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공소사실 불특정 주장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공모관계에 대하여 언제, 어디서 공모를 하였다는 것인지 특정되지 않았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의하여 이 사건 공소는 기각되어야 한다.
사실오인 주장
피고인은 원심 공동피고인 B(이하 'B'이라고만 한다)과 공모한 사실이 없고, 이 사건 범행에 기능적 행위지배를 한 것도 없으며, 이 사건 차용금의 용도와 차용 당시 주식회사 C(이하 'C'이라고만 한다)의 상황에 비추어 보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없음에도 원심은 유죄로 인정하였는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주장
원심의 형(징역 1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공소사실 불특정 주장에 관한 판단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에서 범죄의 일시·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취지는 법원에 대하여 심판의 대상을 한정하고 피고인에게 방어의 범위를 특정하여 그 방어권 행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데 있으므로, 공소 제기된 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그 공소의 원인이 된 사실을 다른 사실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일시·장소·방법·목적 등을 적시하여 특정하면 족하고, 공모의 시간·장소·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아니하였다거나 그 일부가 다소 불명확하더라도 그와 함께 적시된 다른 사항들에 의하여 그 공소사실을 특정할 수 있고, 그리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면 그와 같은 이유만으로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아니하였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8도6222 판결,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09도1872 판결 등 참조).
위 법리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피고인과 B이 공모한 내용 등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고, 피고인과 B의 역할분담과 행위태양, 편취의 시기 및 액수 등이 명시되어 있어 공소사실은 특정되었다고 할 것이고, 비록 공모의 시기·장소 등이 적시되어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심판의 대상이 불분명해진다거나 피고인들에게 방어의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볼 수는 없어, 원심판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공소사실의 특정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 가공하는 공범관계에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어느 범죄에 공동 가공하여 그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지고, 피고인이 공모의 점과 함께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으며, 이때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도8645 판결, 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8도6222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 등의 재력, 환경, 범행의 경위와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고(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4도8651 판결 등 참조), 그 범의는 확정적인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로도 족하다(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도10416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B과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였는데 원심은 '피고인들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이라는 항에서 이에 대한 판단을 자세하게 설시하여 위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다.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비추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보태어 보면, 원심 판시와 같이 피고인과 B이 이 사건 범죄에 공동 가공하여 그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이 있었던 사실, 피고인과 B의 기망행위 및 편취의 고의, 피고인의 기능적 행위지배, 기망행위와 처분행위 사이의 인과관계 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여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이 사건 차용금은 C이 발행한 약속어음의 결제용으로 사용되었는데, 그 약속어음은 발행금액 30,883,146원, 수취인 주식회사 J 약속어음과 발행금액 85,296,086원, 수취인 B인 약속어음이다(증거기록 81쪽과 83쪽).
B은 위 약속어음 중 발행금액 85,296,086원의 일부(2019. 12. 31. 제출 항소이유서 8쪽)를 피고인으로부터 빌려 사용하여 B도 약속어음의 부도를 막아야 할 필요성이 있으나, 위 발행금액 30,883,146원의 약속어음은 전적으로 C이 책임을 져야하고, 피고인도 위 약속어음을 모두 결제하지 못하면 결국 C이 부도가 나므로, 피고인과 B은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 하고 있었다.
이 사건 당시 C은 방위사업청과 군용트레일러 납품 계약을 1차로 2개월 연장한 상황이었으며 결국 2017. 3.경 2차 연장계약을 하지 못하고 방위사업청으로부터 계약 해지를 당하였다(증거기록 176쪽). C은 위 계약 해지로 자금회전이 되지 않아서 2017. 3. 27. 발행금액 41,115,000원과 50,000,000원인 약속어음 2장을 결제하지 못하여 결국 부도가 발생하였다(증거기록 69쪽과 72쪽).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B에게 어음이 돌아오기 때문에 돈을 구해야 하는데 한번 알아봐달라고 하였고, 은행마감까지 돈을 구하지 못하여 포기를 하고 있었는데, B이 돈을 구해서 입금했다고 연락이 왔다는 취지로 진술(증거기록 68쪽)하거나 2017. 2. 27. 약속어음을 막지 못하면 회사를 접는 것으로 생각하였고, 투자가 들어오지 않으면 갚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진술(증거기록 182쪽)하였고, 원심 법정에서는 2017. 2. 27.까지 직원과 매출처나 지인에게 전화해서 자금을 마련하려고 하고 있었으며, 2017. 2. 27. 당일에는 은행에 전화해서 어음금 입금 마감시간을 4시에서 7시로 연장해 놓았다는 취지로 진술(공판기록 95, 99, 100쪽)하였으며, B은 원심법정에서 당일 4시 넘어서 피고인이 계속 부탁하여 E에게 전화하여 일단 만나서 이야기하기로 하고서 E 사무실로 갔다고 진술(공판기록 82쪽)하였는데, 위 진술들과 앞서 본 사정에 비추어보면, 피고인은 사실상 B이 E을 만나러 가는 시점에는 위 트레일러 납품 사업진행을 포기하였거나 적어도 사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에 굉장히 힘든 상태였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당시 C의 규모와 채무 관계에 대하여, 공장은 시가 26억 원 정도이고, 직원들은 20명 정도이며, 연매출은 20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고, 채무는 K은행, 개인신용, 법인신용, 기술보증기금, 약속어음발행 등 약 55억 원 정도이며 B에게 C의 사정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70쪽).
피고인은 2018. 3. 9. 대구지방법원으로부터 2016. 6. 30.부터 2017. 3. 31.까지 사이에 퇴직한 15명의 근로자에게 상여금, 임금과 퇴직금 등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여 근로기준법위반죄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하였다(범죄경력등조회회보서, 판결문).
피고인은 경찰에서 B에게 약속어음의 결제를 위해 돈을 구해야 하는데 한번 알아봐 달라고 얘기하였다는 취지로 진술(증거기록 68쪽)하였는데, 위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최소한 B에게 이 사건 피해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누군가로부터 돈을 구해달라는 부탁을 한 것은 인정하고 있고, C의 사정을 잘 아는 B이 누군가에게 돈을 빌린다면 C의 경제적 상황을 제대로 알려서는 돈을 빌릴 수 없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고 보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위와 같이 C이나 피고인이 빌린 돈을 변제할 능력이 되지 못하였으니 공교롭게 E가 이 사건의 피해자가 되었을 뿐 누구라도 사기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었다.
한편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일인 2017. 2. 27. B에게 '차용증'이라는 제목의 문서에 '2017년 2월 27일에 금액(삼억 오천만 원)을 사용(차용)합니다. 그 중 이억 원은 E에게 차용함 연대보증금액과 금액(일억 천칠백만 원)과 이자 금액(삼천삼백만 원)을 E과 B에게 공통으로 차용합니다'라는 내용을 적은 후 그 밑에 '2017년 2월 27일', 'A'라고 기재한 후 지장을 날인하여 교부하였다(수사기록 92쪽, 공판기록 103쪽과 107쪽). 위 차용증을 보면 피고인은 B이 E으로부터 이 사건 차용금을 빌려왔음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된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피고인과 B이 C 명의로 발행한 약속어음을 결제하지 않을 경우 C의 부도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B에게 약속어음 결제용의 자금을 빌려오도록 하고, B은 이를 받아들이면서 피고인과 B 사이에 이 사건 범행의 공모관계가 성립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위와 같은 공모 후에 B만이 피해자에게 가서 돈을 차용하였더라도 피고인은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피해자를 상대로 한 이 사건 사기 범행의 실행에 가담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공동정범으로서 책임을 지게 된다.
또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차용금을 약속어음 결제에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으나 그러한 사용용도가 이 사건 범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칠 수 없고, 오히려 피고인과 B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동일하여 공범으로 인정되는 근거가 된다. 그리고 C의 당시 상황은 피고인과 B이 E에게 약속어음 결제용으로 돈을 차용한 행위가 기망행위에 해당하는 점을 뒷받침할 뿐이다.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형을 정하였고, 원심판결 이후 원심의 양형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정상이나 사정변경도 없다. 따라서 원심의 양형은 부당하지 않다.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기각한다[원심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과 관련하여 판시 범죄사실 첫머리 기재 전과에 대한 증거로 범죄경력조회와 판결문을 기재하였으나 증거목록이나 공판기록을 살펴보면 위 판결문이 법정에서 현출된 적이 있는지 여부를 알 수는 없으나 증거기록에 편철된 것을 보면 위 판결문을 통하여 범죄일시, 형량, 구체적 범죄사실 등 위 전과의 구체적 내용을 확인하고서 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른 적정한 형을 정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은 없다고 보이므로, 당심에서 위 판결문을 증거로 채택하는 절차만을 취하였다].
판사 최운성(재판장) 성경희 이영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