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 회사는 산업용 조리 장비 제조업, 주방용품 제조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2021년 11월경부터 피고 회사가 주방용품 등을 납품할 수 있는 판매처를 확보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피고 회사의 송금내역
피고 회사는 2021. 12. 10.부터 2023. 3. 10.까지 원고의 배우자인 C 명의의 농협계좌(계좌번호 1 생략)로 15회에 걸쳐 정기적으로 아래와 같은 돈을 송금하였으나, 그 이후에는 위와 같은 송금행위를 중단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1, 2(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의 주장
원고는 2021년 11월경부터 피고 회사에 고용되어 근로자로 일하다가 2023. 4. 1. 피고 회사로부터 일방적으로 해고를 당하였다. 원고는 피고 회사로부터 구두나 서면으로 해고 사유를 통지받지 못했고 피고 회사가 원고를 해고할 사유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피고 회사의 원고에 대한 해고는 무효이다. 현재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의 근로관계 존부가 불명확하므로, 원고는 위와 같은 해고의 무효 확인을 구한다. 나아가 원고에 대한 해고가 무효이므로,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해고일인 2023. 4. 1.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매월 300만 원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회사의 주장
원고는 피고 회사와 체결한 업무협약에 따라 위임받은 영업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고 그 활동비 명목의 돈을 원고의 배우자 명의의 계좌로 지급받았을 뿐, 피고 회사의 근로자가 아니었다. 피고 회사는 원고가 약정한 영업업무의 수행을 소홀히 하여 원고에 대한 활동비 중단을 결정하였을 뿐이므로, 원고의 해고 무효 확인 청구나 임금지급청구는 부당하다.
판 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나아가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별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실심의 심리 결과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소송과정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다207864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에 갑3 내지 5, 을1 내지 5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다음의 사정을 알 수 있다.
원고는 피고 회사와 근로계약서 등의 처분문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피고 회사의 다른 직원들과 달리 근로자로서의 채용절차도 거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원고는 피고 회사의 납품거래처를 확보하는 영업 업무를 맡아 피고 회사와 독립적인 관계에서 그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해 온 것으로 보이고, 피고 회사가 원고의 구체적인 업무 내용을 정하여 지시하거나 원고의 근무 상황을 확인하는 등 원고에 대해 구체적인 지휘ㆍ감독권을 행사하였다고 볼만한 증거도 기록상 찾을 수 없다. 오히려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가 원고를 만나려면 원고와 만날 시간과 장소를 사전에 협의해야 했던 것으로 보이고(갑4-2 및 원고가 제출한 2024. 5. 8.자 참고서면에 첨부된 참고자료 참조), 피고 회사의 직원들 대부분은 원고의 존재를 모른다고 진술하거나 원고를 아는 일부 직원들도 그동안 원고가 피고 회사의 사업장으로 출퇴근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거나 사업장 내에서 원고의 자리를 본 적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사정(을4 참조)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근무 시간과 근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업무를 수행해왔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원고는 피고 회사가 원고를 근로자로 채용하면서 원고의 배우자인 C을 원고 대신 피고 회사의 직원으로 등록하여 C 명의의 계좌로 매월 급여를 지급해왔으므로, 피고 회사도 원고를 근로자로 취급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 회사는 취업규칙으로 ‘정년에 도달하는 경우’를 퇴직사유로 정하고 있고(을5의 취업규칙 제49조 제1항 제9호 참조), 원고가 피고 회사의 영업 업무를 수행하기 시작한 2021년 11월을 기준으로 원고는 만 62세로 이미 정년을 도과하였으므로, 원고는 애초에 피고 회사의 근로자가 될 수 없었다. 더욱이 피고 회사에서 전혀 근무를 하지 않은 C(원고의 배우자)의 계좌로 피고 회사가 2021년 12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매월 일정한 돈을 지급해 왔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C과 피고 회사 사이에서는 물론,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에서도 어떠한 근로관계가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다. 비록 피고 회사가 원고의 배우자인 C 명의의 계좌로 매월 일정한 금액의 돈을 송금해왔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 회사의 근로자가 될 수 없었던 원고에게 원고의 영업 업무수행과 관련한 대가 명목의 돈(활동비 등)을 우회적으로 지급하는 방편으로 활용되었던 것으로 보일 뿐이다.
나아가 원고는 위와 같이 배우자 명의의 계좌로 피고 회사로부터 활동비 명목의 돈을 받고 있던 기간 중인 2022년 하반기부터 2023년 3월경까지 D조합의 조합장 선거를 위한 선거캠프에서 활동하거나 위 조합장 선거에 출마하기도 한 것으로 보이므로(을1, 2 참조), 원고가 피고 회사와 근로제공관계를 계속해왔다거나 피고 회사에게 전속되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소 결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피고 회사의 근로자였다거나 피고 회사와 실질적인 근로관계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를 전제로 원고가 피고 회사로부터 당한 해고가 무효라거나 피고 회사가 원고에게 지급하지 않은 임금 등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원고 주장은 나머지 쟁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 론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한다.
판사 정영호(재판장) 노창현 김아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