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에게 52,844,484원 및 이에 대하여 2024. 1. 18.부터 2025. 8. 21.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한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국내 · 외 원자력 및 기타 발전사업에 필요한 엔지니어링 용역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2016년경 영국의 C사, 프랑스의 D사와 합작, E('E') 회사를 구성하여 F(F, 'F') 건설관리용역(Construction Management as Agent services, 'CMA')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원고는 2019년 하반기경 E과 사이에, 프랑스 까다라쉬('까다라쉬') 지역에 위치한F 현장에서 E이 운영하는 Graduate Program('GP')에 기술인력을 지원하기로 하는 내용의 용역계약('이 사건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는 2019. 12. 16. 원고에 입사한 직원으로, GP 참가자로 선정되어 2021. 10. 4.~2022. 10. 2. 까다라쉬에 파견되어 근무하였다. 원고는 위 기간 중 피고에게 급여외에 체재비, 주택임차료, 이전여비, 항공임, 기타경비 등으로 합계 59,220,404원을 지출하였다('이 사건 체재비 등').
피고는 2023. 1. 28. 원고에서 퇴사하였다. 피고는 퇴사 전날인 2023. 1. 27. 원고에게 '피고는 원고가 선정한 법무법인의 자문결과에 근거하여 반환금액을 산정하는데 동의하며, 자문결과를 수령한 날부터 2개월 이내에 해당 금액 전액을 반환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합의서('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하여 주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4, 6, 10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 주장
원고
피고가 수행한 F GP 파견근무의 실질은 OJT(On-the-Job Training) 성격의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F GP에 참여한 직원이 교육훈련 종료 후 교육훈련기간의 3배에 해당하는 재직의무기간을 마치지 못하고 중도에 사직한 경우에는 사규인 교육훈련규정에 따라 원고에게 그 기간에 해당하는 교육경비를 반환해야 한다. 피고는 재직의무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하였으므로 원고에게 52,844,484원[이 사건 체재비 등 합계59,220,404원 × 재직의무불이행기간/재직의무기간(978일/1,096일)] 및 이에 대하여 퇴사 다음날인 2023. 1. 29.부터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피고는 교육훈련 목적의 파견이 아니라 근로장소를 해외로 변경하여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그 실질은 근로기준법상 전직이다. 따라서 이 사건 체재비 등은 당연히 원고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전직으로 인한 피고의 생활상 불이익을 해소할 목적으로 원고가 제공한 것이므로 피고는 이를 원고에게 반환할 의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체재비 등을 반환하기로 한 이 사건 합의서는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하여 무효이고,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로서 이를 취소한다.
판단
법리
근로기준법 제20조는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불이 행한 경우, 반대급부인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에서 더 나아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면, 근로자로서는 비록 불리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근로계약의 구속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다. 위 규정은 그와 같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 예정의 약정을 금지함으로써,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아 부당하게 근로의 계속을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며, 불리한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보호하려 함에 취지가 있다.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위탁교육훈련 과정에서 임금과 비용을 지급 내지 부담하면서 일정한 의무근로기간을 설정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그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받기로 약정한 경우,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하도록 한 부분은 근로기준법 제20조에서 금지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을 예정하는 계약이 아니므로 유효하다. 하지만 임금의 반환을 약정한 부분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근로의 대가로 지급한 임금을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으로, 실질적으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을 예정하는 계약에 해당하여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또한 근로자의 해외 파견근무의 주된 실질이, 연수나 위탁교육훈련이 아니라 사용자의 업무상 명령 내지 필요에 따라 근로자가 근로장소를 변경하여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한 것이거나 그에 준하는 것으로 보인다면, 그러한 해외근무기간 동안 임금 이외에 지급된 금품이나 들인 비용도 장기간 해외근무라는 특수한 근로에 대한 대가이거나 업무수행에 있어 필요불가결하게 지출할 것이 예정되어 있는 경비에 해당한다. 따라서 의무근로기간 위반을 사유로 지급된 금품이나 들인 비용을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 역시 무효이다(대법원 2004. 4.28. 선고 2001다53875 판결 참조).
이 사안의 경우
앞서 본 증거들 및 갑 제5, 7~9, 13호증, 을 제3~5, 8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 각 사실 및 사정을 인정할 수 있다.① 원고는 까다라쉬에 CMA 사업 수행을 위한 인력을 파견해 왔는데, 이와 별도로 2019년경 '젊고 유능한 기술인력을 F 해외현장에 파견함으로써 선진기술, 절차, 문화등을 습득하고, 복귀 후 해외사업 개발 및 수행으로 원고의 Vision 2025<1> 추진목표를 달성한다'는 목적 하에 E이 운영하는 GP에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이 사건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가 2019. 11. 수립한 'F GP 기술인력 지원 용역 국외파견 기본계획[안]'('이 사건 계획')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2><3><4> ③ 원고가 그 설립 목적을 위하여 참여할 필요가 있었던 사업은 F CMA 사업이고,그에 대한 인력 파견은 이미 별도의 절차와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고 있었다. GP는 E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던 제도로, 원고에게 그 목적 사업 수행을 위하여 GP에 참여해야 할 불가피한 업무상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F 사업상 CMA 파견 근무자를 위한 작업기술서와 GP 참가자를 위한 작업기술
서가 별도로 존재하고, 실제 업무 내용이나 현장에서의 역할 및 지위, 작업 단가, 파견기간도 상이하였다.
원고 입장에서 GP는 E으로부터 일부 비용을 용역비 명목으로 보전받는다 하더라도 체재비 등으로 지출되는 돈이 이를 상회하여 참여할수록 적자가 나는 사업이다. 원고는 GP 참여의 초점을 미래 해외사업 개발 및 수행을 위한 인력 양성에 두고 일반적인 국외파견과 달리 단기 경력자를 그 대상으로 삼았는바, CMA 파견 근무자에 대하여는 설정되어 있지 않은 의무복무기간을 GP 참가자에 대해서는 별도로 설정한 것은 이러한 제도의 취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가 GP에 참여한 것은 피고의 지원에 의한 것이다. 피고는 의무복무기간 및 의무복무 불이행 시 이 사건 체재비 등 반환의무 발생과 같은 GP의 참가 조건에 관하여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에 지원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체재비 등은 그 실질이 근로기준법상 임금이 아니라 해외체류에 소요되는 실비 상당의 금원에 해당한다(피고는 원고로부터 국내 근무 시와 동일한 임금을 별도로 지급받았다). 따라서 피고가 GP 참가 종료 후 의무복무기간을 채우지 않은 때에는 원고로부터 대여받은 이 사건 체재비 등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상환하도록 하되 의무복무기간을 마친 경우에는 이를 면제받기로 하는 약정은 근로기준법 제20조에서 금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을 예정하는 계약이 아니므로 유효하다.
이 사건 의무복무기간은 피고가 GP에 참여한 기간의 3배인데, 이러한 의무복무기간이 지나치게 장기라거나, 반환하여야 할 이 사건 체재비 등이 과다하게 산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르면 원고는 E으로부터 피고의 GP 참여에 따른 비용을 일부 보전받을 수 있으나, 그 정산 문제는 원고와 E 사이에 정할 사항으로 보이고, 그와 별개로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체재비 등을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체재비 등 중 반환할 금액 및 반환시기를 정한 이 사건 합의서의 내용 역시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을 제9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이 사건 합의서가 원고 측 노무사의 강박에 의하여 작성된 것으로 취소사유가 존재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체재비 중 재직의무불이행기간에 비례하는 52,844,484원[이 사건 체재비 등 합계 59,220,404원 × 재직의무불이행기간/재직의무기간(978일/1,096일)]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원고는 위 반환금에 대하여 피고가 퇴사한 다음날부터의 지연손해금도 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합의서에 따르면 피고는 원고가 선정한 법무법인의 자문결과를 수령한 날부터 2개월 이내에 해당 금액 전액을 반환하기로 정하였다. 늦어도 이 사건 소장부본이 송달된 2023. 11. 17.부터 2개월이 지난 2024. 1. 17.에는 위 지급기일이 도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52,844,484원 및 이에 대하여 2024. 1.18.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5. 8. 21.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 론
원고의 청구를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판사 오승이
각주1) 해외사업 비중 60% 달성을 목표로 하는 원고의 사업이다.
각주2) 원고 국외파견규정 제9조 (파견자 선발)
파견자 선발은 주관부서에서 해당 조직 및 프로젝트 인력소요를 파악하여 국외파견대상 후보자추천서(별지 제1호 서식)를 활용하여 관련부서장의 추천을 받거나 사내공모에 의한 지원 또는 별도의 선발방법을 정하여 선발한다.
사내공모는 국외 파견지 또는사업의 특성상 필요한 경우 주관부서장이 인사담당부서에 해당 인력에 대한 공모를 요청하여 실시한다.
파견자 선발은 다음의 각 호에 따라 선발함을 원칙으로 하며, 파견자 선발기준 및 평가에 관한 세부사항은 파견대상 직무특성과 현지 여건을 고려하여 주관부서에서 결정한다. 다만, 현지 사정 등의 사유로 특별히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로 할 수 있다.
각주3) 1. 현지 업무수행 관련 의사소통이 가능한 자로 기술수준 등 개인능력이 우수한 자
각주4) 2. 근무예정 분야 업무수행에 적합한 경험 또는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자
각주5) 3. 애사심, 사명감 등 정신자세가 투철한 자
각주6) 4. 귀국후의 의무복무기간과 제반 의무 등의 성실한 이행이 확실시되는 자
각주7) 5. 근무평정 및 기타 교육훈련성적 등이 우수한 자
각주8) 6. 국외파견에 결격사유가 없는 자
각주9) 원고 교육훈련규정 제20조 (의무복무)
국내외 학위과정, 인센티브 위탁과정 및 교육훈련기간이 1개월 이상인 해외 일반위탁과정 및 기타과정에 참가한 자는 수료 여부와 관계없이 교육훈련 종료 후 교육훈련기간의 3배에 해당하는 기간을 회사에서 근무할 의무를 진다.
각주10) 원고 교육훈련업무절차 제34조 (의무복무기간 불이행에 대한 제재)
의무복무기간을 이행하지 아니하고 퇴직한 교육 이수자에 대하여는 교육 건별로 동 교육에 지급된 교육경비 중 의무복무불이행기간에 대한 교육경비를 회수하며, 그 산정방법은 다음과 같다.
각주11) - 회수금액 = 총 교육경비 × (재직의무불이행기간/재직의무기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