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6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1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해자에게 준 어음과 당좌수표는 보관용으로 지급제시를 하지 않기로 하였고, 차용금은 건물이 완공되면 대출을 받거나 건물을 임대하여 갚기로 하였다. 그런데 피해자가 이후 건물 시공을 제대로 하지 않아 완공이 지연되고 건물 하자로 매매나 임대가 제대로 되지 않아 피해자에게 돈을 갚지 못하게 된 것뿐이고,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릴 당시 피고인에게는 변제의 의사와 능력도 있었으므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직권판단
기록에 의하면 원심판결 범죄사실 첫머리에 기재된 확정판결 이외에도 피고인은 2012. 11. 30. 대구지방법원에서 근로기준법위반죄 등으로 징역 8월의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2013. 6. 13. 확정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은 위 확정판결의 대상범죄와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의 관계에 있어 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고 형의 감경 또는 면제 여부까지 검토한 후에 형을 정하여야 한다. 이 점에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직권파기사유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 대상이 되므로 아래에서는 이에 대하여 살펴본다.
피고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은 2010. 11. 1. 어머니인 L을 도급인, H(주)(이하 'H'이라 한다)를 수급인, 공사대금을 2억 966만 원으로 정하여 경주시 J 외 2필지에서 건물을 신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계약서상 H의 대표자는 W로 되어 있으나, H의 실질적인 대표는 피해자 I이다).
피고인은 위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피해자에게 지급기일이 2011. 2. 28.로 된 액면금 1억 원의 약속어음을 교부하면서 약속어음을 할인하여 5,000만 원은 피해자가 공사대금으로 사용하기로 하고 나머지 금액 중 이자를 공제한 4,200만 원을 피해자로부터 차용하였다. 그리고 피고인은 2010. 11. 17. 피해자에게 액면금 1억 2,000만 원, 지급기일 2011. 3. 2.로 된 당좌수표를 교부하고 4,000만 원을 차용하였다.
피고인이 위와 같이 약속어음을 피해자에게 교부하고 돈을 빌리면서 '공사 선급금 지급에 대한 확인서'를 작성하였는데, 위 확인서에는 '위 약속어음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피고인이 모든 책임을 지기로 한다'는 취지의 기재가 되어 있다. 또한 피고인은 위 당좌수표를 피해자에게 교부하고 돈을 빌리면서 '이행확인서'를 작성하였는데, 여기에도 '위 당좌수표의 지급기일에 지급이 안 되고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피고인이 모든 책임을 진다'는 취지의 기재가 되어 있다.
당시까지 피고인이 운영하던 병원의 직원들에 대한 2009. 1. 19.경부터 2010. 11. 16.경까지의 임금 합계 316,459,573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로 98회에 걸쳐 피고인에 대한 고소 등 민원이 제기되어 있었다(수사기록 223쪽). 이와 같이 직원들에 대한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2010년 11월경 피고인이 운영하던 E병원은 정상적으로 운영이 되지 않았고, 대출금에 대한 이자도 못 내고 있는 상황이었다(수사기록 348~349쪽). 피고인이 운영하던 병원은 한 달에 1억 원 정도의 적자가 발생하여 피고인은 2011년 6월경부터 병원 운영을 중단하였고, 이후 한 달에 약 3,000만 원의 이자를 부담하는 상태였다.
이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교부한 약속어음과 당좌수표가 부도 처리되자 피고인은 2011. 1. 30.까지 담보 대출을 받아 부도 처리된 약속어음과 당좌수표를 회수하고 공사비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이행각서를 작성하여 주었다. 그 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게 되자 피고인은 2011. 1. 31. 이행기일을 2011. 2. 20.까지로 연장하는 내용의 이행각서를 다시 작성하였다. 위 이행각서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피고인은 2011. 3. 1. 피해자에게 차용금 1억 원과 공사대금 2억 966만 원 합계 3억 966만 원을 건물 준공 후 전액 지급한다는 내용의 지불각서를 작성하였고, 이후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공사대금으로 2011. 3. 3. 300만 원, 2011. 4. 15. 1억 8,000만 원을 지급하였다. 2011. 4. 25.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차용금 1억 원을 포함하여 미지급된 공사대금(설계비 포함)과 차용금 합계 131,160,000원을 2011. 6. 1.까지 전액 현금을 지급한다는 내용ㅉ의 지불각서를 작성하여 주었다(수사기록 10~18쪽).
피해자는 2011. 6.경까지 위 마지막 지불각서의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자 이 사건 고소에 이르렀다.
위 인정 사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로부터 약속어음이나 당좌수표를 담보로 돈을 빌리더라도 위 어음이나 수표를 정상적으로 결제하거나 피 해자에게 빌린 돈을 변제할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를 기망하여 돈을 편취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
피고인은 건물 완공 후에 대출을 받아 공사대금과 차용금을 변제하기로 피해자와 합의하였고, 피해자에게 교부한 약속어음과 당좌수표는 보관용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피해자는 원심 및 당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약속어음과 당좌수표를 주면서 일부는 공사대금으로 사용하고, 일부는 현금으로 할인하여 주면 지급기일에 지급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하였다고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피해자가 제출한 고소취소장에는 피고인의 주장과 부합되는 기재가 되어 있으나, 위 고소취소장은 피고인이 그 내용을 작성한 다음 피해자의 날인을 받은 것이어서 고소취소장의 기재만으로 피해자의 원심 및 당심 법정에서의 진술이 거짓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돈을 전혀 받지 않은 상태에서 돈까지 빌려주면서 공사를 해주고 건물 완공 후 대출금과 임대보증금으로 공사대금과 차용금을 변제받기로했다는 것은 피해자에게 위험 부담이 너무 크고 이례적이다. 피해자가 자금에 여유가 있어 자신의 돈으로 어음과 수표를 직접 할인해주는 것이라면 다르겠지만, 이 사건에서처럼 피해자 역시 자금에 여유가 없어 피고인이 교부해 준 어음과 수표를 제3자로부터 할인받아 와서 그중 일부는 피고인에게 차용금으로 교부하고 일부는 공사대금으로 사용하는 상황에서는 공사의 완공, 완공된 건물을 담보로 한 대출, 완공된 건물의 매각 혹은 임대차 자체가 불확실할 뿐만 아니라 그 시기도 유동적인 것이어서 정해진 결제일(약속어음의 만기 및 선일자수표의 발행일)에 자금이 마련될 수 있을지가 극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해자는 피고인이 교부한 약속어음과 당좌수표가 피고인에 의해 제대로 결제될 것으로 신뢰하고 피고인에게 돈을 빌려주고 공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약속어음과 당좌수표를 교부할 무렵 작성한 확인서에는 약속어음이나 당좌수표가 지급기일에 지급이 안 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피고인이 책임을 지겠다고 기재되어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나, 원심판결은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이를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