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대구 동구 C건물, 7층~13층에 위치한 D요양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피고는 외과 의사로 2020. 8. 17. 피고와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2020. 8. 17.부터 2022. 2. 28.까지 이 사건 병원에서 외과 원장으로 근무하였다.
피고는 2020. 8. 17.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의 확인서(이하 ‘이 사건 확인서’라 한다)를 작성하여 교부하였다.
피고는 퇴직 후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원고를 상대로 퇴직금 체불로 진정을 제기하였고, 이에 원고는 2022. 7. 8. 피고에게 퇴직금 22,555,650원을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퇴직금 관련 반환청구에 관한 판단
약정에 기한 반환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의 주장
피고는 이 사건 확인서에 따라 복리후생수당 항목으로 퇴직금을 선지급받으면서 별도로 퇴직금을 청구할 경우 선지급받은 퇴직금을 반환하기로 약정하였는데, 이 사건 병원에서 퇴직 후 원고에게 별도의 퇴직금을 청구하여 원고로부터 퇴직금 22,555,650원을 지급받았으므로, 이 사건 확인서에 따른 반환약정에 따라 원고로부터 선지급받은 퇴직금 63,740,38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판단
살피건대, 피고가 원고에게 “매월 4대 보험 및 소득세, 주민세 본인 부담금에 해당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하여 급여에 포함하여 선지원받기로 하며 향후 발생할 퇴직금과 연차휴가수당은 이에 갈음하기로 한다. 향후 이를 어기고 퇴직금과 연차휴가수당을 청구할 경우 기 지급받은 4대 보험 및 소득세, 주민세의 본인부담 해당액(부당이득금)을 이자를 포함하여 일시에 상환 및 퇴직금과 상계하기로 약속한다.”는 내용의 이 사건 확인서를 작성하여 교부한 사실, 피고가 퇴직 후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원고를 상대로 퇴직금 체불로 진정을 제기하여 원고가 피고에게 퇴직금 22,555,650원 지급한 사실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퇴직금은 퇴직이라는 근로관계의 종료를 요건으로 하여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확인서에 따른 퇴직금 반환약정은 퇴직금 포기에 관한 약정을 전제로 한 것으로 위와 같은 약정을 체결한 근로자로서는 퇴직금 청구를 할 수 없게 되어 퇴직금 사전포기에 관한 약정의 효력을 인정한 것과 다름이 없는 결과로 되어 사용자에 대하여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상의 퇴직금제도의 입법취지를 몰각하게 된다(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5다34469 판결 참조).
따라서 이 사건 확인서에 따른 퇴직금 반환약정은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확인서에 따른 퇴직금 반환약정에 따라 원고가 복리후생수당 항목으로 지급한 세금 및 4대 보험료의 반환을 구하는 원고의 위 약정금 청구 부분은 이유 없다.
부당이득반환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확인서에 따른 퇴직금 선지급 약정(이하 ‘이 사건 퇴직금 지급약정’이라 한다)에 따라 2020. 9.부터 2022. 2.까지 피고에게 복리후생수당이라는 항목으로 퇴직금 명목의 금원 63,740,380원을 지급하였는데, 이 사건 퇴직금 지급약정에 따른 금원 지급이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 피고는 이를 원고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
판단
관련 법리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한편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원으로서, 근로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하고 그 지급에 관하여 사용자가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노동관행 등에 따라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근로관계의 계속 중에 퇴직금 분할 약정에 의하여 월급이나 일당과는 별도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으나 퇴직금 분할 약정이 위와 같은 이유로 무효여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 위 약정에 의하여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도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사용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그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만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 취지를 감안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것이어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당해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8다9150 판결 참조). 나) 이 사건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에 갑 제6, 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 즉, ① 원고는 매월 피고에게 지급할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산정함에 있어서 피고의 평균임금을 고려하지 않은 채 피고의 연봉금액 및 월급여액을 정한 다음 역산하여 그 금액에서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할 금원을 일률적으로 정한 점, ②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작성된 근로계약서 및 피고에 대한 급여명세서에 별도의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표시하지 않았던 점, ③ 근로계약서 및 급여명세서에는 원고가 주장하는 퇴직금 선지급액이 복지수당 또는 복리후생수당이라는 항목으로 수당의 일부로 지급된 것으로 되어 있는 점, ④ 이 사건 확인서에 따르더라도 원고가 복리후생수당 항목으로 지급한 세금 및 4대 보험료에는 퇴직금뿐만 아니라 연차휴가수당에 대한 부분도 포함되어 있으나, 퇴직금과 연차휴가수당의 내역을 구체적으로 산정하여 합의하지도 않았으므로 복리후생수당으로 지급받는 금원에 실질적인 퇴직금의 액수가 특정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퇴직금 지급약정은 그 실질이 임금을 정한 것이면서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받았다거나 원고와 피고 사이에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이 존재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부당이득반환청구 부분도 이유 없다.
연차휴가수당 관련 부당이득반환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의 주장
피고는 이 사건 병원에서 2020. 8. 17.부터 2022. 2. 28.까지 근무하여 근무기간 동안의 총 사용가능한 연차휴가일수가 26일임에도 근무기간 동안 46.5일의 연차휴가를 사용하였고, 피고의 당직근무에 대하여는 별도의 당직수당을 지급하여 당직근무로 인한 연차휴가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초과 사용한 20.5일(=46.5일-26일)에 해당하는 연차휴가수당 상당의 10,066,132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
판단
살피건대, 갑 제4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 즉, ① 원고는 피고의 퇴직 이후 이 사건 병원에서 근무할 의사를 모집하는 채용공고에서 근무조건과 관련하여 “주 1회 평일 야간당직, 월 1회 주말당직, 당직 후 다음날 오프입니다. 당직비 별도 지급”라는 내용을 기재하여 당직근무에 대하여는 당직수당을 지급하는 것 외에도 당직근무 다음날 휴가를 부여하는 것으로 하였던 점, ② 피고는 연차휴가사용과 관련하여 근태신청서를 작성하였는데, 그 근태신청서(이하 ‘이 사건 근태신청서’라 한다)를 작성하면서 사유란에 당직근무로 인한 휴가와 연차 사용으로 인한 휴가를 구분하여 당직근무로 인한 휴가의 경우에는 당직근무 후 휴가임을 기재하였던 점, ③ 당직근무에 대하여 별도의 휴가가 부여되지 않았다면 피고가 이 사건 근태신청서를 작성하면서 굳이 당직근무로 인한 휴가와 연차사용으로 인한 휴가를 구별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이 사건 근태신청서 사유란에 당직근무로 인한 휴가임이 기재된 휴가일수가 총 22.5일로 그 휴가일수가 상당히 많고 반복적으로 사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근태신청서에는 휴가 사용에 대한 사유가 구별되어 기재되어 있고, 이 사건 병원의 총무과장, 행정부장, 병원장이 직접 자필로 서명하여 결재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피고의 당직근무에 대하여 당직수당을 지급하는 외에 당직근무 다음날 별도의 0.5일의 휴가를 부여한 것으로 보이고, 원고가 주장하는 피고의 총 연차휴가 사용일수 46.5일에서 피고의 당직근무로 인한 휴가일수 22.5일을 공제하면 피고가 사용한 연차휴가일이 24일(=46.5일 -22.5일)로 원고 주장의 피고의 사용가능한 연차휴가일수 26일을 초과하지 않음이 계산상 명백하다.
따라서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사용가능한 연차휴가일수 26일을 초과하여 연차휴가를 사용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가 사용가능한 연차휴가일수 26일을 초과 사용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성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