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원고는 C이라는 상호로 자동화설계서비스업 등을 하는 자이고, 피고는 광학전자기기제조업 등을 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2020. 8. 7. 피고를 공급받는 자로 하여 ‘품목: 선별기, 정열기, 경사, 계수기 개조’, ‘수량 각 품목당 3개’, ‘공급가액 5,610,000원, 세액 561,000원, 합계금액 6,171,000원’으로 기재된 거래명세표를 작성하였고 D가 위 거래명세표의 인수자 란에 서명하였다.
원고는 2020. 8. 12. 피고를 공급받는 자로 하여 ‘품목: 정열기, 경사, 계수기 선수금’, ‘수량 각 품목당 5개’, ‘공급가액 5,805,500원, 세액 580,500원, 합계금액 6,385,500원’으로 기재된 거래명세표를 작성하였고 D가 위 거래명세표의 인수자 란에 서명하였다.
원고는 2020. 8. 13. 피고를 공급받는 자로 하여 ‘공급가액 5,610,000원, 세액 561,000원’과 ‘공급가액 5,805,500원, 세액 580,500원’의 합계 12,556,500원의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하였다.
원고는 2020. 8.경 피고에게 치폐선별기 내지 그 부품(이하 ‘이 사건 물품’이라고 한다) 등을 인도하였고, 원고가 2020. 8. 21. 및 2020. 8. 24. 선별기 등을 입고하였다는 취지가 기재된 ‘E 치폐 선별 관련 입고 확인서’에는 피고 직원 F이 ‘피고-확인’ 및 ‘입고확인’란에 각 서명하였다.
피고 대표이사 G은 2020. 8.말경 원고에게 인도한 치폐선별기 부품 등을 회수해 갈 것을 요청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 8, 11, 1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내지 영상 및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유권대리 주장
D는 피고의 기술이사 직함을 사용하였고, 치폐선별기 제작발주 및 계약체결 등에 대하여 피고를 대리할 포괄적인 권한이 있었다. 원고는 2020. 3. 15.경 피고 대리인 D와 ‘피고가 치폐선별기를 개발하기 위하여 보관 중인 철강구조물을 개조하여 시판 가능한 제품으로 개조하고(MODEL CAS5415), 개선하는 것(MODEL CAV5040)’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선별기 개조 및 완성품 제작 계약(이하 원고가 피고와 체결하였다고 주장하는 계약을 편의상 ‘이 사건 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고, 사급으로 원자재를 조달하여 제품을 완성하면 그때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후 피고로부터 대금을 지급받기로 약정하였다. 원고는 2020. 8.경 피고에게 이 사건 물품을 인도하였으므로 피고는 그 대금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표현대리 주장
D에게 피고를 대리하여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없다고 하더라도, D는 피고의 기술이사 직함을 사용하면서 피고로부터 치폐선별기에 대한 개발업무를 위임받았다. D에게 피고를 대리할 기본대리권이 존재하고, 원고는 D에게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다고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물품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유권대리 주장에 관한 판단
대리행위로 의사표시를 한 경우 대리권의 존부에 관한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대리권의 존재를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8다42195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을 제4, 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 내지 사정 즉, D는 2019. 10. 25. 피고와 근무시간 9시부터 18시까지(휴게시간 11시 50분부터 12시 50분), 근로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토요일은 격주로 9시부터 13시까지), 연봉 3,000만 원, 휴가 등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바에 따른다는 내용 등을 포함한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출장시 식비까지도 그 지출결재가 상신되는 등 피고에서 근무한 근로자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제출한 증거나 기술이사 호칭 등 일부 사정만으로는 D가 2020. 3. 15.경 피고를 대리하여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할 대리권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표현대리 주장에 관한 판단
민법 제126조의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의 효과를 주장하려면 자칭 대리인이 본인을 위한다는 의사를 명시 또는 묵시적으로 표시하거나 대리의사를 가지고 권한 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에 상대방이 자칭 대리인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믿고 그와 같이 믿는 데에 ‘정당한 이유’도 인정되어야 하는데, 여기서 정당한 이유의 존부는 자칭 대리인의 대리행위가 행하여질 때에 존재하는 모든 사정을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다76570 판결, 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2다27001 판결 등 참조).
당사자 사이에 다툼 없거나 을 제4 내지 6, 9 내지 1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 각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가 제출하는 증거들이나 주장하는 일부 사정만으로 이 사건 계약일인 2020. 3. 15.경 당시에 D에게 피고와의 관계에서 기본적대리권이 있었다거나, 원고에게 D가 피고를 대리하여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의 주장도 이유 없다.
D와 피고가 작성한 2019. 10. 25.자 근로계약서에는 D가 피고를 대리할 수 있다는 그 어떤 취지의 기재도 없다. D가 피고와 체결한 근로계약에 따라 치폐선별기 관련 업무를 담당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외부적인 선별기 등 제조납품 계약체결에 관한 기본대리권을 수여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D가 2020. 3.경 피고의 기술이사팀 기술이사 직함을 사용하고 있기는 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피고 법인등기부등본을 확인만 하였더라도 D가 피고의 이사가 아님을 쉽게 확인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아니하였다.
원고는 2020. 1. 30. 피고 메일로 ‘구상도 개발 견적서 첨부의 건’을 발송한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20. 7. 15.경까지 사이에 피고와 이메일로 치페선별기 관련 견적서나 도면 등을 수·발신 하였다. 그럼에도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계약 관련 견적서를 송부하거나 발주서 등을 요청하는 메일 등을 보내지 않았다{원고는 2020. 6. 29. 피고에게 시운전용 콘베어벨트에 대한 설계 및 제작 관련 견적서(견적가 56,930,000원, 부가가치세 별도)를 작성하여 메일로 송부하기도 하였는데, 이 사건 계약과 관련된 견적서는 발송하지 않았다}.
원고는 피고가 그 내부의사결정에 따라 원고와의 공식적인 첫 거래 무렵인 2020 6. 15.경 피고 대표이사 G에게 원고의 사진과 명함을 카카오톡으로 보냈다. 원고는 그때라도 피고 대표이사에게 연락하여 D의 대리권 유무 및 이 사건 계약 체결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마저도 하지 아니하였다(피고는 2020. 6. 16.경 원고에게 치폐계수기 및 선별기 1세트 제작을 맡기기로 하였는데, 원고가 견적서나 피고의 발주서 등을 받기 전에 치폐계수기 및 선별기 1세트 제작을 완료하였다. 피고는 D에게 발주서나 계약서 등을 작성하지 아니하고 제작계약 등을 체결한 것에 대하여 이의를 하였고, 원고에게도 추후에는 피고 대표이사의 승인을 받은 관련 서류 등을 받은 후 제작된 것에 한하여만 그 대금을 지급하겠다고 말한 후 2020. 7. 16. 위 치폐계수기 및 선별기 1세트 대금 5,775,000원을 지급하였다. 원고는 위와 같은 절차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 대표이사에게 치폐선별기 발주여부나 그 계약금액 등에 대하여 확인하지 않았다).
피고는 2020. 8. 14. 원고가 발행한 세금계산서를 확인한 후 이 사건 계약의 존재에 대하여 알게 되었고, 원고에게 이의하였다(피고는 위 세금계산서에 대하여 매입자료로 신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원고는 특별히 반박하고 있지는 아니한 것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위 세금계산서에 대하여 세무처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원고는 그 회계연도를 4년 가까이 경과할 때까지도 그 대금 미수령을 이유로 이 사건 계약에 관한 세금계산서의 관할세무서에 대한 세무처리조차 하지 아니하고 있는바, 이는 통상적이지 아니하다. D는 2020. 8. 14.경 출근을 하지 않은 이후로 2020. 8. 28. 피고에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D는 2023. 8. 1. ‘원고는 2020. 8.경 피고의 보관 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완제품이 아닌 선별기 부품 등을 인도하였다’는 취지의 인증서를 작성하였고, 피고가 2020. 8.경 원고로부터 인도받은 물품은 완제품이 아니라 부품이라고 주장하였음에도<1> 원고는 이에 대하여 별다른 반박을 하지는 아니하였다(이 사건 물품을 촬영한 갑 제5호증의 사진 중 조립이 완료된 것으로 보이는 물품은 당초 피고가 보유하고 있거나 피고가 원고에게 인도했던 물품을 반환받은 것으로 보이고, 위 사진 중 대부분은 조립이 되지 않은 부품이다). 원고는 2020. 8. 14.경 피고 대표이사로부터 원고가 이 사건 계약과 관련하여 발행한 세금계산서에 대한 항의를 받자 당초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대로 선별기 등을 완성하지 않은 채로 그 부품만을 피고에게 인도하였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D는 원고 주장에 부합하게끔 인증서, 확인서를 제출해주고 있기는 하나, 피고 대표이사와 안 좋게 그 관계가 끝났고 만일 자신의 행위에 따른 피고의 원고에 대한 민사상 책임이 없게 되면, D 자신이 원고에 대해서 무권대리책임을 추궁당해야 하는 처지게 이르게 되는 지위에 있는 자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선뜻 D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양섭(재판장) 박은주 변종두
각주1) 피고의 2024. 10. 18.자 준비서면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