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의 지위
C 주식회사(이하 모든 회사명에서 주식회사는 생략한다)는 D에게 화성시 E 지상의 'C 신축공사'를 도급하였고, D은 원고에게 위 공사 중 철근콘크리트 공사를 하도급하였다.
원고와 피고 사이의 도급계약서 등 작성
원고와 피고는 2018. 5.경 위 철근콘크리트 공사 중 철근가공조립공사(이하 '이 사건 철근가공조립공사'라 한다)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의 재하도급계약서를 작성하고, 원고는 원고의 직인을 날인하였으며, 피고는 자필로 주소, 주민등록번호, 성명을 기재한 후 날인하였다(갑 제1호증, 이하 '이 사건 재하도급계약서'라 한다. 이 사건 재하도급계약서에서 갑은 원고, 을은 피고를 각 지칭한다).
피고 명의로 2018. 5. 25. 작성된 견적서(갑 제2호증)에는 '원고 귀중', '금액 2,529,700,000원(부가가치세 별도)', '모든 철근 잡자재 및 장비대 포함, 모든 시공상세도 작성 및 제출 포함, 기성은 층별로 차등단가 적용하며 계약자 의견을 수용한다, 철근 실사용수량 정산 조건'으로 각 기재되어 있고, 피고는 위 견적서에 날인하여 원고에게 제출하였다.
피고는 2018. 7. 27. 자필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이행확인각서(갑 제3호증)를 작성하고, 서명하였다.
피고의 공사 중단 등
피고는 2021. 2.경 이 사건 철근가공조립공사의 수행을 중단하였고, 원고는 남은 공사를 수행하여 완공하였다.
한편, 원고는 2018. 6.경부터 2021. 9.경까지 거의 매달 피고에게 적게는 100만 원에서 많게는 6,609,520원의 돈을 지급하였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1,013,315,832원 및 이에 대하여 2021. 2. 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 주장의 요지
원고
1)부당이득반환 청구<1>
이 사건 재하도급계약 중에는 원고와 피고가 실시공 물량(철근 톤당 33만 원)으로 공사대금을 정산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원고는 피고에게 위 공사대금으로 합계 3,955,925,832원(= 피고가 원고 또는 D로부터 이 사건 철근가공조립공사대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4,247,976,482원 - D이 철근가공조립팀의 노무비로 지급한 292,050,650원)을 지급하였다. 피고가 이 사건 철근가공조립공사를 중단한 무렵 피고의 실시공 물량은 '원고와 D 사이에 합의한 이 사건 철근가공조립공사의 철근 수량인 8,917톤'이므로, 최종적으로 정산된 이 사건 철근가공조립공사대금은 2,942,610,000원(=이 사건 재하도급계약상 단가인 철근 톤당 33만 원 × 위 철근 수량 8,917톤)이 된다. 피고는 원고로부터 수령한 3,955,925,832원 중 최종적으로 정산된 위 2,942,610,000원을 공제한 나머지 1,013,315,832원 상당의 이익을 법률상 원인 없이 취득하였고, 원고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 따라서 주위적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부당이득금 1,013,315,832원을 반환하여야 한다.
피고는 2018. 6.경부터 2021. 9.경까지 원고로부터 노무비 명목으로 합계 130,714,282원을 지급받았는데, 위 금전은 일종의 선지급된 이 사건 철근가공조립공사대금으로서 공사 완공 후 정산이 예정되어 있는 부분이다. 설령 위 1,013,315,832원 전부가 부당이득금으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재하도급계약에 따른 최종 정산금액을 초과하는 금원을 청구하여 수령하였음은 명백하므로, 피고는 적어도 위 130,714,282원 상당의 이익은 법률상 원인 없이 취득하였고, 원고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 따라서 예비적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부당이득금 130,714,282원을 반환하여야 한다.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피고는 이 사건 재하도급계약에 따른 단가(철근 톤당 33만 원)로 시공할 주의의무를 부담함에도, 이를 위반하여 실제로는 철근 톤당 약 476,391원(= 피고가 원고 또는 D로부터 이 사건 철근가공조립공사대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4,247,976,482원 ÷ 원고가 주장하는 피고의 실시공 물량 8,917톤)의 단가로 시공하는 등 만연히 과다한 공사대금을 지출하고, 이를 원고에게 청구하여 지급받음으로써 원고에게 위와 같이 초과지급된 1,013,315,832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으므로 민법 제390조에 따라 원고에게 1,013,315,832원을 배상해야 한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피고는 실제로는 철근 톤당 33만 원에 이 사건 철근가공조립공사를 수행할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이 사건 재하도급계약을 체결한 후에, 고의 또는 과실로 공사비를 과다 지출하고, 이를 원고에게 청구하여 지급받음으로써 원고에게 위와 같이 초과지급된 1,013,315,832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으므로 민법 제750조에 따라 원고에게 1,013,315,832원을 배상해야 한다.
피고
피고가 갑 제1, 2호증에 기명 또는 서명, 날인한 사실은 인정하나, 이는 원고의 요청에 따라 형식적으로 작성된 것일 뿐이고, 실질적으로는 피고는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노무를 제공한 근로자에 불과하다.
판단
가.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계약이 도급계약인지 고용계약인지 여부
관련 법리
도급은 당사자 일방이 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고(민법 제664조), 고용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노무를 제공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민법 제655조). 도급은 노무공급이라는 과정 자체보다는 일의 완성이라는 결과에 중점이 있는 반면, 고용은 근로자 자신에 의한 노무의 공급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이며 제공되는 근로에 의하여 어떤 일의 완성과 같은 일정한 결과가 발생하는지 여부는 고려되지 않는다. 또한 도급에서 수급인은 도급인으로부터 구체적, 개별적 지휘, 감독을 받지 않는 결과 노무공급의 구체적 수행방법이 주로 노무를 제공하는 측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는 반면, 고용에서는 노무공급이 사용자의 개별적, 구체적 지휘명령이나 감독을 받는 결과 사용자의 의사에 따라야 하는 것에서 차이가 있다.
처분문서는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의 내용에 따라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있었던 것으로 객관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6. 24. 선고 2021다220666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 갑 제4, 10 내지 12호증, 을 제2, 5, 12 내지 14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증인 F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고용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라 도급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에 임금 체불을 이유로 피고에 대한 진정을 제기하였으나,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은 피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2021. 9. 7. 위 진정에 대한 행정종결(법적용 제외) 처분을 하였다.
원고가 이 사건 철근가공조립공사와 관련하여 피고에게 구체적으로 업무지시를 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D 및 C 신축공사의 감리단의 요구에 따라 이 사건 철근가공조립공사의 설계가 변경되는 경우에, 원고가 피고에게 설계도면이나 지시사항을 전달한 바가 있기는 하나, 이는 철근콘크리트공사의 전체 공정을 관리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원고가 매일 아침에 철근가공조립공사팀의 출력 인원수를 피고로부터 보고받은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그 외에 출근 여부, 퇴근 시간, 연차, 휴게시간, 근무시간 등의 근태를 관리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피고 및 철근가공조립공사팀원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근무하였으며, 다른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것도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④ 피고가 이 사건 철근가공조립공사에 필요한 인부들을 데리고 왔고,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매월 투입인력 규모, 작업내용, 당일 작업수행 여부 등을 결정했으며, 공사에 필요한 기본적인 비품과 자재 등을 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도 원고에 대한 진정사건과 관련하여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에서 '각 팀의 구체적인 업무진행 방향은 각 팀의 팀장들이 정하고, 피고도 철근가공조립공사팀의 업무진행에 관하여 알아서 처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고는 원고의 요구로 원고가 미리 준비한 이 사건 재하도급계약서(갑 제1호증), 견적서(갑 제2호증)에 기명 또는 서명, 날인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실제로는 재하도급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없으면서 굳이 갑 제1, 2호증을 작성할 이유가 없어 보이고, 갑 제1, 2호증에는 각 계약금액이 약간 다르게 기재되어 있는데, 만일 원고가 의도적으로 실제 법률관계와 상이한 갑 제1, 2호증의 작성을 요구하였다면 굳이 금액을 다르게 기재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또한 갑 제1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2018. 5. 18.경 G로부터 '철근 톤당 368,000원'으로 기재된 견적서를 제출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원고가 철근가공조립공사를 수행할 업체를 선정하기 위하여 피고 및 G로부터 견적을 받았고, 더 낮은 견적을 제시한 피고와 이 사건 재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부합한다.
이 사건 재하도급계약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되는데다, 앞서 든 ① 내지 ⑤의 사정까지 고려하면, 원고가 피고에 대한 퇴직공제부금, 고용보험료,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을 납부하고, 2018. 6.경부터 2021. 9.경까지 거의 매달 피고에게 돈을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재하도급계약에 따른 최종적인 정산에 반영할 것을 염두에 두고 공사 전체의 원활한 진행을 위하여 피고의 편의를 도모한 방편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어, 이 사건 재하도급계약의 성립과 양립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피고는, '원고가 미등록 건설업자인 피고에게 철근가공조립공사를 재하도급주었으므로 이는 불법 하도급이고, 이 사건 재하도급계약의 효력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건설산업기본법에는 같은 법 제25조 제2항, 제29조 제2항<2>을 위반한 계약의 효력에 관하여는 아무런 정함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위 각 규정은 원래 자유로이 할 수 있었어야 할 공사 하도급계약을 건설공사의 적절한 시공과 건설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일정한 범위에서 제한하는 것인바, 이는 단속규정에 불과할 뿐 그 위반행위의 사법상의 효력까지를 부인하는 효력규정은 아니다.
피고는, '우월적 지위에 있는 원고의 요구로, 피고가 원고가 불러주는 대로 갑 제3호증(공사 진행 관련 이행 확인각서)을 작성한 것이다'고 주장하나,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우월적 지위에서 피고에게 갑 제3호증의 작성을 강요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부당이득반환 청구에 관한 판단
주위적 청구
원고는, 피고가 기성청구를 하면서 요청한 피고의 계약 업체 또는 고용 인력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식으로 피고에게 지급한 공사대금이 3,955,925,832원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원고의 위 주장에 부합하는 듯한 증인 F의 일부 증언은 증인 F이 원고의 전 직원이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재하도급계약관계가 상당한 기간 지속되었음에도 원고가 피고 작성의 기성청구서 등을 전혀 제출하지 못한 점 등에 비추어 선뜻 믿기 어렵다. 또한 원고가 작성한 자료이거나, 원고를 '공급받는 자'로 하여 발행된 세금계산서 또는 피고가 아닌 제3자에 대한 이체확인증 등에 불과한 갑 제6, 7, 8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의 위 주장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결국 원고 주장과 같은 액수의 공사대금이 피고에게 지급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위적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예비적 청구
원고의 예비적 청구 또한 원고가 피고에게 공사대금을 초과 지급하였음을 전제하는데, 앞서 보았듯이 이는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전제를 달리 하는 원고의 위 예비적 청구도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만연히 과다한 공사비용을 지출하였다거나, 원고에게 과다한 공사대금을 청구하여 지급받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앞서 보았듯이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철근가공조립공사대금을 초과 지급한 사실은 인정되지 않는다. 설령 피고가 약정한 단가(철근 톤당 33만 원)를 초과하는 공사비를 지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피고는 이 사건 철근가공조립공사계약서 중 특기사항 제5항에 따라 정산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으로 보일 뿐 곧바로 채무불이행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고는 할 수 없다. 결국 원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도 이유 없다.
라.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고의 또는 과실로 만연히 과다한 공사비용을 지출하였다거나, 원고에게 과다한 공사대금을 청구하여 지급받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앞서 보았듯이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철근가공조립공사대금을 초과 지급한 사실은 인정되지 않는다. 설령 피고가 약정한 단가(철근 톤당 33만 원)를 초과하는 공사비를 지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피고는 이 사건 철근가공조립공사계약서 중 특기사항 제5항에 따라 정산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으로 보일 뿐 곧바로 불법행위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고는 할 수 없다. 결국 원고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도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엄성환(재판장) 김민지 최여진
각주1)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가 서로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청구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본래적 의미의 예비적 병합이 아니라 원고가 심판의 순서를 붙여 선택적으로 청구한 것으로 보아 판단한다.
각주2) 건설산업기본법 제25조(수급인 등의 자격 제한)
사건정보
대구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1가합207278
판결선고
2023. 10. 17.
대구지방법원
제13민사부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