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법원판결

광주지방법원 2025. 12. 17. 선고 2024노2589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들을 각 벌금 5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들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들을 각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들에게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들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가)

법인인 피해회사는 강요죄의 객체가 될 수 없다.

나)

이 사건 현장은 무인타워크레인을 사용할 수 없는 현장이므로 피해회사에게는 유인타워크레인을 설치하여야 할 법령상·계약상의 의무가 있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행위는 피해회사에게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한 것이 아니므로 강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다)

피고인들이 유인타워크레인으로의 교체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집회는 관련 소음규정을 준수하는 등 적법한 집회였으므로 소음 관련 112신고가 접수되었다고 하여 피고인들의 행위가 강요죄의 수단인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공사현장 관련 민원을 제기한 것 역시 강요죄의 수단인 해악의 고지 또는 권리시행 수단으로서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를 넘어서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설령 그러한 행위가 협박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이는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2)

양형부당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형(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양형부당)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직권판단

검사는 이 법원에 이르러 기존 공소사실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유지하면서 아래 제3의 가.항과 같이 범죄사실을 일부 변경하고, 아래 [다시 쓰는 판결]의 범죄사실과 같이 예비적으로 자연인인 피해자를 추가하는 내용의 각 공소장변경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다. 그런데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법원은 주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고 당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므로, 변경 전 주위적 공소사실만을 심판대상으로 삼은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아래에서는 이에 대하여 살펴본다.

3.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

피고인 A은 C단체 D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조'라고 한다) 광주전남지역 본부장이고, 피고인 B은 이 사건 노조의 광주전남지역 조직부장이며, 피해자 E 주식회사(이하 '피해회사'라 한다)는 종합건설업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여수시 F 일대에서 진행되는 G아파트 신축공사의 시공자이다.

피해회사는 유인타워크레인을 설치할 때 발생하는 타워크레인 기사의 인건비, 매월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관례적으로 지급하는 소위 '월례비' 등 금전적 부담을 덜기 위해 위 아파트 신축공사현장에 무인타워크레인 4대를 설치하기로 마음먹고, 타워크레인 임대업자인 ㈜P측과 무인타워크레인 임대차에 관한 협의를 진행[최종적으로 2022. 8.30. ㈜P과 위 공사현장에 무인타워크레인 4대를 2022. 10. 1.부터 2023. 12. 31.까지 설치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 체결]하게 되었다.

이에 피고인들은 위 공사현장 주변에서 피해회사를 상대로 고출력의 방송장비를 이용하여 집회를 하고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계법령 위반사항 등을 당국에 신고하는 방법으로 공사를 방해하여 피해회사를 압박한 다음, 피해회사로 하여금 무인타워크레인 대신 유인타워크레인을 설치하도록 강요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들은 2022. 8.경 여수시 F에 있는 피해회사의 공사현장사무실에서, 피해회사의 직원 H에게 "무인타워크레인 대신 유인타워크레인을 써라. 유인타워크레인을 쓰지 않으면 현장이 끝날 때까지 공사를 방해하여 괴롭히겠다."는 취지로 말하였으나, H으로부터 이를 거절당하였다.

이에 피고인들은 성명불상의 이 사건 노조원 약 5명을 대동하여 2022. 8. 9.경 여 수시 F에 있는 피해회사의 아파트 공사현장 주변에서 고출력의 방송장비를 이용하여 노동가요를 크게 틀어 인근주민 등으로 하여금 '소음으로 고통스럽다'는 취지의 112신고를 접수하게 하고, 2022. 8. 29.경 위 공사현장 주변에서 고소작업차 등을 이용하여 공사현장 내부를 감시하면서 '건설현장에 가설울타리 설치가 적법한지 확인해 달라'는 취지로 여수시청에 민원을 제기하여 담당 공무원이 위 공사현장에 임장하여 관련법령위반여부를 확인할 때까지 공사가 지연되게 하는 등 그 무렵부터 2022. 12. 22.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39회에 걸쳐 집회 소음 관련 112신고가 접수되게 하고, 총 14회에 걸쳐 여수시청에 산업안전보건법, 대기환경보전법 등 관계법령 위반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방법으로 피해회사의 공사를 방해하면서 피해회사 직원 H 등을 상대로 "유인타워크레인을 설치하지 않으면 시위를 계속하고 고발 강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협박하였으나, 피해회사가 이를 거절하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피해회사를 협박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려고 하였으나 미수에 그쳤다.

나.

판단

1)

협박죄는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로서 형법규정의 체계상 개인적 법익, 특히 사람의 자유에 대한 죄 중 하나로 구성되어 있다. 위와 같은 협박죄의 보호법익, 형법규정상 체계, 협박의 행위 개념 등에 비추어 볼 때, 협박죄는 자연인만을 그 대상으로 예정하고 있을 뿐 법인은 협박죄의 객체가 될 수 없다(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도1017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에 성립하는 강요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보아야 한다.

2)

검사는 이 부분 공소사실의 피해자를 '피해회사'로 특정하였고, 원심은 피해회사가 강요죄의 객체가 됨을 전제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법인은 강요죄의 객체가 될 수 없으므로, 법인인 피해회사를 강요죄의 피해자로 특정하고 있는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기재 자체로 강요죄가 성립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강요죄의 객체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결론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고, 원심판결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직권파기사유도 있으므로, 피고인들과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