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
피고인은 B 주식회사 대표이사인 바, 1999. 11. 8. 위 회사에서 퇴직한 근로자 C에게 당사자간 합의 없이 그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1998. 9.부터 1999. 10.까지의 상여금 3,008,440원을 지급하지 아니한 것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근로자 20명에게 상여금 합계 73,751,724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인의 변소
이에 대하여 피고인과 변호인은, 이 사건 근로자들이 공소사실 기재 상여금을 포기하였으므로 피고인에게 그 지급의무가 없고, 그렇지 않더라도 위 회사의 경영부진으로 인하여 위 상여금을 도저히 지급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으므로 근로기준법위반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판단
먼저 이 사건 근로자들이 위 상여금을 포기하였는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근로자들이 임금의 일종인 상여금을 포기함에 있어서는 명백한 의사표시가 있어야 할 것인바, 이에 부합하는 증인 D, E의 법정진술은 믿기 어렵고, 오히려 증인 C, F, G의 법정진술과 수사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근로자들은 원래 피고인 경영의 H 주식회사(이하 H이라 한다)에 근무하던 사람들인데 H은 2000. 2. 1.경 I 경영의 B 주식회사(이하 B이라 한다)에 흡수합병되어 현재 피고인과 I이 B의 공동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사실, 섬유기계 제조 판매업체이던 H은 IMF 관리체제 출범 이후 섬유산업의 극심한 불황으로 인하여 수주량이 격감하고 금융비용이 급증하는 바람에 경영상태가 매우 악화된 사실, 이에 따라 피고인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대신 노동집약산업으로 업종을 전환하여 생산품목을 철제침대로 바꾸기로 하고, 1998. 3. 16. H 구내식당에서 전직원들을 상대로 한 임시조회 석상에서 위와 같은 사정을 설명하면서 상여금 지급중단 방침을 밝힌 사실, 그와 같은 피고인의 방침에 대하여 직원들 중 일부가 1998. 5.경 두류공원에 모여 노동조합을 설립하여 강경하게 대항하기로 의견을 모으기도 하였으나 그 주동자였던 J이 전보조치를 당하자 대부분의 직원들은 명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 사실, 그 후 H에서는 1998. 9.부터 B에 합병되기 전인 2000. 1.까지 상여금이 지급되지 않았고, 이 사건 근로자들은 이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근로자들이 상여금을 명백히 포기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근로자들이 피고인의 상여금 지급중단 조치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없이 근무하여 왔다는 사정만으로는 근로자들이 장래에 발생할 상여금청구권을 포기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사용자가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했어도 임금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정도가 되어 사용자에게 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그러한 사유는 근로기준법 재36조 위반 범죄의 책임조각사유로 된다고 할 것인바, 기록에 의하면, H은 금융기관으로부터 20억원을 차입하여 1998. 9. 1.부터 본격적으로 침대생산에 돌입하였으나 수출부진과 낮은 생산성으로 말미암아 경영난이 계속되었고, 그에 따라 1999. 1. 11.부터 1999. 3. 31.까지 3차례에 걸쳐 부분휴업을 실시하기도 하였으나 매출이 급감하고 과중한 금융비용과 고정비용의 지출을 견디지 못하여 1999년도에는 17억원 정도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극심한 경영난을 겪다가 결국 앞에서 본 바와 같이 2000. 2. 1. B에 흡수합병되기에 이른 사실, 그러한 합병후 B은 섬유기계생산에 주력하였으나 전반적인 섬유경기부진으로 경영난이 계속되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하여 2000. 7.부터 2000. 12.까지 6개월간 전면휴업을 실시하고 2000. 7. 31.에는 노사협의회를 개최하여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합의한 후 인원감축을 실시한 사실(이에 따라 이 사건 근로자들 중 일부가 퇴사하였다), 그 후에도 B은 2000. 8. 21. 대구 서구 K 소재 공장 부지를 매각하여 그 매각대금으로 금융권 부채를 상환하고 기계시설을 B의 논공공장으로 이전하는 등 경영난 타개를 위하여 다각도로 노력하였으나, 2000년 1월 한 달 동안에만 극심한 내수부진으로 약 1억 원 정도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영업부진이 계속되어 자금난을 해소하지 못하고 2000. 12. 29.에는 L은행으로부터 20억원을 추가로 차입하여 운영자금에 충당하기에 이른 사실, B은 위와 같은 자금난 속에서도 H과의 합병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임금 및 상여금은 근근히 지급하여 왔으나 합병 이전에 발생한 이 사건 상여금은 자금사정이 여의치 못하여 지급하지 못하였고, 이 사건 근로자들도 B에서 퇴직한 후 상당 기간 동안 그 지급요구를 하지 않았던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과 같은 상여금지급중단의 경위, 그 이후의 정황, 합병후 B의 경영상태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사회통념상 근로기준법이 정한 소정의 기간 내에 이 사건 상여금을 도저히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할 것이고, 달리 기록을 살펴 보아도 위 인정을 뒤집을 증거는 없다.
판단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2001. 8. 22.
판사 강윤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