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판결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18. 9. 13. 선고 2017고정705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대구 달서구 C 소재 D주식회사 대표로서 상시근로자 40명을 고용하여 서비스업(가전제품수리)을 경영한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06. 4. 1.부터 2016. 10. 10.까지 위 사업장에서 근로하다 퇴직한 근로자 E의 퇴직금 3,898,050원을 당사자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판단

가.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31조(현행법 제44조 제1호에 해당한다), 제9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기타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여러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법 제31조, 제9조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8248 판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등 참조).

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상 정하여진 퇴직금 산정방식은 1일 평균임금 × 30(일) × (총 재직일수/365)이고, 1일 평균임금 산정방식은 (퇴직일 이전 3개월간에 지급받은 임금총액) / (퇴직일 이전 3개월간의 총 일수)인바, 위 방식에 따라 E의 퇴직금을 계산하면 10,830,630원이 된다. 한편 피고인은 퇴직일 이전 1년(12개월분)의 임금총액에 3(개월)/12(개월)을 곱한 뒤, 퇴직일 이전 3개월간의 총 일수로 나누어 1일 평균임금을 산정하였는바, 피고인이 취한 방식에 따라 E의 퇴직금을 계산하면 6,932,580원이 된다. 다만 피고인이 사전에 근로자들에게 위와 같은 퇴직금 산정방식을 고지하고, 위와 같은 방식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하기로 근로자들과 합의한 바는 없다.

다.

그런데 퇴직금제도는 근로자의 통상의 생활을 종전과 같이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퇴직금 지급 사유가 발생하였을 때 그 지급하여야 할 금액의 산출 기초가 되는 '그 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3개월 동안에 그 근로자에 대하여 지급된 임금'이 특별한 사유로 인하여 통상의 경우보다 현저하게 많을 경우에도 이를 그대로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로 삼는다면 이는 근로자의 통상의 생활을 종전과 같이 보장하려는 제도의 근본 취지에 어긋난다고 하지 않을 수 없고(대법원 1995. 2. 28. 선고 94다8631 판결, 대법원 1998. 1. 20. 선고 97다18936 판결 등 참조), 이러한 경우에는 퇴직 당시 근로자의 통상적인 생활임금을 사실대로 반영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타당한 다른 방법으로 그 평균임금을 따로 산정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5. 2. 28. 선고 94다8631 판결, 대법원 1998. 1. 20. 선고 97다18936 판결,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6다17287 판결, 대법2009. 10. 15. 선고 2007다72519 판결 등 참조).

라.

살피건대, 피고인이 사전에 근로자들과 합의함이 없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상의 퇴직금 산정방식과 다른 퇴직금 산정방식을 채택하였고, 피고인이 채택한 방식에 따른 E의 퇴직금 액수가 결과적으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라 계산한 퇴직금 액수보다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그와 같은 사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1)

가전제품수리 서비스 업무는 계절에 따라 성수기와 비수기로 구분되는데, 여름철은 에어컨이나 냉장고 고장수리신고가 많아, 일하는 시간이나 건수가 다른 계절에 비해 현저히 많다. 그런데 성과급이 일한 건수에 비례해서 산정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E의 급여도 계절에 따라 편차가 생기게 된다(E의 급여는 '기본급 + 수리 실적에 따른 성과급 + 각종 수당'으로 책정된다).

E의 경우 2016. 7. 급여는 5,987,363원(그 중 성과급 3,403,153원)이었고, 2016. 8. 급여는 6,172,327원(그 중 성과급 3,629,768원), 2016. 9. 급여는 3,672,872원(성과급 1,311,448원)이었다. 그에 비하여 2015. 10. 급여는 2,088,250원, 2015. 11. 급여는 2,030,678원, 2015. 12. 급여는 2,242,059원, 2016. 1. 급여는 1,980,892원, 2016. 2. 급여는 2,233,917원, 2016. 3. 급여는 2,319,479원, 2016. 4. 급여는 2,213,310원, 2016. 5. 급여는 2,916,754원, 2016. 6. 급여는 3,482,777원이었는바, 1년 중 7, 8월의 급여가 다른 달에 비하여 적게는 1.5배, 많게는 3배 높다.

2)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라 E의 퇴직금을 계산하게 되면, E이 1년 중 언제 퇴직하는지에 따라 1일 평균임금의 액수가 67,974.23원[2016. 2. 1. 퇴직하였을 경우, (2,030,678원 + 2,242,059원 + 1,980,892원)/92]에서 172,093.06원[2016. 10. 1. 퇴직하였을 경우, (5,987,363원 + 6,172,327원 + 3,672,872원)/92]까지 달라지게 된다. 역시 가장 적게 받을 때와 가장 많이 받을 때의 차이가 3배 가까이 된다.

3)

반면에 피고인은 위와 같은 계절적 성수기·비수기의 편차를 극복하기 위하여, 퇴직일 이전 12개월간에 지급받은 임금총액을 12개월로 나누어 월 평균임금을 산정하고, 3개월분의 월 평균임금을 퇴직 전 3개월간의 총 일수로 나누어 1일 평균임금을 산정하였다. 피고인이 취한 방식에 의하면, E이 2016. 2. 1. 퇴직하였을 경우 1일 평균임금은 86,588.32원[= 31,864,501원(2015. 2.부터 2016. 1.까지 급여의 합) / 12개월 × 3개월 / 92일], 2016. 10. 1. 퇴직하였을 경우 1일 평균임금은 101,469.23원[= 37,340,678원(2015. 10.부터 2016. 9.까지 급여의 합) / 12개월 × 3개월 / 92일]이다.

4)

여름철(7, 8월) 급여액이 많은 것은 계절적 영향으로서, 매년 반복되어 오던 패턴임을 감안한다면, 특별히 E의 퇴직 직전 여름철 급여액이 예년 여름철의 급여액과 비교하여 보더라도 현저하게 많다거나, E이 의도적으로 퇴직 직전 현저하게 평균임금을 높이기 위한 행위를 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으나, 반면에 E의 퇴직 시점이 '계절적 성수기 직후'라는 점 자체가 퇴직기간을 즈음한 일정 기간 특수하고 우연한 사정이라고 볼 여지도 있고, '퇴직 시점을 계절적 성수기 직후로 결정하는 것'을 '현저하게 평균임금을 높이기 위한 의도적인 행위'라고 평가하지 못할 바도 아니며, 이로 인한 임금액 변동의 폭이 '계절적 비수기 직후'의 3배에까지 이를 정도라면, 위와 같이 산정된 평균임금이 '통상의 경우보다 현저하게 많게 산정된 것'으로 인정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5)

한편 피고인의 사업장은, 2011년경까지는 근로자들에게 퇴직금을 매년 중간정산하여 지급해 오다가, 2012. 12. 28.경부터 퇴직연금보험에 가입하였고[처음에는 삼성생명보험 주식회사에 DB형(확정급여형)으로 가입하였는데, 이후 한화생명보험 주식회사에 DC형(확정기여형)으로 변경하였다], 2014. 6. 30.경 근로자들의 요구에 따라 퇴직연금보험을 해지함으로써 그때까지의 퇴직금이 모두 정산되었다. 그리하여 2014. 7. 1. 이후부터 비로소 피고인의 사업장에서 퇴직금 지급이 문제될 가능성이 생겼다 할 것이지만, E 이전에는 피고인이 퇴직금(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상 산정방식에 따른 것이든 피고인이 채택한 산정방식에 따른 것이든)을 지급하여야 했던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퇴직금 지급과 관련하여, 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까지는 미처 자신의 사업장의 특수성을 고민해 보지 못하였을 수도 있다.

마.

그렇다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이 충분히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3.

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

판사 장윤선

각주1) 그러나 근로자의 평균임금이 위와 같이 통상의 경우보다 현저하게 적거나 많다고 볼 예외적인 정도까지 이르지 않은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등이 정한 원칙에 따라 평균임금을 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다99396 판결,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6다17287 판결 등 참조).

각주2) 2015. 1. 급여는 2,148,830원, 2015. 2. 급여는 1,752,817원, 2015. 3. 급여는 2,233,598원, 2015. 4. 급여는 2,817,240원, 2015. 5. 급여는 2,640,549원, 2015. 6. 급여는 2,647,124원, 2015. 7. 급여는 4,731,348원, 2015. 8. 급여는 4,629,882원, 2015. 9. 급여는 2,070,064원이었다. E 뿐만 아니라 피고인 사업장의 다른 근로자 F, G 역시 7, 8월의 급여액수가 1, 2월, 11, 12월의 급여액수의 2배가 넘는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