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등법원판결

대구고등법원 2005. 4. 7. 선고 2004노482 판결

판결요지

단순 공모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그에게 범죄로 향한 공동가공의 의사나 공동실행의 의사, 즉 의사의 연락이 있었음이 인정되어야 할 것인데, 이러한 의사의 연락은 타인의 범행의 인식 이상의 것으로 예견 가능한 범행결과를 용인하는 정도에는 이르러야 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인 바,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시위에 가담한 경위나 시위과정에서의 역할,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한 사수대의 모집에 소극적인 태도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시위 현장에서의 직접적인 폭력행위자들과 더불어 폭력행위로 인한 결과 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정도의 폭력행사와 관련된 외부적 의사 표명 내지는 구체적 행위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피고인에게 폭력행사에 대한 암묵적인 의사의 연락이 있었다거나 그에 대한 확정적 또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

○○연맹 사건

* 사 건 / 2005.4.7 선고, 대구고법 2004노 482

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나.

일반교통방해

다.

공용물건손상

라.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 피고인 / 홍○○

* 항소인 / 피고인

* 검 사 / 이계성

* 변호인 / 고재환

* 원심판결 /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04.9.10 선고, 2004고합

8, 9, 10, 16, 17, 19, 20, 33, 34(병합)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8월에 처한다.

원심판결 선고 전의 구금일수 3일을 위 형에 산입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의 점 및 각 공용물건손상의 점은 무죄.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이 원심판시의 이 사건 집회와 시위에 참가하여 교통을 방해한 점은 인정할 수 있으나, 이 사건 집회와 시위과정에 발생한 다수의 경찰관들이 입은 상해 및 차량의 손상행위에는 직접 가담한 적이 없고, 그와 같은 폭력행위에 동조한 바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사건 집회와 시위과정에 폭력행위가 일어날 것을 예견하였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는 점만을 들어 피고인이 직접 폭력행위를 한 공범들과 공모공동하여 원심판시 각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및 각 공용물건손상죄를 저질렀다고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공모공동정범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판 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민노총’이라고만 한다) 산하 금속노동조합 구미지부 ○○○지회장인 바, 민노총 및 금속산업연맹 간부 등 성명불상 노조원들과 순차 공모공동하여, 2003.11.9 13:00경부터 14:00경까지 종묘공원에서 개최된 금속산업연맹 주최의‘사전 결의대회’와 같은 날 15:00경부터 16:50경까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개최된 민노총 주최의 ‘전국노동자대회 본행사’에 순차 참석하고, 그 무렵 미리 신고한 집회장소나 행진경로가 아닌 광화문 방면으로 진출하자는 성명불상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민노총 지도부 등 15,000여명은 광화문 촛불시위 참석을 구실로 삼아 시청 앞 태평로 전 차선을 점거한 채 광화문 방면으로 진출을 시도하고, 나머지 노조원들은 소공로 및 을지로를 거쳐 종로 1가 방면으로 순차 진출을 시도하다가 경찰에 의하여 제지 당하자, 대오의 앞뒤에 쇠파이프 등으로 무장한 채 포진하고 있던 사수대원들을 중심으로 폭력으로 경찰의 저지선을 돌파하기로 하고, 같은 날 17:00경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시위대 15,000여명과 함께 앞 전 차로를 점거한 채 차단벽으로 설치한 경찰 기동대 버스를 흔들면서, 그 중 일부 노조원들은 쇠파이프로 경찰 차량의 유리창을 깨뜨리고, 계속해서 17:55경 같은 구 무교동 31-2 프레스센터 옆 시청 북측 일방통행로로 우회하던 중 광화문 방면으로의 진출을 저지하던 경찰로부터 해산명령을 받자, 이에 불응한채 인근 전 차로를 점거하고 사수대원들은 기히 지급받아 소지하고 있던 위험한 물건인 쇠파이프(길이 약 130센티미터, 지름 약 3센티미터)를 경찰관들에게 휘두르고, 오○재는 위 쇠파이프로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서울 ○○너○○○○호 라노스 승용차의 본닛 부분을 수회 내리치고, 나머지 사수대원들은 소지하고 있던 쇠파이프와 각목으로 대치 중인 경찰관들과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단 소속 서울 70나1958호 기동대 버스를 향하여 마구 휘두르거나 내리치고, 같은 날 18:20경 종로 1가 방면으로 진출한 노조원들은 교보빌딩 부근에서 경찰관들로부터 제지를 당하자, 소지하고 있던 쇠파이프와 각목을 경찰관들에게 휘두르고, 미리 지급받은 화염병 700여개와 뜯어낸 인도블럭을 투척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다중의 위력으로 위 시위 진압 경찰관들의 정당한 불법시위 진압 직무 집행을 방해하고, 이로 인하여 서울지방경찰청 중랑경찰서 방범순찰대 소속 수경 황○석(21세)으로 하여금 약 8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 제1수지 근위지절기저부 골절상 등을 입게 하는 등 원심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경찰관 35명에게 각 상해를 입게 하고,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물건인 위 차량 2대를 수리비 합계6,834,031원이 들도록 손상하였다는 것이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증인 이○○, 김○○의 각 원심 법정진술, 임○○, 지○○에 대한 각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사본 및 각 경찰 진술조서의 기재, 전국노동자대회 부상자현황의 기재를 증거로 삼아, 위 각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피고인의 이 사건 시위 참가경위, 이 사건 시위의 동기, 규모나 형태, 구체적인 집회의 진행과정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그 과정에서 경찰관들이 상해를 입고 기동대 버스 등이 손괴될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예견하였거나 예견할 수 있었으므로, 피고인과 다른 시위 참가자들 사이에 순차적 또는 암묵적으로 의사가 상통한 공모관계가 성립되어, 각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의 점 및 각 공용물건손상의 점에 대한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보아 유죄로 판단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살피건대, 원심이 유죄의 증거로 거시한 위 각 증거들을 종합하면, ① 피고인은 민노총 산하 금속노동조합 구미지부 ○○○지회장으로서 2003.11.9 개최되는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할 소속 조합원들을 모집하고, 그 조합원들에게 미리 집회일정 등을 안내하며, 집회장소인 서울로 상경하였다가 구미로 돌아갈 때까지 그 조합원들을 인솔하는 역할을 담당한 사실, ② 피고인은 2003.11.9 08:30경 ○○○지회 조합원 46명을 인솔하여 같은 날 13:00경부터 종묘공원에서 개최된‘사전결의대회’에 참가하고 같은 날 15:00경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개최된‘전국노동자대회 본대회’에 참가하였는데 위 각 집회는 적법한 사전 신고를 마친 집회인 사실, ③ ‘사전결의대회’는 금속노동조합의 주관으로, ‘전국노동자대회 본대회’는 민노총의 주관으로 치러지는 전국적인 단위의 행사로서, 그 집회장소에서의 행동은 각 지부 단위로 이루어져 금속노동조합 구미지부 소속 단위사업장의 책임자에 불과하였던 피고인이 그 집회장소에서 특별히 맡은 역할은 없었던 사실, ④ 금속노동조합 구미지부 사무국장인 임○○은 상급 노조의 담당자로부터 구미지부 조합원들 중 사수대 예비조 역할을 할 사람들을 모집하여 달라는 요구를 받고 같은 날 16:30경부터 17:00경까지 사이에 ○○○지회 조직부장이던 장○○에게 연락을 하여 사수대원 역할을 할 노조원 15명을 보내달라고 요청한 바 있으나, 피고인에게 직접 그와 같은 요구를 한 적은 없었던 사실, ⑤ 이 사건 시위대와 경찰과의 충돌 과정에 ○○○지회 소속 조직부장인 장○○ 등이 체포되었는데, 피고인은 이 사건 시위대가 미리 신고한 집회장소나 행진 경로가 아닌 광화문 방면으로 행진을 할 때 시위대의 후미에서 구미지부 소속 노조원들과 함께 앞선 행렬을 따라 시위에 참가하였으나 경찰과의 충돌 과정에 가담하거나 시위대를 선동하는 등의 특별한 행동은 하지 아니한 사실이 각 인정되고, 달리 피고인이 사수대의 모집에 관여하였다거나 불법 시위 과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당심 증인 장○○의 진술에 의하면, 장○○으로부터 사수대 모집에 관한 임○○의 요청이 있었다는 보고를 받은 피고인이 구미로의 귀향 일정을 감안하여 장○○에게 “가지마라, 가면 안된다”라고 하거나, “더 이상 전화를 받지 말고 꺼라”고 하는 등 소속 조합원들의 사수대 참가에 소극적인 입장이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2)

어느 범죄에 2인 이상이 공동가공하는 경우 공모는 법률상 어떠한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암묵적으로라도 수인 사이에 의사가 상통하여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 형사책임을 지며, 또 결과적으로 가중범의 공동정범은 기본행위를 공동으로 할 의사가 있으면 성립하고 결과를 공동으로 할 의사는 필요 없다고 할 것이나(대법원 2002.4.12 선고, 2000도3485 판결 등 참조), 한편 공모공동정범에 있어서 실행에 가담하지 않은 자를 처벌하는 것은 공모자가 직접 실행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사람의 행위를 자기 의사의 수단으로 하여 범죄를 하였다는 점에서 자기가 직접 실행행위를 분담한 경우와 형사책임의 성립에 차이를 둘 이유가 없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고, 따라서 단순 공모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그에게 범죄로 향한 공동가공의 의사나 공동실행의 의사, 즉 의사의 연락이 있었음이 인정되어야 할 것인데, 이러한 의사의 연락은 타인의 범행의 인식 이상의 것으로 예견가능한 범행결과를 용인하는 정도에는 이르러야 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인 바, 이 사건에서 앞서 본 피고인이 이 사건 시위에 가담한 경위나 시위과정에서의 역할,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한 사수대의 모집에 소극적인 태도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시위 현장에서의 직접적인 폭력행위자들과 더불어 폭력행위로 인한 결과 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정도의 폭력행사와 관련된 외부적 의사 표명 내지는 구체적 행위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피고인에게 폭력행사에 대한 암묵적인 의사의 연락이 있었다거나 그에 대한 확정적 또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

(3)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공모공동정범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이를 유죄로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따라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각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의 점 및 각 공용물건손상의 점과 나머지 범행을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로 보아 하나의 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기로 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