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게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
사건정보
사건
2023고단307 업무상배임
피고인
A
검사
정광수(기소), 이현주(공판)
변호인
변호사 윤형주
판결선고
2023. 9. 21.
범죄사실
피고인은 2014. 11. 1.경부터 전남 장성군 B에 있는 조직수복용 재료(일명 ‘필러’) 제조 등 고분자, 바이오소재를 통한 의료기기의 연구개발업체인 C 주식회사(이하 ‘피해회사’라 한다)의 생산팀에서 근무하면서 제품의 생산공정을 담당하다가 2015. 8. 5.경부터 2019. 1. 1.경까지 피해 회사의 총괄팀장으로 근무하였고, 2019. 1. 1.경부터 화장품 및 의료기기 연구개발 및 제조업체인 D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누구든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그 영업비밀을 취득·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누설하여서는 아니 되고, 피고인은 피해 회사에서 재직 중에 취득한 각종 영업비밀이나 주요 자산을 외부로 반출하여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퇴사시에는 위 영업비밀이나 주요 자산을 피해 회사에 반납하거나 폐기하고, 창업하거나 전직한 회사를 위하여 사용하지 않아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었다.
한편 ① E의 시험성적서, ② F(E을 포함)에 대한 ‘생체 내 Dextran 분해 확인을 위한 동물이식 실험’ 결과보고서, ③ E에 관한 Ordersheet는 피해 회사의 영업상 주요 자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피해 회사에 재직 중이던 2017년경부터 2018년경 사이에 피해 회사의 영업상 주요 자산인 위 ①, ②, ③을 반출하여 2019. 1. 1.경 피해 회사에서 퇴사함과 동시에 설립한 D 주식회사의 업무용 컴퓨터에 복사한 후 이를 활용함으로써 피해 회사의 제품과 동일한 원료의 조직수복용재료를 생산하고, 2019. 11. 27.경 특허청에 조직수복용재료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 회사의 직원으로서 지켜야 할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위 주요 자산의 재산가치에 해당하는 시가 불상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 회사에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
증거의 요지
증인 G, H, I의 각 법정진술
피고인에 대한 각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H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
H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각 수사보고(증거목록 순번 19, 20, 29, 66, 79, 87, 89, 94번)
각 등록특허공보
등기사항전부증명서
수사협조 의뢰 회신(조직수복용 재료 관련)
각 자문의견서
피해 회사의 영업상 주요자산 3건 출력물
제품 구매 관련 피의자 통화 녹취파일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주장의 요지
E의 시험성적서, ② F(E을 포함)에 대한 ‘생체 내 Dextran 분해 확인을 위한 동물이식 실험’ 결과보고서, ③ E에 관한 Ordersheet(이하 통틀어 지칭할 때 ‘이 사건 각 자료’라고 한다)는 피해 회사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각 자료를 반출한 것은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며, 퇴사 이후에도 이 사건 각 자료를 보관하고 있었던 이유는 재직 당시 퇴근 이후 추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다운로드 해 두었던 것으로 피고인에게 업무상배임의 고의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판단
관련 법리
회사 직원이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회사 자료를 무단으로 반출한 경우에, 그 자료가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하더라도, 그 자료가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되어 있지 아니하여 보유자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이를 통상 입수할 수 없고, 그 자료의 보유자가 그 자료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인 것으로서 그 자료의 사용을 통해 경쟁자에 대하여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정도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한다면, 이는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한 행위로서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한다. 한편 회사 직원이 영업비밀이나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자료를 적법하게 반출하여 그 반출행위가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라도, 퇴사 시에 그 영업비밀 등을 회사에 반환하거나 폐기할 의무가 있음에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이를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아니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도9089 판결, 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7도3808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판시 증거들을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해 회사에서 제작하는 필러의 주된 원재료가 공업용인 ‘E’임을 알 수 있는 이 사건 각 자료는 피해 회사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이라고 볼 수 있고, 피고인이 피해 회사를 퇴사하면서 이를 알 수 있는 이 사건 각 자료를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아니한 채 반출한 이상 이는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하고 그에 대한 고의도 있었던 것으로 충분히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피해 회사는 필러를 생산하는 업체로, 국내 필러 생산 업체들의 대부분이 ‘콜라겐’, ‘히알루론산’을 원재료로 사용해 오고 있는 것에 반해, 피해 회사는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가교 Dextran’을 주된 원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가교 Dextran은 원래 공업용으로 사용되는 것이나, 피해 회사는 이를 인체용 필러로 사용하기 위해 여러 실험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J라는 회사에서 생산하는 Dextran 중 E을 주된 원재료로 사용하여 필러를 제작해왔다.
이 사건 각 자료는 피해 회사가 다른 필러 생산 업체들이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재료가 아닌 가교 Dextran을 재료로 사용하고, 그 중 J회사의 E을 재료로 사용하고 있음을 추단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자료들로, 이는 인체용 필러에 적합한 가교 Dextran을 찾아내기 위해 피해 회사가 상당한 시간이나 노력, 비용을 들인 영업상 주요자산이 포함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피해 회사가 출원한 특허(등록번호 K)는 분자량 30,000이상 100,000이하의 가교 Dextran을 필러의 주된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위 특허에는 그동안 필러의 부수적인 재료로 사용되어 온 분자량 30,000이하의 가교된 Dextran의 제품명으로 L이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그것만으로 위 특허에서 언급하고 있는 분자량 30,000이상 100,000이하의 가교된 Dextran이 곧바로 J회사에서 제조하는 E라는 것을 손쉽게 추단할 수 있다거나 공지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대전지방검찰청 특허수사자문관도 특허문헌에 L가 필러의 재료로 사용되고 있음이 공지되어 있다 하더라도, E을 필러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생물학적 안정성, 인체 적합성 등의 실험을 거쳐야 하므로, L가 필러 재료로 사용된다는 사실이 공개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E도 공지된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이기도 하다.
피고인은 2014. 11. 1. 피해 회사에 입사하여 생산팀장, 총괄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9. 1. 1. 퇴사하였는바, 피고인이 피해 회사에 근무할 당시 수행한 업무의 내용이나 직위에 비추어 보았을 때, 피해 회사가 다른 필러 생산업체들과 달리 가교 Dextran을 필러의 주된 재료로 사용하고, 그 중 J회사라는 회사에서 생산 및 판매하는 E라는 제품을 주재료로 사용해 오는 사실이 피해 회사 영업의 핵심 자산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피고인은 2014. 11. 1. 피해 회사에 취직하면서 ‘본인이 취급하는 업무에서 취득한 일체의 사항이 회사의 안전과 이익에 직결됨을 명심하고, 재직 시 지득한 영업비밀(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기술상의 정보 외에 경영상의 정보까지도 포함됨) 및 직무제안 등은 귀사에 귀속됨을 약정하며, 재직시 지득한 영업비밀을 가지고 창업을 하거나 경쟁 회사에 전직 또는 동업을 하지 않고, 영업비밀을 제3자에게 공개하거나 제3자를 위하여 사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기밀유지서약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고, 총괄팀장으로 승진할 무렵인 2015. 8. 5.에도 유사한 내용의 기밀유지서약서를 추가로 작성하여 제출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퇴사한 당일인 2019. 1. 1. D 주식회사라는 화장품 및 의료기기 연구개발 및 제조업체를 설립하였고, 그로부터 불과 약 6개월만인 2019. 6. 12.에 필러 제작 회사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가교 Dextran을 혼합하여 필러를 제작하는 내용의 특허를 출원하고, J회사의 E 및 M 등을 혼합한 필러(제품명: N)를 만들기도 하였다.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 징역형 선택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
사회봉사명령
형법 제62조의2
양형의 이유
피고인은 피해 회사에서 퇴사하는 과정에서 피해 회사가 오랜 기간 비용과 노력을 들여 축적한 자료인 영업상 주요한 자산을 폐기하지 않은 채 그대로 보유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를 이용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려는 시도를 하였는바, 이러한 행위는 피해 회사에 상당한 손해를 끼칠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경쟁 질서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범죄에 해당하여 그 죄책이 가볍지 않은 점, 그럼에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피해 회사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한 점 등은 불리한 정상으로, 피고인이 위와 같이 만든 제품을 실제 판매하여 수익을 얻고 있다고 볼 만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은 점, 피고인이 아무런 범죄 전력 없는 초범인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각 참작하고,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김지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