통해 'J은 피고인이 D을 위해 이 사건 공사계약의 이행을 보증받고자 피해 회사(H)와 사이에 합의하여 이 사건 공정증서를 작성한 사실을 인식하고 있고, 피해 회사가 D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확정된 판결에 의한 채권을 집행하지 못하도록 자신이 피고인에게 내용증명과 이 사건 공정증서를 조치(집행)하도록 지시하였다'고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이 사건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 신청은 D과 피해 회사 사이의 관련 민사소송이 D의 패소로 확정된 이후에 이루어졌고, 압류 및 전부명령의 대상이 된 채권은 '채무자인 피해 회사가 E로부터 양도받은 공사대금채권 등과 관련하여 제3채무자인 D을 상대로 이 법원 2019가합11051, 광주고등법원 2022나20640 공사대금 등 청구의 소에서 제3채무자 D으로 하여금 채무자인 피해 회사에 지급을 명한 확정판결에 의한 채권'이다. 따라서 이 사건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 자체가 피해 회사의 강제집행에 대한 D 측의 방어 수단으로서의 성격, 즉 D의 권리 보전을 위한 조치로서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는 이 사건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 신청 배경에 피고인 개인 이익 실현을 위한 동기나 목적이 일부 게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다르지 않다.
피고인도 경찰 조사 당시 이 사건 공정증서의 기재와 같이 피해 회사와 사이에 금전소비대차계약에 의하여 실제 돈을 주고받은 것은 아님을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 공정증서상 채권액은) 피해 회사가 (D이) E과 계약한 이 사건 공사를 잘 하겠다는 취지로 보증을 한 금액이고 피해 회사가 공사를 하지 못했으니 이 사건 공정증서의 효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신청하였다고 진술한 사실이 있다.
위와 같이 피고인은 D의 포괄적인 위임을 받아 피해 회사와 이 사건 공사계약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이 사건 공정증서를 작성하였고, 피해 회사 및 E의 이 사건 공사 포기로 D에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는 D의 손해를 보전받는 등 나름의 권리구제 주장을 위하여 이 사건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 신청에 나아간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비록 피고인이나 D이 공사계약 해제 이후 또는 관련 민사소송 과정에서 공정증서에 기한 권리 주장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비롯한 별도의 신청이나 권리 주장이 원천적으로 금지되는 것도 아니다. 그와 같은 권리주장의 법률적 타당성은 청구이의의 소 등 별도의 절차를 통해 판단되어야 할 문제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또는 D 측의 권리 주장이 법률적 근거가 전혀없는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이 사건 공정증서의 효력 등에 관하여 재판기관인 법원의 공권적 판단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 신청이 다툼의 여지가 있다거나 법률적 근거가 미약하다고 볼 수는 있을지언정, 그와 같은 소송상의 신청이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볼 수는 없다. 피고인이 이 사건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의 근거가 된 채권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허위의 주장과 입증으로써 법원을 기망하였다고 평가하기 어렵고, 피고인에게 법원을 기망하여 재물을 편취하고자 하는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소결론
피고인이 이 사건 공정증서에 의하여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신청할 당시 채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허위의 주장과 증명으로 법원을 기망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는 점에 관한 검사의 증명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피고인에게 소송사기의 죄책을 지울 수 없다(이는 이 사건 공정증서의 효력이나, D의 피해 회사 또는 E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존부에 관한 민사상 판단과 별개의 문제임을 덧붙여 밝혀둔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김용규(재판장) 김준영 김은영
각주1) 피고인은 위 공정증서 작성 당시 '수급자인 E이 이 사건 공사의 계약보증이행을 하지 않을 시 이 사건 공정증서를 집행하고, 만일 E이 계약사항을 이행할 시에는 집행하지 않을 것을 확약한다'는 내용의 각서도 작성해 주었다(법무법인 I 작성 2016년제79호 인증서).
각주2)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 일반조건 제31조["갑(도급인)"의 계약해제 등]
"갑"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
각주3) 1. "을(수급인)"이 정당한 이유없이 약정한 착공기일을 경과하고도 공사에 착수하지 아니한 경우
각주4) 2. "을"의 책임있는사유로 인하여 준공기일내에 공사를 완성할 가능성이 없음이 명백한 경우
각주5) 3. 제27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지체상금이 계약보증금 상당액에 도달한 경우로서 계약기간을 연정하여도 공사를 완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각주6) 4. 기타 "을"의 계약조건 위반으로 인하여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