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법원판결

광주지방법원 2025. 6. 19. 선고 2025구단3067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5. 1. 21.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B(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2024. 6. 1. 광주 광산구 C에 있는 D주유소에 입사하여 근로자로 근무하였다.

나.

망인은 2024. 8. 23. 21:44경 광주 광산구 E 앞 왕복 5차로 도로(이하 '이 사건 도로'라 한다)에서 무단횡단을 하다가 주행 중인 차량에 부딪히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를 당하였다. 망인은 외상성 뇌손상으로 같은 날 22:54 사망하였다.

다.

망인의 아버지인 원고는 '망인이 퇴근하던 중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이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하며 피고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다.

라.

피고는 2025. 1. 21. '이 사건 사고가 도로교통법을 위반(도로의 횡단)하는 위법행위로 발생한 사고이므로 이 사건 사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상 업무상 재해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라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이 왕복 5차로 중 사무실 인근 지점에서 무단횡단을 시작한 이래 2개 차선과 중앙선을 모두 지나 그 반대 방향 진행 차로 중 마지막 차로인 3차로에서 발생하였다. 또한 이 사건 사고 차량 운전자는 이 사건 사고 당시 제한 속도를 초과하여 진행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 발생 원인을 전적으로 또는 주로 망인의 책임으로 돌리기 어렵고,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의 무단횡단과 제한속도를 초과하여 운전한 운전자의 잘못이 상당부분 경합하여 발생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망인의 잘못이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절시킬 정도에 이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사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정한 고의·자해행위 기타 범죄행위로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할 것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앞서 든 증거에 갑 제7 내지 12호증(가지번호 각 포함), 을 제1, 2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망인은 망인이 근무하는 사업장에서 망인의 거주지인 광주 북구 F아파트, G호까지 출퇴근하였고, 출퇴근 소요시간은 50분 내지 1시간 가량이었다.

2)

망인의 퇴근 경로상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하여는 사업장에서 출발하여 왕복 5차선 도로를 건너 산동교 버스정류장까지 도보로 이동하여야 한다. 사업장에서 산동교 버스정류장까지 거리는 약 250m 가량이고, 사업장과 산동교 버스정류장 사이에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는데, 사업장에서 횡단보도까지 거리는 약 80m이다.

3)

망인은 사업장 근처에서 맞은편 버스정류장으로 가기 위하여 이 사건 사고 현장을 무단횡단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하였는데,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운전자에 대한 공소장 내용은 아래와 같다.

4)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운전자는 2025. 5. 21. 광주지방법원에서 금고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2024고단5109), 이에 항소하여 항소심 계속중이다.

라.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은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면서, 제3호 나목에서 '그 밖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를 들고 있다.

근로자가 출 · 퇴근함에 있어 순리적인 경로와 방법을 벗어났거나 그 일탈이 합리적인 출 · 퇴근경로로 복귀하기 위한 최소한의 행위에 그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아니하나, 합리적인 경로와 방법에 따른 퇴근행위인 이상그 과정 중에 발생한 사소한 일탈행위는 경로 일탈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1998.11. 24. 선고 97누16121 판결 참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여기서 '범죄행위'는 오로지 또는 주로 자기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04. 4. 27. 선고 2002두13079 판결 등 참조).

한편 횡단보도가 설치된 도로의 경우 언제나 사람 또는 장애물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고, 특히 사고지점이 차량과 사람의 통행이 비교적 번잡한 곳이라면 이러한 곳에서는 교통신호를 무시한 채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보행자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이러한 곳을 통과하는 자동차운전자는 보행자가 교통신호를 철저히 준수할 것이라는 신뢰만을 가지고 운전할 것이 아니라 도로에 진입하려거나 진입한 보행자가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부득이한 경우 어느 때라도 정지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자동차를 운전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채 차량진행신호만 믿고 운전하다가 사고를 일으켰다면 운전자에게도 과실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1987. 9. 29. 선고 86다카2617 판결 참조).

2)

앞서 인정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이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퇴근하던 중 발생한 사고에 해당하고, 이 사건 사고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에서 업무상의 재해에서 제외하고 있는 범죄행위로 인한 사고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①

무단횡단에 대한 제재는 도로교통법 제157조 제1호, 제8조 제1항에 따라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과료에 불과하여 비교적 경미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②

이 사건 사고는 왕복 5차선의 도로 폭이 짧은 장소에서 발생하였고, 망인이 근무하는 사업장에서 도로를 가로질러 무단횡단하는 것이 맞은편 버스정류장에 도달하기 위한 최단거리 중 하나인 점을 고려할 때, 망인의 퇴근 방법이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이 결여된 방법이라거나, 예측하기 어려운 방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③ 이 사건 사고 현장은 횡단보도가 설치된 왕복 5차선의 도로이고, 주변에 가구점 등이 위치하고 있으므로, 비록 무단횡단행위가 도로교통법에 따라 벌금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는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 현장을 통과하는 운전자로서는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보행자가 존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운전해야 하는 주의의무가 있다.

④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사고의 운전자는 이 사건 사고 현장의 제한속도60km/h를 22.3km/h 초과하여 위 차량을 운전하였다. 이 사건 사고가 21:44경 발생하기는 하였으나, 그 장소가 도로의 직선 부분에 해당하여 사고 당시 특별히 가해 차량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할 만한 장애 요소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는 반면 가해차량 운전자는 앞서가던 차량을 보고 2차로에서 3차로로 진로를 변경하면서 망인을 들이받았다. 한편 망인이 이 사건 사고 발생 도로 5차로 중 4개 차로 횡단을 마치고 나머지 1개 차로만을 남겨둔 상태에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이 사건 가해차량 운전자는 금고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받아 항소심 계속 중이다.

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망인이 일몰 후 어두운 도로를 무단횡단을 하려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점, 사고지점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횡단보도가 존재하였던 사정 등을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책임을 전적으로 망인의 책임으로 돌리기는 어렵고, 이 사건 사고는 당시 차량 운전자의 제한속도위반, 안전운전의무 위반 등의 잘못이 상당 부분 경합하여 발생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며, 망인 행위의 위법성과 비난가능성이 망인의 업무 및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절시킬 정도에 이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임성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