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의 이 사건 입찰공고
원고는 2019. 10. 30. 원고의 본사 및 15개 사업소에 대하여 특수경비용역(시설방호, 경비, 방범, 재난예방활동 등)을 수행할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공고(이하 ‘이 사건 입찰공고’라 한다)를 하였는데, 그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고는 이 사건 입찰공고 당시 예비가격의 기초가 되는 기초금액(= 추정가격 + 부가가치세) 30,956,364,084원에 관하여 ‘산출내역서’(이하 ‘기초금액 산출내역서’라 한다)를 제공하였는데, 위 산출내역서 상 기초금액의 구성은 아래 표 기재와 같았다. 한편 기초금액 산출내역의 ‘확정분’ 중 ‘경비’ 항목의 세부항목에는 ‘산재보험료’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기초금액 산출내역에 첨부된 본사 및 15개 사업소의 원가계산서에는 월별 산재보험료의 액수가 각 기재되어 있었고 그 총액은 월 44,242,734원이었다.
피고는 이 사건 입찰공고에서 정한 기초금액 30,956,365,084원의 약 89.7%에 해당하는 27,768,510,000원(부가가치세 포함)을 입찰금액으로 하여 입찰하였는데, 입찰 당시 제출한 산출내역서(이하 ‘입찰금액 산출내역서’라 한다)상 입찰금액 구성의 내역은 아래 표 기재와 같았다.
원·피고의 이 사건 용역계약
피고는 이 사건 입찰의 낙찰자로 선정되어 2019. 11. 29. 원고와 사이에, 피고가 2019. 12. 1.부터 2020. 11. 30.까지 원고의 본사 및 15개 사업소에 관한 특수경비용역 업무를 수행하고, 원고로부터 그 용역대금으로 입찰금액과 동일한 27,768,510,000원을 지급받는 내용의 특수경비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용역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용역계약 체결 직후 피고에게 위 용역대금 중 ‘확정분’에 해당하는 23,894,468,124원을 지급하였다.
이후 원·피고는 계약기간의 연장 및 국민건강보험료율, 장기요양보험료율, 고용보험료율 등의 변경에 따라 2020. 7. 2.경부터 2021. 5. 20.까지 4회에 걸쳐 위 용역계약의 내용을 변경하였는데, 최종적으로 확정된 계약기간은 ‘2019. 12. 1.~2021. 5. 31.’, 용역대금은 ‘45,220,676,668원(= 확정분 38,394,103,975원 + 정산분 2,715,602,087원 + 부가가치세 4,110,970,606원)’이었다.
원고의 산재보험료 재산정 및 반환 요구
원고는 2021. 4.경 이 사건 입찰공고 당시 기초금액을 산정할 때 확정분 중 경비 항목에 포함되는 세부항목인 산재보험료를 계산함에 있어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 징수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제12조에 기한 고용노동부 고시인 「2019년도 사업종류별 산재보험료율 고시」(고용노동부고시 제2018-90호)에 따른 요율(이하 편의상 ‘법정요율’ 또는 ‘법정 산재보험료율’이라 한다)인 1.45%보다 높은 2.8%를 적용하였음을 확인하였다. 이에 원고는 그 무렵 피고에게 ‘기초금액을 산정함에 있어 산재보험료율을 잘못 적용하였음으로 인하여 피고에게 지급할 용역대금 중 산재보험료 및 그에 연동되는 일반관리비, 이윤을 과다책정 되었다.’라고 주장하면서, 법정 산재보험료율 1.45%에 따라 다시 산정한 용역대금과의 차액 447,006,771원(이하 ‘이 사건 초과분’이라 한다)을 반환할 것을 요구하였다.
원·피고 사이에 이 사건 초과분 반환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자, 원고는 2021. 7.경 피고에게 이 사건 용역계약 중 이 사건 초과분의 정산은 유보하고, 다른 비용의 정산분 489,626,775원을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0, 13 내지 15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26 내지 2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청구원인
원고는 아래에서 보는 제1 내지 4청구의 청구원인을 선택적으로 주장하면서,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초과분 상당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판단
제1청구에 관하여(착오 취소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청구)
주장
이 사건 입찰 및 용역계약 체결 당시 피고가 산재보험료율을 법정요율인 1.45%가 아닌 2.8%로 잘못 적용한 입찰금액 산출내역서를 원고에게 제출하는 바람에 원고가 착오에 빠져 이 사건 용역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이러한 원고의 착오는 동기의 착오에 해당하지만, 원·피고는 이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았고 이 사건 용역계약 내용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이룬다. 따라서 원고는 착오를 이유로 이 사건 용역계약 중 이 사건 초과분에 해당하는 부분의 계약을 취소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초과분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서 반환할 의무가 있다.
판단
민법 제109조 제1항은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동기를 당해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을 것을 상대방에게 표시하고 의사표시의 해석상 법률행위의 내용으로 되어 있다고 인정되면 충분하고, 당사자들 사이에 별도로 그 동기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기로 하는 합의까지 이루어질 필요는 없지만, 그 법률행위의 내용의 착오는 보통 일반인이 표의자의 입장에 섰더라면 그와 같은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여겨질 정도로 그 착오가 중요한 부분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00. 5. 12. 선고 2000다12259판결 등 참조).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보면, 비록 원고가 이 사건 용역계약에 적용되는 법정 산재보험료율에 관하여 착오를 일으켜 이 사건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동기의 착오에 불과하다고 할 것인데, 원고 제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그 주장과 같은 동기를 피고에게 표시하는 등으로 그것이 이 사건 용역계약의 내용에 포함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이 사건 입찰은 ‘총액입찰방식’으로 진행되었고, 이 사건 용역계약 또한 사후정산할 것을 예정하고 있는 항목 이외에는 함부로 용역대금을 증·감 변동할 수 없는 ‘총액계약’이다. 그리고 원고가 이 사건 입찰 과정에서 피고 등 입찰자에게 제공한 기초금액 산출내역서에는 산재보험료에 관하여 그 총액만을 기재하였을 뿐 적용된 산재보험요율 등 그 산정방식을 기재하지는 않았다. 위와 같은 이유로 피고를 비롯한 입찰자들은 원고가 적용한 산재보험료율 등 산재보험료 산정방식에 관하여는 별다른 의문을 품거나 의미를 두지 않은 채 원고가 제시한 기초금액만을 고려하여 기초금액의 약 88% 내지 89%에 해당하는 금액을 입찰금액으로 해서 입찰에 참가하였을 뿐이다.
원·피고는 피고의 입찰금액인 27,768,510,000원을 그대로 용역대금으로 정하여 이 사건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계약 체결 과정에서도 원·피고는 위 용역대금에 포함되는 세부항목인 산재보험료의 산정방식에 관하여 협의를 거친 사실이 없다.
원고는 이 사건 입찰공고에서 ‘총액입찰임에도 불구하고, 국민건강보험료, 국민연금보험료, 노인장기요양보험료, 퇴직급여충당금은 「정부입찰·계약 집행기준」에 따라 사후정산 대상임’을 명시하였는데, 그에 반하여 산재보험료에 관하여는 그와 같은 기재를 하지 않았다. 그에 따라 피고로서는 산재보험료에 관하여도 국민건강보험료 등과 마찬가지로 법정요율에 따라 사후정산을 거쳐야함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④ 원·피고 사이에 사후정산 대상임을 표시하지 않은 산재보험료 등에 관하여도 법정요율에 맞춰 사후정산을 거쳐 왔다거나 그러한 관례가 형성되어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
설령 원고 주장의 착오가 이 사건 용역계약의 내용으로 되고 그 착오가 중요한 부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할 수 없는데(민법 제109조 제1항 단서),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표의자의 직업, 행위의 종류, 목적 등에 비추어 보통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결여한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원고는 오래 전부터 반복하여 특수경비용역 업무에 관하여 입찰공고를 거쳐 용역계약을 체결해왔으므로, 기초금액의 산정방식은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따라서 이 사건 입찰공고 당시 원고 담당직원으로서는 당시에 적용되던 법정산재보험료율을 포함하여 각종 보험료율을 확인한 다음 그에 따라 기초금액을 새로 산정하기만 하면 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그럼에도 원고 담당직원은 당연히 확인했어야 할 법정 산재보험료율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만연히 그보다 높은 요율을 적용하여 기초금액을 산정하는 명백한 잘못을 범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법정 산재보험료율을 적용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입찰공고를 하고 이 사건 용역계약을 체결한 것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착오에 있어 중대한 과실이 있는 원고로서는 그 주장과 같은 착오를 이유로 이 사건 용역계약 중 이 사건 초과분에 해당하는 부분의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고의 착오 취소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받아들일 수 없다.
제2청구에 관하여(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주장
이 사건 입찰공고 당시 첨부한 ‘특수경비 특수조건’(갑 제3호증의 5) 제10조<1>에 의하면, 피고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산재보험료에 대하여 관계법령이 정한 금액을 반영·책정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담한다. 그럼에도 피고는 위와 같은 의무를 위반하여 산재보험료를 법정요율 1.45%보다 높은 2.8%를 기준으로 계산하여 입찰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위와 같은 산재보험료율을 기준으로 한 이 사건 용역계약을 체결하게 하여 이 사건 초과분 상당의 손해를 입게 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이 사건 초과분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앞서 본 것과 같이 피고는 이 사건 입찰공고상 기초금액만을 고려하여 그 금액의 89.7%에 해당하는 입찰금액으로 입찰하였고, 그 입찰금액 그대로를 용역대금으로 하여 이 사건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던 점, 그에 따라 피고로서는 이 사건 입찰공고에서의 기초금액이 산출됨에 있어 당시의 법정 산재보험료율에 따라 산정된 것인지 및 그에 관하여 원고의 실수가 있었는지 여부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였거나 설령 인지하였다고 하더라도 기초금액의 총액만을 중요시하였음에 따라 산재보험료율에 관하여는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한편 원고 주장의 ‘특수경비 특수조건’ 제10조는 그 문언상 피고로 하여금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용역대금을 집행함에 있어 관련법령을 위반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에 불과할 뿐 법정 산재보험료율을 적용하여 이 사건 용역계약을 체결하도록 할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으로 볼 수는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 제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용역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원고 주장과 같은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제3청구에 관하여(합의에 기한 약정금 청구)
주장
원·피고는 2021. 5.경 이 사건 용역계약에 관하여 법정 산재보험요율 1.45%를 적용하여 정당한 용역대금을 재산정한 후 피고가 위 정당한 용역대금보다 초과지급 받은 부분은 원고에게 반환하기로 합의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와 같은 합의에 따라 이 사건 초과분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원·피고 사이에 원고 주장과 같은 합의가 존재한다거나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초과분을 반환하기로 약속했음을 인정할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제4청구에 관하여(신의칙위반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청구)
주장
피고는 산재보험료를 법정요율에 따라 산정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여 과다하게 책정하였고, 그에 따라 이 사건 초과분 상당의 이익을 취득한 후에도 신의에 반하여 원고의 정산요청을 거절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용역계약 중 이 사건 초과분에 상당하는 부분은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초과분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서 반환할 의무가 있다.
판단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추상적 규범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의 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있어야 하고, 이러한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18. 4. 26. 선고 2017다288757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제반사정을 고려하면, 원고 제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입찰금액을 정함에 있어 법정 산재보험료율을 적용하여야 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게 법정 산재보험료율을 적용하여 입찰금액을 정하리라는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그와 관련된 원고의 신의가 정당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나아가 피고가 법정 산재보험료율을 적용하지 않은 것이 정의관념에 현저히 반한다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경훈(재판장) 손용도 이호선
각주1) 제10조(경비원의 임금 및 법정부담금, 복리후생) ① 계약상대자는 계약조건 및 관련법규(근로기준법 등)에 따른 임금을 경비원에게 성실하게 지급하여야 한다. ② 계약상대자는 근로기준법에 정한 근로자의 퇴직금, 국민건강보험(노인장기요양보험포함), 산재보험, 고용보험에 대하여 관계 법령이 정한금액을 별도 반영하여 책정하고 집행하여야 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