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1) 기재 임금의 체불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유죄로 판단하면서, 별지 범죄일람표(2) 기재 금액 중 별지 범죄일람표(1) 기재 금액을 초과하는 임금의 체불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다. 피고인만이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하였고, 검사는 위 이유무죄 부분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 경우 상소불가분의 원칙에 따라 이유무죄 부분도 유죄 부분과 함께 항소심에 이심되지만, 이유무죄 부분은 이미 당사자 간의 공격·방어 대상에서 벗어나 사실상 심판대상이 아니므로(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4도5014 판결 등 참조), 이유무죄 부분은 원심판결의 결론에 따르고,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에 대해서만 판단한다.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
근로자들이 주장하는 근로 시간은 근로자들의 진술 이외에 이를 인정할 객관적인 증거가 없고, 임금산정 방식도 근로계약서에서 정한 내용과 달라 근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임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가 없다.
설령 유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심의 형(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광주 북구 B건물, C호에 있는 'D'의 실사업주로서 광주 광산구 E 현장에서 상시 68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환경설비업을 경영한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현장에서 2021. 9. 17.부터 2021. 9. 26.까지 근로한F의 해당 기간 동안의 임금 1,180,902원을 비롯하여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1) 기재와 같이 근로자 68명의 임금 합계 123,468,086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각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임금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만한 근거가 있어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피고인의 사업체에서 한 달 미만의 기간 동안 근로하고 퇴직하였는데, 이 사건 근로현장에는 공식적인 출퇴근 명부가 없었고 지문 인식이나 출입카드 등 출퇴근 시간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 근로자들은 각자 개인적으로 일자별 공수, 즉 근로시간을 기록해 놓았다고 주장하나,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 현장에 거의 상주하였던 피고인은 나름의 방법으로 작업일보와 근무표를 작성하였고, 작업반장이었던 J도 전체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따로 메모해 놓았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근로자들이 근무하는 기간 내에 피고인, J, 근로자들이 서로 그 내용을 공유하거나 확인하지는 않았다. 이에 일부 근로자들의 경우 피고인, J, 근로자가 계산한 근로시간이 서로 상이하다.
근로자들이 퇴직한 후 임금을 정산하는 과정에서 피고인과 근로자들 사이에 초과근무수당 산정 방식을 놓고 서로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17시 30분부터 21시 30분까지 4시간 연장근로를 한 경우에는 1일치 임금을 추가로 지급하기로 하였으나 초과근로 시간이 4시간에 못 미치는 경우에는 시급으로 계산한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고 주장하는 반면, 근로자들은 업무를 마친 다음 피고인의 허락을 받고 3~40분 일찍 퇴근한 것에 불과하므로 1일치 임금을 추가로 지급하여야 하고 시급으로 정산하여 지급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는 "야간 연장 근무시간은 식사시간 30분포함 21:30으로 하며(1일 근무로 간주) 추가 근무 시 시간당 요율에 맞춰서 정산 지급한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이러한 근로계약서 문언에 비추어 보았을 때 피고인의 주장처럼 피고인과 근로자들은 시급으로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을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근로자들이 피고인의 사업장에서 근무를 시작하기에 앞서 '주·야간 2교대 근무, 철야근무, 추석연휴 기간 근무 시 임금 지급 조건'에 관한 합의 내용을 근로계약서 등에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기재하지는 않았다. 피고인과 근로자들의 주장 내용 등에 비추어볼 때 건설현장의 기존 관행에 따라 기준을 정하고 지급하기로 구두 또는 묵시적 약정을 하였을 것이라고 짐작되지만, 근로계약서 등에 명확한 문언이 없는 한 그 내용이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과 근로자들은 임금 지급 조건에 관하여 서로 다투고 있으므로 근로계약서 문언을 바탕으로 동종 업계의 거래 관행, 근로계약서 체결 당시 임금 지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당시 피고인과 근로자들이 합의한 임금 지급 조건이 무엇인지를 추론하여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이고 섣불리 근로자들의 주장대로 피고인과 근로자들이 합의가 있었던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제3의 가항 기재와 같고, 이는 위 제3의 나.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김종석(재판장) 서지혜 이지숙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