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한다.
사건정보
광주지방법원
판결
사건
2016고합24,2016
판결선고
2017. 2. 10.
광주지방법원
제11형사부
판결
범죄사실
[범죄전력]
피고인은 2016. 1. 7. 광주지방법원에서 근로기준법위반죄 등으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2016. 1. 15.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범죄사실]
『2016고합24』
정신과 전문의인 피고인은 2008. 3.경 광주 북구 G 외 4필지에 있는 H병원(2015. 1.경 폐업)을 개원하였고, 피고인의 처외삼촌인 I은 그때부터 2014. 9.경까지 위 병원에서 행정부원장으로 재직하였다.
위 H병원은 병원장인 피고인 명의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타인으로부터 운영자금 등을 빌려서 사용해 왔는데, 피고인은 I에게 위 병원 운영자금 조달 및 집행에 관한 권한을 위임하였다.
그런데 사실 H병원은 그 건물과 대지 등을 포함하여 약 80억 원 상당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나, 2008. 3.경 H병원을 개원하면서 병원장인 피고인 명의로 이미 하나은행으로부터 30억 원을 대출받았고, 그 이후 추가로 제2병원을 설립하여 확장한다는 명목으로 2009. 7.경까지 추가로 39억 원을 대출받았던 상태이며, 제2병원을 설립한 이후 의사, 간호사 등을 포함한 직원 약 130명에 대한 급여로 매월 3억 3,000만 원, 은행 대출금에 대한 원금 및 이자 명목으로 매월 1억 2,000만 원, 은행 대출금 이외에 사채에 대한 원금 및 이자 명목으로 매월 1억 원 등을 지급해야 하는 관계로 2013년경에 이르러서는 월 평균 1억 원 정도의 적자가 누적되어 피고인과 I은 그와 같은 자금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고리의 단기 사채를 얻어 운영자금에 보태는 등 속칭 돌려막기 형식으로 병원 재정을 이어나가던 형편이었기 때문에, 피해자 J으로부터 병원 운영자금 명목으로 돈을 빌리더라도 약속대로 이를 상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피고인과 I은 피해자로부터 H병원 운영자금 명목으로 돈을 빌려 편취하기로 공모하고, 그에 따라 I은 2013. 2. 15. 광주 동구 K에 있는 피해자가 운영하는 L 주식회사 사무실에서, 피해자에게 "H병원 운영자금을 빌려주면 매월 이자를 주고 2013. 3. 6.까지는 갚아 주겠다."고 말하였다.
그리하여 피고인과 I은 공모하여 위와 같은 거짓말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차용금 명목으로 2013. 2. 15. 1억 원짜리 수표를 건네받은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14. 4. 10.경까지 별지2.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11회에 걸쳐 합계 17억 원을 피해자로부터 차용금 명목으로 받아 편취하였다.
『2016고합140』
피고인은 처외삼촌인 I과 함께 2008. 3.경 광주 북구 G외 4필지에 있는 H병원을 개업한 후, 피고인은 대표원장으로, I은 행정부원장으로 각 재직하였다.
피고인은 I과 공모하여 2014. 5. 초순경 같은 병원 원장인 피해자 M에게 병원 직원들의 급여 지급을 위하여 돈을 빌려줄 것을 요청하였고, I은 2014. 5. 9.경 위 병원 행정부원장실에서 피해자에게 "병원 재정상태는 양호한 데 직원들 급여를 비롯한 병원 운영자금이 일시적으로 필요하니 1억 원을 빌려주면 2014. 6. 하순경까지 변제하겠다."고 거짓말을 하였다.
그러나 사실 위 병원은 당시 그 건물과 대지를 포함하여 약 80억 원 상당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였으나, 하나은행 등 금융기관에 대한 채무가 약 60억 원, J을 비롯한 개인 채권자들에 대한 채무가 약 100억 원에 달하였고, 과중한 이자 등 금융비용의 부담으로 월 평균 약 1억 원의 적자가 누적되어 있어 병원 직원들의 급여 등 병원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리의 단기 사채를 얻어 직원들의 월급을 주는 등 속칭 돌려막기 형식으로 병원 재정을 이어나가고 있었으며, 2013. 11.경부터 하나은행에서 신한은행으로 주거래은행을 변경하고 추가 대출을 받아 고리의 단기 사채를 일부라도 변제하려고 하였으나, 제세공과금 체납 등으로 인하여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주거래은행 변경에 대한 승인을 받지 못하였고,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2014. 6. 말까지 위 변경 승인을 받는 것도 불투명한 상황이었으므로, 피해자로부터 차용금 명목으로 돈을 받더라도 약속한 대로 이를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I은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같은 날 차용금 명목으로 1억 원의 자기앞수표를 교부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I과 공모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여 재물을 편취하였다.
증거의 요지
『2016고합24』
증인 I, J, N의 각 법정진술
I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J, N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I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대질) 중 J의 진술기재
J, O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P의 진술서
I의 확인서
차용증, 회생절차 개시명령 신청서, 각서, 고소인 관련 현금지급 내역서 등 입증자료, 광주지방법원 결정문, 계산서
『2016고합140』
제2회 공판조서(병합 전 사건) 중 증인 I, M의 진술기재
I, 피고인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대질) 중 일부 진술기재
피고인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제4회, 대질) 중 I, M의 각 진술기재
I에 대한 각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M, O, Q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차용증, 공정증서, 회생채권자의 목록 총괄표, 회생절차개시명령신청서, 조서(2014회단5005회생), 회생개시결정문
『판시 전과』
범죄경력등조회회보서, 처분미상전과확인결과보고, 판결문, 사건일반내용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6. 1. 6. 법률 제13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2호, 형법 제347조 제1항(피해자 J에 대한 사기의 점, 포괄하여), 형법 제347조 제1항(피해자 M에 대한 사기의 점, 징역형 선택)
1.경합범처리
형법 제37조 후단, 제39조 제1항 전문(판시 각 죄와 판결이 확정된 근로기준법위반죄 등 상호간)
1.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형이 더 무거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에 정한 형에 위 두 죄의 장기형을 합산한 범위 내에서 경합범가중]
피고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주장의 요지
이 사건 각 범행은 H병원 행정부원장인 I이 단독으로 한 것일 뿐, 피고인은 범행을 공모하지 않았고, 피고인은 2014. 6.경에서야 병원이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알았으며, 편취의 고의도 없었다.
판단
피고인의 공모 여부에 대한 판단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H병원 행정부원장인 I과 공모하여 판시 기재와 같이 피해자들로부터 금원을 차용하였다고 판단된다.
I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으로 일관되게 피해자들로부터 판시와 같이 금원을 차용하기 전이나 차용 후에 병원장인 피고인에게 그 사실을 보고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고, 비록 피고인이 아닌 I이 위 병원 개원 당시부터 병원 운영에 필요한 자금의 조달 등의 업무를 주로 담당해 왔던 사실은 인정되나, 병원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피해자들에게만 하더라도 무려 23억 9,000만 원이나 되는 금원을 차용하는 동안 병원장인 피고인이 그 사실을 알지 못하였고 관여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I은 피해자 J으로부터 별지 각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2010. 10.경부터 약 4년 동안 병원 운영자금을 빌려왔고, 피고인은 그 운영자금에 대한 차용증 중 2011. 10. 10.자, 2012. 1. 10.자, 2012. 3. 12.자, 2012. 6. 19.자 각 차용증 등 일부 차용증에는 직접 서명을 하기도 하였다.
한편 I은 검찰에서 "H병원은 항상 급여가 부족하였고, 피고인은 급여 문제로 하루 3~4회 정도 자신을 찾아왔으며, 피고인이 자신에게 곧 급여일인데 어떻게 되어가냐고 물어보면 J회장(피해자 J)에게 부탁하여 해결하겠다고 대답하였고, 피고인도 그렇게 하라고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한편 피고인도 검찰에서 "H병원의 의사 및 직원 급여 등 운영자금이 부족하여 I이 J회장으로부터 운영자금을 빌리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2014. 7.경 피해자 J으로부터 그동안의 차용금에 대한 변제독촉을 받자 I과 함께 2014. 7. 16. 피해자 J에게 "2014. 7. 25.까지 미지급금 이자를 지급하고, 2014. 7. 31.까지 차용금 10억 원을 지급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해주기도 하였다.
이에 비추어 피고인은 H병원의 재정 형편이 어려워 직원들의 급여조차 제때 주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병원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I으로 하여금 피해자 J으로부터 돈을 빌리도록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M은 병합 전 2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판시 1억 원의 대여 경위에 관하여 "피고인과 I의 요구로 빌려주었고, 당시 월급 지급이 지연되어 자신의 근무실 옆 물리치료실 직원들이 카드대금 연체로 인해 날마다 우는 것을 보고 이를 해결하도록 하기 위해 돈을 빌려주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그 진술이 매우 구체적이고, 경험하지 않고는 진술하기 어려운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피해자 M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
한편 피해자 M은 당시 H병원의 정형외과 원장이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15년 정도 대학 선배인 의사였던바, 대표병원장인 피고인이 아닌 행정부원장에 불과한 I이 피고인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피해자 M으로부터 금전을 차용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오히려 판시와 같이 피고인이 먼저 피해자 M에게 금전 대여를 부탁하고 난 후 I이 피해자 M을 찾아가 1억 원을 차용하였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따라서 같은 취지의 I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
더욱이 피고인은 피해자 M으로부터 판시 1억 원의 변제 독촉을 받게 되자, I이 2014. 5. 9. 차용 당시 작성했던 차용증 상에 인쇄된 피고인 자신의 이름 밑에 자필 서명을 하여주기도 하였다.
편취의 고의에 대한 판단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I과 함께 판시와 같이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빌릴 당시 적어도 미필적으로 나마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판단된다.
H병원은 제2병원 신축 이후 부담하게 된 과도한 사채이자 등으로 말미암아 계속적으로 적자가 누적됨에 따라 2013년에 이르러서는 결국 매월 1억 원 이상 적자가 발생하게 되었고, 피고인이나 I의 재산, 병원의 운영수익 등으로는 이를 해결할 가능성이 없었다.
그리하여 당시 피고인이나 I은 부족한 병원 운영자금을 메우기 위해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리더라도, 이를 약속대로 갚기 위해서 또다시 다른 사람으로부터 돈을 빌려 변제자금을 마련하는 길 외에는 달리 방법을 찾기 어려웠다.
한편 당시 피고인이나 I이 병원 도산에 의한 채무불이행 사태를 피할 가능성이 상당한 정도로 있다고 믿었고, 또 성실하게 채무변제를 위한 노력을 할 의사가 있었음을 추인할 만한 자료는 기록상 찾아보기 어렵고, 특히 피고인은 피해자 M으로부터 2014. 5. 9. 1억 원을 차용한 이후 불과 약 2개월 정도 후인 2014. 7.경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피고인이나 I은 차용 당시 판시 기재와 같은 병원의 자금 사정을 피해자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피해자들로서는 위와 같은 사정을 미리 알았더라면 피고인이나 I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았거나 적어도 같은 조건으로 돈을 빌려주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양형의 이유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3년 ~ 40년
양형기준의 적용: 판시 각 죄는 판결이 확정된 근로기준법위반죄 등과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의 관계에 있으므로 양형기준이 적용되지 않으나, 이하에서는 선고형 결정을 위한 참고자료로 삼기 위해 판시 각 죄의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를 살펴본다.
[유형의 결정] 사기 > 일반사기 > 제3유형(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
[특별양형인자] 없음
(일반사기 범죄의 동종 경합범에 해당하여 판시 각 죄의 이득액을 합산한 금액을 기준으로 유형을 결정하여야 하므로, 양형기준을 적용함에 있어서 판시 각 죄를 하나의 범죄로 보아 권고형 범위를 정한다)
[권고형의 범위] 기본영역, 징역 3년 ~ 6년
선고형의 결정: 징역 3년
피고인이 피해자들로부터 빌린 돈의 대부분이 H병원의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되어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피고인에게 중한 처벌 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의 지인들이 피고인의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판결이 확정된 근로기준법위반죄 등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해야 하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I과 함께 무리하게 병원을 확장, 운영하면서 자금이 부족하게 되자 피해자들을 상대로 돈을 편취한 것으로 죄질이 나쁜 점,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피해액이 총 18억 원의 거액인 점, 피고인이나 I이 돌려막기 방식으로 피해자들에게 이자 및 원금 일부를 변제하였을 뿐 피해회복이 상당 부분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요소를 모두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피고인은 의료인일 뿐만 아니라 병원의 경영자에 해당한다. 이 사건 편취 금원 모두 직원 급여 등 병원 경영에 투입된 것으로 보이고, 결과적으로 병원 경영에 실패함으로써 사기죄의 죄책을 지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경영에 실패한 피고인을 일반적인 사기범행과 동일한 잣대로 판단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피해회복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 실형을 선고하나 구속하지는 아니한다.]
무죄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정신과 전문의인 피고인은 2008. 3.경 광주 북구 G외 4필지에 있는 H병원을 개원하였고, 피고인의 처외삼촌인 I은 그때부터 2014. 9.경까지 위 병원에서 행정부원장으로 재직하였다.
위 H병원은 병원장인 피고인 명의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타인으로부터 운영자금 등을 빌려서 사용해 왔는데, 피고인은 I에게 병원 운영자금 조달 및 집행에 관한 권한을 위임하였다.
그런데 사실 H병원은 그 건물과 대지 등을 포함하여 약 80억 원 상당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나, 2008. 3.경 H병원을 개원하면서 병원장인 피고인 명의로 이미 하나은행으로부터 30억 원을 대출받았고, 그 이후 추가로 제2병원을 설립하여 확장한다는 명목으로 2009. 7.경까지 추가로 39억 원을 대출받았던 상태이며, 제2병원을 설립한 이후 의사, 간호사 등을 포함한 직원 약 130명에 대한 급여로 매월 3억 3,000만 원, 은행 대출금에 대한 원금 및 이자 명목으로 매월 1억 2,000만 원, 은행 대출금 이외에 사채에 대한 원금 및 이자 명목으로 매월 1억 원 등을 지급해야 하는 관계로 월 평균 1억 원 정도의 적자가 누적되어 피고인과 I은 그와 같은 자금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고리의 단기 사채를 얻어 운영자금에 보태는 등 속칭 돌려막기 형식으로 병원 재정을 이어나가던 형편이었고, 2011년경 위 금융권 채무 이외 추가로 사채 39억 원 상당을 부담하게 되었던 상황이었으므로, 피해자 J으로부터 병원 운영자금 명목으로 돈을 빌리더라도 약속대로 이를 상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피고인과 I은 피해자로부터 H병원 운영자금 명목으로 돈을 빌려 편취하기로 공모하고, 그에 따라 I은 2010. 10. 26. 광주 동구 K에 있는 피해자가 운영하는 L 주식회사 사무실에서, 피해자에게 "H병원 운영자금을 빌려주면 매월 2푼 4리의 이자를 주고 2013. 10. 25.까지는 갚아 주겠다."고 말하였다.
그리하여 피고인과 I은 공모하여 위와 같은 거짓말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차용금 명목으로 2010. 10. 26. 2억 5,000만 원을 피고인 명의의 계좌로 송금받아 편취한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12. 6. 19.경까지 별지1.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7회에 걸쳐 합계 5억 9,000만 원을 피해자로부터 차용금 명목으로 받아 편취하였다.
피고인의 주장
위 공소사실 기재 범행은 H병원 행정부원장인 I이 단독으로 한 것이고, 피고인은 범행을 공모하지 않았으며, 편취의 고의도 없었다.
판단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 등의 재력, 환경, 범행의 경위와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한편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고, 이는 사기죄의 주관적 요소인 범의를 인정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2도6011 판결 등 참조).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위 공소사실과 같이 돈을 빌릴 당시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고,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큼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I은 수사기관에서 H병원의 재정 상태에 대해 진술한 바 있으나, 매월 1억 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하는 등 돈을 빌리더라도 변제 가능성이 없게 된 시기가 구체적으로 언제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진술한 바 없다.
H병원은 2009년경 제1병원에 이어 제2병원을 준공하면서 채무가 자산을 초과한 사정이 있기는 하였으나, 피고인과 I이 피해자 J으로부터 돈을 빌리기 시작한 2010. 10. 26.경 무렵이나 그 이후로도 상당 기간 동안 피고인과 I은 별다른 문제 없이 정상적으로 병원을 운영하였고, 차용금에 대한 변제나 이자 지급, 직원 급여 지급 등에도 별다른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H병원이 2013년경에 이르러 그동안 누적된 채무로 인해 매월 1억 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하였고, 이를 타개할 방법을 찾기 어려웠던 사정은 인정되나, 그 이전 2012. 6. 19.경까지에 이미 그와 같은 재정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뚜렷한 자료가 없다.
사업의 수행과정에서 이루어진 소비대차거래에서 차용시점에 사업체가 경영부진 상태에 있어 사정에 따라서는 채무불이행에 이를 수도 있다고 예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사기죄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는 것은 발생한 결과에 의하여 범죄의 성부를 결정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2015. 6. 11. 선고 2015도1809 판결 참조).
결론
따라서 이 사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의 공소사실 중 별지1. 범죄일람표 기재 부분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이와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는 판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판사 강영훈(재판장) 이강호 장명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