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A, B, C, D, E, F, G, H, I, J에 대한 유죄부분 및 피고인 A, B, C, D, I, J에 대한 2000. 9. 6.자 명예훼손의 점에 관한 무죄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 A, B, E을 각 징역 8월, 피고인 C, D, F, G, H, J를 각 벌금 2,000,000원, 피고인 I을 벌금 500,000원에 각 처한다.
피고인 C, D, F, G, H, I, J가 위 각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금 4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위 피고인들을 노역장에 유치한다.(다만, 단수금액은 이를 1일로 한다)
피고인 B에 대한 원심판결 선고 전의 구금일수 4일, 피고인 E에 대한 같은 구금일수 186일, 피고인 C, D, F, G, H, I, J에 대한 같은 구금일수 1일씩을 위 각 징역형 또는 노역장 유치기간에 각 산입한다.
다만, 피고인 A, B, E에 대하여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씩 위 각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C, D, F, G, H, I, J에 대하여 위 각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B, D에 대한 2000. 6. 16. 07:00경 및 같은 날 12:30경 각 명예훼손의 점 및 피고인 A, B, C, D, E, F, I, J의 2000. 8. 29.자 쟁의행위의 점은 각 무죄.
피고인 K, L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 B, D에 대한 원심 판시 제1의 사실에 대하여
위 피고인들이 대자보를 통해 적시한 내용의 중요부분은 진실이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고, 위 피고인들의 이러한 행위는 P병원(이하 '위 병원'이라고 한다) 소속 비노조원까지 포함한 전체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옹호할 목적에서 위 병원 경영자측의 부당한 인사조치에 의한 부당노동행위를 알리려 한 것이다. 따라서 위 피고인들의 명예훼손행위는 형법 제310조 소정의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하여 죄가 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명예훼손죄에 있어서 위법성조각사유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유죄로 인정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피고인 A, B, C, D, E, F, I, J에 대한 원심 판시 제3의 가.항에 대하여
위 피고인들이 입은 단체복은 피고인들이 직접 집에 가지고 가 세탁한 후 착용한 것이므로 평소 근무시 입게되어 있는 간호사복과 위생면에서 커다란 차이가 없고, 환자를 치료하는 병동이나 응급실을 제외한 원무과나 기타 부서에 근무하였던 조합원들의 경우에는 이러한 위생상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조차 없었으며, 수술실에서는 단체복을 착용하지 않거나 단체복 위에 까운을 착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이는 위 병원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쟁의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단체복 착용실태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쟁의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피고인들의 단체복 착용이 영업을 저해하는 '쟁의행위'가 된다고 판단하여 유죄로 인정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위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 판시 제3의 나.항에 대하여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노법'이라 한다) 소정의 '쟁의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가 있어야 할 것인데, 원심 판시 제3의 나.항 기재의 집회는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20분 내지 40분 정도 진행되었고, 2000. 8. 30. 집회 때 점심시간을 10분 초과하게 된 경위는 당시 집회를 종료하고 업무에 복귀하려 하였으나 병원직원이 사진을 찍고 마이크를 빼앗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시비가 발생하여 부득이 10분 가량 업무복귀가 지체된 것에 불과하므로, 피고인들의 이러한 집회로 인하여 병원업무의 정상적 운영에 어떠한 저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할 것임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해하거나 쟁의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형법상의 업무방해의 점에 대하여는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쟁의행위에 대하여는 유죄를 선고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피고인 A, B, C, D, E, F, G, H, I, J에 대한 원심 판시 제4.항에 대하여
위 피고인들의 직장점거 등의 행위는 그 수단에 있어 물리적 폭력을 수반하지 아니하고 사용자의 업무도 방해하지 아니한 부분적·병존적 점거에 그친 것으로서 그 방법에 있어 상당성이 있으므로 형법 제20조가 정한 정당한 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되어 죄가 되지 않고, 병원측의 직장폐쇄는 병원노조의 파업에 돌입한지 1시간만에 방어적 목적이 아니라 노동조합의 파업 그 자체를 분쇄할 목적으로 단행된 것으로 그 정당성을 결여하여 위법하므로 피고인들이 병원측의 위법한 직장폐쇄에 기초한 퇴거요구에 불응하였다고 하여 퇴거불응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직장점거 및 직장폐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양형부당의 점에 대하여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범죄사실에 이르게 된 제반 경위를 참작하여 볼 때 피고인들에 대하여 선고된 원심의 각 형은 너무 과중하여 부당하다.
검사의 항소이유
피고인 A, B, C, D, I, J에 대한 2000. 9. 6.자 명예훼손에 관한 공소사실이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지 않아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라도 모욕죄로 처벌할 수 있으므로 원심법원으로서는 검사에게 공소장변경을 요구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명예훼손의 점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한 잘못을 저질렀다.
이 법원의 판단
피고인 B, D의 항소이유 제1점에 대하여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가 처벌되지 않기 위하여는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될 뿐만 아니라, 그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것이거나 적어도 행위자가 그 사실을 진실한 것으로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인바, 여기에서 '진실한 사실'이란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로서 세부에 있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한 것이며, 나아가 '공공의 이익'에는 널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되는 것으로서,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당해 적시 사실의 내용과 성질,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자체에 관한 제반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하고,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대법원 2000. 2. 25. 선고 98도2188 판결, 2002. 9. 24. 선고 2002도3570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 및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B을 비롯한 위 병원 소속 근로자 92명은 2000. 5. 19. 민주노총 소속 Q노조 P병원지부(이하 '노조'라고만 한다)를 설립하고 위 피고인을 지부장으로 선출하여 2000. 6. 14.경부터 위 병원과 임금인상 등에 관한 단체교섭을 진행한 사실, 한편 위 병원측은 그 무렵 직원들에 대하여 연봉제를 추진하면서 원무과장인 R가 직원들 개개인을 별도로 불러 연봉제계약 체결을 권유한 사실, 그러던 중 병원측이 같은 달 14. 3병동 수간호사로서 노조 소속인 S을 업무강도가 높은 응급실로 전보조치하자 노조는 이를 노조를 탄압하는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하면서 같은 날 오전경 3병동 간호사 전체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침묵시위를 하면서 근무하는 등 병원측과 연봉제계약 체결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던 사실, 그런데 같은 달 15.경 위 R가 원무과 직원인 T에게 연봉제계약 체결을 요구하였는데 T은 자신은 노조에 가입하였다며 연봉제계약 체결을 거부하자 인사명령장의 교부로써 인사조치를 하던 관례와 달리 인사명령장도 교부하지 아니한 채 다음날부터 P병원의 자매병원인 U병원 기획예산과에서 근무할 것을 명한 후, 퇴근무렵에 인사명령장의 사본만을 제시한 사실, T은 R와의 면담을 마친 후 노조 집행부에 '자신이 노조소속임을 밝히고 병원의 연봉제계약체결요구를 거절하자 그 자리에서 U병원으로 보직을 옮기라는 보복조치를 당하였다'는 취지의 보고를 하였고, 이에 피고인들은 T에 대한 인사조치는 노조를 탄압하는 부당노동행위라고 간주하고서 같은 달 16. 판시 기재와 같은 내용의 대자보를 작성하여 이를 부착한 사실, T은 같은 달 16.에 비로소 정식 인사명령장을 받고서 그 날부터 U병원 기획예산과에서 근무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피고인들이 대자보에서 적시한 내용의 중요부분, 즉 원무과장이 직원에게 연봉제계약체결을 요구하였으나 노조원임을 밝히면서 이를 거부하자 그 자리에서 정식 인사명령장을 제시하지 아니한 채 2000. 6. 16.부터 U병원으로 출근하기를 명하였다는 점은 진실에 합치한다 할 것이고, 나머지 표현부분은 적시된 사실을 전제로 한 피고인들의 평가나 의견을 다소 과장하여 표시한 것에 불과할 뿐이다.
또한 당시 병원과 노조가 연봉제계약 체결 및 노조원들에 대한 업무강도가 높은 근무처로의 인사이동 문제로 대립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병원측이 노조원임을 밝히면서 노조의 방침에 따라 연봉제계약체결을 거부하는 노조원에 대하여 정식 절차도 거치지 않고 불리하게 한 전보조치는 병원소속 노조원뿐만 아니라 비노조원들에게도 인사 내지 근로조건에 관한 중요한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이라 할 수 있으며, 그 적시된 사실의 내용과 성질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판단할 때 피고인들의 이러한 행위는 연봉제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근로자에 대한 부당한 인사조치를 공론화함으로써 이를 시정 내지 방지함으로써 근로자 전체의 권익을 옹호한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행위는 전체적으로 볼 때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형법 제310조 소정의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하여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인 B, D의 이 점에 관한 항소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피고인 A, B, C, D, E, F, I, J의 항소이유 제2점에 대하여
쟁의행위란 노동조합이 자기의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사용자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저해하는 집단적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사용자의 행위라 할 것이므로 쟁의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업무를 저해하는 행위'가 있어야 할 것인바, 간호사들이 간호사복 대신 투쟁승리라는 문구가 인쇄된 곤색 반팔 티셔츠를 집단적으로 입고 근무하는 행위가 병원의 업무를 저해하는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 및 기록에 의하면, 단체교섭이 진행 중이던 2000. 8. 29. 07:00경부터 같은 해 9. 5.경까지 위 피고인들을 포함하여 응급실, 진료실, 입원환자들이 있는 병실에서 근무하는 조합원들이 노조 집행부의 결정에 따라 일괄적으로 구입하여 배포된 '투쟁승리'의 문구가 인쇄된 곤색 반팔 티셔츠를 입고 근무하였고,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조합원들은 단체복위에 간호사복을 입는 등의 방법으로 원심 판시 기재와 같이 티셔츠를 집단적으로 착용하면서 근무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이 규정된 근무복인 간호사복을 입는 이유는 위생문제 뿐만 아니라 간호사들 자신의 신분을 표시하고,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과의 관계에서 심리적으로 치료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안정된 분위기를 주기 위한 것이라 할 것인데, 위와 같이 간호사들이 주로 환자들을 상대하는 응급실, 병실 등에서 규정된 복장을 하지 않고 집단적으로 '투쟁승리'의 문구가 인쇄된 곤색 티셔츠를 입고 근무를 할 경우 환자들에게 불안감을 주게 되므로, 이러한 행위는 병원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것으로서 노노법 소정의 '쟁의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4. 6. 14. 선고 93다29167 판결 참조). 따라서 원심이 이를 유죄로 판단한 조치는 정당하고 위 피고인들의 이에 관한 항소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위 피고인들의 항소이유 제3점에 대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 및 기록에 의하면, 병원의 점심시간은 12:30부터 13:30까지인데 피고인들은 병원의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하여 점심시간을 이용한 반짝집회를 계획하여, 2000. 8. 29. 집회에서는 13:00경부터 13:20경까지 20분간, 2000. 8. 30. 집회에서는 집회도중 병원측 직원이 왜 병원의 허락 없이 로비에서 집회를 하느냐고 항의하면서 마이크를 뺏으려 하는 등의 실랑이가 있어 점심시간을 10분 정도 경과하여 13:00경부터 13:40경까지 40분간 집회를 한 사실, 병원의 점심시간에는 접수창구를 제외한 약국 및 외래진료 등의 업무가 원칙적으로 중단되는데, 점심시간에도 근무가 요구되는 중환자실이나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노조원들을 제외한 약 20여명의 노조원들이 병원 1층 현관로비 한쪽에서 일어선 상태로 환자들의 통행을 저지하거나 기물을 파손하지는 아니한 채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하고 노동조합을 인정하라는 구호와 노동가를 불렀을 뿐이며 위 집회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보면, 병원의 진료업무가 잠시 중단되는 점심시간 동안에 한 집회는 그 규모, 방법, 시간, 장소 등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을 정도의 집회로서 위 집회로 인하여 병원의 접수 및 진료 등의 업무에 어떠한 저해를 발생하였다거나 발생할 위험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노노법 소정의 '쟁의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8. 30.자 집회에서 병원의 허락이 없는 집회임을 이유로 제지하는 병원직원들과의 실랑이가 있어서 집회가 잠시 방해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점심시간이 지났음에도 업무에 복귀하지 않고 병원로비에서 업무시간 동안에 한 시위행위는 업무를 저해할 위험성이 있는 행위라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19992. 12. 8. 선고 92도1645 판결 참조) 8. 30. 13:30경부터 13:40경까지의 집회는 노노법 소정의 쟁의행위라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점심시간 동안의 집회부분까지도 쟁의행위임을 전제로 하여 노노법 소정의 냉각기간준수에 관한 절차를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유죄로 인정한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쟁의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할 것이니 피고인들의 이에 관한 항소이유의 주장은 위 부분에 한하여 이유 있다.
피고인 A, B, C, D, E, F, G, H, I, J의 항소이유 제4점에 대하여
쟁의행위의 일종인 '직장점거'는 사용측의 점유를 완전히 배제하지 아니하고 그 조업도 방해하지 않는 부분적·병존적 점거일 경우에 한하여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고, 이를 넘어 폭력을 행사하거나 사용자의 기업시설을 장기간에 걸쳐 전면적, 배타적으로 점유하는 것은 사용자의 시설관리권능에 대한 침해로서 부당하다고 할 것이며, 보조적 쟁의수단인 '피케팅'은 태업에 가담하지 않고 조업을 계속하려는 자에 대하여 평화적 설득, 구두와 문서에 의한 언어적 설득의 범위 내에서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고, 폭행, 협박 또는 위력에 의한 실력저지나 물리적 강제는 정당화될 수 없다(대법원 1990. 10. 12. 선고 90도1431 판결).
그런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 및 기록에 의하면, 위 피고인들을 비롯한 노조원 및 민주노총 관계자, 대학생 등 약 100여명은 2000. 9. 4. 19:00경부터 외래환자 및 입원환자 접수를 담당하는 업무과 및 외래환자진료실 입구가 있는 병원 1층 로비를 점거하고서 파업전야제를 개최하여 바닥에 스티로플을 깔고 마이크, 대형확성기, VTR, 텔레비젼, 북, 핸드마이크, 프랑카드, 피켓 등을 동원하여 부당인사를 철회하고 노조활동을 보장하라는 내용의 연설과 구호 및 노동가 제창, 노래패공연을 하고, 병원의 출입문과 외벽, 유리벽, 내벽에 대자보 수십매를 부착한 다음, 그곳에서 12. 30.이 넘도록 음식을 조리하고 취침하면서 24시간 교대로 농성을 계속한 사실, 그들은 08:00경 기상하여 밥을 먹고 09:00경부터 대형확성기로 '민주노조 사수하자', '노조활동 보장하라', '노동탄압 자행하는 병원장은 각성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고 노동가를 부르면서 연좌농성을 한 후 14:00경까지 점심을 먹고 집합하여 절반은 농성장을 지키면서 타사업장 파업사례 비디오 등을 시청하고 노래를 부르는 등 시위를 계속하고 나머지는 인근에 있는 위 병원의 최대출자자 V가 운영하는 신경외과 앞에 가 농성을 하고 돌아와 하루에 대한 평가를 한 다음 노조원 중 2/3은 귀가하고 나머지 1/3은 병원 1층 로비에서 숙식을 하면서 계속 농성하여 온 사실, 노조가 파업을 선언한 같은 해 9. 5. 09:00경부터 노조는 응급실 간호사 10명 중 9명,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노조소속 간호사 5명 모두를 파업에 동참시켜 병원의 응급실과 중환자실의 운영이 사실상 정지된 사실, 위 피고인들 내지는 위 피고인들의 지시를 받은 노조원들은 2000. 9. 5. 파업을 선언한 후 병원 임상병리과에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근무하는 간호사들에게 파업동참을 강요하면서 이에 동조하지 않는 간호사들에게 '좋지 못할 것이다, 절대로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임상병리과 실장을 공금횡령죄로 고발하겠다'고 협박하고, 각 병동 및 병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을 사진촬영을 하여 물리적으로 근무를 방해하였으며, 이를 만류하는 병원직원들과 몸싸움을 하고 임상병리과에 있는 쓰레기통을 발로 차 이를 손괴하기도 한 사실, 노조측의 이러한 점거 시위로 인하여 외래환자 중 상당수가 발길을 돌렸으며 병원 2층에 위치한 중환자실과 수술실, 병원 3-6층에 위치한 입원실 등에서도 소음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진료 및 치료업무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된 사실, 나아가 이로 인하여 외래·입원환자수 및 병원수입이 절반 이하로 감소하였고, 그 결과 병원이 2000. 12. 31. 폐업신고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위 피고인들이 병원의 출입구이자 외래·입원환자의 접수업무를 하고 있는 병원 1층 로비에서 4개월 이상이나 되는 장기간에 걸쳐 숙식을 하고 노동가 등을 외치면서 계속하여 철야농성을 함으로써 상당수의 외래진료환자를 돌아가게 하고 소음 등으로 입원해 있던 입원환자들마저 퇴원하게 하여 병원의 업무를 실제적으로 방해하여 조업마저 중단시킨 행위는 사실상 위 병원을 전면적·배타적으로 점거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나아가 이러한 직장점거를 하면서 병원에서 근무하는 비노조원들을 협박하고 기물을 손괴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위력을 행사하여 파업에 동참할 것을 강요한 행위 또한 직장점거의 보조적 수단인 피켓팅의 정당한 범주를 벗어난 행위로서 병원의 정상적인 조업을 방해하고 사용자의 병원운영을 방해한 행위이므로 직장점거의 수단에 있어서도 상당성을 결여하였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 피고인들의 위 행위는 부당한 직장점거에 의한 쟁의행위로서 형법 제20조 소정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아가 위 피고인들의 직장점거는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당하지 못한 '위법한 직장점거'라 할 것이어서 피고인들이 그러한 직장점거에 대하여 병원측이 한 퇴거요구를 받고도 이에 불응한 행위에 대하여 퇴거불응죄에 해당한다.
그리고 '직장폐쇄'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항하여 근로자측이 제공하는 노무의 수령을 집단적으로 거부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사업장의 점유를 배제시키는 효과를 생기게 하여 노동조합과의 교섭력의 균형을 도모하기 위한 사용자의 대항행위이므로, 직장폐쇄는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개시한 이후에만 단행할 수 있으며,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항하여 교섭력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한 '방어적 목적'으로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를 그대로 방치하여서는 안될 정도의 상황에 이르렀을 때 수동적 방어적인 수단으로 상당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부득이 하게 개시되는 경우에 한하여 정당함은 항소이유의 주장과 같으나, 위 피고인들의 직장점거가 개시 당시 적법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사용자가 이에 응하여 적법하게 직장폐쇄를 하게 되면 사용자의 사업장에 대한 물권적 지배권이 전면적으로 회복되는 결과 사용자는 점거중인 근로자들에 대하여 정당하게 사업장으로부터의 퇴거를 요구할 수 있고 퇴거요구를 받은 이후의 직장점거는 위법하게 되므로, 적법히 직장폐쇄를 단행한 사용자로부터 퇴거요구를 받고도 불응한 채 직장점거를 계속한 행위는 퇴거불응죄를 구성한다(대법원 1991. 8. 13. 선고 91도132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기록에 의하면 병원측이 2000. 9. 8.경 체불되어 있던 6월분 상여금 6,000여만원, 7월분 임금 6,000여만원을 모두 청산하고 같은 달 중순경에는 분규쟁점이던 임금인상안에 대하여 노조측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여 통상임금의 5~10%를 인상하기로 합의하였으나 노조측에서 당초 요구에 포함되어 있지 아니한 사항인 고소, 고발의 취하 및 징계, 부당인사의 원상회복, 파업기간 중의 임금지급, 민·형사상 면책 등을 요구하여 협상이 결렬된 사실을 알 수 있고, 그러한 상태에서 응급실 및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간호사들까지 파업에 동참시키고 전면적·배타적인 직장점거를 계속함에 따라 외래 및 입원환자의 수가 급감하고 병원측이 수십 억원의 매출손실로 인하여 적자가 누적되는 경영상의 압력을 받게 되었다면, 조합원들에 한하여 한 부분직장폐쇄는 적어도 병원의 경영이 크게 악화된 시점으로 추정되는 2000. 11.경에 이르러서는 노조의 파업으로 인하여 발생한 노사간의 힘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한 방어적 목적에서 노조의 쟁의행위 이후에 행한 것이라 할 것이므로 적법한 직장폐쇄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병원측이 같은 해 12. 30.경 한 퇴거요구를 받고도 위 피고인들이 이에 불응한 행위에 대하여 퇴거불응죄를 인정한 원심의 조치는 여러모로 보나 정당하다고 할 것이어서, 위 피고인들의 이 부분에 관한 항소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직권 판단
한편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A, B, C, D, I, J에 대한 V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점을 그를 모욕한 것으로, 피고인 A, B, C, D, E, F, G, H, I, J에 대한 퇴거불응의 점에 관한 부분을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신청을 하고 당원이 이를 허가하였는바, 변경 전의 공소사실을 심판대상으로 삼은 원심판결 중 위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은 더 이상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양형부당 여부
피고인 K, L의 양형부당에 관한 항소이유를 살피건대, 이 사건 범행의 동기와 경위, 결과 및 위 피고인들의 전과, 연령, 성행, 환경 등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기준이 되는 모든 조건들을 참작하여 볼 때 위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각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피고인들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따라서, 피고인 A, B, C, D, E, F, G, H, I, J에 대한 원심 판시 제1, 제3의 나, 제4의 나.항 일부 공소사실은 파기되어야 할 것이나 원심판결은 이 부분 공소사실과 나머지 공소사실을 형법 제37조 전단의 실체적 경합범의 관계로 보아 1개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중 위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부분은 그 전부가 파기를 면할 수 없다.
결론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 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 중 피고인 A, B, C, D, E, F, G, H, I, J에 대한 유죄부분 및 피고인 A, B, C, D, I, J에 대한 2000. 9. 6.자 명예훼손에 관한 무죄부분을 파기하여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하고, 피고인 K, L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