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법원판결

광주지방법원 2024. 4. 18. 선고 2023구합13920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3. 2. 2. 원고에 대하여 한 불문경고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B기관(이하 ‘B기관’이라 한다)은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책임운영기관이다. 원고는 2022. 1. 17. B기관의 학예연구사로 임용되어 교류홍보과에서 근무하다가 2022. 12. 26.부터 이 사건 변론종결일 당시까지 기획운영과에서 지원근무 중인 사람이다.

나.

피해자는 2022. 1. 17. B기관의 학예연구사로 임용되어 원고와 함께 B기관 교류홍보과에서 근무하던 직원으로, 2022. 10. 14. B기관 고충상담원에게 원고의 피해자에 대한 성희롱 고충상담을 신청하였다. 이에 고충상담원은 2022. 11. 14. 피해자의 성희롱 사건 조사신청을 접수하였고, 그에 따라 조사위원이 구성되었으며, 위 조사위원들은 사실확인을 위한 자체조사를 진행하여 2022. 12. 15. 조사결과보고서(이하 ‘이 사건 조사결과보고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다.

위 자체조사 이후인 2022. 12. 23. B기관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이하 ‘이 사건 고충심의위원회’라 한다)가 개최되었다. 이 사건 고충심의위원회에서는 피해자가 성희롱이라고 주장하는 총 7건의 사건들 중에서 아래 2건의 사건만이 성희롱에 해당하고, 그 성희롱의 정도는 경하다고 판단하였으며, 그에 따라 원고에 대한 인사이동(기획운영과 지원근무 발령), 징계(경징계 요구), 교육(성희롱 예방교육 실시) 등의 조치 권고를 의결하였다.

라.

피고는 이 사건 고충심의위원회의 조치 권고 의결에 따라 B기관 보통징계위원회(이하 ‘이 사건 징계위원회’라 한다)에 원고에 대한 징계 의결을 요구하였다. 이 사건 징계위원회는 2023. 1. 31. 제1징계사유, 제2징계사유를 모두 사실로 인정하고, ‘공직사회에서는 성 비위 등 부적절한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무관용의 원칙으로 엄정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성 비위는 공직 내외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 경한 성희롱일지라도 피해자의 인격권 침해 및 심리적 불안 등으로 근무환경 악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 원고는 일부 혐의사실을 인정하였으나 개전의 정이 부족해 보이는 점으로 그에 대한 책임이 가볍지 않다’는 이유에서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별표 1의4 징계기준에 따라 원고에게 ‘견책’ 징계의결을 하였다.

마.

피고는 2023. 2. 2. 이 사건 징계위원회의 위 징계의결에 따라 원고에게 ‘견책’ 징계처분을 하였다.

바.

원고는 위 징계처분에 불복하여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이하 ‘소청심사위원회’라 한다)에 위 징계처분의 취소 또는 감경을 구하는 소청심사를 청구하였다. 소청심사위원회는 2023. 5. 25. 원고에 대한 ‘견책’ 징계처분을 ‘불문경고’로 감경하는 결정을 하였다(이하 불문경고로 감경된 피고의 2023. 2. 2.자 징계처분을 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호증, 을 제1, 2,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처분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가.

절차상 위법

B기관의 성희롱 사건 조사위원들은 참고인들 중 피해자에게 유리한 진술을 한 일부 참고인의 진술 내용만을 이 사건 조사결과보고서에 기재하였고, 이 사건 고충심의 위원회의 위원 중 1인은 고성이나 강압적인 말투로 원고에게 성희롱 혐의를 인정하라는 대답만을 강요하면서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였으며, 이 사건 징계위원회의 징계위원장은 원고와 변호인의 최후진술 시 ‘시간이 없어서 짧게 하라, 1분 이내라 마치라’는 등으로 진술을 방해하였다.

이와 같은 성희롱 사건 조사위원들, 이 사건 고충심의위원회 및 이 사건 징계위원회 위원들의 언행이나 절차 진행과정은 절차적 정당성 및 공정성에 위배되므로, 이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나.

처분사유의 부존재

1)

제1징계사유에 관하여, 원고는 피해자에게 ‘남자친구랑 피임 조심해야겠다’는 말을 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피해자가 ‘자신은 결혼을 늦추고 싶은데, 남자친구는 가정을 빨리 꾸리고 싶어 한다. 남자친구가 빨리 아이부터 갖자고 한다’라면서 결혼과 임신에 대한 고민을 먼저 이야기하였기 때문에, 원고가 피해자를 걱정하면서 했던 충고 내지 조언의 맥락에서 이루어진 발언이다. 이처럼 원고의 위 발언에는 성적 동기나 의도가 없었고, 위 발언 이후에도 피해자는 원고와 직장 내에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고와 피해자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의 내용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해자가 위 발언으로 인하여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위 발언은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

2)

제2징계사유에 관하여, 원고는 피해자의 이마에 손을 올리는 신체접촉을 한 사실이 없다. 피해자의 진술서, 추가진술서, 이 사건 조사결과보고서 등의 서류에 의하면 원고의 신체접촉 행위가 광주시립미술관 개막식 전에 있었는지 후에 있었는지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간접적·정황적 증거를 통해서도 위 신체접촉 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 설사 원고가 피해자에게 위와 같은 신체접촉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당시 원고가 피해자에게 열이 있는지 측정하기 위한 행위에 불과하므로 성희롱이라고 볼 수 없다.

3.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4.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가.

본안전항변의 요지

피고는, ① 이 사건 처분과 같은 불문경고는 정부포상 추천에서 제외되는 제한을 받고, 다른 징계처분이나 경고를 받게 될 경우 징계감경사유로 사용될 수 있었던 표창공적의 사용 가능성을 소멸시키는 효과가 있으나, 원고는 상훈 내역이 없으므로 그 해당사항이 없고, ② 불문경고는 1년 동안 인사기록카드에 등재 후 말소되는데, 이 사건 처분은 처분시인 2023. 2. 2.로부터 1년이 경과되어 현재 말소된 상태인 바, 원고가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입는 불이익이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나.

판단

살피건대, 국가공무원법 제79조는 징계의 종류를 “파면ㆍ해임ㆍ강등ㆍ정직ㆍ감봉 및 견책”으로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을 뿐이나, 공무원 징계령 제17조의3 제1항은 징계기준, 징계부가금 부과기준, 징계의 감경기준 등은 총리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였고, 그 위임을 받은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제2조 제1항은 별표 1, 별표 1의2, 별표 1의3, 별표 1의4(성 관련 비위 징계기준), 별표 1의5, 별표 1의6으로 징계양정기준을 정하면서 제4조에서 별표3의 징계의 감경기준에 따라 이를 감경할 수 있도록 정하고, 위 제2조 제1항에 의하여 인정되는 징계가 견책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불문(경고)’로 감경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 함은 원칙적으로 행정청의 공법상 행위로서 특정 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률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으로 일반 국민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지만, 어떠한 처분의 근거나 법적인 효과가 행정규칙에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처분이 행정규칙의 내부적 구속력에 의하여 상대방에게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적인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으로 그 상대방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면, 이 경우에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3. 12. 10. 선고 93누12619 판결, 대법원 1984. 2. 14. 선고 82누370 판결 등 참조).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제4조에 의하면, 징계위원회는 징계의결이 요구된 사람에게 일정한 공적이 있는 경우에는 징계를 감경할 수 있으나, 그 공무원이 징계처분이나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에 따른 경고를 받은 사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징계처분이나 경고처분 전의 공적은 감경 대상 공적에서 제외하고(제4조 제1항), 징계사유가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해당 징계를 감경할 수 없다(제4조 제2항 제4호)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제9조는 이 규칙 시행에 필요한 사항은 인사혁신처장이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른 구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2023.

7. 18. 인사혁신처예규 제16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장 제I항 제8호 자.목은 징계처분권자가 징계위원회로부터 불문경고 처분할 것을 권고받았을 때는 징계의결서 사본을 첨부하여 소속기관장 명의로 서면경고 조치하고 공무원 인사 및 성과기록카드 ‘감사결과’란에 기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공무원 인사기록·통계 및 인사사무 처리 규정 제9조에서는 징계처분의 기록 말소의 근거를 마련하고 있고, 위 예규 제12장 제II항 제1호 라.목 (3)에서는 불문경고기록도 말소대상에 해당하고, 마.목 (1)에서는 불문경고의 말소제한기간을 1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위 예규 제12장 제II항 제3호 가.목 (1)에서는 ‘징계 등 처분기록이 말소되었다고 하더라도 기성의 효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징계 등 처분으로 인하여 받은 법령상의 각종 불이익이나 제한사항이 회복되지는 않음’을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2024년도 정부포상업무지침’에 의하면, 재직 중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제4조 제2항(제1~6호)에 따라 감경이 제한되는 비위(주요비위)를 저지른 자는 경징계가 사면되었거나 불문경고가 사면 또는 말소되더라도 우수공무원 포상, 모범공무원 선발 등 포상의 추천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들 규칙이나 예규 등은 법규명령이 아니라 행정조직 내부에서 행정의 사무처리 기준으로 제정된 일반적․추상적 규범인 행정규칙이어서 일반 국민이나 법원에 대한 대외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행정조직 내부에서는 구속력 있는 규범으로 적용되고 있는바, 이들 규칙 등에 의하면 이 사건 처분이 비록 법률상의 징계처분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에는 적어도 이 사건 처분을 받지 아니하였다면 차후 다른 징계처분이나 경고를 받게 될 경우 징계감경사유로 사용될 수 있었던 표창 공적의 사용가능성을 소멸시키는 효과와 1년 동안 공무원 인사 및 성과기록카드에 등재됨으로써 그 동안은 포상 대상자에서 제외시키는 효과 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원고의 경우 징계처분일로부터 1년이 지나 위 공무원 인사 및 성과기록카드에 이 사건 처분에 관한 기록이 말소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은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제4조 제2항 제4호에 따라 감경이 제한되는 비위에 해당하므로, 원고로서는 향후 우수공무원 포상, 모범공무원 선발 등 포상의 추천대상에서 제외되는 불이익을 입게 된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그 근거와 법적 효과가 위와 같은 행정규칙에 규정되어 있다 하더라도, 행정규칙의 내부적 구속력에 의하여 상대방에게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으로 원고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원고에게 비록 상훈 내역이 없다 하더라도 원고는 여전히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이유 없다.

5.

본안에 관한 판단

가.

절차상 위법 여부

갑 제9호증, 을 제1, 2, 5 내지 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성희롱 조사위원의 이 사건 조사결과보고서 작성, 이 사건 고충심의위원회의 심의, 이 사건 징계위원회 의결 과정에서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절차상 위법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B기관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이하 ‘이 사건 지침’이라 한다)에 의하면, 성희롱 사건 조사자는 신청인, 피신청인, 참고인 등으로부터 비밀보호서약서를 받아 조사를 진행하여야 하고(제8조 제1항), 공정하고 전문적인 조사를 위하여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키거나 외부 전문가의 자문을 얻을 수 있다고(제8조 제3항) 규정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조사의 방식이나 이 사건 조사결과보고서의 작성 방식에 관하여는 특별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 한편, 성희롱·성폭력의 판단은 고충심의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다는 점(제12조 제4항 제1호)에 비추어 볼 때, 조사자가 진행하는 조사는 사실확인을 위한 조사에 그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 조사결과보고서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에 관한 조사위원은 내부 2명, 외부 1명으로 구성되었으며, 조사위원들은 피해자(신고인)가 성희롱이라고 주장하는 사건들에 대해 피해자, 참고인, 원고(행위자)를 각 대면 및 서면으로 조사한 이후, 각 사건에 대한 피해자와 원고의 입장과 의견을 이 사건 조사결과보고서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조사결과보고서에는 참고인들의 진술도 기재되어 있는데, 참고인들은 각 사건에 관하여 자신이 직접 보고 듣거나, 피해자나 원고로부터 전해 들은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보이고, 그 내용이 반드시 원고에게 불리하고 피해자에게 유리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②

이 사건 지침에서는 성희롱·성폭력 사안의 처리와 관련하여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제11조), 고충심의위원회는 성희롱·성폭력의 판단(2차 피해 포함),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 및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조치, 그 밖에 성희롱·성폭력의 재발 방지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할 수 있으며(제12조 제4항), 피고는 위 심의 결과 가해자가 관련 법령에서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경우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징계 등 제재절차가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하고(제14조 제1항), 재발방지대책을 수립·시행하거나 행위자에 대한 재발방지 교육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제15조). 이러한 관계 규정의 내용에 비추어 보건대, 고충심의위원회는 성희롱·성폭력 고충사건의 예방 및 처리와 관련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B기관의 내부기구로서, 원칙적으로 성희롱·성폭력 행위자에 대한 징계를 확정하는 기구가 아니고, 고충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이 징계를 위하여 필요적으로 거쳐야 하는 절차에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

한편, 고충심의위원회는 필요시 당사자를 출석시켜 의견을 들을 수 있으나(제12조 제4항) 반드시 고충심의위원회가 당사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거나, 당사자의 진술권이 보장된다고 볼 규정은 없다. 따라서 만약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이 사건 고충심의위원회의 위원이 고성이나 강압적인 말투로 원고에게 성희롱 혐의를 인정하라는 대답만을 강요하면서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이 사건 고충심의위원회의 의결이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에 절차상 위법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③

공무원 징계령에서는 원칙적으로 징계등 혐의자를 징계위원회에 출석하도록 규정하고 있고(제10조 제1항), 징계위원회는 출석한 징계등 혐의자에게 혐의 내용에 관한 심문을 할 수 있으며, 징계등 혐의자에게도 의견서 또는 구술로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사실을 진술하거나 증거를 제출하는 등 충분한 진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된다(제11조).

이 사건 징계위원회 회의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와 원고가 선임한 법무법인 C의 변호사 D은 이 사건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여 징계위원들의 심문에 대해 원고의 입장을 진술할 충분한 기회를 제공받았고, 원고와 변호사 D의 최후진술 역시 비교적 상세하게 이루어진 만큼, 원고는 공무원 징계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징계등 혐의자의 진술권을 충분히 보장받은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징계위원회의 절차에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위법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처분사유의 부존재 여부

1)

관련 법리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성희롱을 사유로 한 징계처분의 당부를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증명책임이 있다. 다만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볼 때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참조).

2)

구체적인 판단

가)

제1징계사유

원고는 제1징계사유와 관련하여 피해자에게 ‘남자친구랑 피임 조심해야한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되(이하 위와 같은 취지의 발언을 편의상 ‘이 사건 발언’이라 한다), 이 사건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앞서 든 증거들, 갑 제6, 8호증, 을 제3, 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이 사건 발언이 다소 부적절하고 피해자로 하여금 어느 정도 불쾌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발언으로 보이기는 하나,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발언이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발언으로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피임’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 내지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것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하여 ‘피임’과 관련된 모든 발언이 성적 언동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발언이 성적 언동인지 여부는 발언이 이루어진 구체적 상황 및 경위에 비추어 판단되어야 한다. 이 사건 발언은 피해자가 원고에게 남자친구와의 결혼, 출산, 육아, 휴직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자신은 현실적인 고민으로 결혼을 늦추고 싶지만 남자친구는 가정을 빨리 꾸리고 싶어한다고 이야기하자, 이에 대하여 원고가 대답하면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와 같이 이 사건 발언은 당시 원고와 피해자가 나눴던 대화의 맥락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고(원고는 피해자로부터 남자친구가 빨리 결혼과 육아를 하고 싶어 보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고, 이 사건 발언 이전에 피해자가 ‘남자친구가 아이부터 빨리 갖자고 했다’는 말을 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고가 피해자에게 ‘오해하지 말고 들어요’라고 한 뒤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는 점에 비추어보면 직장에서 비교적 친밀하게 지내던 관계였던 원고가 피해자의 고민에 대하여 조언이나 충고를 하기 위한 의도에서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 따라서 원고가 피임에 대해서 언급한 것이 부적절할 수 있다는 점과는 별개로, 원고의 위 발언을 ‘성적 언동’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②

피해자는 2022. 7. 5. 원고에게 ‘제가 기분이 굉장히 안 좋았던 상황이 있었는데, 지난번에 남자친구랑 피임 조심하라고 했던 것에 대해서, 그런 말은 듣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당시에도 그렇게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지나고 나서 계속 생각을 해보니 그 발언은 정말 위험한 발언이었고,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길래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고, 기분이 계속 안 좋았다’는 취지로 이야기하면서 사과를 요구하였다. 이에 대해 원고는 피고에게 사과하면서 ‘그 말을 하게 된 맥락이 있었다. 성추행, 성희롱과 같은 것이 아니라, 당시에 피해자는 남자친구가 애를 갖자고 한 것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고, 그 고민을 듣고 조심하라는 의미로 이야기를 한 것이다. 자신은 성희롱적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대해 피해자는 “아니요, 알고, 그때도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냥 걱정이 되어서 하는 말이니까 오해하지 말고 들어달라라고 하시면서 말씀하셨기 때문에 저도 알아요. 저도 아는데, 가족 간에도 이런 말을 하면 화가 날 수 있어요. 이게 개인적인 개인사를 떠나서 더 깊이 들어가는 그런 사적인 영역이 잖아요. 그래서...”라고 이야기하였다. 위와 같은 대화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로서도 원고의 발언의 맥락과 의도가 자신에게 조언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불쾌감을 느꼈던 이유도 원고의 이 사건 발언이 성적 언동이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사적인 영역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③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발언은 피해자가 자신의 남자친구와의 관계, 임신 등에 관한 고민을 이야기한 이후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조언이나 충고의 맥락에서 이루어졌다고 볼 여지가 있는 점, 피해자는 이 사건 발언에 불쾌감을 느낀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는 원고가 ‘피임’과 같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의 문제를 언급했기 때문일 뿐 이 사건 발언을 성적 언동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의 이 사건 발언은 일회적으로 이루어진 것일 뿐만 아니라 원고와 피해자는 입사 동기로서 원고가 특별히 피해자에 비해 직장 내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발언이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④

원고가 피해자에게 민감한 문제일 수 있는 피해자와 남자친구 사이의 피임에 대해서 언급한 것이 적절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사건 발언이 부적절한 발언 또는 불필요한 발언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그것이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평균적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인바, 이 사건 발언의 부적절함과 불필요함을 근거로 이 사건 발언이 ‘성적 언동’에 해당하여 ‘성희롱’을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⑤

피해자는 위 대화가 있은 날로부터 약 3개월 뒤 2022. 10. 14. B기관 고충상담원에게 성희롱 고충상담을 신청하였다. 위 신청에 따라 이루어진 성희롱 조사위원의 자체조사 과정에서 피해자는 이 사건 발언 외에도 2022. 3. 31. 사진 촬영, 제2022. 4. 29. 신체접촉 행위(제2징계사유), 2022. 5.경 지속적인 소문 전달, 2022. 5. 12. 카카오톡으로 이성적인 감정 표현, 2022. 7. 5. 변명 및 경고성 발언[피해자는 위 가)의 ②항 대화 역시도 성희롱이라고 주장하였다], 2022. 10. 26. 부서 행사 배제 등 원고의 여러 과거 행위들을 문제 삼았으나, 피고는 최종적으로 이 사건 발언과 제2징계사유를 제외한 나머지 사유들은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처럼 이 사건 발언 시점과 신고 시점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 간극이 있는 점, 피해자가 성희롱이라고 주장한 원고의 행위들 대부분이 피고에 의하여 배척된 점 등과 같은 사정들도 이 사건 발언의 성희롱 해당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종합적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

나)

제2징계사유

앞서 든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제2징계사유와 같이 원고가 2022. 4. 29. 피해자의 이마에 손을 올리는 신체접촉 행위(이하 위 행위를 편의상 ‘이 사건 신체접촉 행위’라 한다)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이 사건 신체접촉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뒷받침할 증거로는 이 사건 조사결과보고서 작성 당시 제출된 피해자의 진술서(을 제3호증, 이하 ‘최초진술서’라 한다), 추가진술서(을 제4호증, 이하 ‘추가진술서’라 한다)가 있다. 그런데 피해자는 최초 진술서에서, 2022. 4. 29. 원고의 차량으로 광주시립미술관 개막식에 참석하러 가는 도 중 기침을 많이 하는 피해자를 보고 원고가 ‘감기에 심하게 걸린 것 같다’고 하였고, 이에 대해 피해자가 ‘코로나는 아닌지 자가검사는 음성이다’라고 하자, 갑자기 원고가 피해자의 이마에 손을 올렸고 ‘열은 없는 것 같다’고 하였다는 취지로 기재하였다. 그러나 피해자는 추가진술서에서, 위 개막식에 참석하는 도중에 약국에 들러 약을 구입하여 복용하였고 개막식에 참석하였다가, 개막식이 끝나고 회사로 복귀하는 길에 원고가 피해자의 이마에 손을 올린 후 떼더니 ‘열은 없는 것 같다’고 하였다는 취지로 기재하였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신체접촉 행위가 발생한 경위에 관한 피해자의 각 진술서 내용에는 다소간의 차이가 존재한다.

②

이러한 피해자의 각 진술서 내용에 존재하는 차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런데 피해자는 최초진술서에 이 사건 신체접촉 행위로 인하여 ‘당황스럽고 불쾌했다’고 기재하였는데, 그 이후에 있었던 2022. 7. 5.경 원고와의 대화 과정[위 가)의 ②항 대화를 말한다]에서 이 사건 발언뿐만 아니라 이 사건 신체접촉 행위에 대해서까지 함께 사과를 요구할 수 있었을 것임에도, 위 대화 과정에서는 이 사건 발언에 대해서만 사과를 요구하였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가 성희롱이라고 주장하는 여러 사건들 중 이 사건 신체접촉 행위는 직접적인 신체적 접촉에 관한 것이어서 그 정도나 피해자가 느꼈을 불쾌감의 정도가 다른 사건들에 비해 비교적 가볍지 않았을 것으로 보임에도, 피해자는 위 대화 과정에서 이 사건 발언과 원고와 피해자 사이의 소문의 출처에 대해서만 언급했을 뿐, 이 사건 신체접촉 행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과연 이 사건 신체접촉 행위가 존재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의문이 있다.

③

원고와 피해자가 2022. 4. 26.부터 2022. 9. 13.까지 주고받았던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비추어보면, 원고와 피해자는 비교적 친밀하고 빈번하게 카카오톡을 주고받았으며, 대화의 내용도 B기관 내부에서의 자신들에 대한 소문에 관하여 이야기하거나, 원고와 피해자가 서로를 직장동료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나 서로에게 이성적 관심이 있는지 등의 여부까지도 비교적 진솔하게 이야기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원고가 피해자에게 이 사건 신체접촉 행위를 하였다고 볼 직접적인 내용이나, 그러한 행위가 있었음을 추단할 수 있는 내용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사건 신체접촉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날인 2022. 4. 29.의 다음 날인 2022. 4. 30. 피해자는 원고에게 자신이 코로나19 검사 결과 양성이라고 하면서, ‘차에 같이 있는게 진짜 안좋은듯 환기가 안되어서 그런지...’, ‘ㅠㅠ제가 너무 안일했어요’라는 등의 말을 했을 뿐이다.

④

이 사건 조사결과보고서 중 이 사건 신체접촉 행위에 관한 부분에도 피해자의 최초진술서, 추가진술서의 내용만이 요약되어 기재되어 있을 뿐, 이에 관한 참고인들의 진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외에 달리 이 사건 신체접촉 행위가 있었다고 볼 증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에 원고는 질문답변서(을 제5호증), 추가질문답변서(을 제6호증)에서 이 사건 신체접촉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고 비교적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신체접촉 행위가 존재하였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처분에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절차적 위법은 인정되지 않으나,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된 제1징계사유에서의 이 사건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제2징계사유에서의 이 사건 신체접촉 행위 역시 존재하지 않으므로, 결국 이 사건 처분은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위법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6.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상현(재판장) 오정민 김동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