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판결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24. 10. 11. 선고 2023가합15427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한국교통안전공단법에 따라 설립되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사업 및 교통체계 운영․관리 지원을 위한 사업 수행 등을 업무로 하는 준정부기관이고, 원고는 2019. 8. 5. 피고에 입사하여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자이다.

나.

피고는 2022. 10. 5.경 OOO(이하 ‘신고인’이라고 한다)으로부터 직장 내 성희롱 및 괴롭힘 신고를 접수하였고, 피고 감사실은 2022. 10. 14.부터 2022. 11. 11.까지 위 신고에 대하여 신고인, 피신고인 및 참고인1 내지 9에 대한 관련인 약식조사 등 사건 조사를 실시하였으며, 피고 고충심의위원회는 2022. 11. 22. 위 신고를 심의하여 원고의 행동이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징계 처분을 요청하였다.

다.

피고는 2022. 12. 23. 피고의 보통징계위원회 위원장에게 원고에 대한 징계심의 의결을 요구하였고, 피고의 보통징계위원회는 2022. 12. 29. 아래와 같은 사유로 원고에 대하여 견책의 징계를 의결하였으며, 2023. 1. 2. 원고에게 징계심의 결과를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징계처분’이라고 한다).

라.

원고는 2023. 1. 10. 이 사건 징계처분에 대한 재심을 요청하였으나, 피고의 중앙징계위원회는 2023. 1. 31. 원고의 재심 청구를 기각하였다.

마.

피고의 규정 중 이 사건 징계처분과 관련된 내용은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 1 내지 12, 14, 15, 2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원고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징계처분의 무효 확인을 구한다.

가.

이 사건 징계처분의 제1 행위는 징계시효 등을 파악하기 위한 대략적인 일시 및 장소가 특정되어 있지 아니하고,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과 맥락, 사정 등이 언급되어 있지 않으며, 제2 행위는 그 행위의 일시, 장소, 행위 유형, 구체적 상황이 다른 행위들과 구별될 정도로 특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원고의 방어권을 침해하였다. 이 사건 징계처분은 위와 같은 절차상 하자가 존재하여 위법하다.

나.

원고는 신고인을 상대로 제1 행위와 같은 신체접촉을 한 사실이 없고, 설령 물리적인 접촉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성적 의도가 있는 신체적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으며, 미국 출장기간동안 원고는 신고인에게 제2 행위와 같은 신체접촉을 한 사실이 없으므로 이 사건 징계처분은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3.

판단

가.

절차적 하자 주장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성비위행위의 경우 각 행위가 이루어진 상황에 따라 그 행위의 의미 및 피해자가 느끼는 불쾌감 등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징계대상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각 행위의 일시, 장소, 상대방, 행위 유형 및 구체적 상황이 다른 행위들과 구별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어야 함이 원칙이다(대법원 2022. 1. 14. 선고 2021두50642 판결 참조). 그러나 징계사유의 특정이 필요한 이유는 징계시효의 확인과 징계대상자로 하여금 어떠한 행위에 관하여 징계가 이루어졌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에 대한 변명과 소명자료를 제출하는 등의 방어권 행사를 보장하려는 데 있으므로, 형사절차의 공소사실과 같은 정도로 엄격하게 특정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일정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행한 비위행위를 하나의 징계사유로 하여 징계처분하는 경우에는 징계사유를 다소 포괄적ㆍ개괄적으로 기재하는 것이 불가피하므로 징계사유가 다소 포괄적으로 기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징계처분서의 내용 및 징계에 이르기까지의 전체적인 과정을 통하여 당사자가 어떠한 사유로 징계를 받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면 징계사유가 특정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서울고등법원 2024. 7. 24. 선고 2023누44940 판결, 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2두33323 판결의 취지 등 참조).

2)

제1 행위에 대한 판단

이 사건 징계처분상 원고가 신고인의 손을 잡고 마사지처럼 힘을 주는 행위를 한 일시와 장소가 정확히 특정되어 있지 아니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 부분 징계사유는 원고와 신고인이 함께 근무하던 기간 중 반복적으로 발생한 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개별 행위가 이루어진 일시나 장소를 정확하게 특정하는 것이 곤란한 측면이 있다. 또한 그 행위는 직장생활에서 통상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신체적 접촉 행위가 아니라 원고의 습관인 것으로 보이는 다소 특이한 행위로서, 그 행위유형 자체로 다른 행위들과 충분히 구별되어, 원고가 어떠한 사유로 징계처분을 받는지 파악하는 데에 지장이 없다. 그리고 갑 제3호증 2 내지 3, 을 제13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징계혐의에 관하여 조사를 받으면서 입사 이후 그와 같은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하였고, 보통징계위원회에 출석하여서도 그와 같은 행위를 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며, 설령 그러한 행위를 하였더라도 성적인 목적에서 한 것이 아니라고 소명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그렇다면 이 부분 징계사유가 충분히 특정되지 아니하여 원고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초래되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징계사유는 특정되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

3)

제2 행위에 대한 판단

이 부분 징계사유는 2022. 5.부터 2022. 6.까지의 출장기간 중 행위에 대한 것으로서 그 일시가 어느 정도 특정되어 있고, 행위 내용(트램 옆에 앉아 허벅지 접촉, 어깨에 팔을 올리거나 백팩 위에 팔을 두르는 행위)도 다른 행위와 구별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어 있다. 물론 개별 행위가 이루어진 구체적 일시가 개별적으로 특정되지는 아니하였으나 이 부분 징계사유 또한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포괄적․개괄적으로 기재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로 보이고, 갑 제3호증 2 내지 3, 을 제13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조사 과정에서 그와 같은 행위가 이루어진 사실을 일체 부인하거나,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이와 같은 포괄적․개괄적 기재로 인하여 원고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초래되었다고 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부분 징계사유도 특정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징계사유 부존재 주장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각 행위의 사실 인정 여부

가)

관련 법리

피해자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고,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으며,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되고(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도5407 판결 등 참조),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희롱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해서도 아니 된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3호증, 을 제13, 17, 1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면 신고인의 진술은 그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고가 신고인에게 총 5회에 걸쳐 한 달에 한 번 빈도로 손을 잡고 마사지처럼 힘을 주는 행위와 미국출장 기간 중 신고인에게 트램 옆에 앉아 허벅지 접촉 및 손을 짚은 행위 및 어깨에 팔을 올리거나 백팩 위에 팔을 두르는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

(1)

신고인은 원고의 행위에 관하여 “원고는 앉아 있고 저는 서 있잖아요. 그런데 그분이 앉아있는 팔걸이 위치랑 제 손 위치랑 거의 동일하니까 손을 가져가서 이렇게 여기가 뚝 소리가 나게 눌러요.”, “계속 손을 주물럭거리는 게 아니고 한 10초, 15초 내외일거에요.”라고 진술하는 등 원고가 신고인에게 한 행위의 태양, 배경 및 상황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진술하였고, 위 행위를 조사자에게 시연하기도 하였다.

(2)

원고는 손을 잡고 마사지처럼 힘을 주는 행위에 관하여 과거에는 하였으나, 입사 이후에는 위와 같은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였으나, 원고와 신고인의 동기인 OOO은 연수원때 “원고가 손을 마사지 하는 듯한 행동을 OOO에게 직접 하였다”라고 진술하였고, 원고의 행위에 대해 “어릴 때 따닥 뼈 부러트리는 장난이랑 그 장난을 친 거거든요.”라고 진술하였는데, 이는 신고인이 진술한 내용과 일치한다.

(3)

신고인은 미국 출장 중 “제가 앉아있는데 굳이 제 옆에 앉아서, 허벅지를 붙이고 앉아서 제가 다른 데로 간 적도 있었고”, “도중에 제 허벅지 붙어서 앉았던 적도 있었고 제가 다른 데로 가거나 아니면 (허벅지 옆에 손을 짚으며) 제 허벅지에 이렇게 손을 얹었던 적은 마지막 돌아오는 날 공항 가는 열차에서 제 쪽으로 이렇게 팔을 뻗어서 그러니까 이렇게 (허벅지 옆에 손을) 뻗어서 지탱을 했다.”라고 진술을 하였고, 미국 출장을 동행한 OOO도 “같이 앉아 있다가 신고인이 다른데로 간 사실도 있다.”, “너무 가까이 앉아서 허벅지가 닿을 정도로 보인적도 있었던거 같아요.”라고 진술하였는데 이는 신고인의 진술과 일치한다.

(4)

원고는 미국 출장 중 “(신고인과) 옆자리에 앉은 기억이 없다”, “신고인이 열차가 들어오는 위치를 못 잡고 있어서 팔을 잡고 보는 위치를 알려준 사실이 없다”는 등 신체접촉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미국 출장에 동행한 OOO은 “확실하게 기억난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야간에 교육받아야 되는 게 있었어요. 그럼 밤 12시에 지하철 승강장에 교육을 받고 있는데 신고인이 신호기였던 거 같아요. ‘잘 안보여, 어디 있지?’라고 하니까 원고가 팔을 잡더니 신고인 옆으로 신호기를 이렇게 보라고”하였다고 진술하였고, 이는 신고인이 전차가 들어가는 방향을 물어보자 “원고가 저 방향으로 들어간다고 하면서 제 팔을 이렇게 자꾸 끌어서 그쪽을 보여줬거든요.”라는 진술과 일치한다.

(5)

원고는, 신고인이 원고가 손을 잡은 행위의 일시, 횟수 등을 특정하지 못하고, 미국 출장 중의 행위에 관하여 구체적인 진술이 없으며, 출장 중 원고와 신고인이 사교적인 대화를 나눈 것을 이유로 신고인의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신고인은 조사자와 면담을 하면서 그동안 원고가 한 말과 행동, 당시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하였고, 원고의 동기인 OOO은 원고가 손을 마사지하듯 힘을 주는 행위를 본인에게도 하였다고 진술하였으며, 미국 출장을 동행한 OOO은 원고가 신고인의 팔을 잡은 행위를 목격하였다고 진술한 점은 신고인의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한다.

(6)

신고인은 원고와 입사동기로서 원고에 대하여 허위신고를 할 동기가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고, 신고인이 출장기간 동안 원고와 평소와 다름없이 일정을 수행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피해자가 할 만한 행동이 아니라고 볼 수 없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각 행위가 존재하였다고 인정하기 충분하다.

2)

이 사건 각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대법원 2021. 9. 16. 선고 2021다219529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원고는 설령 제1, 2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위 행위의 접촉 경위나 방법 등에 비추어볼 때 일반인에게 성적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고, 성희롱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징계처분의 징계사유는 부존재한다고 주장한다.

(2)

그러나 이성 사이에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이 반복하여 일어나는 것은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그 자체만으로도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제1 행위의 경우 신고인의 손을 잡고 마사지처럼 힘을 주는 행위는 통상적으로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행위라고 볼 수 없고, 행위의 태양이나 횟수에 비추어 성적인 의도가 없었다고 볼 수 없으며, 제2 행위 중 허벅지를 닿거나 손을 짚은 행위 역시 단순히 트램을 동석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고, 어깨에 팔을 올리거나 백팩 위에 팔을 두르는 행위 역시 이러한 접촉의 필요성이 있다고 볼만한 사정을 찾기 어려우며, 원고의 접촉의 부위나 방법, 정도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각 행위는 신고인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 내용이 신고인의 업무 및 근로환경과 관련된 것으로서 업무관련성도 인정된다.

(3)

원고가 신고인에게 한 행위는 피고의 「임직원 행동강령」 제24조에서 정한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고, 이는 피고의 인사규정 제32조(친절공정 및 품위유지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같은 규정 제63조(징계의 사유)에 해당된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은경(재판장) 강현재 안성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