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년 6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무죄 부분)
J의 진술은 이 사건 발생일로부터 약 7년이나 지나서 이루어진 것이어서 기억력의 한계로 인하여 일부 부정확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중요한 부분에서는 일관되고 명확하다. 그럼에도 원심이 J의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고 J 이 단순히 이 사건 감정서 사본을 현재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은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한 것이다.
양형부당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부분만 보더라도 피고인의 과거 범죄 전력, 이 사건 배임범행의 피해액이 다액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원심 무죄부분)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해자는 수사 초기에는 감정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가 법정에서는 피고인을 직접 만나 감정서를 보고 어음을 빌려주었다고 진술을 달리하고 있는 점, ② J은 피고인에게 어음을 빌려주면서 감정서를 받아 보관하였다고 하면서도 중요한 자료인 감정서의 소재에 대해서는 분실하여 모른다고 진술하고 있고, 피고인이 제시하였다는 감정서가 무엇인지 특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점, ③ 피해자의 법정진술은 피고인을 만나 6,000만 원을 요구받고 이를 믿고 9,000만 원의 어음을 빌려주었다는 것인데, 차용증 등도 없이 요구받은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의 어음을 지급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고, 한편 J의 법정진술에 의하면 피해자와 같이 피고인을 만나기 전에 착수금으로 3,000만 원을 빌려주었고, 피해자와 같이 피고인을 찾아간 날은 6,000만 원을 지급하였다는 것으로 이들의 진술도 서로 상반되는 점, ④ 더욱이 J은 수사기관에서는 피고인이 돈을 빌려달라고 하여 2,800만 원을 빌려준 적이 있고, 다시 감정서와 관련하여 6,000만 원을 피해자로부터 빌려 건네주었으며, 그런데도 피고인이 감정서를 가지고 오지 않아 추궁하였으나 피고인이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었다면서 추가로 3,000만 원만 더 빌려달라고 하여 다시 피해자로부터 어음을 빌려서 주었다고 진술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들의 진술은 공소사실과 배치되거나 상호 일관성이 부족하여 그대로 믿기 어렵고, J은 피고인 및 M과의 친분관계로 인하여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피고인의 요청을 받고서는 피해자로부터 어음을 빌려 피고인에게 교부하였을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고, 사실이 그러하다면 피고인이 J과 공모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였다는 점에 대한 추가적인 입증이 없는 이상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그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피해자 K와 J은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I 건물에 대한 감정서를 보여주면서 빠른 시일 내(일주일 또는 한달 보름 내)로 대출을 받아 변제하겠다고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반면, 피고인은 '피해자 K나 J에게 I 건물에 대한 감정서를 보여 준 적도 없고 대출을 받아서 변제하겠다고 한 적도 없으며 위 건물이 매각이 되면 변제하겠다고 하였을 뿐이다'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K나 J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K로부터 약속어음 3장 액면금 합계 9,000만 원 상당을 편취하였음이 넉넉히 인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원심이 이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으므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2005. 6~7.경 J은 목욕탕 양도대금조로 약속어음 3장 액면금 합계 9,000만 원(이하 '이 사건 어음들'이라고 한다)을 목욕탕 매수인인 N로부터 교부받았다.
J은 당시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주식회사 O)의 부채가 많아 이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피해자 K가 자신에게 이 사건 어음들을 주면 책임지고 부채를 정리하겠다고 하자 그 제의를 받아들여 피해자 K를 회사 대표이사에 앉히고 이 사건 어음들을 K에게 모두 교부하였다.
이 사건이 있기 직전 피고인의 부탁으로 J이 2,800만 원을 피고인에게 빌려준 사실이 있다. 피고인은 2005. 8.경 J에게 I 건물에 대한 탁상감정서를 보여주면서 정식 감정서를 받아 대출을 받는데 드는 비용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대출이 나오는대로 변제할테니 6,000만 원을 빌려줄 것을 다시 부탁하였다. 이에 J은 당시까지 회사의 채무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던 K에게 이 사건 약속어음들 중 2장 액면금 합계 6,000만 원을 피고인에게 빌려주자고 제의하였고 이를 승낙한 K가 이 사건 약속어음들 중 2장을 피고인에게 빌려주었다.
이후 피고인은 J에게 '위와 같이 빌린 이 사건 약속어음들 중 1장을 I 건물의 감정과 대출 관련 업무를 봐주고 있던 사람이 다른 용도로 써버렸다'고 하면서 3,000만 원을 더 빌려줄 것을 요청하였다. J이 이를 다시 K에게 제의하여 K는 이 사건 어음들 중 나머지 1장을 추가로 피고인에게 빌려주었다.
K와 J의 수사기관과 법정에서의 진술이 다소 상이한 부분이 있고 감정서를 현재 보관하고 있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이 사건이 2005년에 있었던 일로서 이 사건 고소 당시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무려 약 7년 전의 일인 점, 이 사건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보면 '(탁상)감정서'의 사본이 K나 J이 굳이 보관하여야 할 만큼 중요한 것이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K는 이 사건 어음들을 피고인에게 빌려줄 당시에는 차용증 조차도 작성하지 않았다) 등에 비추어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피고인의 원심 및 당심 법정진술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피고인도 이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하여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록 피고인이 직접 작성하여 준 것은 아니지만 이 사건 직후 피고인이 구속되자 2005. 9. 10. 작성된 차용증서에 '상기금액(P회사 N 발행어음 3매 9천만 원)을 I 건물을 한국감정원의 감정수수료로 사용하며 타 용도로 사용시는 L 실제 경영주이자 차용자인 A(피고인)이 민형사상책임을 다하며 감정서를 차용일로부터 1주일 이내에 발급받아 대출 및 매매 등으로 변제할 것을 각서하며 차용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피고인의 주장대로라면 이는 피해자가 있지도 않은 사실을 이 사건 직후부터 이미 허위 주장할 것을 계획하여 위 차용증서에 기재하였다는 것인데, 피해자가 피고인의 임의변제를 기다리다가 2012. 3. 29.에 이르러서야 이 사건 고소를 제기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그와 같은 주장은 믿기 어렵다.
특히, 당시 K나 J의 경제적인 형편에 비추어 보면 9,000만 원 상당의 가치가 있는 이 사건 약속어음들을, 언제 이루어질지도 모르는 I 건물의 매각시를 변제기로 하여 이자 약정도 없이 빌려주었다는 것 역시 납득하기 어려워 피고인의 주장은 여러모로 믿기 어렵다.
한편, 피고인은 당시 직원들 월급도 주지 못할 만큼 형편이 어려웠다고 진술하고 있다{증거기록(대구지방검찰청 2012년 형제17292호, 이하 같다) 제199쪽}. 또한 피고인은 2002. 12. 16. 대구은행 북부기업영업센터에서 10억 원을, 2004. 4. 28. 유니온상호저축은행에서 24억 원을, 2004. 10. 27. 유니온상호저축은행에서 2억 원 등 모두 36억 원을 대출받으면서 I 건물 및 대지에 채권최고액 46억 8,0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증거기록 제74쪽, 제119쪽). 아울러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은행대출금을 포함한 채무가 68~69억 원 상당이었고, 2004. 12. 10.부터 같은 달 20.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주식회사 L 명의의 당좌수표와 약속어음이 5억여 원에 달하였다(증거기록 제75쪽).
위와 같은 사정들로 인하여 이 사건 무렵 피고인이 근로기준법위반죄로 수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것은 물론, 이 사건 무렵 수표 5장 액면금 합계 216,000,000원의 부도를 사유로 고발당하여 2005. 7. 28. 부정수표단속법위반으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의 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있는데 그 사건에서도 최종적으로 액면금 3,000만 원짜리 1장은 끝내 회수하지 못하였다(대구지방법원 2005고단2825호). 또한 피고인은 발행일 2005. 4. 22.인 액면금 5억 5천만 원짜리 수표의 부도(부정수표단속법위반죄)와 2004. 12. 8. 액면금 2억 8,800만 원짜리 약속어음을, 2004. 12. 15. 액면금 2억 3,750만 원짜리 약속어음을 각 편취하였다(각 사기죄)는 취지의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되어 2006. 8. 8.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는데 이 사건에서도 선고시까지 피해변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1심 대구지방법원 2005고단7569, 4399(병합), 2심 대구지방법원 2006노801}.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사기의 점)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고, 이 부분 사기죄와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인 배임죄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법 제38조 제1항에 의하여 경합범 가중을 한 형기 범위 내에서 단일한 선고형으로 처단해야 하는 이상, 원심판결은 모두 파기되어야 한다. 따라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다시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