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등법원판결

대구고등법원 2016. 11. 17. 선고 2016노396 판결

주문

1.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2.

피고인을 징역 7년에 처한다.

3.

피고인으로부터 1,394,200,000원을 추징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①

횡령의 점과 관련하여, 피고인은 피해자 주식회사 E(이하 'E'라 한다)의 대표이사로서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대구 수성구 I, J, K, L, M 토지 및 위 N 지상 건물, 위 J 지상 건물(이하 위 각 부동산을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에 근저당권을 설정하였고, 대출금이나 차용금 중 상당 부분을 피해자를 위해 사용하였으므로, 대출금 전액에 관하여 횡령죄가 성립될 수는 없다.

②

사기의 점과 관련하여,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돈을 차용할 당시 변제의사와 변제능력이 있었으므로 사기죄가 성립될 수 없다.

③

추징과 관련하여, 피고인은 이 사건 부동산 및 대구 수성구 0 지상 건물(이하 '이 지상 건물'이라 한다)이 G의 범죄수익과 관련된 자금으로 형성된 것임을 알지 못하였으므로,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 및 0 지상 건물의 시가 상당액을 추징한 것은 부당하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7년, 추징금 13억 9,42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1)

법리오해

원심은 횡령의 점 중 피고인의 계속된 근저당권설정으로 인해 채권최고액 합계가 부동산의 시가를 초과한 이후의 범행에 대해서는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보아 이유무죄로 판단하였는데, 피고인은 동일한 범의에 따라 계속 범행한 것이고 선행 대출금이 변제되어서 후행 대출금이 새로운 법익침해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으므로, 이유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조치는 잘못되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1)

횡령의 점에 관하여

가)

법리

주식회사는 주주와 독립된 별개의 권리주체로서 그 이해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므로, 주주나 대표이사 또는 그에 준하여 회사 자금의 보관이나 운용에 관한 사실상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회사 소유 재산을 제3자의 자금 조달을 위하여 담보로 제공하는 등 사적인 용도로 임의 처분하였다면 그 처분에 관하여 주주총회나 이사회의 결의가 있었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횡령죄의 죄책을 면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도17396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자신이 인출하여 보관하고 있다가 사용한 돈의 행방이나 사용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거나 또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용처에 사용된 자금이 그 돈과는 다른 자금으로 충당된 것으로 드러나는 등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용처에 그 돈이 사용되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고, 오히려 피고인이 그 돈을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하였다는 점에 대한 신빙성 있는 자료가 많은 경우에는 피고인이 그 돈을 불법영득의 의사로써 횡령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다(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도5459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 E를 위해서가 아닌 사적인 용도로 돈을 대출받거나 차용하고 그에 대한 담보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각 근저당권을 설정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횡령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피고인은 2008. 10. 31. 피해자의 실제 운영자인 F로부터 피해자의 대표이사직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를 승낙한 후 같은 날 대표이사직에 취임하였으며(증거기록 1권 156면), 2009. 11. 초경 관련 서류와 주식을 넘겨받았다(증거기록 1권 203면).

②

피고인은 달구벌신용협동조합 등으로부터 돈을 대출받거나 차용한 경위, 이 사건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한 경위, 대출금 등의 사용처 등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진술하였는바, 그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이를 피해자가 아닌 피고인이 운영하던 다른 회사를 위하여 또는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이하 ㉮ ~㉳ 근저당권 설정은 모두 이 사건 부동산을 담보로 한 것이므로, 편의상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라고만 기재한다).

㉮

피고인은 P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사업을 같이 하자는 제안을 받고 2008. 12. 19. P 명의로 달구벌신용협동조합으로부터 5억 원을 대출받아 채권최고액 6억 5,0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후, 그 중 4,000만 원은 E와 아파트 시행사업에 관하여 협력관계에 있던 주식회사 D의 실질적 운영자인 C가 AT로부터 4,000만 원을 차용하면서 E의 동의도 없이 E를 보증인으로 세움에 따라 이 사건 부동산에 설정된 가압류를 말소하는데 사용하였고, 나머지 4억 6,000만 원은 피고인이 운영한 별개 회사인 주식회사 AG의 경비, 직원 급여 등으로 사용하였다(증거기록 1권 204면, 206~207면).

㉯

피고인은 AD 주식회사(이하 'AD'라 한다)로부터 2009. 8. 14. 3,000만 원을, 2009. 9. 15. 1억 원을 각 대출받아 채권최고액 4,500만 원 및 1억 5,0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후, 위 대출금 전액을 모두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였다(증거기록 1권 212면).

㉰

피고인은 2010. 1. 8. 대구 중구 AU 소재 마트 부지 매입과 건립 등과 관련하여 AE로부터 받은 선급금 등에 대한 담보로 채권최고액 4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증거기록 1권 212~213면).

㉱

피고인은 AF로부터 2010. 6. 8. 2억 원을, 2010. 9. 15. 1억 원을 각 차용하여 채권최고액 2억 3,000만 원 및 1억 2,0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후 위 차용금 전액을 피고인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P가 상가 분양사업을 함에 있어 필요한 토지 매입대금으로 사용하였다(증거기록 1권 213면).

㉲

피고인은 2011. 3. 4. 달구벌신용협동조합으로부터 1억 6,000만 원을 대출받아 채권최고액 2억 8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후, 위 대출금 중 6,000만 원은 달구벌신용협동조합에 대한 위 5억 원의 대출금 이자상환에 사용하고, 3,000만 원은 AD 주식회사로부터 대출받은 대출금 3,000만 원의 상환에 사용하였다(증거기록 1권 213~214면).

㉳

피고인은 W로부터 2011. 5. 26. 2억 5,000만 원을, 2011. 6. 20. 3억 원을, 2011. 8. 22. 1억 원을 각 차용하여 채권최고액 3억 원 및 3억 5,0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후, 위 차용금 전액을 피고인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S의 아파트 시행사업에 필요한 토지 매입대금으로 사용하거나 피고인 자신의 생활비로 사용하였다(증거기록 2권 85~94면).

㉴

전체적으로, 피고인은 달구벌신용협동조합 등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거나 차용하는 등으로 받은 돈 전부를 피고인의 다른 사업 또는 개인용도로 사용하였고, 한편 다른 사업을 할 때 피해자 명의로 한 것은 없으며, 피해자는 담보제공자에 불과하다(증거기록 1권 169면).

③

피고인은 대출금이나 차용금 중 일부를 피해자의 운영경비 등에 사용하였으므로 그 부분은 횡령액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의 진술은 전체적으로 대출금이나 차용금을 피해자를 위해서가 아닌 피고인이 운영하던 다른 회사를 위해서 또는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였다는 것인 점, ㉯ 피고인은 2016. 1. 5. 검찰에서 AD로부터 2회에 걸쳐 대출받은 돈을 피해자의 운영경비로 사용하였다는 진술을 하기도 하였으나(증거기록 1권 169면), 2016. 1. 6. 이를 번복하여 위 돈을 모두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였음을 인정한 점(증거기록 1권 212면), ㉰ 피고인이 피해자를 위하여 대출금이나 차용금을 사용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④

피고인은 이와 같이 피해자가 아닌 피고인이 운영하던 다른 회사 또는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돈을 대출 또는 차용한 후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해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는바, 이로써 위 부동산을 횡령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2)

사기의 점에 관하여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같은 주장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 W에 대한 기망행위를 통해 금원을 차용하였고, 당시 피고인에게 적어도 사기의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①

피고인이 E의 대표이사라 하더라도 개인 채무를 위해 회사 소유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할 권한이 없었음에도, 마치 적법한 권한이 있는 것처럼 피해자를 기망하였고, 이후 E 소유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였으나, 이러한 담보 제공은 법률상 유효하다고 할 수 없다. 더구나 위 부동산에는 피고인이 임의로 설정한 선순위 근저당권(이로 인해 피고인은 위 회사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도 부담하고 있는 상태에 있었다)이 있었기 때문에 위법하게 제공한 위 담보도 그 담보가치가 충분하지 않았다. 이후 실제로 위 부동산은 897,117,000원에 경락되었으나, 선순위 채권자에게 배당한 후 남은 잔액이 없어 피해자는 배당금을 받지 못하였다.

②

피고인은 변제기를 2~3달로 정하여 피해자로부터 돈을 차용하였으나, 2011. 5. 26. 2억 5,000만 원을 차용한 후 2개월이 지났을 무렵 주식회사 R(이하 'R'이라 한다)으로부터 약 2억 6,000만 원의 용역대금을 지급받았음에도 이를 피해자에 대한 차용금 변제에 사용하지 않고 다른 사업에 투자하였다. 이를 비롯하여 피고인은 R으로부터 2011. 5. 26. 이후 2012. 5. 15.까지 합계 4억 원 이상을 지급받았음에도 피해자에 대한 차용금을 전혀 변제하지 않았다.

③

피고인은 R으로부터 지급받을 10억 원 상당의 용역대금이 있다고 말하면서 피해자로부터 돈을 차용하였고, 2012. 12. 26.에는 R에 대한 용역대금 중 6억 5,000만 원을 피해자에게 양도하였다. 그러나 피고인과 R 사이에 체결된 용역계약은 용역업무의 수행 정도에 따라 '최고 10억 원(부가가치세 별도)'을 지급하기로 약정된 것이고, 피고인이 위 용역계약에 따른 업무를 전부 수행하지도 않았다. 이에 피해자는 R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였으나, 'R이 이미 피고인에게 용역대금을 모두 지급하였다'는 이유로 패소하였다. 이로 보아 피고인은 차용 당시 위 용역대금에 관하여 피해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그 담보가치를 과장한 것으로 보인다.

④

피고인이 대주주 겸 대표이사인 주식회사 S가 영천시 AC 소재 부동산을 대금 80억 2,000만 원에 매수하는 내용의 부동산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8억 원을 지급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8억 원 전액을 피고인이 투자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아파트부지 개발사업을 위한 부동산 구입자금으로 사용된 것이어서 단시일 내에 회수할 수 있는 자금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피고인은 차용금을 2~3개월 내에 변제하기로 피해자와 약정하였다.

⑤

피고인은 2011. 8. 22. 피해자에게 회사 운영경비로 사용하겠다고 하면서 1억 원을 차용하였으나, 그 중 1,000만 원을 개인적인 경비로, 2,000만 원을 자녀 유학비용으로 각 사용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원심이 설시한 위 사정들을 기록과 자세히 대조하여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잘못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3)

추징에 관하여

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부동산 및 0 지상 건물이 G의 범죄수익과 관련된 자금으로 형성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①

E와 그 소유인 이 사건 부동산 및 0 지상 건물은 G의 다단계 사기 범행으로 취득한 자금으로 조성된 것임은 명백하다(증거기록 1권 16면, 공판기록 61면, 79~80면).

②

피고인은 F의 제안으로 E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였고, 자신과 일면식도 없던 주주들이 자신에게 소신껏 일을 하라고 하면서 주식을 전부 넘겨주었는데, 지금 일이 터지니까 이상하지만 관례상 그런 일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1권 164~165면), F의 대리인 AI에게 5억 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하고 E를 완전히 인수한 후 실제로는 1억 원만을 지급하였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증거기록 1권 252면).

그러나 ㉮ AI은 대체로 위와 같은 합의사실 및 1억 원을 받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증거기록 1권 266~269면), E의 실제 주주는 F인 것으로 보이는데(증거기록 1권 16면), F가 AI에게 E의 주식양도를 위임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증거기록 1권 172면, 309면 참조), ㉯ 피고인이 주장하는 합의서가 제출되지 않은 점(증거기록 1권 532면 참조), ㉰ E는 이 사건 부동산만 하더라도 13억 원이 넘는 재산을 소유하고 있어 가치가 있는 회사였는데 F가 피고인에게 무상 또는 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보다 훨씬 적은 금액으로 주식 전부를 넘겨줄 이유는 없는 점, ㉱ 피고인은 대표이사직을 넘겨받은 직후부터 E 소유의 이 사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아 그 대출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E를 무상 또는 5억 원에 인수하였다는 피고인의 위 진술은 도저히 믿기 어렵다.

③

F는 피고인에게 E의 대표이사직을 넘겨주면서 자신이 구속이 되면 G의 다단계 사기 범행의 피해자들로 구성된 채권단에게 E의 재산을 넘겨주라고 말하였고, 실제 2008. 11. 21.경 구속된 이후에도 면회를 온 피고인에게 같은 취지의 말을 하였으며, C에게도 E의 재산이 채권단에게 넘어가도록 조치를 해달라는 말을 하였다고 일관되게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권 15면, 172면, 215~216면, 공판기록 62~63면).

C도 F의 면회를 다녀온 후 피고인에게 E의 재산을 비대위에 넘겨야 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하였는데, 피고인도 비대위 사람들을 계속 만나고 있는데 알아서 하겠다는 말을 하였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권 523면, 공판기록 57~58면).

AI도 2009. 2. 3. F를 면회하였을 때 F가 이 사건 부동산을 채권단에게 넘겨주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권 270면).

피고인은 F 등로부터 다단계 사기 피해자들로 구성된 채권단에게 회사 재산을 넘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진술하였으나(증거기록 1권 165~166면), F, C, AI의 위 각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만한 별다른 이유가 없는 점, 위 ②항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지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위 진술 역시 믿기 어렵다.

④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2008. 10. 31.경 F의 부탁으로 10억 원 권 수표를 천만 원 권과 백만 원 권 수표로 교환해준 적이 있고(증거기록 1권 163면), 2008. 11.경 G의 다단계 사기 범행에 관한 뉴스가 연일 보도될 무렵 G과 F가 공범이라는 사실, E가 G의 자금으로 운영되는 회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다(증거기록 1권 208면, 253면).

⑤

피고인은 대표이사직을 넘겨받은 직후부터 E 소유의 이 사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아 그 대출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은 E의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하더라도 문제 삼을 사람이 없다고 믿었기 때문에 이 사건 횡령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나)

설령, 피고인이 이 사건 부동산 및 O 지상 건물이 G의 범죄수익과 관련된 자금으로 형성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아래와 같은 이유로 위 이 사건 부동산 및 O 지상 건물의 시가 합계 13억 9,420만 원 상당액을 추징할 수 있다고 보인다.

즉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이하 '부패재산몰수법'이라 한다)은 '국제연합부패방지협약' 등을 효율적으로 시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특례와 부패재산의 반환 및 환수 등을 규정한 것으로, 위 법 제6조는 범죄피해재산의 추징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범죄피해재산은 환부 또는 교부의 대상이므로 몰수·추징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나, 횡령 등 부패범죄로 인한 수익의 해외반환 및 국내환수, 피해자환부를 위하여 그 수익에 대한 몰수가 선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있는데, 위 법은 그러한 경우를 대비하여 피해자 보호를 위해 위 조항을 두게 된 것이다. 한편, 피해자 보호를 위하여 위 규정에 따라 범죄피해재산을 몰수·추징하는 경우라도 이 조항은 개인적 법익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피해자에 대한 재산권 침해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헌법상의 권리 침해소지를 불식시키고 범죄피해자의 실질적인 재산권회복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범죄피해자가 범죄피해재산에 관하여 범인에 대한 재산반환청구권 또는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없는 등 피해회복이 심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는 요건을 충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부패재산몰수법 제6조의 입법취지 및 그 문구 등에 비추어 볼 때, 부패재산이 범죄피해 재산으로서 범죄피해자가 그 재산에 관하여 재산반환청구권 또는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없는 등 피해회복이 심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면 이를 몰수 또는 추징할 수 있는 것이지, 몰수 또는 추징을 함에 있어 범죄피해자가 재산반환청구권 또는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없는 경위 등에 관한 피고인의 인식이 필요하다고 볼 것은 아니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피건대, 이 사건 횡령 범행의 피해자는 E이기는 하지만, 현재 E의 이익을 대변하여 피고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E 및 그 소유의 재산은 G의 다단계 사기 범행으로 취득한 자금에 의해 조성되었으므로, E의 재산은 다단계 사기 범행의 피해자들에게 귀속되어야 마땅한데, 위 피해자들이 피고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행사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이므로, 부패 재산몰수법 제6조에 의해 피고인으로부터 위 13억 9,420만 원 상당액을 추징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고, 추징을 함에 있어 이 사건 부동산 및 O 지상 건물이 G의 범죄수익과 관련된 자금으로 형성된 것이라는 사실을 피고인이 인식하였을 것을 요하지는 않는다 할 것이다.

나.

검사의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 별지 범죄일람표 제1항 내지 5항 기재 근저당권설정행위는 법익침해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어 횡령죄가 성립하나, 별지 범죄일람표 제6항 내지 10항 기재 각 근저당권설정 행위는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하여 별도의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①

E는 2006년 5월~6월경 이 사건 부동산과 대구 수성구 O 지상 건물을 합계 13억 9,420만 원에 매수하였고, 피고인이 2012. 12. 27.경 위 O 지상 건물을 2,600만 원에 매도하였으므로, 위 각 매매대금이 실제 가액과 차이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부동산의 가액은 13억 6,820만 원(= 13억 9,420만 원 - 2,600만 원)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②

따라서 피고인이 별지 범죄일람표 제1항 기재 근저당권(채권최고액 6억 5,000만 원)을 설정한 후에도 잔존 가치가 남은 이 사건 부동산에 추가로 별지 범죄일람표 제2 내지 5항 기재와 같이 별개의 근저당권(제1~5항 기재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합계 14억 7,500만 원)을 설정한 것은, 그 선순위 근저당권의 설정으로는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위험을 추가함으로써 법익침해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어 이미 성립된 횡령죄에 의해 평가된 위험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별도의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

③

그러나 별지 범죄일람표 제1 내지 5항 기재 각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합계액이 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를 초과하므로, 위 각 근저당권의 설정으로 이 사건 부동산의 담보가치는 모두 소진되었음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피고인이 그 후에 별지 범죄일람표 제6 내지 10항 기재와 같이 추가로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준 행위는 새로운 위험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거나 별지 범죄일람표 제1 내지 5항 기재 각 근저당권의 설정에 따라 당연히 예상될 수 있는 것이므로, 별지 범죄일람표 제6 내지 10항 기재 각 근저당권의 설정에 의해 발생한 위험은 별지 범죄일람표 제1 내지 5항 기재 각 근저당권의 설정에 의하여 이미 성립된 횡령죄에 의해 평가된 위험에 이미 포함된 것이다.

2)

당심의 판단

가)

법리

횡령죄는 다른 사람의 재물에 관한 소유권 등 본권을 보호법익으로 하고 법익침해의 위험이 있으면 침해의 결과가 발생되지 아니하더라도 성립하는 위험범이다. 그리고 일단 특정한 처분행위(이를 '선행 처분행위'라 한다)로 인하여 법익침해의 위험이 발생함으로써 횡령죄가 기수에 이른 후 종국적인 법익침해의 결과가 발생하기 전에 새로운 처분행위(이를 '후행 처분행위'라 한다)가 이루어졌을 때, 후행 처분행위가 선행 처분행위에 의하여 발생한 위험을 현실적인 법익침해로 완성하는 수단에 불과하거나 그 과정에서 당연히 예상될 수 있는 것으로서 새로운 위험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면 후행 처분행위에 의해 발생한 위험은 선행 처분행위에 의하여 이미 성립된 횡령죄에 의해 평가된 위험에 포함되는 것이므로 후행 처분행위는 이른바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후행 처분행위가 이를 넘어서서, 선행 처분행위로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위험을 추가함으로써 법익침해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선행 처분행위와는 무관한 방법으로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키는 경우라면, 이는 선행 처분행위에 의하여 이미 성립된 횡령죄에 의해 평가된 위험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타인의 부동산을 보관 중인 자가 불법영득의사를 가지고 그 부동산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함으로써 일단 횡령행위가 기수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그 후 같은 부동산에 별개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새로운 법익침해의 위험을 추가함으로써 법익침해의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해당 부동산을 매각함으로써 기존의 근저당권과 관계없이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켰다면, 이는 당초의 근저당권 실행을 위한 임의경매에 의한 매각 등 그 근저당권으로 인해 당연히 예상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새로운 법익침해의 위험을 추가시키거나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킨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볼 수 없고,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13. 2. 21. 선고 2010도10500 전원합의체 판결).

나)

구체적 판단

피고인은 2008. 12. 19. 달구벌신용협동조합으로부터 돈을 대출받으면서 같은 날 이 사건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11. 6. 21.까지 9회에 걸쳐 돈을 대출받거나 차용하면서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

먼저 피고인이 2008. 12. 19.부터 2010. 1. 8.까지 설정한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4번(이하 '순번 몇 번'이라고만 한다)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합계는 12억 4,500만 원으로 이 사건 부동산의 가액 13억 6,820만 원에 미달하므로, 2008. 12. 19.자 근저당권설정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의 근저당권설정이 새로운 법익침해의 위험을 추가함으로써 법익침해의 위험을 증가시킨 것은 명백하다. 그리고 피고인이 2010. 6. 8. 채권최고액 2억 3,000만 원의 순번 5번 근저당권을 설정할 당시에는 채권자 AD의 채권최고액 1억 5,000만 원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되었으므로 선행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합계는 10억 9,500만 원이었고, 2010. 9. 15. 채권최고액 1억 2,000만 원의 순번 7번 근저당권을 설정할 당시에는 선행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합계가 13억 2,500만 원으로, 모두 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에 미달하였으므로, 2010. 6. 8.자 및 2010. 9. 15.자 근저당권 설정 역시 법익침해의 위험을 증가시킨 것이 명백하다. 또한 피고인이 2011. 3. 4. 채권최고액 2억 800만 원의 순번 8번 근저당권을 설정할 당시 선행 근저당권 중 채권최고액 6억 5,000만 원의 근저당권 외에는 그 등기가 모두 말소되었고, 이후 2011. 5. 26. 채권최고액 3억 원의 순번 9번 근저당권 및 2011. 6. 21. 채권최고액 3억 5,000만 원의 순번 10번 근저당권을 설정할 당시에도 선행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합계가 모두 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에 미달하였으므로, 마찬가지로 위 각 근저당권의 설정이 법익침해의 위험을 증가시킨 경우에 해당한다.

설령 일부 근저당권 설정 당시 선행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합계액이 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를 초과하였다고 하더라도, 부동산의 용익가치는 여전히 남아 있는 점, 향후 피담보채무의 변제로 인하여 선행 근저당권이 제거될 가능성도 있는 점, 근저당권이 부동산의 시가를 초과한 상태에서 설정되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근저당권의 실행을 위한 임의경매가 진행될 수도 있는 점, 현실적으로 채권최고액 합계액이 부동산의 시가를 초과하여 교환가치가 0으로 된 부동산도 거래의 대상이 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근저당권설정 역시 법익침해의 위험이 증가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평가함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결국 피고인이 2008. 12. 19.부터 2011. 6. 21.까지 한 각 근저당권설정행위는 모두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