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이 변제의사와 변제능력도 없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차용금과 보증금 명목으로 합계 5억 원을 편취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보면, ① 의료법인 D의료재단(이하 'D의료재단'이라고만 한다)의 이사장으로서 E병원을 운영한 피고인은 2013. 6.경 H과 2년 동안 의약품을 독점적으로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3억 원을 보증금, 즉 병원 입장에서 약품의 정상 공급을 담보하고 약품업체에서는 독점적 공급을 위해 지원하는 자금으로서 약품거래가 중단되면 병원에서 약품업체에 반환하는 자금으로 받았고, 2013. 9.경 8,000만 원을 리베이트 선수금, 즉 병원에서 마진이 많은 약품을 사용하면약품업체로부터 월 공급액의 15%를 리베이트로 받되, 선금을 미리 받아 거래과정에서 발생하는 리베이트 금액을 공제하기 위한 자금으로 받았다. 그런데 피고인은 2014. 5. 말경 약품도매상인 피해자로부터 더 유리한 조건으로 약품을 공급받기로 하고, 2014. 6. 13. 리베이트 선수금으로 H보다 많은 2억 원(이하 '1차 금원'이라고 한다)을 받으면서, 다만 H과의 거래 종료를 위한 유예기간 동안인 2014. 7. 14. 200만 원, 2014. 8. 13. 200만 원을 피해자에게 이자로 지급하였고, 2014. 8. 29. 약품거래 보증금으로 3억 원(이하 '2차 금원'이라고 한다)을 받았다. ② 그리고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3개월분의 E병원 약품사용 리스트 등을 받아보고 병원 전반을 둘러보며 운영 상태를 확인한 점, 피고인이 1, 2차 금원을 받을 당시 적자가 갑자기 늘어나는 등 D의료재단의 재정상황에 특별한 문제가 있지 않았고 다만 기존에 발생한 적자가 유지되고 있었으며 피해자도 그런 상황을 알았던 점, D의료재단이 2014. 9. 16. 회생신청을 하였으나, 그 전까지 금융기관 대출금을 연체하거나 어음을 지급하지 못한 적은 없고, 1, 2차 금원 교부 당시 이미 회생신청을 염두에 두고 있지도 않았으며, 다만 2014. 8. 6.자 1억 5,000만 원의 차용금 채권자인 K가 강제집행에 나서는 바람에 불가피하게 회생신청을 한 점, 회생신청서에 2014. 7. 31. 기준 자산이 78억 8,800만 원, 부채가 129억 2,700만 원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2013. 12. 31. 기준 재무제표상 자산이 128억 원, 부채가 90억 9,100만 원이었고, 위 회생신청서는 D의료재단 양도 협상을 위해 감가상각비 등을 반영하였기 때문일 뿐 실제로는 자산이 부채를 초과한 상태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편취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다.
또한 공소사실에 의하더라도 1차 금원은 차용금, 2차 금원은 약품거래 보증금으로서 그 명목이 상이하므로 1, 2차 금원 교부 사이에 범의의 단일성과 계속성이 인정되거나, 범행 방법이 동일하다고 평가할 수 없으므로, 포괄일죄가 아닌 각각 형법상 사기죄의 죄책만을 부담한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징역 3년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편취 범의 유무에 관한 판단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로 다투었고, 이에 대해 원심은 그 판시 사정들, 즉 ①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이 E병원에 대한 수익자료 등을 보여주고 E병원에 투자하려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 등 마치 E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처럼 말하기에 이를 믿고 먼저 피고인에게 2억 원을 빌려주었고, 얼마 후 E병원에 의약품을 납품하는 거래에 대한 보증금 또는 차용금 명목으로 피고인에게 3억 원을 지급하였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차용증 등이 이에 부합하는 점, ② 피해자가 아무런 거래관계가 없던 피고인에게 별다른 담보 없이 합계 5억 원에 이르는 거액을 지급한 것은 당시 E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신뢰하였기 때문으로 보이고, 피고인도 수사기관에서 1차 금원을 빌리면서 피해자에게 E병원의 수익자료 등을 보여주고 E병원에 대한 투자자의 존재를 운운한 사실이 있음을 인정한 점, ③ 피고인은 경찰 제2회 조사에서부터 피해자로부터 리베이트 명목으로 3억 원을 받았다고 진술하다가 원심에서는 리베이트 명목으로 받은 돈은 2억 원이라고 진술을 변경하였는데, 피고인은 피해자와 사이에 리베이트가 있는 약 품목 리스트 등을 포함한 이면계약서를 작성하였다고 주장하면서도 그 세부 내용에 관해서 진술하지 않고 있고, 이면계약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이를 분실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점, ④ 오히려 피고인은 D의료재단에 대한 회생 사건(대구지방법원 2014회합125)에서 관리인으로서 제출한 에서 1차 금원을 "차입금"으로 표시하였는데, 만약 피고인 주장대로 1차 금원이 리베이트 명목이라면 리베이트를 받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월 200만 원의 이자를 2회에 걸쳐 지급한 것을 설명하기 어렵고, 1차 금원의 차용증에 기재된 변제기(2015. 6. 13.)가 의약품 공급에 대한 보증금 성격을 포함한 2차 금원의 차용금증서에 기재된 변제기(2016. 9. 1.)와 1년 2개월 이상 차이가 나는 것도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점, ⑤ 피고인은 2014년 7월경부터 E병원 직원들 임금을 체불하기도 하였고, 돈을 빌려서 직원들 임금을 지급하거나 E병원 운영비로 사용한 다음 빌린 돈을 갚기 위해 다시 돈을 빌리는 상황이 반복되었으며, 2014년 9월경부터는 빌린 돈을 제때 갚지 않는다는 이유로 J, M, N 등으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하기도 하였고, 2차 금원을 받은 지 불과 18일만인 2014. 9. 16. D의료재단에 대한 회생신청을 한 면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2014. 9. 16. 이전부터 재정상 어려움에 봉착하여 E병원 운영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려는 시도를 하면서 만약 무산될 경우 신속히 회생신청을 할 계획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편취 범의가 인정된다며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당심의 판단
원심이 적절히 설시한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차용 당시 D의료재단의 재정상황이 악화되어 E병원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는 위험을 예상하였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정상적으로 운영하며 차용금이나 보증금을 변제하거나 반환할 것처럼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같은 취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편취 범의에 관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항소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먼저 1차 금원의 성격에 대해 살피건대, 이는 피해자 진술대로 차용금으로 판단된다. 즉, ㉠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현재 E병원이 잘 운영되고 있어 월 8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고, 지인이 대구 수성구 X에 있는 S호텔을 매수하여 2014. 9.경 나에게 1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라고 말하며 사업자금으로 1차 금원의 차용을 부탁하였다는 것이다. 실제 1차 금원 교부일인 2014. 6. 13. 채권자를 F의 대표인 피해자 및 Y, 채무자를 D의료재단, 연대보증인을 피고인, 이자 연 12%, 이자지급시기 매월 13일, 변제기 2015. 6. 13.로 정한 차용증이 작성된 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2회에 걸쳐 이자를 지급한 시기가 위 차용증에 기재된 이자지급시기와 거의 일치하는 점, 피고인도 검찰 조사에서 O로부터 피해자를 소개받기 전부터 병원에 10억 원을 투자할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피해자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 ㉡ 피고인은 경찰 2회 조사에서부터 1차 금원이 차용금, 2차 금원이 리베이트 선수금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다가 원심 법정에서부터 1차 금원이 리베이트 선수금, 2차 금원이 보증금이라고 주장을 변경하였는데, 2009년 7월부터 병원을 인수하여 운영한 피고인이 약품도매상으로부터 받은 금원의 명목을 착각하였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H 직원 R은 피고인으로부터 약품공급을 중단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시기가 2014. 8. 29. 보증금 3억 원을 돌려받은 무렵이고 2014. 6.경에는 그런 말을 듣지 않았다고 진술하였고, H 대표 W도 2014년 8월 말경 피고인으로부터 돈을 더 빌려주지 못하면 약품거래를 중단하자는 말을 듣고 그 무렵 보증금 3억 원을 돌려받았다고 진술하였는데, 만약 1차 금원 교부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가 약품거래에 합의하였다면 그 무렵 피고인이 H에 거래중단 등에 대해 어떤 언질을 주었을 것임에도 위와 같이 2차 금원 교부 무렵에야 피고인이 H에 거래중단을 요구한 것은, 1차 금원이 단순 차용금이라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해 준다. ㉢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1차 금원에 대해 이자로 두 차례 200만 원씩 지급한 이유에 대해 약품거래일까지 공백기가 있었기 때문이고 그 이후부터는 이자를 지급하지 않기로 합의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 주장대로 1차 금원이 약품거래를 전제로 한 리베이트 선수금이라면 굳이 이자를 지급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점, 피고인은 검찰 조사에서 1차 금원에 대한 2014년 9월분 이자는 병원 매각협상을 하느라 경황이 없어서 지급하지 못했다며 계속적인 이자지급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진술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고, 오히려 이러한 정황은 차용금 2억 원에 대해 월 200만 원의 이자를 지급하기로 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이나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작성된 위 차용증의 내용에 들어맞는다. ㉣ O가 피해자를 피고인에게 소개한 이유는 2014년 3월경 피고인으로부터 돈을 빌려줄 사람을 알아봐달라는 부탁을 받았기 때문이다.
D의료재단의 회생신청 경위에 관하여 살피건대, 피고인은 채권자인 K가 강제집행에 나서 어쩔 수 없이 회생신청을 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하나, 이 역시 D의료재단의 악화된 재정상황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즉, ㉠ K 측인 J이 2014. 9. 16. 채무자를 D의료재단 및 피고인으로 하여 채무자들 소유 부동산에 대해 강제경매를 신청하였고, 같은 날 피고인은 D의료재단에 대한 회생을 신청한 사실은 인정된다. ㉡ 그러나, 피고인이 2014. 8. 6. K로부터 1억 5,000만 원을 차용하면서 변제기를 2014. 9. 6.로 정하였으므로, K가 변제기 이후 강제집행에 나선 것은 약정에 따른 것이어서 피고인으로서는 이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오히려 이러한 사정은 피고인이 1억 5,000만 원을 조달할 능력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단기 차입금을 연체하면 바로 강제경매가 들어올 정도로 재정상황이 악화되었음을 뒷받침한다. ㉢ 이에 대해 피고인은 O를 통해 2014. 7.경 소개받은 Z로부터 2014. 8. 말경까지 5~10억 원 가량을 투자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이를 투자받아 K의 차용금을 변제하려고 하였으나 투자가 무산되어 갚지 못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Z는 다른 사람을 연결하여 D의료재단에 자금을 대여할 생각에 피고인에게 담보를 요구하였는데, 피고인이 제안한 피고인 누나의 보증과 경주시 소재 부동산은 담보가치가 없었고, 다른 담보를 요구하였음에도 받지 못해 자금을 지원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점, 피고인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Z를 2번 만났는데 Z로부터 직접 10억 원을 투자한다는 말을 들은 적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Z로부터 투자를 받기로 명확히 합의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투자를 받지 못한 것 역시 담보 소진과 같은 악화된 재정상황에 기인한 것이다.
1, 2차 금원 교부 당시 재정상황에 관하여 살피건대, D의료재단은 단기적인 유동성 위기를 넘어 매번 기존 채무를 변제하거나 급여 등 병원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추가적인 투자나 차용이 필요할 정도로 재정상황이 악화되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즉, ㉠ 피고인은 1차 금원 중 1억 5,000만 원 가량을 곧바로 직원들 급여로 사용하였고, 회생신청의 계기가 된 K로부터의 차용금 1억 5,000만 원도 직원들 급여로 사용하였는바, 직원들 급여조차 차입금에 의존해야 하는 상태였다. ㉡ 병원 직원들에 대한 체당금 지급현황을 보면, 피고인은 퇴직일이 2014. 8. 1.부터 2014. 10. 1.까지인 85명의 임금약 6억 4,800만 원을 지급하지 못하였고, 또한 직원 7명에 대해 2014년 7월부터 3개월간 임금 등 합계 약 2억 1,000만 원을 미지급한 사실로 대구지방법원 2015고단1361근로기준법위반 등으로 재판을 받기도 하였는바, D의료재단은 위와 같은 차입금과 월 수억 원의 병원 매출에도 불구하고 과다한 채무 누적으로 기본적인 인건비도 감당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 피고인은 2014. 9. 4. M으로부터 9,500만 원을 빌려 15일 후 갚기로 하였으나 이를 갚지 못해 2015. 8. 12. 대구지방법원에서 사기죄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2015. 8. 20. 확정되었고, 앞서 본 바와 같이 K로부터 한 달 내에 갚기로 하고 빌린 1억 5,000만 원을 갚지 못하였는바, 피고인은 변제기가 한 달 내외인 단기 사채에 의존하여 D의료재단을 운영한 것으로 보인다. ㉣ 피고인은 경북 의성군 AA, AB, AC, AD, AE 토지를 담보설정 없이 소유하고 있었는데 2014. 9. 3. 피고인의 누나인 AF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다음 2014. 9. 4. AF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 D의료재단이 회생법원에 제출한 회생신청서에는 "경영권인수 초기부터 동업자의 동업 파기에 따른 자금운영의 어려움, 그리고 신규투자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로 인한 영업환경 악화로 현금흐름이 악화되었는데, 2013년 8월부터 12월까지 약 4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였고, 유동성 부족을 금융기관과 개인으로부터의 차입금에 의존하여 해결하다보니 차입금 증가에 따른 이자비용 때문에 차입규모가 더욱 커져 악순환이 가중되었다."고 기재되어 있다.
피해자가 병원의 재정상황을 인식하였는지 살피건대, 피해자는 피고인이나 D의료재단과 이 사건 이전에 거래한 적이 없었던 점,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부채내역이 없는 E병원의 수익자료만을 받아보았다고 진술하는 점, 피해자가 피고인 주장처럼 약품사용 리스트 등을 받아보고 병원 전반을 둘러보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금원 대여나약품 공급을 위한 기초 자료를 수집한 것에 불과해 보이고, 나아가 D의료재단의 재정상황까지 구체적으로 알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는 E병원의 운영 상황에 대한 피고인의 말을 믿고 1, 2차 금원을 교부한 것으로 보인다.
포괄일죄 여부에 관한 판단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로 다투었고, 이에 대해 원심은 그 판시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범행의 피해자가 동일하고,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2회에 걸쳐 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모두 차용금 형식의 증서가 사용된 점, ② 피해자가 돈을 지급한 간격이 2개월 보름 남짓인데, 그 금액이 상당한 거액임을 고려할 때 그리 길지 않은 점, ③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1차 금원을 편취한 이후로도 2차 금원을 편취할 때까지 여전히 급박한 재정상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피고인과 피해자는 병원운영자 및 의약품 공급업자라는 특수한 관계에 있었고, 그러한 관계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2회에 걸쳐 거액의 돈을 지급하는데 일정 부분 모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⑤ 이 사건 각 기망행위의 핵심 내용이 모두 E병원의 운영 및 재정 실태를 속인 것이라는 점에서 범행방법이 동일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범의의 단일성과 계속성이 인정되고 그 범행방법 역시 동일 또는 유사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범행은 포괄일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원심이 적절히 설시한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앞서 본 바와 같이 O는 피고인으로부터 돈을 빌려줄 사람을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아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소개하였고, 이에 따라 피해자는 1차 금원을 빌려준 다음 약품거래까지 하면서 2차 금원을 보증금으로 지급하였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추가적인 금전 융통이라는 동기에 따라 1, 2차 금원을 교부받은 점, 2차 금원은 보증금 명목이지만 거래 종료 후 병원에서 이를 반환하여야 하므로 차용금의 성격도 아울러 가지는 점 등을 보태어 보면, 원심이 1, 2차 금원 교부를 포괄일죄로 판단한 것은 그대로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포괄일죄에 관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항소이유 주장도 이유 없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의 여러 양형조건들을 살펴보면, 피고인이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면서 피해자에게 피해를 끼친 것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 피해자가 D의료재단의 회생절차에서 약 13%의 피해액을 회수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이전에 벌금형을 초과하거나 동종 범죄의 형사처분 전력이 없는 점, 원심판결 범죄사실 첫머리 기재 판결이 확정된 사기죄와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야 하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한편,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자신이 운영하던 병원의 악화된 재정 상황을 숨기고약품도매상인 피해자로부터 차용금, 약품거래 보증금 등으로 합계 5억 원을 받아 편취한 것으로, 범행의 경위와 수법, 피해액 등에 비추어 죄질과 범정이 무겁고 불량한 점, 피고인 진술에 의하면 현재로서는 달리 재산이 없다는 것이어서 피해를 회복시켜줄 가능성도 미미해 보이는 점, 피해자는 극심한 경제적 피해를 입었고 여전히 피고인의 엄벌을 호소하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위와 같이 피고인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양형요소들에다가,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과 환경, 가족관계, 건강상태,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전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해자가 일부 피해액을 회수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원심이 선고한 징역 3년의 형은 피고인의 죄책에 따른 적정한 형벌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그것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양형부당을 다투는 피고인의 항소이유 주장 역시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한다.
판사 박준용(재판장) 이정목 권민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