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 지위
피고는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등을 하는 회사이다.
E(2017. 10. 25. 사망)는 피고의 근로자로, F 냉장 화물차(이하 ‘이 사건 화물차’라 한다)로 편의점 체인 ‘G'의 대구 내 가맹점에 저온 보관 상품을 배송하는 일을 하던 사람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으려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여야 한다(대법원 1998. 5. 8. 선고 98다6084 판결 등 참조). E가 피고 근로자로서 재해로 사망했음이 인정되어, 근로복지공단이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서울행정법원 2018구합64443)이 확정되었다. 관련 확정판결에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 고용 관계를 부인하는 피고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원고 A은 E의 처, 원고 B, C은 그의 자녀이다.
사고의 발생
E는 2017. 10. 25. 00:04경 이 사건 화물차를 몰고 대구 달성군 H에 있는 G 편의점 ‘I점’ 앞에 도착해 배송을 마치고, 00:06경 적재함에 올라탔다. 그때 내리막길에서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우지 않은 채 서 있던 이 사건 화물차가 뒤쪽으로 굴러 내려가자 E는 뛰어내리다가 뒷바퀴에 깔렸고, 같은 날 1:55 외상성 질식 등의 원인으로 사망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7호증, 을 제6호증의 1 내지 3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원고들의 주장
피고가 지나치게 빠듯한 일정에 따른 배송업무를 맡겨, E는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울 여유도 없이 작업을 하다가 이 사건 사고가 생겼다. 피고는 E가 과도하게 근무하게 함으로써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했으므로, 이 사건 사고로 생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피고는 E의 상속인인 원고 B, C에게 상속분에 따라 각 84,593,097원[= {재산상 손해 256,075,840원(일실수익 320,094,801원 × 피고 책임 비율 80%) + 위자료 4,000만 원} × 2/7]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 A의 상속분은 받은 유족급여로 전부 공제되었다).
아울러 피고는 위자료로 원고 A에게 2,000만 원, 원고 B, C에게 1,000만 원씩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근로자가 사고로 생명을 잃지 않도록 보호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려면, 그 사고가 통상 생길 수 있는 것임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6734 판결 참조).
위에서 인정한 사실과 을 제1호증, 을 제3호증의 1 내지 3, 을 제4호증의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아래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사실에 비추어, E와 같은 조건으로 운송 업무를 맡은 근로자라면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우지 않아 굴러 내려가는 자기 화물차에 치이는 사고를 통상적으로 당할 것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원고들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사고가 생긴 날 E가 상품을 배송해야 할 편의점은 34곳이었다. 피고 소속 운전기사의 평균 배송 점포 수는 31.1곳이었고, 37곳에 배송하는 사람도 있었다.
E는 2015. 8. 10. 피고와 이른바 ‘지입계약’을 체결하고 그 무렵부터 G 편의 점 상품 배송업무를 해왔다. 이 사건 사고가 생길 무렵, 이전과 비교해 배송경로가 크게 변경되었거나 배송장소가 늘었음을 알 수 있는 증거는 제출되지 않았다.
배송일정상 E는 첫 배송지인 ‘J점’에는 21:40, 마지막 장소인 ‘K점’에는 01:35 도착하게 되어 있었다. 실제 E는 첫 배송지에 20:56 도착했고, 50분(23:10~24:00)이 주어진 ‘L점’과 ‘M점’ 사이 구간은 33분(22:40~23:13) 걸렸다. 이 사건 사고가 생긴 ‘I점(31번째 배송지)’ 앞에는 예정(01:00)보다 53분 일찍 도착했다.
E는, 4개 구간[19~20번째 점포(50분), 20~21번째 점포(10분), 31~32번째 점포(10분), 32~33번째 점포(20분)]을 빼고는 다음 점포에 5분 만에 도착하도록 일정이 짜여 있었다. 이 사건 사고 당일 실제 도착시각을 보면, 그보다 더 걸린 구간이 있으나 1분밖에 걸리지 않은 곳(N점-L점)을 비롯해 빨리 지나간 점포도 많아 전체 소요시간을 평균하면 예정보다 덜 걸렸다. 피고가 각 점포별로 예정된 배송시각을 정확히 지키지 못한 기사에게 불이익을 주었음을 알 수 있는 증거는 제출되지 않았다(E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위 행정법원 판결에서도 그런 사정은 나타나 있지 않다).
[이 사건 사고 장소에서도 도착에서 배송을 마치기까지 2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동선, 배송물량, 업무 숙련도 등을 고려한 면밀한 작업분석을 통해 불가결한 소요시간을 계산하지 않고서, 단지 배송예정시각 간격이 5분이었다는 사정만으로 안전을 도외시해야 할 정도로 업무부담을 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결 론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판사 김은구
각주1) 청구취지의 원고 C 청구금액 99,593,097원은 잘못 적었다고 보인다.
각주2) 원고가 제출한 차량운행일지(갑 제4호증)에 기재된 35곳 중 ‘O점(순번 21)’은 이 사건 사고 당일에는 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각주3) 인터넷 포털사이트 ‘P’ 지도에 따르면 약 30㎞이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