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의 지위
피고는 철도운영에 관한 사업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철도산업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되어 철도운송 등을 하는 국토교통부 산하의 공기업이다.
원고는 2005. 3. 21. 피고의 순천지역본부 순천역 역무원으로 신규 임용되어 2021. 1. 1.부터 이 사건 발생 당시까지 광주전남본부 B역에서 역무원으로 근무하였다.
이 사건 파면처분의 경위 및 그 후의 사정
피고 소속의 직원이자 원고의 상급자<1>인 ○○○(이하 ‘피해자’라 한다)은 2021. 7. 1. B역의 부역장으로 발령받아 원고와 2인 1조를 이루어 근무하던 중 2021. 9. 1. 피고의 광주전남본부에 원고의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하여 고충 상담을 신청하였다. 피고의 감사실은 고충 상담 내용을 바탕으로 감사를 실시하여 2021. 11. 8. 광주전남본부장에게 원고에 대한 중징계(파면) 처분을 하도록 요구하였다.
광주전남본부는 피고의 보통징계위원회에 피고에 대한 중징계 의결을 요구하였고, 보통징계위원회는 2022. 2. 16. 아래와 같은 사유로 피고의 인사규정 제32조, 제37조 및 제52조 등에 따라 원고를 파면하기로 하는 징계의결을 하였다.
그에 따라 피고는 2022. 3. 23. 원고에게 파면처분을 하고 이를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파면처분’이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파면처분에 불복하여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22. 6. 10. ‘징계사유가 인정되고 징계 양정이 적정하다’는 이유로 기각하였다. 원고는 위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2. 9. 7. 위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피고의 신청을 기각하였다.
원고는 이 법원 2022카합50195호로 부당해고효력정지 및 급료가지급 가처분 신청을 하여 2022. 7. 5. 본안판결 확정 시까지 채권자가 채무자의 근로자의 역무원(사무영업 5급)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하는 결정을 받아 2022. 7. 11. 복직하였다.
이 사건과 관련된 피고의 취업규칙, 인사규정 등은 다음과 같다.
유로 불이익을 주어서는 아니 된다.
공금 횡령·유용의 비위를 엄중문책하여 비위와 부조리를 척결함으로써 업무집행의
청구취지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22. 3. 23.자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19,374,939원 및 이에 대하여 2022. 7. 26.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6, 12 내지 16호증, 을 제1 내지 1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피고는 「인사규정시행세칙」 제92조 제1항 [별표 18] 징계양정기준 중 ‘7. 품위유지 의무위반 다. 성희롱’ 비위행위에 관하여 ‘비위의 도가 중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의 징계양정기준을 ‘파면-해임’에서 ‘파면’으로 변경하였다. 이는 근로자들에게 불이익한 변경임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았으므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을 위반하여 효력이 없고, 이 사건 파면처분은 무효인 인사규정을 근거로 이루어졌으므로 위법하다.
제1, 2 징계사유로 열거된 행위는 퇴근 후에 이루어져 업무 관련성이 없고, 우연히 실수로 피해자의 신체를 접촉하게 된 것이므로 성희롱으로 볼 수 없다. 제5, 6 징계사유로 열거된 행위는 피해자와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언행에 불과하여 성희롱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제3, 4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인정하나, 어떠한 성적 동기나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이성적 호감에서 충동적으로 저지른 행위이고, 원고가 당시 공황장애와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어서 정신이 또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일임을 고려하면, 비위의 정도가 중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로 보기 어렵다.
설령 일부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원고보다 상급자여서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한 행위로 보기 어렵고, 원고가 장기간 근무하면서 피고로부터 징계를 받은 사실이 없고, 근무 평정이 비교적 우수한 편이며, 한국철도공사인재개발원장으로부터 공로상을 받은 사실 등을 고려하면 정직 등의 징계를 배제한 채 가장 무거운 파면 처분을 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하여 위법하다.
판단
피고의 징계양정기준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여 무효인지 여부
성희롱 비위행위에 관한 징계양정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근로자들에게 불이익한 취업규칙의 변경에 해당하므로 사용자인 피고는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 따라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를 받아야 하고, 그 동의의 방법은 근로자들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묵시적 동의 또는 사후 추인의 방법으로도 가능하다(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1다47764 판결, 대법원 1995. 7. 11. 선고 93다26168 전원합의체판결 등 참조).
앞서 든 증거들 및 을 제13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가 2017. 12. 5. 피고 노동조합에 개정안의 내용을 첨부한 공문을 보내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되, 2017. 12. 8.까지 회신되지 않을 경우 별다른 의견이 없는 것으로 처리하겠다고 통지한 사실, 위 공문에는 성희롱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양정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는 사실(을 제13호증 제3, 5면), 피고 노동조합은 2017. 12. 11. 위 공문에 기재된 인사규정시행세칙 제92조 제1항 [별표 18]의 징계양정기준 개정안의 내용 중 음주운전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양정기준을 신설하는 부분에 관하여만 반대의견을 표시하였을 뿐, 성희롱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양정기준을 강화하는 부분에 관하여는 별다른 의견을 기재하지 않은 내용의 의견서를 회신한 사실(을 제13호증 제9면), 피고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의견서를 제출받은 이후인 2017. 12. 27. 인사규정시행세칙 제92조 제1항 [별표 18]의 개정안을 시행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노동조합은 위와 같이 징계양정기준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명시된 개정안 중 음주운전 비위행위에 관한 개정 내용에 대하여만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을 뿐, 성희롱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양정기준 개정안에 대하여는 별다른 이견을 표시하지 아니하는 방법으로 성희롱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양정기준 개정안에 관하여 동의하였거나 적어도 묵시적 동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아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새로운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을 통하여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나, 당해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이 그로 인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그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여전히 당해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한편 여기에서 말하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유무는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용자측의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변경 후의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대상조치 등을 포함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상황, 노동조합 등과의 교섭 경위 및 노동조합이나 다른 근로자의 대응,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의 일반적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2다23185, 23192 판결 참조).
을 제13호증에 기재된 피고의 개정이유에 의하면, 피고는 성범죄자 및 음주운전자 관련 징계양정을 공무원의 징계양정기준과 비슷한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개정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피고의 개정된 성희롱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양정기준은 그 당시 시행되고 있던 공무원에 대한 징계양정기준과 동일하다. 피고는 건설교통부 산하의 정부기관이던 철도청으로부터 전환된 공기업으로서 주로 수행하는 철도운송 등 업무의 공공성이 적지 아니하여 업무의 성격상 공무원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수준의 직업윤리가 요구된다고 볼 수 있고, 피고는 그동안에도 공무원에 대한 징계양정기준을 일응의 기준으로 삼아 피고 내부의 징계양정기준을 정해온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이 사건 파면처분에 적용된 인사규정시행세칙 제92조 제1항 [별표 18] 징계양정기준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므로 설령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고 보더라도 유효하다.
징계 사유의 존부
관련 법리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사유로 한 징계처분의 당부를 다투는 소송에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있다. 다만 민사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볼 때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대법원 2021. 3. 25. 선고 2020다281367 판결 참조).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목에서 정한 성희롱의 요건인 ‘성적인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나아가 위 규정상의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제1 내지 제6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각 비위행위는 피고의 인사규정에서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목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하고, 고의가 인정되며, 그 비위의 정도도 무겁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의 제1 내지 제6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비위행위는 함께 근무하던 피해자와 퇴근하던 중에 혹은 근무 중에 발생한 일로서 모두 업무수행의 기회나 업무수행에 편승하여 이루어진 언동이라고 볼 수 있어서 업무관련성이 인정된다.
제1, 2 징계사유와 관련하여 원고는 피해자의 신체를 접촉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벌레를 좇으려다가 피해자의 복부에 손이 닿았다거나 피해자와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대화하는 도중 피해자를 가리키다가 피해자의 팔뚝에 손이 닿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연한 실수로 피해자의 복부나 팔뚝 등 민감한 신체 부위에 손이 닿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는 원고의 설명은 사회경험칙상 극히 이례적이어서 그대로 믿기 어렵다. 반면, 피해자는 고충 상담 및 조사 과정에서 사건 발생 전후의 상황, 당시 피해자가 느꼈던 감정 및 사건 발생 직후 피해자가 원고에게 “제 몸에 손을 대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등으로 항의성 의사를 표시한 사실 등에 관하여 매우 구체적으로 진술하여서 제1, 2 징계사유와 같은 신체 접촉 경위와 방법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상당히 높고, 제1, 2 징계사유가 발생한 때를 전후하여 원고가 피해자에게 이 사건 제3 내지 6 징계사유와 같은 언동을 하였던 사정을 보태어 보면 제1, 2 징계사유는 원고의 주장과 같은 우연한 실수가 아닌 성희롱에 해당하는 비위행위임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제3, 4 징계사유와 관련하여, 원고는 각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성적 동기나 의도가 아닌 피해자에 대한 이성적 호감에서 충동적으로 저지른 행위이므로 비위의 정도가 가볍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성적 동기가 없이 단순한 이성적 호감에서 비롯된 행동이라고 하더라도 유부남일 뿐만 아니라 종전에 피해자와 서로 이성적으로 호감을 표시하던 사이가 아닌 원고가 사무실에서 피해자의 동의 없이 뺨에 입을 맞추고 너무 좋아서 그랬다고 말하였다는 사실 자체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성희롱이 성립하기에 충분하다.
제5 징계사유와 관련하여, 원고는 피해자와 식사 자리에서 친밀감을 느껴 “우리 부부 같다” 또는 “OO씨 아 해봐”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고, 제6 징계사유와 관련하여서도 직장 내 친목을 다지는 차원에서 상급자인 피해자에게 회식을 하자고 말하였을 뿐이며, “내가 남자로 보여”라는 표현은 회식과 관련한 대화를 하는 도중에 가볍게 농담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어떤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판단하여야 하므로 위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우리 부부 같다”, “내가 남자로 보여”라는 언어적 표현만을 따로 분리하여 평가할 것이 아니라, 같은 시기에 발생한 다른 징계사유와 함께 전체적인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고가 피해자와 함께 근무하기 시작한 지 보름도 지나지 않아 제1, 2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였고, 처음에는 언어적 성희롱만 하였다가 더 나아가 제1, 2, 3 징계사유와 같은 육체적 성희롱을 하기에 이른 점, 원고는 피해자보다 8살이 많은 유부남인 반면 피해자는 남편과 사별한 상태인 점, 피해자가 종전에 원고에게 이성적 호감을 표시한 바도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제5, 6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원고의 언동은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만한 성적 언동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재량권의 일탈 남용 여부
관련 법리
피징계자에게 징계 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고, 다만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여야 한다(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다60890, 60906 판결 등 참조). 여러 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인정되는 다른 일부 징계사유만으로도 해당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경우에는 그 징계처분을 유지하여도 위법하지 아니하다(대법원 1983. 4. 26. 선고 82누405 판결,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2다51555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징계권자가 내부적인 징계양정기준을 정하고 그에 따라 징계처분을 하였다면 정해진 징계양정기준이 합리성이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1다41420 판결, 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9두48684 판결, 대법원 2023. 3. 30. 선고 2021다226886 판결 등 참조).
한편, 징계처분 가운데 파면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통념상 해당 근로자와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는지 여부는 해당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해당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이로 인하여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 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5. 28. 선고 2001두10455 판결,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다63912 판결, 대법원 2023. 3. 30. 선고 2021다226886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 갑 제7, 10, 1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파면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인 피고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피고의 인사규정 시행규칙 제92조 제1항 [별표 18] 징계양정기준과 제94조 제2항 제3호에 따르면, 성희롱으로 인한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의 경우 비위의 도가 중하고 고의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파면’ 처분만 가능하고 징계감경 제외 대상에 해당한다.
위 징계양정기준의 합리성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피고는 철도운송, 철도차량 정비 및 철도장비 제작 · 판매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기업으로서 피고 소속 직원들의 근무 형태는 다수의 직원이 본부 사무실에 집합하여 근무하기도 하지만, 원고와 피해자의 경우처럼 각 철도역사에 소수 인원이 배치되어 근무하는 형태도 혼재되어 있다. 그런데 역사의 위치가 시내에서 떨어진 외진 곳에 있거나 2명 내외의 소수 인원이 조를 이루어 근무하는 경우에는 동료 직원으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당하더라도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도주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피해자의 경우에도 이 사건 발생 당시 원고와 2인 1조를 이루어 역사에서 근무하고 있었고, 두 사람이 함께 야간근무를 하는 일도 있었으므로 원고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입었을 때 피해자가 느꼈을 불안감이나 공포가 상당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와 같은 피고의 특수한 근로 환경에 더하여 피고는 국토교통부 산하의 공기업으로서 사기업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윤리의식이 요구되고, 철도운영 업무의 성격상 시민들과 대면 접촉이 잦다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에 ‘비위의 도가 중하고 고의가 인정되는 성희롱’ 비위행위에 대하여 ‘파면’만 가능하도록 정하고 징계감경 대상에서 제외한 피고의 징계양정기준이 합리성을 결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원고는 피해자가 원고의 상급자이어서 원고의 비위행위가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비위의 정도가 비교적 가볍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제1 내지 6 징계사유의 각 내용과 정도, 피해자가 거부의 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피해자가 성희롱을 계속하였고 그 정도도 점차 심하여졌던 제반사정에 비추어 볼 때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한 행위가 아니라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행위 자체로 비위의 정도가 가볍지 않다.
또한, 피해자가 원고의 상급자임에도 불구하고 평소 원고는 피해자를 부를 때 ‘“OO씨”라는 호칭을 사용하였던 반면, 피해자는 원고를 부를 때 “과장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였던 점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직장 내에서 원고의 상급자로서 원고에 대해 지휘 · 감독권을 행사는 상하관계에 있었다기보다는 오히려 피해자보다 8살이 더 많은 원고가 피해자를 직장동료 내지 동생으로 대하면서 편하게 언행을 하는 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원고의 상급자라고 하더라도 원고의 비위행위의 비위의 정도가 가볍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는 제1, 2 징계사유와 관련하여서 피해자가 먼저 원고에게 퇴근할 때 차를 태워주겠다고 제안하였다거나, 제3, 4 징계사유와 관련하여서 피해자가 원고에게 커피를 타주거나 애교있는 언어표현을 사용하면서 원고와 친해지려고 하여서 원고도 친밀감을 느껴 한 행동이라고 주장하는 등 줄곧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위와 같은 제반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장기간 근무하면서 이 사건 파면처분 이전까지 피고로부터 징계를 받은 적이 없는 점, 한국철도공사인재개발원장으로부터 공로상을 받기도 한 점 등 원고 주장의 사정들을 감안하더라도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원고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상호(재판장) 이지숙 김창환
각주1) 원고는 사무영업 5급이고, 피해자는 사무영업 4급이다.
사건정보
광주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2가합52763
판결선고
2023. 4. 21.
광주지방법원
제11민사부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