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판결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20. 2. 12. 선고 2019고단579 판결

주문

피고인들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

피고인들은 피해자 ㈜O(이하 '피해자 회사'라고 한다)의 구미지점과 위탁계약을 체결한 집배점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김천지역에서 택배화물 집배송을 담당하는 택배기사로서 피고인 A은 P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조'라고 한다) 김천지회 지회장, 피고인 B은 위 김천지회 부지회장, 피고인 C은 위 김천지회 총무, 피고인 D은 위 김천지회 선전부장, 피고인 F은 위 김천지회 분회장, 피고인 G, H, I, J, E, K, L는 위 김천지회 소속 조합원이다.

피고인들은 위 집배점들이 피고인들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자 피해자 회사 구미지점이 운영하는 Q에서 피해자 회사의 택배화물 운송 영업을 방해하기로 공모하였다.

피고인들은 2018. 11. 22. 09:30경 김천시 R에 있는 위 Q에서 택배화물 상차 지정 위치에 자신들이 운전해 온 택배 화물차량을 주차한 후, 그 무렵부터 같은 달 24. 14:00경에 이르기까지 택배화물을 상차하지 않은 채 위 차량을 같은 장소에 계속 주차해 두어, 피해자 회사가 투입한 대체 택배 화물차량이 위 상차 지정 위치에 주차하지 못하고 수 미터 떨어진 곳에 주차하게 하고, 그 결과 피해자 회사가 위 대체 택배 화물차량에 택배화물을 싣기 위해 추가 인력을 동원하여 화물 운반 작업을 하게 하고, 피고인 A, F은 피해자 회사가 위와 같은 방법으로 대체 택배 화물차량에 택배화물을 싣고 배송을 위해 위 터미널을 나오려고 할 때 위 택배 화물차량에 적재된 택배화물을 검사하여 생물 등 일부 품목에 대하여만 반출을 허용하고 단시일 내 부패·손상의 우려가 없는 공산품을 비롯한 대다수의 택배 화물을 차량 밖으로 끌어내리는 방법으로 반출 및 배송을 막았다.

또한 피고인 A, B, G, H, F, I, J, E, K, L는 같은 달 24. 12:53경부터 같은 날 14:00경까지 피해자 회사가 투입한 대체 택배 화물차량인 S 화물차 등 총 12대의 화물차량이 택배화물을 신고 위 Q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위 터미널 출입구에 일렬로 서서 위 화물차량들이 위 터미널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았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위력으로 피해자 회사의 택배 운송 영업을 방해하였다.

2.

이 사건 파업(상차 및 배송업무를 하지 않은 행위)이 업무방해 해당하는지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지므로(헌법 제33조 제1항),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또는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 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그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1. 3. 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7733 판결, 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1도468 판결 등 참조).

나.

파업의 예측 가능성

이 법원이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의 파업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평가할 수 없다.

①

이 사건 노조는 2018년 7월경 각 집배점을 상대로 '7시간 공짜노동 분류작업 개선 등'을 위한 교섭을 요청하였으나 이에 응하지 않자, 피해자 회사의 대표 등을 상대로 단체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관한 시정신청을 하였고, 이에 대해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18. 8. 13. 택배기사들이 근로자에 해당하고 이 사건 조합이 노조법에 따라 적법하게 설립된 노동조합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면서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있다고 결정하였다. 사용자들이 이에 대해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18. 9. 13. 마찬가지로 판단하며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다.

②

이 사건 노조는 2018. 10. 27. 자체 규약에 따라 '노동조합 인정과 성실 교섭 촉구를 위한 총력 투쟁 찬반 투표'에 관한 조합원 총회 공고를 하였고, 이에 따라 2018. 11. 3.부터 2018. 11. 11.까지 진행된 파업 찬반 투표에서 과반수의 조합원이 파업에 찬성하자, 2018. 11. 21. 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 신고를 하였으며, 2018. 11. 22.부터 이 사건 파업을 시작했다.

다.

파업의 결과

이 법원이 채택한 증거들을 모두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과 정황들을 인정할 수 있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또는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 사용자의 사업 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①

이 사건 당시 Q에서 근무하는 피해자 소속 근로자 총 45명 중 이 사건 노조에 가입된 노동조합원은 총 17명이었고, 노동조합원이 아닌 근로자들은 파업에 참가하지 않았으며 원래대로 택배 상하자 및 배송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②

피고인들은 파업 도중 노동조합원이 아닌 Q 근로자들이 운행하는 차량의 출입은 전혀 통제하지 않았고, 본사에서 대체 인력으로 투입한 직영 기사들이 운행하는 차량에 대해서만, 부패 등의 우려로 급히 배송할 필요가 있는 물품들을 제외한 일반물품의 배송만 막았다[비노조원인 T, U 등의 진술(수사기록 549쪽, 559쪽) 참조].

③

이 사건 파업은 2018. 11. 22.부터 2018. 11. 24.까지 약 이틀 동안 진행되었는데, 그 사이에 피해자 회사가 입은 손해가 어느 정도인지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할 만한 증거는 발견할 수 없다. 설령 큰 손해가 생겼다 하더라도 이는 택배 사업 자체의 성격 때문에 생긴 것일 가능성이 높고, 그러한 큰 손해가 이 사건 파업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생겼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다.

라.

소결론

이 사건 파업이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3.

차량을 상차 위치에 주차해 둔 행위에 관한 판단

피고인들이 차를 주차해둔 '택배화물 상차 지정 위치'는 택배화물을 상차하기 위한 업무공간이기도 하지만, 피고인들이 휴식 시간이나 업무 종료 이후에 평소 차를 세워두는 공간이기도 하다. 또한 파업이 시작된 뒤라도 피해자 회사가 교섭에 응한다는 의사를 표시할 경우 바로 작업을 재개할 수 있으므로, 파업 과정에서 자연스레 수반된 행위로 볼 수 있다.

쟁의행위 중 파업은 그 노무 정지의 효율성을 확보, 강화하기 위하여 그 보조수단으로 직장에 체류하여 연좌, 농성하는 직장점거를 동반하기도 하는 것으로서 그 자체는 위법하다고 할 수 없으나, 사용자 측의 점유를 완전히 배제하지 아니하고 그 조업도 방해하지 않는 부분적, 병존적 점거일 경우에 한하여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라는 대법원의 판시(대법원 1992. 7. 14. 선고 91다43800 판결)도 참조할 만하다. 피고인들을 비롯한 노동조합원들의 수나 상차 지정 위치의 개수가 Q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도 안되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사용자의 기업시설을 장기간에 걸쳐 전면적, 배타적으로 점유하여 사용자의 시설관리권능을 침해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다.

따라서 이 부분 행위 역시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4.

대체 차량의 적재 화물을 검사하고 배송을 위한 출차를 막은 행위에 관한 판단

가.

대체 직영 기사 투입 행위가 적법한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3조 제1항은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라고 정하고 있는데, 관계 법령에는 '당해 사업'의 구체적인 의미에 관한 정의 규정이 없다.

다만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라고 정하고 있는 점,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대체 근로를 제한한 취지 등을 고려하면, '당해 사업'의 범위 및 그와 관계가 있는지는, 쟁의행위로 업무가 중단된 그 사업장을 기준으로 장소적 기준뿐만 아니라 업무나 노무 관리가 서로 일체로서 관리되고 있는지 등을 함께 고려하되, 결과적으로 대체 근로로 말미암아 파업 근로자들의 단체 행동권이 침해되거나 교섭상 불균형이 생기지 않도록 제한해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에 관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Q에서 일하는 택배기사들과 대구, 광주, 서울 등지에서 근무하는 직영 기사들의 업무나 노무 관리가 서로 일체로서 관리되고 있는지를 판단할 만한 증거는 부족하다.

②

다만, 피해자 회사는 전국 각 지역 거점에 대리점을 두고 이를 통해 각 세부 지역의 집배점과 계약을 체결하고, 위 각 집배점들이 택배기사들과 개별 계약을 체결하며, 이때 택배기사들은 자신 명의의 화물차량을 집배점에 지입해 두고 화물 운송을 하는데, 이 사건 파업이 일어난 장소는 'Q'로, 여기에는 피해자 회사의 구미지점과 위탁계약을 체결한 각 집배점(김천, 남김천, 서김천)과 다시 위탁계약을 체결한 택배기사들 중 일부가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③

Q에서 택배 업무를 수행하는 택배기사들이 파업한다고 해서 서울, 부산, 광주 등 전혀 다른 지역에 있는 집배점이나 관련 택배 기사들의 업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④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을 경영하려는 자는 국토교통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허가사항을 변경하려면 변경허가를 받아야 한다(제3조 제1항, 제3항). 이때 증차를 수반하는 변경허가의 경우 더 엄격한 조건이 따른다(제3조 제7항, 제8항). 한편, 이 사건 파업 과정에서 이 사건 노조가 한 질의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다른 지역 차량을 대체투입하여 영업할 경우 이것이 상주영업에 해당한다면 증차에 관한 변경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이 사건에서 피해자 회사가 대체 투입한 직영 기사가 김천 지역에서 '상주 영업'을 했다고 보이지는 않으므로, 피해자 회사가 허가를 받지 않고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을 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우나, 위와 같이 각 영업소에서 운행하는 차량의 수(數)가 관할 관청에 의해 관리되고 증감할 경우 변경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정(지역별 인구나 교통량 등을 고려한 규정으로 보인다)은, 그 같은 영업소나 그와 비슷한 단위를 기준으로 해당 사업의 범위를 판단해야 한다는 논리에 설득력을 더한다.

⑤

사용자의 규모가 클수록 대체 인력 투입에 따른 부담은 작아지기 마련이고, 도급·하도급 등으로 간접고용의 단계가 심화될수록 근로자의 지위는 약화되기 마련이다. 피해자 회사와 같이 전국에 여러 지점을 두고 택배사업을 하는 대기업의 소속 인원과 차량의 규모를 고려할 때, '당해 사업'의 범위를 너무 넓게 해석할 경우, 피고인들의 단체행동권이나 교섭권은 형해화될 수밖에 없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피해자 회사가 보낸 직영 기사들은 이 사건 파업이 일어난 당해 사업과 관계 없는 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결국 피해자 회사의 대체 인력 투입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이다.

나.

이 부분 각 행위에 관한 판단

피고인들의 이 부분 개입 행위 역시, 이 사건 파업의 효율성을 확보, 강화하기 위한 보조수단이라 할 수 있는데, 다음과 같은 사실과 정황들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의 이 부분 행위는 이 사건 파업과 일체로서 업무방해 행위에 해당하지 않거나,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없다.

우선 앞서 본 바와 같이 대체 인력 투입 자체가 위법하다. 그리고 피고인 A, F의 화물 검사행위는 강압적이지는 않았고 택배 문을 열어 놓은 상태에서 출입구에 접근하면 위 피고인들이 내부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진행되었으며, 대체 투입된 직영 기사들도 위 검사에 협조하여 순조롭게 진행됐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회사 구미지점의 과장인 V도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629쪽).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과 V 등 관리자들 사이에, 부패·손상의 우려가 있는 물건에 대한 배송은 막지 않기로 하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보인다. 그리고 피해자 회사 또는 집배점에서 여전히 교섭에 응하지 않으면서 대체 인력으로 일반 물품까지 배송하려고 하자 비로소 출차를 막기 시작했으며, 그 과정에서도 폭행·협박이나 소란행위는 없었다. 오히려 대체 차량 투입이 실정법에 반하는 것이 아닌지 시청과 경찰에 문의하였으며,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해산하라고 명령하자 자진 해산하였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전용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