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2019. 7. 21.경 피고 B 영농조합법인 (분사무소)[이하 '이 사건 피고 법인'이라 한다]에 고용되어 피고 법인이 운영하는 전남 화순군 E 소재 'F'에서 근무하다가,2021. 3. 말경부터는 피고 법인이 운영하는 G 소재 'H 카페'(이하 '이 사건 카페'라 한다)에서 바리스타 겸 매장의 관리자로서 근무하여 오다가 퇴직하였다.
피고 C, D는 각각 피고 법인의 대표이사이다.
원고는 2021. 5. 8. 이 사건 카페에 배치된 커피 제조 시 발생하는 부산물 및 커피퍽을 퇴비화하는 커피퇴비기(이하 '이 사건 기계'라고 합니다)에 막대기를 가지고 찌꺼기를 제거하던 중 기계가 작동하면서 오른손 집게손가락이 기계 안으로 들어가 상처를 입었고 그로 인해 2021. 6. 18.경 집게손가락 일부(경지골)의 절단 수술을 받게 되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하고, 위 사고로 입은 상해를 '이 사건 상해'라 한다).
피고 법인이 원고를 피보험자로 하여 산업재해보험에 가입하였고, 그에 따라 원고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2021. 5. 8.부터 2024. 6. 21.까지 요양기간에 의한 요양급여 37,205,600원, 입원(125일)과 통원(1011일)에 따른 휴업급여 75,257,440원 및 장해등급(11급 9호)에 따른 장해급여 18,265,720원 합계 130,728,760원의 보험급여를 지급받았다.
[인정 근거 : 다툼 없는 사실, 갑제1 내지 4, 13호증의 각 기재 내지 영상 및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피고 법인이 운영하는 이 사건 카페에서 일하던 근로자였고, 피고 C와 D는 'F'와 이 사건 카페의 형식적 또는 실질적 영업주들로서 안전성 검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이 사건 기계를 무단으로 설치하고 어떠한 안전교육도 실시하지 않은 채 임의로 이 사건 기계를 가동하게 하여 원고의 오른손 검지에 영구적 장애를 입게 하는 이 사건 사고를 발생하게 하였고, 위 사고는 피고들의 부주의 내지 업무상 과실로 인한 것이므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한다. 피고 법인은 원고의 사용자로서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따른 이 사건 기계에 대한 위험성평가를 실시하지 않거나, 회전축이 있는 부분에 아무런 덮개 등의 보호장구를 설치하지 않고 곰팡이 등을 직접 빼내라고 지시하면서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보호장갑 등 보호장구도 지급하지 않았으며, '손끼임주의' 등 안전 안내문 등을 부착하지도않아 근로자인 원고에 대한 안전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원고에 대한 안전배려 의무 내지 보호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불법행위책임과 경합하여 채무불이행책임도 부담한다. 피고 C, D는 자신들이 자체 제작한 이 사건 기계에 대한 사용법에 대하여 어떠한주의사항 안내, 위험성 고지 등의 안전교육 없이 위험하게 이 사건 기계가 작동하는 와중에도 맨손을 넣어 이물질을 꺼내는 시범을 보이고, 위 기계의 위험성에 따른 보호장갑등 보호장구를 지급하지 않았으며, 이 사건 사고 발생 1개월 전부터 원고가 이 사건 기계에 대한 수리 요청을 하였음에도 수리에 응하지 않은 채 원고로 하여금 직접 이물질을 제거하도록 지시하여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사고를 당하게 하였으므로, 위 피고들은 원고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원고가 입은이 사건 상해로 발생한 심리상담센터 상담비 4,000,000원, 장래 수술 등의 치료비 3,300,000원, 일실수입 58,550,582원, 위자료 11,000,000원 합계 76,850,582원 및 이에 대한 청구취지 기재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들 주장의 요지
피고 C, D는 원고에 대한 사용자 내지 사업주가 아니므로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
원고 주장의 불법행위책임에 관하여는 3년의 소멸시효기간이 경과하여 시효로 소멸하였다.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기계에 대한 전원이 켜진 상태에서 만연히 위 기계에 손을 넣아 커피 찌꺼기를 제거하려고 한 원고의 전적인 과실로 발생한 것일 뿐 피고 법인에게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여부에 대한 판단
관련 법리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 ·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는데, 이러한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상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하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증명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등 참조). 또한 보호의무위반을 원인으로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 통상의 채무불이행과 같이 채무자가 그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자기에게 과실이 없음을 주장, 증명하지 않는 한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이기는 하나, 채권자로서도 그 급부의 불완전에 관한 주장, 증명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므로 원고로서는 구체적 보호의무의 존재와 그 위반사실을 주장,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1994. 1. 28. 선고 93다43590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점에서 사용자가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은 업무상 재해 즉,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 · 질병 · 장해 · 사망에 대하여 사용자의 고의나 과실을 불문하고 법이 정하는 보상을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의 지급과는 차이가 있다.
구체적 판단
앞서 본 기초사실과 그 인정증거, 을제1호증의 각 영상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갑제6, 10, 11, 12호증을 포함하여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법인이 사용자로서 근로자인 원고에 대하여 근로계약 등에 따른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 등의 채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거나, 나아가 피고들이 이 사건 기계로 인해 원고가 근로상의 신체상 재해인 이 사건 상해를 입게 되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고 안전교육을 소홀히 하는 등으로 원고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따른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한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를 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 법인의 채무불이행 또는 피고들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원고의 위 각 주장은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인정할 수 없다.
이 사건 카페는 원고의 자격증과 수상경력을 가지고 원고가 '팀장'이라는 직급으로 업무 전반을 전담하는 형태로 운영되어 온 것으로 보이고, 피고들이 원고에게 바 리스타 업무 내지 이 사건 기계에 대한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 제출의 증거들만으로는 원고 주장과 같은 사고 이유와 경위, 즉 피고 C등이 이 사건 기계가 작동하는 와중에 맨손을 넣어 이물질을 꺼내는 시범을 보이고, 사고 당시 위 기계에 발생한 곰팡이 등의 이물질의 제거를 지시함에 따라 원고가 위 기계에 발생한 찌꺼기를 제거하려다가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설령 피고들이 원고에게 이 사건 기계의 이물질을 제거하도록 지시하였더라도 위 기계의 전원이 켜지거나 위 기계가 작동 중인 상태에서 이물질을 제거하라는 시범을 보이거나 지시를 내렸을 만한 사정도 없어 보인다.
이 사건 기계에는 커피찌꺼기를 미생물과 혼합하여 일정 기간과 조건으로 발효시켜 퇴비화하는 기계로 나름 내부의 회전축 등에 의해 사람이 다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고자 안전커버 및 철망을 갖추었던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 원고가 이 사건 사고전에 이 사건 기계의 작동법을 숙지하고 있었던 점,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기계가 고장난 상태였는데 이 사건 카페의 영업과 이 사건 기계의 용도에 비추어 이 사건 기계를 시급하게 수리할 만한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볼 때, 피고들로서는 원고가 이 사건 기계의 전원이 켜진 상태에서 위 기계의 안전커버와 철망까지 제거한 후 손으로 이물질을 제거할 것이라고는 예견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이 원고 스스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중과실로 발생한 이 사건 사고까지 대비하여 피고들에게 이 사건 기계에 대한 안전교육 실시 및 보호장구의 교부와 회전축에 대한 안전덮개 설치 등에 의한 안전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원고 주장과 같은 피고 C 등의 지시사항이 인정되지 않은 경우라면 피고 주장과 같이 전원을 끈 상태에서 이물질을 제거한 후 다시 전원을 켜도록 이 사건 기계에 대한 작동법 내지 안전교육이 이루어졌다고 봄이 타당하고, 근로자인 원고 스스로 중과실에 의해 이 사건 사고를 입은 경우 피고들에 의한 안전교육의 실시만으로 이 사건 사고의 발생을 예견하거나 방지할 수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 데다가, 보호장구와 안전덮개 등 안전조치 불이행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 이후에도 이 사건 카페에서 상당 기간 계속 근로를 해오면서 퇴직 시까지 이 사건 사고에 대한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구하지 않았고, 이 사건 사고로부터 3년이 넘게 경과한 2024. 11. 15.에 이르러서야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인정할 수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채승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