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은 봉화군 C에 있는 레프팅시설 신축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진행하던 중 2011. 4.말경 공사를 포기하고, 건축주 E이 직접 공사를 진행하였다. D 등은 건축주 E이 직영으로 공사를 진행할 때 고용된 근로자들이고, 피고인이 이들을 고용한 것은 아니다.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경북 봉화군 C에 있는 레프팅시설 신축공사를 시공한 건축업자이다.
피고인은 2011. 5. 23.부터 2011. 6. 1.까지 위 건축현장에서 근로하다가 퇴직한 근로자 D의 임금 1,170,000원을 그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한 것을 비롯하여 별지 개인별 체불금품내역서 기재와 같이 6명(이하 D 등이라 한다)의 근로자의 별지 기재 임금(합계 14,070,000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각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 각 증거를 종합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당심의 판단
이 사건의 쟁점
피고인은 2011. 4.말경 이 사건 공사를 포기하였다고 주장하고, E은 2011. 4.말경 이후 자재대금만 자신이 직접 지급하였을 뿐 피고인이 공사를 계속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의 쟁점은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를 계속하면서 D 등을 고용하였는지 여부이다.
인정사실 및 관련자의 진술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 및 당심 증인 L, F이 당심 법정에서 한 진술, 당심 증인 E이 당심 법정에서 한 일부 진술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E은 2011. 3. 9. I에게 이 사건 공사를 8,500만 원에 도급주었는데, 피고인은 I로부터 이 사건 공사를 넘겨받아 공사를 진행하기 시작하였다. E은 이를 인정하고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를 보증하는 내용의 도급계약서를 작성하였다.
E은 I 및 피고인에게 총 4,100만 원의 공사대금을 지급하였으나, 피고인이 일부 기초공사를 진행하던 중 2011. 4. 말경 자재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여 자재조달이 늦어지는 바람에 공사가 중단되었고, 일부 근로자들에게 노임도 지급하지 못하였다.
피고인이 공사를 중단할 때까지 이 사건 공사현장에 들여온 자재는 전체 공정 중 약 25% 정도였고(L의 이 법정 진술), 전체 공정 중 15% 정도(피고인의 이 법정 진술)가 이루어졌다.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여 당초 예정한 준공일에 맞추어 공사를 완료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2011. 4.말경에서 2011. 5.초경 무렵 E과 피고인 사이에 피고인이 공사를 포기하는 문제에 관한 논의가 있었고, 이후 E이 자재대금 등을 직접 지급하는 형태로 공사를 진행하였다. 2011. 5.초경 이후 F이 D 등 인부들을 구해와 공사를 진행하였고, 자재대금 등은 F이 E에게 요청하면 E이 직접 지급하였다. 공사가 완료될 때까지 E이 직접 지급한 자재대금 등은 8,900만 원 가량이다.
E은 '피고인이 공사를 중단하였을 때 한 공사포기 논의는, 당시 피고인으로부터 노임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던 근로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형식적으로 한 것에 불과하고 실제 피고인이 공사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다만 피고인이 자재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공기가 지연되는 바람에 그 이후 자재대금은 E이 직접 지급하기로 한 것일 뿐이다. 자재대금 이외의 인건비는 피고인이 모두 지급하기로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E의 아들인 O도 대체로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
F은 피고인에게 고용되어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하던 사람으로, 위 공사 중단 이후에도 자재를 구입하고(단 대금은 E이 직접 지급), D 등을 구하여 공사를 진행한 사람이다. F은, '위 공사 중단 시점까지는 피고인이 공사를 진행하였으나, 위 중단 이후 피고인이 공사를 포기하면서 E이 직영하기로 했다. E이 자재대금을 직접 지불한 것은 물론 일부 인건비도 지급했으며, 공사가 완료되면 D 등에 대한 임금도 E이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F이 D 등으로 하여금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일하게 할 당시 E이 임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이 사건 공사 진행 중 외부콘크리트 타설 등 13개 항목 4,100만 원 정도의 추가 공사가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당초 이 사건 공사를 도급받았던 I도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은 위 공사 중단 이후 공사를 포기하고 E이 직영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L은 이 법정에서 '위 공사 중단 당시 L이 E에게 E이 돈을 들여 건축을 마친 후 정산하라고 건의하였다.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일할 당시 F으로부터 E이 임금을 지급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D, J, L, K, M, G는 당초 F을 사용자로 판단하고, F을 상대로 이 사건 진정을 하였다.(D, J은 그 뒤 피고인을 상대로도 진정하였다.)
판단
피고인이 공사 중단 이후 2011. 4. 말경 공사를 포기하였다고 하지만, 피고인이 공사를 포기하였다면 E과의 사이에 정산이 이루어졌어야 할 것인데도 정산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비롯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를 포기하였다고 하는 이후에도 E의 소개로 H로부터 어음 할인을 받기도 하였던 점(증거기록 154, 155, 185쪽) 등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를 분명하게 포기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기는 하다.(단, 만일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면 이 사건 공사가 완료된 이후에라도 정산이 이루어져야 할 것인데 그러한 정산이 없었으므로, 포기 무렵 정산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 피고인의 이 사건 공사 포기 여부를 판단하는데 결정적인 근거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위 공사가 중단된 이후 이 사건 공사현장을 실질적으로 관리한 F은 피고인이 공사를 포기한 상태에서 E에 의하여 직영으로 공사가 진행되었다고 분명하게 진술하고 있고, 실제로 E이 F을 통하여 잔여공사를 하면서 8,900만 원 가량을 직접 지출하여 F의 진술에 부합한다. E이 자금집행을 하는 가운데 이 사건 공사 현장을 직접 관리한 F이 공사의 주체를 E으로 인식하고, E이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전제로 D 등을 사용하였고, L도 이 법정에서 같은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E이 직접 지출한 돈이 8,900만 원으로 공사 중단 전까지 피고인에게 지급된 4,100만 원의 2배에 이르는 점에 비추어 보면, 그 중에는 인건비도 포함되어 있다고 인정되므로, 이 점에서도 F의 진술과 부합한다. 이와 같이 D 등을 구인하여 직접 사용한 F이 공사의 주체를 E으로 인식하고, E이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전제로 일을 시켰으며, 달리 위 공사 중단 이후에도 피고인이 공사의 주체로서 D 등을 고용하고 사용하였다는 징표는 없다. D 등도 F이 사용자인 것으로 알고 F을 진정할 정도였으므로, D 등의 진술에도 피고인이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할 부분이 없다. 당초 피고인이 이 공사를 도급받아 공사를 시작하였던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D 등의 사용자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E, O의 각 진술 중 2011. 5. 이후에도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의 수급인으로 D 등을 고용한 주체라는 부분은 위와 같이 객관적인 사실에 반하여 이를 믿기 어렵다.
피고인과 E 사이에 이 사건 공사의 도급계약에 관한 분명한 정산이 이루어지지 않아 피고인이 E에 대하여 도급계약상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데 따른 손해배상채무 등을 부담하고 있을 수는 있지만, 이는 E에 대한 도급계약상의 채무에 불과하고 D 등에 대한 임금지급 채무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바,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이 사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연우(재판장) 김수연 최혜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