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20. 5. 28. 선고 2019노1131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기준법위반의 점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공소기각을,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유죄를 각 선고하였는데, 피고인만이 유죄부분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한 이 사건에서 위 공소기각부분은 이미 확정되었으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만이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된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피고인이 업체를 운영하면서 일시적으로 채무초과 상태가 발생하여 피해자들에게 납품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된 것일 뿐, 피고인이 고의로 채무초과 상태를 만들었다거나 납품대금 지급시기를 확정적으로 말하는 등으로 피해자들을 기망한 사실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징역 8월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3.

직권판단

피고인의 항소이유를 판단함에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공소사실을 아래 공소사실의 요지와 같이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아래에서 판단한다.

4.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가.

변경된 공소사실의 요지

『2018고단492』

피고인은 2013. 2.경부터 2017. 6.경까지 대구 달서구 B에 있는 주식회사 C를 실제로 운영하는 사람으로 금형 제조업에 종사하여 왔다.

피고인은 2016. 6. 1.경 위 C 사무실에서 피해자 주식회사 D의 대표 E에게 '금형 소재를 가공하여 납품해주면 대금을 1개월 후에 지급하겠다.'라는 취지로 거짓말을 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피고인은 2015.경부터 기존 채무만 3억 원에 달하였고, 2016. 6.경부터 체납한 세금이 5,000만 원에 이르렀으며 거래처로부터 받은 대금은 모두 직원 월급으로 지급하고, 그것마저 부족하여 협력업체들로부터 1억 5,000만 원을 추가로 차용하는 등 사정이 매우 어려웠던 데다가 2015. 6.경부터 추가 수주마저 거의 없었으므로 피해자 회사로부터 납품을 받더라도 그 대금을 제때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이와 같이 E을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 회사로부터 2015. 11.경부터 2017. 1.경까지 8,824,640원 상당의 금형을 납품받았으나 3,268,397원을 지급하지 아니함으로써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4개의 피해자 회사들을 상대로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 회사의 직원들을 기망하고 그들로부터 금형을 납품받거나 작업을 완료하게 한 뒤 그 중 45,025,280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그들로부터 금형을 납품받거나 작업을 완료하게 한 뒤 그 대금 중 일부를 지급하지 아니하여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사기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리

사업체의 경영자가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거래를 하였다가 그 채무를 이행하지 못한 경우, 경영자가 거래 당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어 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예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사기죄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보는 것은, 발생한 결과에 의하여 범죄의 성립 여부를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설령 경영자가 채무불이행의 가능성을 인식하였더라도 이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한 정도로 있다고 믿었고, 또한 성실하게 계약을 이행하기 위하여 노력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을 때에는, 경영자에게 편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2001. 3. 27. 선고 2001도202 판결,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5도1809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①

피고인이 운영하던 C는 금형을 제조하는 업체인데, 피고인이 공급받은 물품은 금형 부품으로 금형 제조 등에 필요한 물품이고, 피고인이 요청한 광택 작업은 금형 납품 등을 위한 마무리 작업으로, 모두 C의 사업 수행과 관련된 물품 또는 작업이다.

②

피고인이 공급받은 부품 등으로 금형을 제조하여 판매한 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매입매출장)가 제출되어 있고, 피고인은 금형 판매대금 외에도 대출금이나 다른 업체로부터 돈을 차용하여 거래처에 대한 채무 변제와 직원 임금 지급에 사용하였다는 취지로 수사기관에서 진술하였으며, 피고인이 공급받은 금형 부품이나 금형 판매대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였다고 볼 자료는 없다.

③

또한, 피고인은 주식회사 D로부터 2015. 11.경부터 2017. 1.경까지 합계 20,268,397원 상당의 금형 부품을 공급받아 2016. 2.경부터 2016. 10.경까지 합계 17,000,000원을 변제하였고(추가증거기록 3면), M을 운영하는 G로부터 2015. 6. 18.부터 2016. 7. 28.까지 공급받은 금형 부품의 대금 합계 52,500,000원을 전부 변제하였으며(추가증거기록 51면 이하, G의 피해금액 24,850,000원은 2016. 9. 27. 이후의 거래금액이다), 주식회사 N로부터 2014.경부터 2017. 2. 13.경까지 합계 34,444,403원(= 공급금액 31,313,094원 + 부가가치세 3,131,309원) 상당의 금형 부품을 공급받아 2017. 2. 2.까지 합계 27,402,520원을 변제하였고(추가증거기록 75면 이하), P을 운영하는 I에게 지급하여야 할 2016. 7. 29.부터 2017. 3. 17.까지의 광택작업비 합계 12,800,000원 중 약 3,000,000원 정도를 변제하기도 하였다(추가증거기록 62면 이하, 2018고단492 증거기록 90면).

④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할 때, 피고인은 공급받은 금형 부품으로 금형을 제조, 판매하는 등으로 업체의 경영을 정상화시키기 위하여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⑤

피고인이 피해자들로부터 부품 등을 공급받는 과정에서 C의 재정 상황이나 피고인의 변제 능력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피해자들을 기망한 사실을 인정할 객관적인 자료도 없다.

⑥

한편 C가 세금체납을 이유로 강제폐업되자, 피고인은 일부 기계를 팔아 직원월급 등 경비로 사용하였고, 이미 수주한 금형의 납품에 사용되도록 나머지 기계를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2018고단492 증거기록 426면 이하).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납품대금이나 작업대금을 편취할 의사를 가지고 고의로 피해자들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았거나 작업을 완료하게 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고,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제4의 가.항' 기재와 같고, 이는 위 '제4의 다.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남근욱(재판장) 이용욱 김은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