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 A
피고인은 F 주식회사(이하, 'F'라 한다)와 G 주식회사(이하, 'G'이라 한다)의 적법하게 선출된 각 대표이사로부터 법인인감 반환 통보를 받은 적이 없고, 법인인감의 불법·사적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이를 반환하지 않았을 뿐 횡령한 것은 아니다.
피고인 B
피고인은 장기간 복잡한 분쟁이 있는 중 사실관계를 착오하여 고소사실 일부로 이 사건을 기재한 것이고, 고소장 기재 사실 이외 A에 대한 추가 배임혐의가 인정되기 때문에, 무고의 범의가 없다.
검사(피고인 A에 대하여)
법리오해
피고인은 임기가 만료되고 약 2~3개월이 경과하였는데도 법인인감 반환요청에 불응하였고, 이는 단순한 부작위를 넘어 피해 법인들의 업무 경영을 저해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법인인감도장의 횡령 또는 취거라는 작위에 의한 실행행위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서 업무방해죄에 있어서의 '위력'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원심판결에는 업무방해죄에 있어서의 '위력' 및 '부진정 부작위범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1,500,000원)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판단
피고인 A의 주장에 관한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서울 강남구 E빌딩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F와 G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사람이고 B은 위 회사들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사람이다.
F는 2012. 2. 1. H와 사이에 F 운영권을 H로부터 인수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잔금지급을 지연하여 2013. 1. 16. 계약해제통보를 받고 이에 대해 법원에 매수자지위임시확인 등에 관한 가처분을 신청하여 놓은 상황이었다. 한편, I는 2012. 1. F에 10억 원을 투자하면서 2012. 7.까지 원금을 반환받기로 하였으나 그 돈을 돌려받지 못하자 2013. 3. 27. 청주지방법원에 F와 연대보증인 피고인을 상대로 투자금 중 미변제 금액인 6억 9,500만 원의 반환을 구하는 지급명령을 신청하였고, 그 지급명령을 송달받은 피고인 및 B은 2013. 4. 12. 지급명령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제출하였는데 그 이의신청 사실을 알게 된 I가 피고인 및 B에게 이의신청을 취하하지 않으면 F가 진행 중인 위 가처분신청 사건과 관련하여 F에 불리한 자료(투자금 미반환, 임금 미지급 사실 등에 관련된 자료)를 제출하겠다는 취지로 압박을 가하자 가처분신청 사건에 대한 악영향을 우려한 피고인 및 B은 2013. 4. 18. 위 F 사무실에서 이의신청을 취하하기로 합의하였고, 그 합의에 따라 피고인이 2013. 4. 19. 청주지방법원에 이의신청 취하서를 제출하였던 사실이 있다.
한편 위와 같이 F의 공항운영권 인수계약이 해제되면서 사업에 차질이 발생하여 피고인이 투자자들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피고인 및 B은 회사의 자금 사용처와 관련하여 상호 갈등을 겪어 왔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B과 사이에 자금의 사용처와 관련하여 갈등을 겪던 중 2013. 12. 위 F 사무실에서 B의 지시를 받아 법인인감도장을 관리하던 F의 경리직원 J으로부터 회사 자금의 사용처 확인을 위한 계좌거래내역 발급 목적으로 F와 G의 법인인감도장을 건네받아 보관하던 중 B으로부터 수회에 걸쳐 반환요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B에게 법인인감도장을 반환하면 회사의 자금을 임의로 사용하여 대표이사 명의자인 피고인 자신에게 법적인 책임이 전가될 수도 있다는 이유로 2014. 1.부터 사무실에 출근조차 하지 않으면서 포항시 소재 피고인의 주거지로 그 법인인감도장을 가지고 내려가, 2014. 3. 18. G 대표이사직에서 퇴임하고, 2014. 4. 20. F 대표이사직에서 퇴임하였으며, 2014. 6. 16. 위 각 회사로부터 법인인감 반납 등을 통보받았음에도, 2014. 6. 16.부터 본건으로 고소를 당한 이후인 2015. 3. 26.까지 그 법인인감도장을 회사의 실질적 운영자인 B에게 반환하지 않음으로써 피해자 F와 G 소유의 법인인감도장을 횡령하였다.
원심 및 당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판결문 제5면 제12행부터 제20행에 이르기까지 그 이유를 설시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피해 법인들의 법인인감 도장을 횡령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인은 2011. 3. 18. G의, 2011. 4. 20. F의 각 사내이사로 취임하였는데, 양사는 모두 이사의 임기가 3년이고 1인 이사도 가능하다. 피고인은 2014. 4. 20. F에서, 2014. 3. 18. G에서 각 임기만료로 퇴임하였다.
F는 2013. 12. 31., G은 2014. 3. 31. 각 폐업되었기 때문에, 명의상 대표이사인 피고인의 법적 책임이 문제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법인인감 도장 반환요청에 불응하였다.
피고인은 G, F가 각 연대보증인으로 기재된 R 주식회사, S 주식회사와의 금전소비대차계약에서 대표이사로 기재돼 있을 뿐이고 그와 별도로 개인 신분으로 연대보증인이 된 적은 없다.
G, F는 2014. 3.부터 피고인에게 법인인감 도장 반환 등을 요청하였기 때문에, 오히려 피고인으로서는 이사 임기 만료를 이유로 해임에 적극 응하는 방법으로 잠재된 법적 위험에서 자유로워질 수도 있었다.
피고인 B의 주장에 관한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대표이사 명의자인 A이 위 가.1)항과 같이 법인인감 도장을 소지한 채 사무실에 출근하지 아니하여 업무수행에 방해를 받게 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A을 상대로 고소하기로 마음먹고, 사실은 위와 같이 자신이 I의 지급명령에 대한 이의신청을 취하하는 데 동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2014. 8. 29.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A이 회사의 실질적인 운영자인 피고인과 상의하지도 않고 임의로 지급명령에 대한 이의신청을 취하하여 지급명령이 확정되도록 함으로써 F에 6억 9,50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으니 배임죄로 처벌하여 달라'는 취지로 고소장을 제출함으로써 A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수사기관에 허위사실을 신고하여 A을 무고하였다.
당심의 판단
관련 법리 및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는 A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수사기관에 허위사실을 신고하는 무고의 범의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는 때에 성립하는 것으로, 여기에서 허위사실의 신고라 함은 신고사실이 객관적 사실에 반한다는 것을 확정적이거나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신고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04. 1. 16. 선고 2003도7178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은 원심에 제출한 2015. 9. 7.자 변론요지서를 통해 'A이 I에게 개인적으로 협박받아 구속될까 우려하면서 피고인을 심적으로 압박하고 술을 먹고 공공연하게 협박을 하여 피고인이 불가피하게 동의를 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여(제179면) A이 I의 지급명령에 대한 이의신청을 취하하는 데 동의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최소한 미필적으로도 신고사실이 객관적 사실에 반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신고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그리고 A과 K도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위 이의신청 취하에 동의하였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이 제출한 고소장은 명백히 이 부분 공소사실을 기재하고 있고,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도 이 부분 공소사실 이외에 원심 및 당심에서 주장하는 A의 배임혐의를 별도로 주장하고 있지는 않다.
A과 I는 중학교 동창, 피고인과 A은 대학교 동창으로 각각 오랜 기간 친구사이인데, I, A의 피고인에 대한 폭력·협박이 있음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I, A의 폭력·협박으로 피고인의 위 이의신청 취하 동의를 무효로 볼 수는 없다.
검사의 주장에 관한 판단
법리오해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이 위 가.1)항 기재와 같이 2014. 6. 16.부터 2015. 3. 26.까지 피해자 F와 G 소유의 법인인감 도장의 반환을 거부함으로써 위력으로써 피해자들의 회사 관리 및 정리 업무를 방해하였다.
원심 및 당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판결문 제6면 제6행부터 제14행에 이르기까지 그 이유를 설시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 및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업무방해죄의 수단인 위력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검사의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업무방해죄의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하게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아니하고,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되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지만, 범인의 위세, 사람 수, 주위의 상황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 족한 정도가 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그러한 위력에 해당하는지는 범행의 일시·장소, 범행의 동기, 목적, 인원수, 세력의 태양, 업무의 종류, 피해자의 지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도10956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법인인감 도장 반환 요구를 받았을 당시에는 이미 G, F가 폐업하거나 사실상 폐업상태였기 때문에, 피해 법인들의 정상적인 운영이 저해될 가능성은 낮다.
피고인은 피해 법인들의 업무 경영을 저해할 목적보다는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진 사업이 좌초됨에 따라 대표이사 직위에 있는 본인에게도 법적 책임이 문제될 것이 우려되어 소극적으로 피해 법인들의 법인인감 도장 반환 요구를 거부하는 부작위에 이른 것으로 보이고, 더 나아가 피해 법인들에게 압력을 가하여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고자 실력행사를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양형부당
검사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피고인을 엄히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피고인은 거액의 사업이 좌초됨에 따라 대표이사였던 본인에게도 피해가 있을 것을 우려하여 소극적으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하여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실제 피고인은 F의 경영악화가 심화되어 근로자에게 임금을 체불한 결과 근로기준법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 받은 점, 피해 법인들이 폐업된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이 이루어져 손해발생의 위험이 크게 현실화되지는 아니한 것으로 보이는 점, 위 벌금형 1회 이외에는 전과가 없는 점과 기타 피고인의 나이, 성행, 가정환경, 전과관계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조건을 참작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량은 모두 적절하다고 판단되고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는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 및 검사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임범석(재판장) 조희성 서동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