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그 산하에 C대학교(이하 '피고 대학'이라 한다)를 설치·경영하는 학교법인이고, 원고는 1995. 3. 1.경 피고 대학 생명과학부 조교수로 임용되어 부교수를 거쳐 2004. 3. 1.부터는 정교수로 근무하였다.
피고 대학 성희롱·성폭력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원회'라고 한다)는 2015. 6. 1. 원고로부터 성추행을 당하였다는 생명과학부 4학년 학생 D(이하 '피해 학생'이라고 한다)의 신고를 받고 조사를 진행하고 2015. 6. 8. 원고의 진술을 청취한 뒤 2015. 6. 9. 원고의 행위는 성추행에 해당한다고 심의의결하여 피고 대학 총장에게 해임 이상의 징계 조치를 요구하고, 원고에게 이를 통지하였다.
피고 대학은 2015. 6. 9. 원고의 직무배제를 결정하고, 2015. 8. 24. 피고 대학의 정관 제42조에 의거하여 그때부터 2015. 11. 23.까지 3개월간 원고에 대하여 직위해제처분을 하였다.
피고 대학 교원징계위원회는 2015. 10. 5.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가 아래와 같이 피해 학생에 대하여 성희롱·성추행을 하였다는 것을 징계사유(이하 '이 사건 징계사유'라고 한다)로 하여 사립학교법 제61조 제1항에 의하여 원고를 해임하기로 의결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 대학은 2015. 10. 20. 원고에게 해임처분(이 사건 해임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2015. 11.경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이 사건 해임처분의 취소 또는 감경을 구하는 소청심사를 청구하였다가 2015. 12. 2. 취하하였다.
이 사건 해임처분과 관련한 규정은 별지와 같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15. 10. 20.자 해임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호증, 을 제6, 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요지
징계사유의 부존재
기독교식 문화와 서구식 문화가 주도적인 피고 대학에는 교수와 학생 간에 자연스럽게 허그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었고, 이 사건 당시 원고는 피해 학생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피해 학생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하여 허그하고 친밀감의 표시로 얼굴에 서양식 작별인사를 한 것으로, 이러한 원고의 행위가 성희롱·성추행에 해당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피고는 대책위원회가 형식적인 조사만을 하였을 뿐 구체적인 사실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피해 학생의 진술만 믿고 징계조치를 요구한 것에 대하여 사실을 오인하여 이 사건 해임처분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해임처분은 무효이다.
징계양정의 부적정
이 사건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해임처분은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한 처분으로 무효이다.
판단
관련 법리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5두6461 판결 등 참조).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그리하여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피해자는 이러한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다가 다른 피해자 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를 권유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해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그에 관한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은 성희롱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참조).
징계사유의 존부
교원은 항상 품성과 자질의 향상에 힘쓰고 학문의 연찬 및 교육의 원리와 방법을 탐구, 연마하여 학생의 교육에 전심전력하여야 하는 점을 고려할 때 교원에게는 일반 직업인보다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고 교원의 품위손상행위는 본인은 물론 교원사회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사립학교법은 사립학교 교원에 대하여도 직무와 관련된 부분은 물론 사적인 부분에서도 품위를 유지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품위라 함은 국민에 대한 교육자로서의 직책을 맡아 수행해 나가기에 손색이 없는 인품을 말하고 어떤 행위가 품위손상행위에 해당하는가는 구체적 상황에 따라 건전한 사회통념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0. 6. 9. 선고 98두16613 판결 참조).
앞서 든 증거 및 을 제1, 2, 3, 4, 5, 8, 1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이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피해 학생에게 이 사건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인정된다.
피해 학생은 이 사건 직후인 2015. 6. 1. 18:10경 원고에게 "아까 연구실에서 저에게 입맞춤을 하셨던 것은 정말 잘못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왜 그렇게 하셨는지 저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고 많이 당황스럽습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불쾌하고 수치스럽기까지 합니다."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원고는 같은 날 21:01 경 피해 학생에게 "네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그리고 미안하다."고 답장을 보냈는데, 원고가 쓴 답장에는 원고가 피해 학생에게 입맞춤을 하지 않았다는 등 입맞춤을 부인하는 내용은 기재되어 있지 않다.
피해 학생은 다음날인 2015. 6. 2. 피고 대학 상담센터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였고 이에 따라 대책위원회가 구성되었다. 피해 학생은 2015. 6. 4. 대책위원회의 조사 과정에서 아래와 같은 내용의 사건경위서(을 제1호증의 5)를 작성하였다.
위와 같이 피해 학생은 대책위원회의 조사 과정에서 처음부터 원고가 자신의 입술에 입맞춤하였다고 진술하는 등 원고로부터 피해를 입은 경위, 당시의 상황에 관하여 핵심적인 사항을 자신의 기억 내에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피해 직후 원고에게 보낸 메일 내용도 그와 일치한다. 피해 학생의 진술 내용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며, 그 진술의 경위, 내용이나 태도 등에 비추어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 피해 학생이 없는 사실을 거짓으로 꾸며낼 만한 특별한 이유나 동기가 보이지도 않고, 오히려 피해 학생은 사건 초기 공식적인 절차를 밟았을 때 원고의 가족들이 염려된다는 취지의 진술하기도 하였다.
대책위원회는 2015. 6. 8. 09:30경 이 사건 징계사유와 관련하여 원고를 조사하였는데, 원고는 조사를 받으면서 징계사유 ①~⑥ 행위를 한 적은 있고, ⑦ 행위는 서구에서 인사하듯이 헤어질 때 볼에다 뽀뽀를 한다는 게 입에 아마 닿았던 것 같다고 하였으며, ⑧ 행위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다. 원고는 같은 날 대책위원회 위원장 및 위원들에게 메일도 보내었는데, 그 메일에는 "나도 모르게 서양인들 작별인사처럼 순간적으로 쪽 하고 입맞춤을 하게 되었습니다. 연인들이 하는 두 입술을 포개고 오랫동안 있는 입맞춤이 아니라 닿을 듯 말 듯 한 짧게 스쳐 가는 서양인들의 작별인사의 것이었습니다."라는 등 입맞춤 사실 자체는 인정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대책위원회는 2015. 6. 2. 피해 학생으로부터 신고가 접수되자 피해 학생을 면담, 조사하고 피해 학생으로부터 사건경위서와 원고와 주고받은 이메일 등을 모두 제출받아 피해 사실을 확인한 점, 대책위원회는 2015. 6. 8. 및 원고의 재심의 요청에 따라 2015. 6. 16. 각 원고의 진술을 청취한 뒤 '피해 학생이 신고한 행위가 사실로 인정되고, 사회통념상 그 행위가 성추행에 해당될 뿐만 아니라, 행위의 반복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해임 이상의 징계 조치할 것을 요구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대책위원회가 구체적인 사실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형식적인 조사만을 하여 사실오인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가 피해 학생에게 한 이 사건 징계사유와 같은 행위는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행위에 해당하고,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객관적으로 피해 학생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하여 성희롱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원고의 피해 학생에 대한 성희롱·성추행 행위들은 사립학교법 제61조 제1항 제3호에 규정된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교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때'에 해당하므로, 결국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징계양정의 적정 여부
사립학교 교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원칙적으로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것이므로 그 징계처분이 위법하다고 하기 위하여서는 징계권자가 재량권을 행사하여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고, 그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처분이라고 하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직무의 특성, 징계의 사유가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및 징계에 의하여 달하려는 목적과 그에 수반되는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08. 2. 1. 선고 2007두20997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해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피고가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교원에게는 일반 직업인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고 교원의 비위행위는 본인은 물론 교원사회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더욱 엄격한 품위유지 의무를 부담한다. 원고는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과 책임의식이 요구되는 교수로서 나이 어린 학생을 보호·감독하여야 할 지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수로서의 우월한 지위에 있음을 기화로 피해 학생을 성추행하였으므로 그 비난가능성이 크고 이는 교원으로서 품위를 크게 훼손시킨 행위에 해당한다.
원고가 피해 학생에게 한 행동은 일상적으로 허용되는 호의적인 친근감의 표시 수준을 넘어 성적 굴욕감, 수치심, 혐오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함에도, 원고는 이 사건 해임처분의 원인을 피고 대학 기득권과 다툼 탓으로 돌리거나 피해 학생이 졸업학점을 취득하기 위하여 사안을 증폭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는 등 자신의 행위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며 피해 학생에게 진심 어린 사과도 하지 않았다.
피고 대학이 '미국 교환교수로 나가 있던 중 비행기 내에서 잠자던 여성의 몸을 만졌다'는 이유로 G 교수에 대하여 3개월의 정직처분을, '원하지 않는 학생에게 오랜 시간 허그를 하였다'는 이유로 H 교수에 대하여 3개월의 정직처분을 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러나 위 교수들에 대한 징계사유는 학내 자신의 사무실에서 제자를 성희롱·성추행한 이 사건과는 그 행위 태양이 다르므로, 피고 대학이 원고에게 위 교수들보다 무거운 해임처분을 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징계권자가 공평을 잃은 징계처분을 함으로써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판사 이흥구(재판장) 송민화 황형주
사건정보
대구고등법원
판결
사건
2018나22313
판결선고
2018. 11. 14.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