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망 D(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1999년경 피고 소속기관인 전남지방우정청 산하 E 우체국에 입사하여 집배원으로 근무해 오다 2002. 5. 3. 피고 산하 기관인 우정사업본부(이하 '피고 사업장'이라 한다)에 기능10급 정보통신원(집배원)으로 임용되어 2014. 7. 2.부터 전남지방우정청 E우체국 우편물류과에서 우정7급 우정주사보(집배)로 근무하다가 2017. 9. 5.경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원고 A은 망인의 처, 원고 B,C은 망인의 자녀들이다.
교통사고 발생
망인은 2017. 8. 10. 14:10경 이륜차를 운전하여 집배 업무를 하던 중 가해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하여 망인이 운전하던 이륜차를 충격하는 교통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를 당하였다.
망인은 이 사건 사고로 F병원에서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측 대퇴의 타박상, 경추의 염좌 및 긴장 등의 진단을 받고 2017. 8. 10.부터 2017. 8. 15.까지 입원치료를 받았고, 2017. 8. 16. G한방병원으로 전원하여 2017. 9. 2.까지 입원치료를 받았다. 2017. 8. 21. 발급된 진단서에는 "망인의 좌측 대퇴부위 혈종 지속 및 통증도 지속되고 있는 상태이고 진단주수를 기존 2주에서 1추를 추가하여 3주로 한다"고 기재되어 있고, 2017. 8. 28.자 F병원 의사 H의 소견서에는 "현재 좌측 대퇴부의 혈종이 상당히 크고 흡수가 느린 상태로 약을 안 드신다면 주무시기 힘들 정도의 통증과 함께 계단 오르내리기도 불편한 상태로 2주간의 일상생활이나 직장 생활에는 지장이 있으리라 사료됩니다. 혈종 지속되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망인의 근무상황
망인은 2017. 8. 11.부터 2017. 8. 31.까지 일반병가를 사용하였고, 2017. 9. 1. 및 2017. 9. 4.은 연가를 사용하였으며, 피고 사업장의 집배실장 등은 2017. 9. 4.경부터 망인과 연락이 되지 않자 아래와 같은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였다.
망인의 사망 등
망인은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 2017. 9. 5.경 숨진 채로 발견되었고, "두렵다. 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 하네 가족들 미안해"라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되었다.
공무원연금공단의 순직 인정 및 유족연금 등 지급
공무원연금공단은 2018. 1.경 망인을 순직공무원으로 인정하고, 원고 A의 유족보상청구를 승인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 A은 공무원연금공단으로부터 2017년 10월경부터 연금월액으로 487,130원을 지급받고 있고, 2017. 12. 20. 퇴직수당, 미지급연금, 유족연금부가금, 사망조위금에서 소득세 등을 공제한 33,975,120원을 지급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7, 32, 36 내지 46, 57, 67호증, 을 제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망인은 집배 공무원으로서 장시간 중노동을 하면서도 휴게 및 휴가 등 휴식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였고,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음에도 피고 사업장은 이와 같은 업무상재해의 은폐를 시도하였으며, 인력 충원 등의 조치를 불이행하고, 망인에 대한 출근을 종용하여 망인에 대한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를 불이행하여 이로 인하여 결국 망인이 자살에 이르도록 하였다. 또한 피고 사업장은 업무상 재해 미처리 및 구조적인 출근 압박 등으로 근로계약에 따른 보호의무와 근로기준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위반하여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으므로, 피고는 망인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
피고 사업장은 망인의 사망 직후 망인의 사망과 관련하여 언론에 "병가 전에도 공동작업에서 제외시켜주는 등 배려를 많이 했는데 그럼에도 본인이 힘들었던 것 같다", "망인은 나이가 많은 편이라 평소에도 업무처리가 빠르지 않아 같은 팀 동료 집배원들이 배달 여건이 가장 수월한 배달 구역을 배정하는 등 배려를 많이 했다"(이하 '이 사건 문구'라 한다)는 취지의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설명자료를 배포하여 이에 기초한 기사가 게재되었다. 이로 인하여 망인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가치 및 유족인 원고들의 사회적 평가 내지 망인에 대한 명예감정, 추모감정을 침해하였으므로, 피고는 민법 제751조 제1항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원고들이 상속한 망인 고유의 손해배상금(= 사망으로 인한 일실이익 111,482,409원 + 위자료 5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원고들의 상속분에 따라 지급할 의무가 있고, 원고들 고유의 위자료 각 20,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청구취지 기재 금원의 지급을 구한다.
판단
망인의 사망과 관련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는데, 이러한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책임 또는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기초사실과 앞에서 든 증거들, 갑 제3, 4,5,7,33, 34호증, 을 제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에게 망인의 업무 강도나 이 사건 사고 발생 및 그로 인한 상해 등으로 인하여 망인이 자살에 이르게 될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그 회피를 위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망인의 근무시간 등에 비추어 망인이 과중한 업무를 부담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배달구역의 배달여건, 배달점의 수, 우편물의 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망인이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다른 집배 공무원들에 비하여 특별히 과중한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망인을 비롯한 집배 공무원들의 업무가 전반적으로 과중하여 정책적으로 인력 충원 등이 필요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피고가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망인이 교통사고를 당하여 신체적·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출근의 압박감이나 동료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았을 수 있으나, 집배실장 등으로서는 망인이 신청하였던 일반병가와 연가기간의 종료를 앞두고 복무관리를 위하여 병가나 연가를 추가로 신청할지 여부 등 망인의 의사를 확인할 필요성이 있었으며, 기초사실에서 본 문자메시지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집배실장 등이 망인의 건강 상태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출근을 종용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요양급여의 신청이나 공무원연금법상 요양급여의 신청은 요양급여를 받을 자가 신청하는 것인데,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망인이 요양급여를 신청한 사실이나 피고가 사업장에서 망인의 요양급여 신청을 방해하였다는 등의 사실을 확인하기 어렵고, 피고가 망인에게 이 사건 사고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요양급여 신청을 권유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망인은 이 사건 사고로 3주의 진단을 받고 사망 전까지 입원치료를 받다 퇴원하여 자택에서 자살하였는데, 피고 사업장에 제출된 진단서의 내용이나 망인이 오랜기간 피고 사업장에서 성실히 근무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로서는 망인이 출근의 압박감 등으로 자살할 것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민법상 불법행위가 되는 명예훼손이란 사람의 품성, 덕행, 명성, 신용 등 인격적가치에 대하여 사회로부터 받는 객관적인 평가를 침해하는 행위를 말하고, 그와 같은 침해행위는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하며(대법원 2000. 7. 28. 선고 99다6203 판결 등 참조), 원고가 청구원인으로 그 적시된 사실이 허위사실이거나 허위평가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구하는 때에는 그 허위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원고에게 있다(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5다58823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피고 사업장이 망인 사망 후 이 사건 문구가 포함된 설명자료를 배포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나, 기초사실과 앞에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문구는 피고 사업장에서 망인 사망 이후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보이고,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문구가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거나 허위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성흠(재판장) 서지원 김정민
각주1) 경찰 조사에서는 2017. 9. 2.경~3.경 사이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