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21. 10. 13. 선고 2021노994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피고인의 사업장에서 2007. 11. 12.부터 2019. 7. 15.까지 근로하고 퇴직한 근로자 D의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15,832,795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부분에 대하여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고,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는데, 피고인만이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한하여 항소하였다.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이유무죄 부분은 상소불가분의 원칙에 따라 당심에 이심되기는 하나 이미 당사자 간의 공방대상에서 벗어났다고 보아야 하므로, 결국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한 부분에 한정된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①

피고인과 D 사이에는 퇴직금 분할약정(이하 ‘이 사건 퇴직금 분할약정’이라 한다)이 존재하였고, 피고인은 이 사건 퇴직금 분할약정에 따라 D에게 매월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② 설령 이 사건 퇴직금 분할약정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D은 피고인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금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고, 피고인은 위와 같은 부당이득 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D의 임금채권이나 퇴직금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 ③ 따라서 D에 대한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의 합계액 중 2분의 1을 초과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43,215,053원에 대하여는 피고인이 상계권을 행사하여 소급적으로 소멸하였으므로 위 43,215,053원 부분에 해당하는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무죄가 선고되어야 한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2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3.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퇴직금 분할 약정 및 근로자의 부당이득 반환의무 등에 관한 법리 검토

1)

구 근로기준법(2005. 1. 27. 법률 제73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제34조 제1항에서 “사용자는 계속근로년수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제도를 설정하여야 한다. 다만 근로년수가 1년 미만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제3항 전문에서 “사용자는 근로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에 당해 근로자가 계속 근로한 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법조항의 “퇴직금”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 제공에 대한 임금 일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축적하였다가 이를 기본적 재원으로 하여 근로자가 1년 이상 근무하고 퇴직할 때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서, 본질적으로 후불적 임금의 성질을 지니는 것이므로, 이러한 퇴직금의 지급청구권은 퇴직금 중간정산이 유효하게 성립하는 경우가 아닌 한 근로계약이 존속하는 동안에는 발생할 여지가 없다. 따라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법 제34조 제3항 전문 소정의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법 제34조에 위배되어 무효이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8다9150 판결 참조).

2)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원으로서, 근로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하고 그 지급에 관하여 사용자가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노동관행 등에 따라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근로관계의 계속 중에 퇴직금 분할 약정에 의하여 월급이나 일당과는 별도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으나 퇴직금 분할 약정이 위와 같은 이유로 무효여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 위 약정에 의하여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도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사용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그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3)

다만,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 취지를 감안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것이어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당해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즉 ①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②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③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8다9150 판결, 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2다15879(본소), 2012다15886(반소) 판결 참조].

나.

이 사건 퇴직금 분할 약정이 실질적으로 존재하였는지 여부

1)

앞서 가.항에서 살펴본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이 사건 퇴직금 분할약정이 실질적으로 존재하였다고 볼 수 있으려면 ① 피고인과 근로자인 D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하여야 하고, ②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어야 하며, ③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등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2)

그런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야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의 경우 위와 같은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이 사건 퇴직금 분할 약정은 실질적으로 존재하였다고 보기 어렵거나, 피고인이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부분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D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네트로 지급받았다는 것은 세금이나 4대 보험을 병원에서 내어주는 것을 말한다.”, “면접시 퇴직금에 대해 말도 안했고, 계약서에 기재도 하지 않았고, 월급명세서도 주지 않았다.”라고 하여 피고인과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퇴직금 분할 약정이 그 실질이 임금을 정한 것이면서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이라면 퇴직금 명목 금원은 근로자가 임금으로서 정당하게 수령할 금액에 포함된다고 볼 여지가 많고, 근로자가 이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는바(증거기록 6면, 공판기록 111면), 아래에서 살펴보는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와 같은 D의 진술에는 신빙성이 인정된다.

②

피고인과 D 사이의 근로계약서에 의하면, 제7조에서 퇴직금과 관련하여, “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 및 근로기준법 제34조에 의거 퇴직금을 지급한다.”, “나. ‘을’(D)은 퇴직하기 전이라 하더라도 1년 이상 근로한 경우 기왕의 근로한 기간에 대하여 퇴직금 중간정산을 요구할 수 있으며, ‘갑’(의료법인 H재단 I병원C병원)은 ‘을’(D)의 서면요구에 따라 퇴직금을 중간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라고 하여,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D의 서면요구에 따라 퇴직금을 중간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을 뿐이다(증거기록 30면, 31면).

③

피고인과 D 사이의 근로계약서 제8조에 의하면, “이 계약에 정하지 아니한 사항은 노동관계법령과 취업규칙에 따른다.”라고 되어 있는데(증거기록 31면), 피고인이 원심에서 제출한 취업규칙에 의하더라도 퇴직금 중간정산과 관련하여 제94조에서 “퇴직금 중간정산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의거 불가하며 예외적인 경우 동법에 의해 가능하다.”, 제95조에서 “근로자가 취업규칙 등에 의해 정년에 도달되어 정년퇴직 후 재입사 또는 촉탁 등 기타의 형태로 병원에 취업하는 경우에는 정년으로 인한 퇴직금 정산은 본 규정에 의한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보지 아니한다.”라는 내용을 정하고 있을 뿐, 퇴직금 분할 지급에 관한 규정은 존재하지 아니한다(공판기록 308면).

④

피고인은 D이 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퇴직금 미지급으로 인한 문제가 생기자 D 이외의 다른 근로자(J)와의 사이에 급하게 작성한 포괄임금 근로계약서를 제출하고(작성일자 역시 2019. 10. 20.이라고 기재하였다가 2019. 8. 5.이라고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 문서인 급여대장을 제출하였을 뿐이다(증거기록 32면, 33면, 36 내지 74면). 근로자인 D이 서면으로 퇴직금 중간정산을 요구하였다거나 매월 급여와 함께 퇴직금을 분할하여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퇴직금 분할약정이 있다고 볼 만한 별도의 서면이 작성되었다고 볼 만한 증거는 존재하지 아니한다.

⑤

나아가, 피고인이 제출한 급여대장의 경우 근로자들에게 교부되거나 상시 열람이 가능한 상태에 있었던 문서가 아니라 내부문서에 불과하며, 급여대장에 따른 급여는 계좌로 일부 입금하고 현금으로도 일부 지급하는 등 실질적으로 급여를 지급하는 내용과 다르게 작성되어 그 내용을 신빙하기도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공판기록 118면, 119면, 153 내지 155면). 따라서 D에게 지급되는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어왔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피고인의 부당이득 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는 상계 주장에 관한 판단

1)

앞서 가.항에서 살펴보았듯이 근로자가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는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비로소 적용될 것이어서,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경우에는 적용될 수 없다(위 대법원 2008다9150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의 경우 앞서 나.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퇴직금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명확히 구별하여 지급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D과 피고인 사이에 퇴직금 분할약정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이는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퇴직금 분할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으로서, D이 지급받은 금원들은 전부 임금으로서 정당하게 수령한 금액에 해당하므로 D에게 부당이득 반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를 전제로 하는 피고인의 상계권 행사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4.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피고인이 D에게 관련 1심 민사판결문에 따른 금액을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심에 이르기까지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는 점, D과 합의하지 못하였고 관련 민사판결에서 항소하여 분쟁을 계속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범행 후 정황이 좋지 아니하다. 원심판결 선고 이후 원심의 형을 감경할 만한 사정변경도 없다. 그 밖에 이 사건 범행의 경위,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죄전력(동종 및 이종 전과로 벌금형 등의 선처를 받은 전력)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조건들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성열(재판장) 인자한 이나현

각주1) 피고인은 D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원금 및 이에 대한 연 5%의 비율에 의한 이자를 합산한 금액이 79,497,043원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각주2) 위 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2다15879(본소), 2012다15886(반소) 판결의 경우 ①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②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③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 약정

각주3) D과 의료법인 H재단 사이의 임금 등 관련 민사사건 제1심에서도 마찬가지로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D이 전부 승소하였다[대구지방법원 2021. 8. 20. 선고 2020가단111052(본소), 2020가단115283(반소) 판결 참조. 현재 대구지방법원 2021나320984(본소), 2021나320991(반소)호로 항소심 계속 중이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