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법원판결

광주지방법원 2026. 1. 22. 선고 2025노2569 판결

가. 근로기준법위반

주문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A

원심의 형(징역 2년, 벌금 1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피고인 B

1)

사실오인

피고인 B은 피고인 A의 말을 통역하였을 뿐 피고인 A의 강요 범행에 공동가공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다.

검사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 B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2조 제2항의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제1항에 열거된 죄를 범한 때"라고 함은 그 수인 사이에 공범관계가 존재하는 것을 요건으로 하고, 수인이 동일 장소에서 동일 기회에 상호 다른 자의 범행을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범행을 한 경우임을 요한다. 이때 공범관계가 성립하기 위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사전에 치밀한 범행계획의 공모에까지 이를 필요도 없다. 공범자 상호간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범죄의 공동실행에 관한 암묵적인 의사연락이 있으면 충분하고, 공범자 각자가 공범자들 사이에 구성요건을 이루거나 구성요건에 본질적으로 관련된 행위를 분담한다는 상호이해가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대법원 1997.2. 14. 선고 96도1959 판결,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도6706 판결 참조).

그리고 이러한 공동가공의 의사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엄격한 증명이 요구되지만, 피고인이 주관적 요소인 공동가공의 의사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도6103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피고인 B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 B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그 설시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이들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피고인 B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1)

피고인 B은 이 사건 당시 생산팀장의 지위에서 D의 생산파트 전반을 관리하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직접 작업 방법을 교육하고, 구체적인 업무 내용을 지시하여 왔다. 피고인 B은 수사기관에서 '자신이 약 5년간 근무하며 농장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피고인 A으로부터 팀장 직책을 부여받았고, 피고인 A이 다른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자신으로부터 업무를 배우라는 말을 하기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증거기록 2031쪽), 그만큼 피고인 A의 피고인 B에 대한 신뢰가 두터웠던 것으로 보인다. D 내 근로자들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 B이 단순히 피고인 A의 말을 통역한 것에 그치지 않고 근로자들의 근무태도 등을 피고인 A에게 적극적으로 보고하였고, 근로자들은 피고인 B의 보고에 따라 피고인 A에게 불려가 혼이 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피고인 B의 지시에도 따라야 하는 상황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피고인 B은 D의 네팔인 근로자들이 퇴근 후 저녁식사를 할 때 다른 직원들에게 잔소리를 하며 밤 10시까지 회의 명목으로 잡아두기도 하는 등 다른 네팔인 근로자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2)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서 일관되게 피고인 B이 자신들에 대하여 위력을 행사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해자 J은 "근로계약서를 다시 쓰게 된 것도 피고인 B이 피고인 A에게 일러서 그렇다."라고 진술하였고, 피해자 K는 "피고인 B이 수시로 '네팔로 출국시킬 수 있다'고 하였고, 발로 찰 듯이 위협을 가한 적도 있다."고 진술하였다. D 내 다른 근로자들 역시 수사기관에서 '피고인 B이 매일같이 저녁 회의와 같은 자리를 가졌는데 자신이 힘이 있는 사람임을 강조하면서 근로자들을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실수를 하거나 피고인 B의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면 폭언을 하고 피고인 A에게 일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러한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 B이 평소 피고인 A의 권위를 빌려 피해자들을 비롯한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하여 상당한 위력을 행사하여 왔던 것으로 보인다.

3)

D의 급여대장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 B은 2022. 3.경에는 다른 근로자들과 비슷한 월 280여만 원의 급여를 받았으나 지속적으로 급여가 인상되어 2025. 1.에는 실 지급액이 월 600여만 원에 이르는 등 다른 네팔인 근로자들보다 월등히 높은 급여를 지급받았다. 그러나 위와 같은 임금격차는 피고인 B의 축산업 근로 경력이나 업무내용에 비추어 볼 때 이례적인 것이고, 피고인 B이 단순한 생산 관리를 넘어 피고인 A이 원하는 바에 따라 근로자들의 감독 등 추가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또한 위와 같은 높은 급여와 우월적인 지위는 피고인 B에게 피고인 A 의사에 부합하는 행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경제적 · 현실적 유인으로 충분히 작용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4)

수사기관에서 한 피고인 B과 피해자들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 A은 평소 네팔 근로자들을 질책할 때 통역을 거치지 아니하고 한국어로 직접 말하였고, 네팔 근로자들 중 상당수가 이를 어느 정도 이해하였으며, 다만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통역을 거쳤다. 이러한 피고인 A과 피해자들 사이의 언어 장벽을 고려할 때, 피고인 B이 네팔어로 피고인 A의 발언을 통역하지 않았다면, 피고인 A의 협박 내용이 피해자들에게 정확히 전달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 B이 피고인 A의 말을 통역한 행위는 피고인 A이 의도한 강요의 목적이 현실적으로 달성되기 위한 필수적이고 본질적 기여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5)

피고인 B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 A이 무섭게 사인하라고 해서 피해자들이 사인을 해 주었다. 피해자들이 무서워하는 얼굴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증거기록 2042, 2047쪽), 당시 피고인 A이 피해자들을 위협하여 피해자들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근로계약서에 강제로 서명하게 하는 등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려 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피고인 B은 '네팔로 보내버리겠다'는 피고인 A의 발언이 피해자들에게 협박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음에도(증거기록 2045쪽), 단순히 피고인 A의 발언을 통역하는 데에 그치지 아니하고, 피해자 L에게 피고인 A에게 사과할 것을 종용하거나 현장을 벗어나려는 피해자 L을 제지하는 등 적극적인 행위에까지 나아갔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 B이 이 사건 각 강요범행에서 피고인 A의 말을 기계적으로 통역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 B이 피고인 A과 공동강요의 범의를 가지고 그 실행에 능동적으로 가담하였다고 인정함이 타당하다.

3.

피고인들 및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들과 검사의 주장을 함께 본다.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은, 피고인 A에게 폭행을 당한 근로자가 다수이고, 일부 근로자는 폭행의 정도가 가볍지 않아 상당한 고통을 겪었을 것인 점, 피고인 B의 범행 내용에 비추어 볼 때그 죄질이 좋지 않은 점 등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정상과, 피고인 A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피고인 A이 피해회복을 위하여 폭행 및 상해 피해자들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였고 일부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점, 피고인 A이 미지급한 임금 등을 모두 지급한 점, 피고인 B이 국내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 유리한 정상을 모두 고려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이고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조건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

피고인 A은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근로계약서는 물론 급여명세서도 교부하지도 않아 근로자들이 자신들이 받아야 할 급여의 금액을 명확히 계산하기 어렵게 하였을 뿐 아니라, 이를 전제로 급여를 낮추겠다는 등 마음대로 급여액을 변경할 수 있음을 고지하면서 근로자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바 이 사건 각 범행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그 범행수법이 불량하고 피고인 A의 피해자들에 대한 지위에 비추어볼 때 그 죄책이 매우 무거운 점, 피고인 B은 피고인 A의 부당한 처사에 편승하여 자신과 같은 처지의 근로자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였을 뿐 아니라 이 사건 각 강요범행을 저질렀으므로 그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은 점, 한편 피고인 A이 동종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그 밖에 피고인들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 전후의 정황 등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조건을 종합해 보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4.

결론

피고인들과 검사의 이 사건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연선주(재판장) 김유진 김대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