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판결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22. 12. 21. 선고 2019가단36260 판결

주문

1.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도로의 설치 및 관리 등을 하여 도로의 정비 촉진 등을 목적으로 N공사법에 의해 설립된 공기업이다.

나.

피고 H단체(이하 ‘피고 H’이라 한다)은 피고 J단체(이하 ‘피고 J’이라 한다)의 산하 노동조합이고, 피고 F노동조합(이하 ‘피고 F’라 한다), 피고 G노동조합(이하 ‘피고 G노조’라 한다) 및 피고 I노동조합(이하 ‘피고 I노조’라 한다)은 모두 피고 H 산하의 노동조합이다(위 피고들을 통칭할 때에는 이하 ‘피고 노조들’이라 한다).

다.

피고 B, C, D, E, K, L, M는 아래의 표 기재와 같이 피고 F, G노조, H, I노조에 각 소속된 간부들이다(위 피고들을 통칭할 때에는 이하 ‘피고 간부들’이라 한다).

라.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방침에 따라 원고는 자회사인 ‘O 주식회사’의 설립을 통하여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던 P 수납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려고 하였으나, 그들 중 일부 수납원들은 자회사 설립 방식의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고 원고의 직접 고용을 주장하면서 원고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의 확인 등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대법원은 위 소송과 관련하여 2019. 8. 29. 위 소송을 제기한 수납원들과 원고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근로자 파견관계에 있었다는 취지의 판결[대법원 2017다219072, 219089(병합), 219096(병합), 219102(병합), 219119(병합), 219126(병합), 219133(병합) 근로자지위확인 등 판결]을 선고하였다.

마.

그 후 원고는 2019. 9. 9. 14:30경 세종시에 있는 국토교통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위 대법원 판결을 선고받은 수납원들 중 일부에 대해서만 원고가 직접 고용을 실시하고, 그 당시 유사한 민사소송이 계류 중인 다른 수납원들에 대하여는 직접 고용을 실시하지 않을 계획이 있음을 밝혔다.

바.

이에 피고 H의 위원장 Q 등은 2019. 9. 9. 그 당시 원고의 대표자였던 R 사장과의 면담 등을 요구하며 위 기자회견이 열린 세종시 소재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피고J, H, F, G노조, I노조 등에 소속된 P 노동조합원들이 참가하는 ‘P 노동자 직접고용쟁취 H 집중투쟁’ 집회를 개최하였음에도 원고 측 R 사장과의 면담이 이루어지지 않자, 피고 간부들 및 피고 F, G노조, I노조 등에 소속된 조합원들과 공동하여 김천시 소재 원고의 본사 사옥을 점거함으로써 원고 측 R 사장과의 면담 등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사.

위와 같은 원고의 본사 사옥 점거행위(이하 ‘이 사건 점거행위’라 한다)는 2019. 9. 9.부터 2020. 1. 31.경까지 계속되었는데, 피고 간부들은 이 사건 점거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원고의 본사 사옥 침입행위 등과 관련하여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죄 등으로 기소되어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2022. 1. 19. 모두 유죄 판결(위 법원 2020고단2042호 판결, 이하 ‘관련 형사판결’이라 한다)을 선고받았으며, 관련 형사판결의 구체적인 선고 결과는 아래의 표 기재와 같다.

아.

그 후 검사가 관련 형사판결에 모두 불복하여 항소하였고, 이 사건 변론종결일 현재 관련 형사판결에 대한 항소심 재판(대구지방법원 2022노483호)이 진행 중이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 내지 8, 10, 11, 14 내지 16, 18, 1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갑 제4호증의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 주장의 요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피고들은 원고가 자회사를 설립한 후 P 수납원들을 고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려 하자 이에 항의하기 위한 방법으로 공모하여 이 사건 점거행위를 하였는바, 이 사건 점거행위는 주체‧목적‧방법 등의 측면에서 불법쟁의행위이고, 피고들은 이 사건 점거행위를기획, 지시, 지도한 사실이 확인되며, 이 사건 점거행위가 발생하는 과정 및 그 기간 동안 원고는 별지 ‘물적 피해현황’ 표 기재와 같이 원고 소유의 회전문이 파손되어 이에 대한 수리비를 지출하는 등 총 136,675,000원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되었다.

따라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공동하여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금으로서 136,675,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들 주장의 요지

피고 간부들은 이 사건 점거행위에 관하여 기획, 지도, 지시하는 등으로 이를 주도한 사실이 있음을 인정할 수 없고, 원고가 이 사건 청구를 통해 손해배상청구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파손된 원고 소유의 시설물 중 상당수는 이 사건 점거행위와는 관련이 없으며, 원고의 이 사건 청구에는 피고 노조들 소속 조합원들의 행위가 아닌 경찰이나 S단체(이하 ‘S’이라 한다) 소속 조합원들의 행위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시설물 파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결국 피고들은 원고가 이 사건 청구를 통해 구하는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1>

3.

판단

가.

관련 법리

1)

수인이 공동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민법 제760조의 공동불법행위에 있어서 행위자 상호간의 공모는 공동의 인식을 필요로 하지 아니하고, 다만 객관적으로 그 공동행위가 관련 공동되어 있으면 족하고 그 관련 공동성 있는 행위에 의하여 손해가 발생함으로써 이의 배상책임을 지는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한다(대법원 1982. 6. 8. 선고 81다카 1130 판결, 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다41749 판결 등 참조). 공동불법행위의 성립에는 공동불법행위자 상호 간에 의사의 공통이나 공동의 인식이 필요하지 아니하고 객관적으로 각 그 행위에 관련공동성이 있으면 되며, 그 관련공동성 있는 행위에 의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그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대법원 2012. 8. 17. 선고 2010다28390 판결 등 참조).

2)

한편, 노동조합의 간부들이 불법쟁의행위를 기획, 지시, 지도하는 등으로 주도한 경우에 이와 같은 간부들의 행위는 조합의 집행기관으로서의 행위라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 민법 제35조 제1항의 유추적용에 의하여 노동조합은 그 불법쟁의행위로 인하여 사용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이고, 한편 조합간부들의 행위는 일면에 있어서는 노동조합 단체로서의 행위라고 할 수 있는 외에 개인의 행위라는 측면도 아울러 지니고 있고, 일반적으로 쟁의행위가 개개근로자의 노무정지를 조직하고 집단화하여 이루어지는 집단적 투쟁행위라는 그 본질적 특징을 고려하여 볼 때 노동조합의 책임 외에 불법쟁의행위를 기획, 지시, 지도하는 등으로 주도한 조합의 간부들 개인에 대하여도 책임을 지우는 것이 상당하다(대법원 1994. 3. 25. 선고 93다32828, 32835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위 법리는 노동조합 구성원들이 행한 농성·시위 등의 집단행동이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불법적인 집단행동을 기획, 지시, 지도한 노동조합 간부들 개인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고, 한편 일반조합원의 경우에도 위 집단행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결과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되었다면 그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에 대하여는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나.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을 제25, 26호증의 각 기재, 갑 제24, 25호증, 을 제22, 28호증의 각 영상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들이 공동불법행위에의한 손해배상책임으로서 공동하여 원고에게 별지 ‘물적 피해현황’ 표에 기재된 금액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원고는 피고 간부들이 피고 노조들 소속 조합원들에게 이 사건 점거행위에 관한 기획, 지시, 지도를 하였고, 피고 간부들의 위와 같은 행위는 이 사건 점거행위에 가담한 위 조합원들의 행위와 객관적으로 관련 공동성이 있으므로, 피고들은 모두 민법 제760조에 따라 별지 ‘물적 피해현황’ 표에 기재된 원고 소유 시설물의 파손에 대하여 원고에게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 사건 점거행위 그 자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가 아니라 이 사건 점거행위가 발생하는 과정 및 그 기간 동안 이루어진 별지 ‘물적 피해현황’ 표에 기재된 원고 소유 시설물의 파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이므로, 피고들에게 위 시설물의 파손으로 인한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위 시설물의 파손행위와 관련하여 피고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객관적 관련 공동성이 있는 행위를 하였는지가 원고에 의해 입증되어야 한다.

②

더욱이 위 시설물의 파손행위가 이 사건 점거행위에 필연적으로 부수되는 행위라 할 수 없는 점, 피고 노조들 소속 조합원들의 개인적 일탈에 의한 위 시설물 파손행위에 대해서도 이를 기획, 지시, 지도한 바 없는 피고 간부들에게까지 그 법적 책임을 지우는 것은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 간부들이 피고 노조들 소속 조합원들에게 위 시설물 파손행위에 대해서는 기획, 지시, 지도한 바 없고, 단지 이 사건 점거행위에 관하여만 이를 기획, 지시, 지도하였다면, 피고 간부들에게 이 사건 점거행위가 발생하는 과정 및 그 기간 동안 이루어진 위 시설물의 파손행위에 대하여도 민법 제760조에 근거한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

③

그런데 원고는 피고 간부들이 피고 노조들 소속 조합원들에게 이 사건 점거행위에 관한 기획, 지시, 지도를 하였다고만 주장하고 있을 뿐, 위 시설물의 파손행위와 관련하여서는 피고 간부들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피고 노조들 소속 조합원들에게 이를 기획, 지시, 지도하였는지에 관하여 아무런 주장 및 입증을 하지 못하고 있다.

④

만일 실제로 피고 간부들이 피고 노조들 소속 조합원들에게 위 시설물의 파손행위와 관련하여 이를 기획, 지시, 지도한 사실이 있다면 이는 형사법적으로 특수손괴죄 또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재물손괴등)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은데, 피 고 B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 간부들은 원고에 의해 특수손괴죄로 고소까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재물손괴와 관련된 죄들로는 기소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피고 B은 비록 관련 형사판결에서 성명 불상의 노동조합원들과 공동하여 원고 본사 사옥의 1층 안내 데스크 옆 출입게이트의 유리문을 손괴하였다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재물손괴등)의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었으나, 위 유리문은 별지 ‘물적 피해현황’ 표에파손된 원고 소유의 시설물 중 하나로 기재되어 있지 않으므로, 피고 B의 위 범행은 원 고의 이 사건 청구와는 관련이 없다(위 표의 ‘건축’란 중 ‘유리칸막이 보수’의 경우 원고 본사 사옥의 2층 로비에 있는 유리칸막이에 대한 것으로서 위 피고가 손괴한 1층 안내 데스크 옆 출입게이트의 유리문은 그 대상이 아니다).

⑤

또한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별지 ‘물적 피해현황’ 표에 기재된 원고 소유 시설물의 파손이 과연 이 사건 점거행위가 발생하는 과정 및 그 기간 동안 발생한 것인지, 실제로 누구에 의해 발생한 것인지, 그 파손의 실제 행위자가 과연 피고 노조들 소속 조합원들인지 여부를 알 수 없으므로, 위 시설물의 파손행위가 피고 노조들과 관련 되어 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 사건 점거행위 당시 촬영된 동영상 중에는 S 소속 조합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원고 본사 사옥의 1층 회전문을 통해 진입을 강행하는 장면이 포함되어 있어, 별지 ‘물적 피해현황’ 표에 기재된 원고 소유의 시설물 중 1층회전문의 경우 그 파손의 결과가 반드시 피고 노조들 소속 조합원들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아울러 이 사건 점거행위 기간 중 촬영된 사진 중에는 경찰 버스가 원고 본사 사옥 주변 보도블럭 위에 주차된 장면이 촬영된 사진 및 S 소속 조합원들로보이는 사람들이 원고 본사 사옥 주변 잔디에 앉아 있는 장면이 촬영된 사진도 있으므로, 별지 ‘물적 피해현황’ 표에 기재된 원고 소유의 시설물 중 보도블럭 및 잔디의 경우도 그 파손의 결과가 반드시 피고 노조들 소속 조합원들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⑥

한편, 피고 간부들이 위 시설물의 파손행위를 기획, 지시, 지도하는 등으로 주도한 경우 이와 같은 피고 간부들의 행위는 조합의 집행기관으로서의 행위이므로, 피고노조들도 민법 제35조 제1항의 유추적용에 의하여 위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간부들이 위 시설물의 파손행위를 기획, 지시, 지도하는 등으로 주도한 사실이 있음을 인정할 수 없는 이상 이를 전제로 한 피고 노조들의 손해배상책임도 인정하기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하석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