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
피고인은 2018. 2. 하순경 대구 달성군 B 'C' 앞에서, 피해자 D가 운영하는 'E'에서 외상술을 마신 F로부터 피해자의 외상값 53만 원을 건네받아 피해자를 위하여 보관하던 중, 그 무렵 대구 시내 일원에서 마음대로 피고인의 생활비 등 개인적인 용도에 소비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의 재물을 횡령하였다.
판단
금전의 수수를 수반하는 사무처리를 위임받은 사람이 그 행위에 기하여 위임자를 위하여 제3자로부터 수령한 금전은, 목적이나 용도를 한정하여 위탁된 금전과 마찬가지로,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수령과 동시에 위임자의 소유에 속하고, 위임을 받은 사람은 이를 위임자를 위하여 보관하는 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위임을 받은 사람이 위 금전을 그 위임의 취지대로 사용하지 아니하고 마음대로 자신의 위임자에 대한 채권에 상계충당하는 것은 상계정산하기로 하였다는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당초 위임한 취지에 반하므로 횡령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17. 11. 29. 선고 2015도18253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위임을 받은 사람이 제3자로부터 수령한 금전을 위임자에 대한 채권에 상계충당하는 것 자체는 이견이 없으나, 그 채권액의 다툼으로 인해 상계충당 후 잔존 채권의 액수에 관하여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83. 2. 8. 선고 82도2486 판결, 대법원 1992. 7. 14. 선고 92도279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은 2017. 1. 25. 경부터 2018. 2. 18. 경까지 피해자가 운영하는 E에서 종업원으로 근무하였다.
피고인은 근무기간 동안의 임금 2,214,750원 및 퇴직금 1,777,261원을 지급받지 못했다. 한편 피고인은 근무하는 동안 피해자로부터 240만 원을 차용하였다.
피고인은 2018. 2. 말경 피해자로부터 E에서 외상술을 마신 F로부터 외상값 53만 원을 받아오라는 위임에 따라, F로부터 위 돈을 지급받았다.
이후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임금 및 퇴직금 채권과 차용금 및 53만 원의 반환채무를 상계한 다음 200만 원을 받겠다고 요구하였고, 이에 대해 피해자는 150만 원~170만 원을 주겠다고 하는 등으로 정산 잔액에 관하여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증 제1호, 피해자의 법정진술).
피고인은 2018. 3. 9. 임금 및 퇴직금 미지급으로 피해자를 노동청에 신고하였다. 피해자는 근로기준법위반죄 등으로 기소되었고, 현재 위 사건은 이 법원 2018고정370호로 계속 중이다.
피해자는 2018. 4. 27. 피고인이 53만 원을 횡령하였다는 이유로 경찰에 고소하였고, 검사는 피고인을 횡령죄로 기소하였다(이 사건).
피해자는 2018. 4. 30. 피고인을 상대로 이 법원 2018가소14609호로 차용금 240만 원의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 법원은 2018. 11. 28. 240만 원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그 무렵 확정되었다.
피고인은 2018. 12. 17. 피해자를 상대로 이 법원 2018가소326524호로 임금 및 퇴직금 합계 3,992,011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 법원은 2019. 11. 19. 임금채권 2,214,750원에 대해서는 차용금채무 240만 원과 상계되어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여 퇴직금 1,777,261원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그 무렵 확정되었다.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53만 원을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채권에 상계충당하는 것 자체에 이견을 가지지는 않았고, 다만 그 채권액의 다툼으로 인해 상계충당 후 잔존 채권의 액수에 관하여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을 뿐이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이를 반환하지 않았다고 해서 횡령죄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다.
추가로,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한 때 성립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전자 즉, 피고인이 위 53만 원을 생활비 등 개인적인 용도에 소비하여 횡령하였다는 것인데, 피고인이 위 돈을 소비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피고인이 이를 보관하고 있는 사실만 인정된다(증거기록 25면)]. 만약 검사가 후자 즉, 피고인이 53만 원의 반환을 거부하였다는 것으로 기소하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53만 원의 반환을 요구하였다거나 피고인이 그 반환을 거부하였다고 볼 증거도 없어, 역시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전우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