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 A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징역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피고인 B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A의 사기 범행을 알지 못한 채 A과 함께 피해자인 ㈜J(이하 '피해자 은행'이라고 한다) 측에 대출 관련 서류를 건네주었을 뿐이고, A과 공모하거나 피해자 은행을 기망하지 않았고, 편취의 범의도 없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검사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하여 선고한 각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판단
피고인 B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로 다투었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의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은 ㈜H(이하 'H'이라고만 한다)의 총무차장으로 근무하며 급여를 받지 못한 점, A을 근로기준법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서 2013년 초에 H이 은행권 대출로 회생할 것으로 알았으나 가능하지 않았고 급여와 대여금 등 3,500만 원 정도를 받기 위해 퇴사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점, 범행 무렵 다른 직원들이퇴사하고 피고인과 P만 남아 근무한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은 A이 H의 자금 사정을 개선하기 위해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 노력하였으나 여의치 않았던 사정을 인식하고 있었던 점, ② 피고인은 2013. 9. 27.경 I 본사 커피숍에서 A이 피해자 은행의 직 원 등에게 피고인을 I의 직원으로 소개하였음에도 A의 사전 부탁에 따라 가만히 있었던 점, ③ 피고인은 피해자 은행 직원인 M, ㈜K 직원인 N의 명함을 받아 그들이 저축 은행 직원들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N에게 명함을 가져오지 않아 주기 어렵다며 자리를 빠져 나왔고, 다음날 N으로부터 명함을 달라는 전화를 받고 A에게 보고함으로써 A이 피고인의 명함을 위조하여 N에게 보낼 수 있게 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A이 대출을 받기 위해 피해자 은행 담당자를 기망한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 인식한 상태에서 A과 암묵적으로 공모하여 사기 범행을 저질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 법원의 판단
관련 법리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관한 허위표시임을 요하지 아니하고,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여 행위자가 희망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것이면 충분하므로, 거래의 상대방이 일정한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당해 거래에 임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는 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거래로 인하여 재물을 수취하는 자에게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사전에 상대방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것은 고지할 사실을 묵비함으로써 상대방을 기망한 것이 되어 사기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774 판결 등 참조).
2인 이상이 공모하여 범죄에 공동 가공하는 공범관계에 있어서의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범죄를 공동실행할 의사가 있는 공범자 상호간에 직·간접적으로 그 공동실행에 관한 암묵적인 의사연락이 있으면 충분하고, 이에 대한 직접 증거가 없더라도 정황사실과 경험법칙에 의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그리고 공모에 의한 범죄의 공동실행은 모든 공범자가 스스로 범죄의 구성요건을 실현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아니하고, 그 실현행위를 하는 공범자에게 그 행위결정을 강화하도록 협력하는 것으로도 가능하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 결과에 대한 각자의 이해 정도, 행위 가담의 크기, 범행지배에 대한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6도1623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위와 같은 법리를 기초로 보건대, 원심이 적절히 설시한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더해 보면, 피고인이 A과 공모하여 피해자 은행을 기망하여 대출금을 편취하였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같은 취지로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위 사실인정 및 판단은 그대로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항소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H은 재무제표상 2011년도의 당기순손실액이 약 6억 원이고, 2012년도에는 당기순손실액이 약 14억 원에 이르러 자본 잠식 상태에 빠졌고, 2013. 7. 19. 기준 차입금이 약 48억 원일 정도로 자금 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2013년도 초반부터 금융기관으로부터 추가 대출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데 피고인은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다른 직원들마저 퇴사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H의 재무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피고인이 피해자 은행 측에 건넨 '매입(공매입찰)확약서'를 보면, 채무자 H, 공동채권자 피해자 은행, ㈜K, 매입확약자 ㈜I(이하 'I'이라고만 한다)로 되어 있고, 피해자 은행과 ㈜K이 H에 합계 60억 원을 대출하면서 그 담보로 H 소유의 상가 116개를 취득하고, 위 담보물에 대하여 강제회수 절차가 진행되면 위 공동채권자들이 대출원리금을 전액 회수할 수 있도록 I이 입찰에 참가하여 상가를 매입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마지막에 1의 법인 인감이 찍혀 있다. 따라서 누구라도 매입확약서의 내용과 작성 주체를 쉽게 알 수 있었다.
위와 같은 사정에다가, 피고인은 2016. 9. 2. 경찰 조사에서, 2011년 말부터 I에 운영권을 넘기고 난 뒤에는 경리 직원이 퇴사하고 자신이 일시적으로 재무와 경리를 담당했다고 진술한 점, 또한 피고인은 원심 법정에서 2013. 9. 27. 전날 A으로부터 매입확약서가 들어 있는 봉투를 받아 은행 직원에게 주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한 점, 피고인은 피해자 은행 직원인 M 등을 만나 A에 의해 I의 직원으로 소개받고도 가 만히 있었고 나아가 I의 직원인 것처럼 나중에 명함을 주겠다며 적극적으로 거짓말까지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 은행의 직원 등에게 건넨 서류가 I 명의로 작성된 서류로서 대출에 사용되고, 은행 담당자들에게 그 서류를 교부하는 자리에 동석한 피고인이 I의 직원인지 여부가 매입확약서의 진위 여부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사항임을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A과의 사전 연락에 따라 피고인의 신분을 소극적 또는 적극적으로 기망함으로써 A의 위조 매입확약서 행사를 용이하게 한 것으로 판단된다.
원심 법정에서 N은 2013. 9. 27. 피고인과 함께 30분가량 있었다고 진술하였고, M도 10분 정도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여기에 당시 A이 N 등과 만난 목적이 대출에 필요한 I의 매입확약서 등을 받는 것이었고, 앞서 본 매입확약서의 내용과 형식 등에 비 추어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 은행 등에 건네진 I 명의의 서류가 매입확약서임을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들과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의 여러 양형조건들을 살펴보면,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들이 피해자 은행으로티 대출받는 과정에서 담보물인 상가를 그 운영자인 I이 매입하여 피해자 은행의 원리금을 보전하는 내용으로 위조된 매입확약서를 제출함으로써 피해자 은행을 기망하여 대출금 20억 원을 편취한 것으로, 범행의 경위와 수법, 피해액 등에 비추어 죄질과 범정이 불량하고 무거운 점, 특히 피고인 A은 매입확약서를 직접 위조하고 피고인 B의 명함을 위조하여 사용하는 등 범행 전반을 주도한 점, 담보물인 상가들에 대한 경매절차는 계속된 유찰로 최저입찰가가 약 130억 원에서 약 67억 원까지 낮아진 상태에서 중지되어, 마지막 최저입찰가를 기준으로 본다면 피해자 은행으로서는 약 9억 원의 손해를 입게 될 것으로 보여 실질적인 피해액도 적지 않은 점, 그럼에도 피해자 은행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은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한편, ① 피고인 A의 경우 범행을 시인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 H의 자금사정을 타개하기 위하여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여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 동종 전력이 없는 점, 지인들이 선처를 호소하는 점, 이 사건 범행 과정에서 I 명의의 매입확약서를 위조한 사실로 판결이 확정된 사문서위조죄 등 사건과 함께 재판하였을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야 하는 점 등의 유리한 사정이 있다. ② 피고인 B의 경우 기본적인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 H의 직원으로 근무하며 피고인 A의 지시에 따라 소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이는 점, 도로교통법위반죄로 벌금형을 2차례 선고받은 것 외에는 형사처분 전력이 없는 점 등의 유리한 사정이 있다.
위와 같이 피고인들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양형요소들에다가, 그 밖에 피고인들의 나이, 성행과 환경, 가족관계, 건강상태,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전후의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함과 아울러 원심은 이러한 양형조건들을 두루 참작하여 피고인 A에 대하여 징역 2년, 피고인 B에 대하여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것으로 보이고, 당심에서 원심의 형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정상이나 사정변경도 없는 점 등까지를 더해 보면, 원심이 선 고한 형은 피고인들의 죄책에 따른 적정한 형벌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그것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각 양형부당을 다투는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이유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박준용(재판장) 이정목 권민오
각주1) 이하 해당 항목의 피고인을 지칭할 때는 성명을 생략하고 '피고인'이라고만 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