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
사실오인, 법리오해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의 안전보건관리담당자에 불과하여 근로자를 배치하거나 작업방법과 신호 방법을 정하고 신호할 사람을 지정하는 등의 업무를 할 의무나 권한이 없었다. 따라서 피고인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안전교육을 소홀히 하는 등 일부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
양형부당
설령 유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심의 형(벌금 4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검사(양형부당)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공소사실의 요지
B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는 전남 담양군 C에서 건설폐기물 처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D는 이 사건 회사의 기술자문 전무이자 파쇄공장에서 크러셔 조작, 관리 등을 총괄하는 공장장이며,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 파쇄공장에서 소속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안전보건관리 책임자이다.
D는 2023. 9. 6. 11:10~11:20경 이 사건 회사 파쇄공장 제어실에서 피해자 E(51세)및 다른 근로자인 F에게 파쇄 기계의 컨베이어 벨트와 롤러 사이에 낀 이물질 제거 작업을 지시하였고, 피해자와 F은 위와 같은 지시에 따라 이물질 제거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파쇄 기계의 정비, 수리, 이물질 제거 작업 또는 그 밖에 유사한 작업을 할 경우 근로자의 옷이나 신체 일부가 파쇄 기계의 컨베이어와 롤러 사이로 말려 들어가 신체 및 생명이 위험해질 우려가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 공장장인 D는 공장의 전기 전원을 완전히 차단한 상태에서 일정한 신호 방법과 해당 근로자에게 신호할 사람을 정하고 신호 방법에 따라 그 근로자에게 신호하도록 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고, 안전보건관리 책임자인 피고인은 파쇄 기계의 운전을 시작할 때 근로자 배치 및 교육, 작업 방법, 일정한 신호 방법, 신호할 사람을 정하는 등 필요한 사항을 미리 확인하고 근로자의 위험 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과 D는 이를 게을리 하여 공장의 전기 전원을 완전히 차단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일정한 신호 방법과 신호할 사람을 정하지 아니한 채로 소속 근로자로 하여금 파쇄 기계의 컨베이어 벨트와 롤러 사이에 낀 이물질 제거 작업을 진행하도록 한 과실로 컨베이어 벨트와 롤러 사이에 낀 플라스틱 이물질 제거를 위해 오른쪽 팔을 뻗어 작업을 하던 피해자가 오른쪽 손목이 벨트에 끼게 되었음에도 갑자기 파쇄 기계가 작동함에 따라 피해자의 오른쪽 손목이 롤러에 끼어 돌아가 피해자의 오른쪽 팔이 절단되게 하였다.
결국 피고인은 D와 공동하여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로 하여금 치료가 필요한 기간을 알 수 없는 우측 어깨관절 부위의 외상성 절단 등 상해를 입게 하였다.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말하는 이 사건 사고의 원인은 공장의 전기 전원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에게 이물질 제거 작업을 착수하게 하였고, 작업자 간 신호 방법이나 신호할 사람을 정하지 않아서 D가 피해자의 수신호를 오인하여 기계를 다시 작동시킨 데 있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피고인에게 기계 이물질 제거 작업과 같이 위험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준수하여야 하는 작업 방법과 신호 방법을 정하고 신호할 사람을 지정하는 등 안전에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5조에서 사업주는 사업장에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두어 산업재해예방계획의 수립에 관한 사항(1호), 근로자의 안전·보건교육에 관한 사항(3호) 및 그 밖에 근로자의 유해·위험 예방조치에 관한 사항으로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사항(9호) 등의 업무를 총괄관리 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시행규칙 제9조는, 법 제15조 제1항 제9호에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이란 "법 제36조에 따른 위험성평가의 실시에 관한 사항과 안전보건규칙에서 정하는 근로자의 위험 또는 건강장해의 방지에 관한 사항"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89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기계의 운전을 시작할 때에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으면 근로자 배치 및 교육, 작업 방법, 방호장치 등 필요한 사항을 미리확인한 후 위험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제1항) 및 신호 방법과 신호수를 정할 의무(제2항)가 있다. 이러한 규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와 같이 위험한 업무를 시작할 때 공장의 전기 전원을 완전히 차단하여 안전한 업무 상황을 보장하고, 기계 운전에 관한 신호방법을 정하여 신호방법에 따라 운전하게 함으로써 기계의 오작동에 따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주의의무를 부담하는 사람은 사업주이거나 사업주로부터 위임받아 사업장을 실질적으로 총괄하여 관리하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라고 해석된다.
그렇다면 이 사건 회사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누구인지에 관하여 본다. 이 사건 회사의 조직도(증거기록 15쪽)를 보면, 사업본부 부사장 H 산하에 안전관리부가 있고안전관리부에는 G, 피고인이 배치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사건 회사에서 작성된 안전위험성평가표(증거기록 137-214쪽)를 보면, 위험성 평가표의 기안자는 피고인, 중간 결재자는 G과 사업본부 부사장인 H, 승인자는 대표이사인 P으로 기재되어 있다. 또한 이 사건 회사의 업무분장표(증거기록 117쪽)를 보면, 대표이사 P 산하에 관리감독자 부장 G, 안전보건 담당자 주임 A로 편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자료들을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이 사건 회사의 구조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회사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두고 있지 않았거나 만약 두고 있었다면 피고인의 상관으로 보이는 안전관리부 부장 G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 당시와 같이 위험한 업무를 진행할 당시 전원 차단과 같은 위험 상황 차단, 안전수칙 마련, 신호방법 확정과 신호수 배치 등과 같은 주의의무를 하여야 할 사람은 사업주라고 할 수 있는 대표이사 P이거나 안전관리부 부장 G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러한 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이 사건 사고 발생에 관한 책임의 귀속은 사업주이거나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부담하여야 할 것이지, 피고인이 부담하여야 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 사건 회사 인원배치 구조에 비추어 보았을 때, 원심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은 산업안전보건법 제19조의 안전보건관리담당자에 해당할 가능성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시행령 규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도와 안전에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안전보건관리담당자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고 할 것이므로 주도적으로 안전수칙 등을 정하는 행위를 할 업무상 권한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설령 피고인이 안전보건관리담당자로서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2.가.항 기재와 같고, 이는 2.나.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 한다.
판사 김종석(재판장) 이지숙 변종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