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법원결정

광주지방법원 2020. 12. 23.자 2020카합50814 결정

주문

1.

이 사건 신청을 기각한다.

2.

신청비용은 채권자가 부담한다.

이유

1.

인정사실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 사실이 소명된다.

가.

채무자는 광주 광산구 C에 본사 및 광주공장을, 전남 곡성군에 곡성공장을, 평택시에 평택공장을 두고 상시 근로자 5,000여 명을 사용하여 각종 타이어 및 고무제품의 제조, 판매업에 종사하는 회사로서, 광주공장 및 곡성공장의 타이어 제조 공정 중 일부 직무에 관하여 사내 협력업체들(이하 ‘채무자 협력업체’라 한다)과 사이에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채권자는 금속산업 등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조합원으로 하는 전국 단위의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채무자의 광주공장 및 곡성공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 중 채무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들은 채권자의 광주전남지부 D지회(이하 ‘D지회’라 한다)에 소속되어 있고, 채무자 협력업체와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들은 채권자의 광주전남지부 D비정규직지회(이하 ‘비정규직지회’라 한다)에 소속되어 있다.

다.

채무자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인 E 외 20명은 채무자를 상대로 자신들이 채무자의 근로자지위에 있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 또는 고용의 의사표시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이 법원 2011가합926호, 2011가합2120호, 2012가합50249호 등), 위 소송의 항소심(광주고등법원 2012나4823호, 2012나4830호, 2012나4847호) 법원은 위 근로자들과 채무자 협력업체 사이의 근로계약이 형식적이라거나 위 근로자들과 채무자 사이에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위 근로자들이 채무자 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채무자의 작업현장에 파견되어 채무자로부터 직접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는 이유로 위 소송의 원고들 중 일부 원고들이 채무자 소속 근로자의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고, 채무자로 하여금 나머지 원고들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위 판결에 대하여 쌍방이 상고를 제기하였고, 대법원은 2017. 12. 22. 항소심의 위와 같은 판단이 정당하다는 판결(대법원 2015다217911호, 2015다32905호, 2015다32912호, 이하 ‘이 사건 관련 판결’이라 한다)을 선고하였다.

라.

이 사건 관련 판결 이후 채무자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인 F 외 333명도 채무자를 상대로 자신들이 채무자의 근로자지위에 있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 또는 고용의 의사표시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이 법원 2015가합2692호), 이 법원은 2020. 1. 17. 위 근로자들이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위 소송의 원고들 중 일부 원고들이 채무자 소속 근로자의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고, 채무자로 하여금 나머지 원고들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채무자가 위 판결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하여 현재 항소심(광주고등법원 2020나20929호) 계속 중이고, 현재 위와 동일한 유형의 사건들이 1심(이 법원 2016가합59411호, 2017가합60654호, 2019가합50040호, 2019가합50781호, 2020가합54925호, 2020가합59104호) 또는 항소심(광주고등법원 2020나20882호, 2020나23836호, 2020나20899호, 2020나20905호, 이하 위 각 사건을 ‘이 사건 관련 소송’이라 한다) 계속 중이다.

마.

채권자는 2020. 9. 24. 채무자에게 채무자 협력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의 2020년 임금인상 및 단체협약 갱신 등에 관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채무자는 ‘채무자와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 사이에 근로계약이 체결되지 않았고, 채무자에게 위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을 결정할 권한이 없으므로, 채무자는 채권자의 단체교섭의 요구에 응해야 할 사용자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채권자의 단체교섭 요구에 불응하였다.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채권자

채무자는 채무자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등에 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위 근로자들과의 관계에서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채무자는 제1.의 마항 기재와 같이 채권자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하고 있으므로, 채권자는 채무자를 상대로 신청취지 기재와 같은 가처분을 구한다.

나.

채무자

단체교섭의 당사자인 사용자는 근로자와 사이에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자를 의미하나, 채무자와 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들과의 사이에는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채무자는 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들 즉, 채무자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채권자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라 한다) 제2조 제2호는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면서, 같은 법 제29조 제1항에서는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81조 제3호에서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의 하나로 규정함으로써 사용자를 노동조합에 대응하는 단체교섭의 당사자로 규정하고 있는바, 위와 같은 법 조항에 규정한 ‘사용자’라 함은 근로자와의 사이에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자, 즉 근로자와의 사이에 그를 지휘·감독하면서 그로부터 근로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자를 말한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40935 판결, 대법원 1995. 12. 22. 선고 95누3565 판결 등 참조).

한편, 근로자의 기본적인 근로조건 등에 관하여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등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침해하는 지배·개입행위를 하는 정도에 이르렀다면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의 대상인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 참조).

나.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단체교섭 당사자로서의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1)

채권자는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의 대상인 ‘사용자’의 개념(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 참조)을 원용하여 채무자가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는 당사자로서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2)

근로자의 단결권에 대한 침해행위를 예방하고 그 침해를 회복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부당노동행위제도의 관점에서 노동3권에 대한 침해행위는 반드시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에 있는 사용자에 의해서만 발생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고, 실질적인 지배·개입행위라는 사실행위로서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사용자’의 개념을 해당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주체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반면, 단체교섭제도는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계약의 내용을 집단적으로 형성·변경할 수 있는 기능과 가능성을 본질로 하므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개별 근로계약관계의 존재 여부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노조법은 노동3권의 보장과 실현을 위해 단체교섭제도와 부당노동행위제도를 이중적으로 규율하고 있는데, 전자는 단체교섭에 대한 기본적인 절차와 방법론을 제공하며 근로조건을 형성·변경함으로써 단체교섭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지만, 후자는 집단적 노사관계질서를 악의적으로 무력화하거나 침해하는 사용자의 행위를 규율함을 목적으로 한다. 부당노동행위제도와 단체교섭제도 속에서 ‘사용자’의 개념을 도출함에 있어서도 위 각 제도가 각기 다른 목적과 기능을 가진다는 점 역시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3)

결국 부당노동행위 주체로서의 ‘사용자’와 단체교섭 당사자로서의 ‘사용자’를 동일한 개념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사용사업주가 제3자로서 사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하여 노동3권을 침해하는 사실적인 지배·개입행위를 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는 사정만으로 단체교섭을 포함한 집단적 노동관계 일반에 있어 사용사업주의 사용자성이 당연히 인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다.

피보전권리

1)

앞서 본 바와 같은 단체교섭제도 안에서의 개별 근로계약관계가 갖는 의미, 단체교섭제도의 목적과 기능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에서 사용사업주인 채무자가 채무자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과의 관계에서 단체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는 채무자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과 채무자 사이에 적어도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사용종속관계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2)

그런데, 채권자가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채무자와 채무자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었다는 점이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소명할 자료가 없으며, 이 사건 관련 판결에서 채무자와 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들 즉, 채무자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고, 위 근로자들이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다고 판단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3)

따라서 사용사업주인 채무자가 채무자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과의 관계에서 채권자가 요구하는 별지 목록 기재 각 교섭사항에 관한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신청은 피보전권리에 관한 소명이 부족하다.

라.

보전의 필요성

1)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은 다툼 있는 권리관계에 관하여 그것이 본안소송에 의하여 확정되기까지 가처분권리자가 현재의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막기 위하여, 또는 그 밖의 필요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허용되는 응급적·잠정적인 처분이므로, 이러한 가처분이 필요한지 여부는 당해 가처분신청의 인용 여부에 따른 당사자 쌍방의 이해득실관계, 본안소송의 승패 예상,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법원의 재량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5다11626 판결 등 참조).

2)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소명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여 보면, 채권자가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본안소송을 통한 충실한 심리가 이루어지기 전인 현 단계에서 곧바로 신청취지 기재와 같은 가처분을 발령하여야 할 정도로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고도의 소명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①

채권자가 이 사건 가처분결정에 의해 채무자와 단체교섭을 하는 경우, 본안판결에 의해 얻을 수 있는 만족을 모두 얻게 되어 본안소송을 제기할 필요성조차 없어지게 되고, 채무자로서는 일단 가처분결정에 따라 단체교섭에 응한 이후에는 본안소송에서 이전의 단계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게 된다. 반면 채권자로서는 당장 단체교섭이 허용되지 않더라도 채무자 협력업체와 비정규직지회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추후 본안소송에서 승소함으로써 별지 목록 기재 사항에 관한 단체교섭에 응하도록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당사자들 사이의 이해관계를 고려했을 때, 본안소송을 통해 채무자에게 채무자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과의 관계에서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다툴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②

이 사건 관련 소송이 계속 중이고, 그 결과에 따라 채무자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계약관계와 소속 지회 등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으며, 당사자들 사이에 채무자가 채무자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과의 관계에서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다툼이 있는 상황에서 신청취지 기재와 같은 가처분을 통해 채무자로 하여금 단체교섭에 응할 것을 사실상 강제하더라도, 채무자는 여전히 채무자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과의 관계에서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가 아니라는 견해에 서서 단체교섭에 임할 것으로 보이는바, 채권자가 단체교섭을 통해 달성하려는 별지 목록 기재 각 교섭사항에 관하여 실질적이고 유효적절한 교섭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도 어려워 보인다.

③

이 사건 관련 소송에 대하여 이 사건 관련 판결과 동일한 내용의 판결이 선고 및 확정될 경우 위 관련 소송의 원고들은 채무자와 D지회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을 적용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④

그 밖에 채권자가 주장하는 사정들이나, 현재까지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채무자의 단체교섭 불응으로 인하여 채권자나 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들에게 특별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채무자와 채권자 사이에 긴급히 단체교섭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소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소명할 자료가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20. 12. 23.

판사 심재현(재판장) 이제승 김희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