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22. 5. 13. 선고 2021노230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E은 피고인의 지시․감독을 받는 종속적 관계인 근로자가 아니라 피고인의 동업자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E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단을 그르친 잘못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1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대구 북구 B, 1층 C호 소재 D(이하 ‘이 사건 카페’라고 한다) 대표로서 상시 3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카페를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9. 3. 1.부터 2020. 1. 15.까지 근로하다 퇴직한 E의 2019. 5월분 임금 646,120원을 비롯하여 별지 ‘임금 체불 내역’ 표와 같이 임금 합계 19,396,120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지급사유 발생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따라 인정되는 그 판시와 같은 사정 즉, E의 근로일수 및 근로시간, 피고인이 E에게 카페 영업 및 관리업무를 지시한 점, 카페의 매출 및 비용의 계산주체, 피고인의 4대보험의 가입 및 급여지급사실 확인서의 작성 등을 종합하면, E은 동업투자약정과는 별개로 피고인의 지휘‧감독 아래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며 종속적인 고용관계에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관련 법리

1)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계약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이든 또는 도급계약이든 그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복무규정․ 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근로자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 유무, 비품․원자재․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갖고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0다27671 판결 등 참조).

2)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등 참조).

3)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증명이 이러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3도447 판결 참조).

라.

당심의 판단

1)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E은 이 사건 카페의 영업에 관하여 피고인과 동업관계에 있는 사업주의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E이 피고인의 지휘․감독 하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

피고인과 E은 2019. 3. 17.경 이 사건 카페를 운영함에 있어 피고인이 3,600만 원, E이 2,000만 원을 각 출자하고, 수익금 및 청산금은 동일하게 나누기로 하는 내용의 공동사업계약(이하 ‘이 사건 동업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계약서에 카페 영업의 관리 또는 근무에 관한 명시적인 내용이 없었음에도, 그 무렵부터 E은 이 사건 카페에 출근하여 고객응대, 매출정리, 재료구입, 아르바이트생 관리 등 제품을 판매하고 영업 전반을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한 반면, 피고인은 출근하지 않고 E을 통해 매출 및 재고 현황 등을 확인하였을 뿐이다. 동업관계에서 손익분배의 비율은 출자가액에 비례하여 이를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것인데, 피고인이 훨씬 많은 돈을 출자하고도 E과 같은 비율로 손익을 배분하기로 한 점과 피고인과 E 사이의 관련 대화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과 E이 이 사건 카페를 공동으로 운영함에 있어 피고인이 더 많은 돈을 출자하는 대신 E이 이 사건 카페의 영업 전반을 관리하는 등 노무를 제공하기로 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나)

카페 영업을 시작할 당시에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여 가게를 운영하였고 E은 매장을 관리하면서 아르바이트생이 없는 시간에 근무하기도 하였으나, 2019. 5.경부터는 한 달에 20일 이상씩 출근하여 하루에 4시간에서 12시간까지 근무하는 등 계속적인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E은 이 사건 동업계약이 해지된 후로는 피고인의 요청에 따라 근로자로서 근로를 제공한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E의 진술에 따르더라도 이 사건 동업계약이 해지된 시점이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E과 피고인의 휴대전화 어플리케이션 대화내용만으로는 이 사건 동업계약이 2019. 5. 내지 6.경 해지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동업계약을 체결할 당시의 예상과 달리 이 사건 카페의 영업이 부진하자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E의 근무시간이 늘어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

2019. 5.경 또는 2019. 6.경을 전후로 E이 제공하는 근로의 성격이 달라졌다고 볼 만한 별다른 사정을 찾기 어렵다. 피고인과 E은 당시 휴대전화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수시로 대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E이 이 사건 동업계약이 해지되었다고 주장하는 2019. 5.경 이후의 대화내용을 살펴보아도 피고인이 E에게 이 사건 카페의 영업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하거나 근무시간 등을 지정하여 E이 이에 구속을 받는 등 E이 피고인과 종속적인 관계에 있었다고 볼 만한 뚜렷한 사정이 엿보이지 않는다.

라)

E은 피고인으로부터 근로를 제공하는 대가로 월 급여 250만 원을 받기로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① 피고인은 2019. 6. 19.경 E에게 ‘아르바이트생 대신 일하면 그 비용은 가져가도 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을 뿐 피고인과 E의 대화내용 중 E의 보수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약속한 내용은 찾을 수 없는 점, ② E이 근로감독관에게 제출한 2019. 5. 1.자 근로계약서에 월 급여가 250만 원으로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이는 E이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으로서 피고인의 서명이나 날인이 없으며, 이에 대해 피고인은 E이 실업급여 신청을 위해 임의로 작성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한 점, ③ 피고인이 2019. 10.경 E의 대출을 위해 작성해 준 ’급여지급 사실 확인서‘에는 2019. 4. 16. 20만 원, 2019. 7. 4. 50만 원, 2019. 8. 6. 70만 원, 2019. 9. 9. 90만 원이 지급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점, ④ 2019. 6. 25.경 작성된 ’4대 보험 자격취득 신고서‘에는 E의 월 급여가 130만 원으로 기재되어 있고, 2019. 9.경부터 월 급여를 400만 원으로 수정 신고하기는 하였으나, 2019. 5.경부터 월 급여를 250만 원으로 정하였다면 굳이 위와 같이 사실과 다르게 신고할 별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으며, 오히려 E의 실업급여 수급을 위한 것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근로를 제공하는 대가로 월 급여 250만 원을 받기로 하였다는 E의 진술은 믿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2019. 6.경 이후로 E이 근무한 시간에 대하여 아르바이트생에게 지급되는 시급으로 계산한 보수를 받기로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피고인에게 약정금 또는 정산금 등의 형태로 청구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과 E 사이에 임금을 목적으로 하는 종속적인 근로관계가 성립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마)

피고인은 2019. 6. 25.경 E에 관하여 자격취득일을 2019. 5. 1.로 하는 4대 보험 자격취득신고를 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인은 E이 근로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E의 요청에 따른 것 또는 정부지원금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는바, 앞서 본 바와 같이 E이 2019. 5. 1.자 근로계약서를 임의로 작성한 점, E은 피 고인으로부터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전달받아 근로복지공단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자신의 고용보험 가입 및 수정, 해지 등에 관한 신고를 직접 한 것으로 보이는 점, 실제로 E은 2020. 2.경 실업급여를 신청하여 2020. 3.부터 급여를 수령하기도 하였던 점, 근로 계약서가 작성되기 전인 2019. 3. 및 2019. 4.에도 E에 대해 일용근로자로 4대보험 가입 신고가 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주장에 대한 신빙성이 인정되고, E의 4대보험 가입을 피고인과의 고용관계에 따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

2)

나아가, 설령 E이 피고인의 지휘․감독 하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본다 하더라도, 앞서 본 사정들에 더하여 피고인으로서는 점포가 처분되기 전까지는 E이 여전히 동업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자신과 사이에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다는 인식을 하지 못하였을 개연성이 높은 점, 보수의 약정 여부 및 금액이 불분명한 점, 이 사건 카페는 소규모 사업장으로 E 외에는 두세 명의 아르바이트생이 근무하였을 뿐 다른 직원이 존재하지 않았던 점, 피고인은 2020. 2.경 이 사건 카페를 매각하여 E에게 12,286,882원을 지급한 점과 당시의 제반 정황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E에 대한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고 할 것인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마.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는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으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 론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