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법원판결

광주지방법원 2023. 9. 26. 선고 2022노1840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7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해자 학교법인 B은 피고인을 비롯한 호봉제 교수들을 연봉제로 전환하여 계약을 체결하면서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따른 동의를 받지 못하였다. 따라서 연봉제로 전환하여 한 계약은 무효이고, 피해자는 피고인 및 연봉제 교수들에게 임금을 미지급하였다. 피고인이 ‘연봉제 교수들의 미지급 임금을 모두 지급하라’고 한 것은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이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인정하였으므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보아, 이 사건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1)

관련법리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대법원 2019. 11. 15. 선고 2019도9657 판결 등 참조).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은 그것이 주관적 요건이든 객관적 요건이든 그 증명책임이 검사에게 있으므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사실이 적시되었다는 점, 그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허위일 뿐만 아니라 그 적시된 사실이 허위라는 것을 피고인이 인식하고서 이를 적시하였다는 점은 모두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 그런데 위 증명책임을 다하였는지 여부를 결정할 때에는, 어느 사실이 적극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의 증명은 물론, 그 사실의 부존재의 증명이라도 특정 기간과 특정 장소에서의 특정 행위의 부존재에 관한 것이라면 적극적 당사자인 검사가 이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09도12132 판결 등 참조).

형법 제307조 제2항이 정하는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범인이 공연히 사실의 적시를 하여야 하고, 그 적시한 사실이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으로서 허위이어야 하며, 범인이 그와 같은 사실이 허위라고 인식하였어야 한다. 형법 제307조 제2항을 적용하기 위하여 적시된 사실이 허위의 사실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1999. 10. 22. 선고 99도3213 판결 참조).

2)

판단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가 연봉제 교수들에게 미지급한 임금이 있다’는 내용이 허위사실이라거나, 당시 피고인에게 그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명예훼손죄의 허위사실 및 그 허위성의 인식에 관한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가)

C대학교 I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중 2017. 6. 30.경 명예퇴직을 한 J은 피해자를 상대로 폐과교원의 보수를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변경하여 한 계약은 집단적 동의 등을 결여한 것으로 무효임을 주장하면서 임금을 청구하였다. 위 사건은 2018년경 피해자가 J에게 일정한 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 확정됨에 따라 종결되었다(증 제1호증).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에 위 조정이 성립되었다 사정을 알고 있었고(증거기록 제62면), 피고인 역시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변경된 폐과교원으로서 피해자로부터 받을 미지급 임금이 있다고 믿고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나)

피고인은 2021. 3. 10.경 피해자를 상대로 ‘교수들의 집단적이고 개별적인 동의 없이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변경한 것은 근로기준법 제94조를 위반한 것으로 무효이다’라는 취지로 미지급 임금 및 명예퇴직금 등을 청구하였고, 위 사건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일정한 돈을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강제조정이 성립되어 종결되었다(증 제4호증).

다)

설령 피고인이 들고 있던 현수막의 내용이 마치 피해자가 다수의 연봉제 교수들에게 임금을 미지급한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① C대학교에는 상당한 인원의 연봉제 교수들이 재직하는 것으로 보이고, 그중 종전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전환된 교수들의 임금협상 방식 등이 피고인에 대한 연봉제 전환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K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중 2019. 6. 30.경 퇴직한 L도 피해자를 상대로 폐과교원으로서 연봉제 전환 대상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근무조건을 변경한 것은 위법함을 전제로 임금 등을 청구하였고, 2021. 1.경 피해자가 L에게 일정한 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 확정됨에 따라 위 사건이 종결된 점(증 제5호증)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이 진실과 약간의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는 것을 넘어서 그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지 않는 경우로 허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피고인이 피해자가 연봉제 교수들에게 임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3.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